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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5.26 21:38
연재수 :
306 회
조회수 :
136,502
추천수 :
3,290
글자수 :
1,700,661

작성
21.02.1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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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추천
9
글자
15쪽

밤에 물들어버린 빛

DUMMY

전란의 그늘이 가까워져 오는 어느 늦겨울의 밤.


덜컹, 끼이익.


문을 열고 숙소에 들어온 소녀는 군복과는 미묘하게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겉에는 밤색 코트를 걸치고, 속으로는 회색 셔츠와 스커트를 입었다.


소매에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는 엔블럼은 국가가 공인한 그녀의 지위, 그리고 그 지위가 가져다주는 힘을 상징했다.


일반인의 무기 휴대가 금지된 도시에서 보란 듯이 등에 흑색 검을 걸고 돌아다닐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루코브, 부탁해.”


소녀가 손에 들고 있던 등불의 불꽃이 그 말을 듣고 살아있는 것처럼 사방으로 튀더니, 어두운 방을 환히 밝혔다.


그녀는 심지를 벗어나서 태울 게 없는데도 위에서 둥둥 떠 있는 불이 당연한 것처럼 그 밑을 지나쳤다.


불을 섬세하게 조종하는 중급마법이다.


보통 큰 전쟁에서나 볼 수 있는 중급마법을 단순한 생활 마법으로 쓰는 건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일이겠지.


소녀는 기지개를 켜며 크게 하품을 했다.


호화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있을 건 다 있는, 15평 정도 되는 방이었다.


문을 잠그고 열쇠를 현관 옆에 거는 소녀는 이곳에서 지내는 것도 꽤 익숙해진 모습이다.


코트를 벗어 손에 든 그녀가 제일 먼저 향하는 건 벽난로. 장작을 넣어 불을 지피자 적당한 온도로 방안이 후끈후끈해졌다.


“이 나라는 너무 춥다니까...”


입을 삐죽이던 소녀의 얼굴이 뭔가를 발견하고 밝아진다.


아침에 나가기 전, 창가에 놔둔 애플 사이다가 딱 먹기 좋게 반쯤 얼어있었다.


포크를 들어 위에 낀 살얼음을 톡톡 터뜨린 소녀는 그대로 한모금 마시고,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녀가 항상 패도하고 다니는 검은 침대 옆 탁자에 걸쳐두었다.


작은 행복이 이런 거겠지. 별거 아니면서도 작은 활력이 되어주는 것 말이다.


두 손으로 유리병을 들고 있자니,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위험하네, 유리에.”


“그러게~”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방이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마왕군 놈들의 추적이 가까워지고 있어. 아직 레윤케까지는 냄새를 맡지 못한 것 같지만, 이곳을 알아내는 것도 시간문제일 거야.”


“그러네~”


태평하게 머릿속 목소리에 답하는 소녀는 피보다 더 진한 색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저번에 얘기해줬던 거, 생각해봤니?”


“아, 용사니 뭐니 하는 거?”


유리에는 걸터앉아있던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여기는 레윤케 중앙 수사관에게 제공되는 1인용 숙소.


제국이 무너지고 레윤케 중앙정부에 숨어든 지 수개월이 흐른 지금, 유리에는 성공적으로 준특급 수사관의 자리에까지 올라와 있었다.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는걸. 결국엔 그 오빠를 죽여야 된다는 거잖아? 근데 그 늑대도 도저히 못 이기겠고, 역시 지금으로는 무리~”


“네가 용사인 걸 자각하면 더 큰 힘을 끌어낼 수 있을 거야.”


유리에의 고유스킬을 통해 그 몸에 빙의할 수 있는 영혼 중 하나ㅡ펠릭스는 타이르듯이 말했다.


“제국에서 두 번이나 천계가 도와줬던 거 기억하지? 분명 유리에 너를 용사 후보로 지정했으니까 그렇게 발 벗고 나선 걸 거야.”


“그렇게 말해도, 인류의 구세주라든지 그런 거 난 잘 모르겠다구, 펠릭스. 자각이라는 건 정확히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나 같은 경우에는 희미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처럼 자연스레 각성했었는데, 유리에는 조금 특이체질인가 보구나. 역시 직접 부딪혀보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걸까.”


“그러게. 그를 위한 도망 생활인데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으니까~ 펠릭스가 없으면 성검도 못 다루는 건 여전하구.”


제국의 붕괴와 함께 유리에가 레윤케에 몸을 의탁한 지는 벌써 4여 개월이 되었다.


레윤케는 스파세니예와 달리, 내전이 아직도 끊이지 않는 혼란한 정세를 갖고 있었다.


어느 정도 힘이 있는 부족국가는 중앙정부의 권고사항에 콧방귀를 뀔 뿐이었고, 소규모의 전쟁을 계속해서 벌이는 바람에 안정된 체제를 유지할 수 없었다.


유리에가 중앙정부 소속 수사관으로서 쉽게 잠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수사관의 업무는 정부가 제정한 헌법에 어긋난 행동을 하는 부족국가, 혹은 도시를 추려내고 질서를 확립시키는 것.


중앙정부는 도를 벗어났다 싶은 부족 국가에게 시정명령을 전달할 수사관이 항상 부족했고, 정부에 반감을 품은 지역에 파견시킬 때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에 지원자도 결코 많다고 할 수는 없었다.


정 골치 아프게 되면 군을 보내서 강제로 따르게 하겠지만, 그 많은 분쟁지역에 군을 일일이 보내는 것도 힘들다.


그런 레윤케 중앙정부에게, 홀로 부족 하나를 몰살시키고 유유히 돌아오는 유리에는 정말이지 우수한 수사관이었다.


그녀의 불분명한 출신에 의심을 품는 자도 있었으나, 연달아 나오는 놀라운 실적에 금방 묻혀버렸다.


군을 보낼 필요도 없이 단지 혼자서 수백, 수천의 반체제주의자들을 처리하는 유리에는 총 5계급으로 나뉘는 수사관의 계급에서 벌써 두 번째 자리에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역시 명령할 수 있는 부하들이 잔뜩 생긴다는 건 편리하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그랬어. 제국에 있을 땐 감시하는 사람은 있어도 부릴 수 있는 놈은 없었는데.”


레윤케의 법에 따라, 준특급 수사관은 군대의 중령과 같은 권력을 가진다.


그 정도의 뒷배가 있으면 간혹 필요 없는 살인을 저지른다고 해도 문책받는 일은 없었다. 별 가치 없는 사람 한둘의 목숨보다, 유능한 수사관이 훨씬 귀중했으니까.


흡연자가 담배를 못 끊는 것처럼 살인에 중독된 유리에ㅡ붉은 유령이라는 이명까지 생길 정도인 살인광에 있어선 최고의 직업이었다.

용사로서의 각성을 위해 잠시 숨어지낼 곳이 필요했던 유리에와, 우수한 수사관이 필요했던 레윤케의 이해는 서로 일치했다는 소리다.


“각성은 좀 더 노력해보자. 나는 유리에가 내 용사 후배로 들어와 주면 매우 기쁠 거야.”


“와, 그럼 펠릭스는 내 선배가 되는 거네?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지금은 근무 외 시간이라 따로 방문해올 사람도 없을 터다. 여차하면 베어버릴 생각으로 유리에가 검을 등에 걸친 채로 문에 다가가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리에 준특등 수사관님. 하인켈입니다.”


문을 열자 1급 수사관이자 그녀의 부하인 하인켈의 모습이 있었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소심한 얼굴은 오늘따라 피곤해 보였다.


“무슨 일이야? 벌써 밤이라구?”


하인켈은 굳은 얼굴로 쪽지 하나를 건넸다.


“방금 최남단에서 들어온 소식입니다.”


쪽지에 적힌 내용은 간단했다.


성채도시 살라잘이 함락되었으나, 주범으로 예상되는 니블족은 전부 죽은 채로 발견되었으며, 그들의 본거지는 쑥대밭으로 변해서 아무 생존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헤에~ 전멸?”


“그렇습니다. 갓난아기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살해당했습니다.”


“말해두지만, 딱히 내가 그런 건 아니라구~”


유리에가 실실 웃으며 말하자, 하인켈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입니다. 군도 처음 듣는 소식이었으니, 저희 말고 다른 누군가가 니블족을 몰살한 겁니다.”


1급 수사관 하인켈은 몇 번이나 유리에와 함께 수사관 임무에 동행한 적이 있다.


유리에가 혼자 전장에 뛰어들어서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는지 직접 보아온 그는 적어도 이 소녀와 동등한 힘을 가진 제삼자의 존재가 매우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레윤케의 질서를 어지럽히던 야만적인 놈들이었으니 뿌리가 뽑혔다는 건 기쁜 소식이지만, 천 명 가까이 되는 인간을 깔끔하게 죽일 수 있는 세력이 있다는 건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위에서 방침은 내려왔어?”


“아니오, 아직.”


“흐응.”


유리에는 쪽지를 다시 하인켈에게 돌려주었다.


“저, 일부러 이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온 것은ㅡ”


“알고 있어. 아마 이번 건은 내가 담당 수사관으로 지목될 거 같다는 얘기지?”


하인켈의 속내를 콕 짚어 말하자 놀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정도로 스케일이 큰 위협엔 그만큼 유능한 수사관을 보내기 마련이고, 중앙정부는 유리에를 점찍어둔 것이겠지.


“날 신경 써줬구나? 우리 하인켈은 참 착해서 귀여워.”


“제 조카뻘인 준특등 수사관님에게서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하인켈이 헛기침했다.


“그럼 제 용건은 여기까지입니다. 늦은 밤에 실례했습니다.”


하인켈이 조심히 문을 닫고, 유리에는 다시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유리에, 역시 이건ㅡ”


“그래,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지금 대륙에 몇 명 없는걸. 분명 그 오빠가 손을 쓴 거야. 어쩌면 곧 재회할 수 있을지도.”


“마왕놈도 그렇고, 놈의 부하들도 말도 안 되는 괴물들뿐이야. 각성 전까지는 도망치는 게 낫지 않겠어?”


“펠릭스답지 않네~ 그 오빠와 죽고 죽이는 건 어쩔 수 없어. 기왕이면 죽이는 쪽이 돼보도록 노력하자구. 뭐, 어쩔 수 없이 죽는다고 한다면...”


유리에는 작은 손을 뻗어, 창밖에 뜬 달을 가렸다.


“그 오빠한테 죽는 게 왠지 모르게 끌리는걸.”


◆ ◆ ◆ ◆ ◆ ◆ ◆ ◆



“준장님, 아침 보고입니다.”


8시가 땡 치자마자 딸기잼을 올린 갓구운 토스트를 갖고 가름의 방에 들이닥친 건 쿠도 대위였다.


빳빳하게 잘 다린 군복을 입고 일본도 두 자루까지 차고 온 쿠도는 이미 샤워를 마친 건지, 꼬리도 복슬복슬하고 윤기가 났다.


아직까지도 침대에서 못 벗어나고 셔츠를 풀어헤친 상태인 가름과 비교하면 극과 극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오히려 그렇기에 둘이 이렇게까지 서로 잘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지.


그녀는 졸린 기색의 가름을 억지로 일으켜 식탁 앞에 앉혀놓았다. 이미 몇 번이나 해봤다는 것처럼 그녀의 손길에 망설임은 없었다.


“자, 식사부터 하시죠.”


“대위... 5분만 더...”


“잠꼬대하시지 마세요.”


비몽사몽 한 가름의 어깨를 주무르며 쿠도가 그의 손에 토스트를 쥐여주었다.


“오늘은 기존의 버터말고도 딸기잼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블루베리잼은 싫다고 하신 게 본부의 귀에까지 들어갔는지 군수부가 보내온 보급물자에 포함되어 있었네요.”


“앙.”


가름은 토스트를 한입 먹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류드라이 녀석... 진작에 이럴 것이지. 이런 오지에 널린 건 블루베리잼밖에 없으니까 아침마다 고통스러웠다고. 토스트엔 역시 버터와 딸기잼이지, 대위... 버터의 고소한 맛과 딸기의 달착지근함이 서로 어울려서ㅡ”


“쓸데없는 고찰은 그만하고 식사나 계속해주세요, 준장님.”


쿠도는 가름의 말을 칼같이 자르며 식탁 건너편의 의자에 앉았다.


그녀 앞에도 같은 토스트가 올려진 접시가 있는 걸 보고 가름이 의외라는 표정을 만들었다.


“어라, 오늘은 같이 먹게?”


“원래 같았으면 이미 아침 식사를 끝내고 왔겠지만, 준장님은 아침에 약하시니까요. 어차피 기다릴 거면 하다못해 식사라도 같이하는 게ㅡ뭔가요... 그 웃음은.”


헤실거리는 가름을 보고 쿠도가 말을 멈췄다.


“귀엽네~ 하루네는. 나랑 단둘이서 아침 먹고 싶어서 그랬구만, 흠흠. 이런 귀여운 부관을 뒀으니 나도 분발하지 않으면.”


혼자 흐뭇해하는 가름을 무시하고 쿠도는 토스트를 입에 넣었다.


“식사가 끝나면 보고해야 될게 산더미니까요. 지금은 딸기잼만 생각해주세요.”


식탁 한쪽에 놓인 서류뭉치를 보고, 들떴던 가름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아아~ 뭔가 큰일이라도 터졌나 보구만.”


쿠도가 추가로 내온 커피까지 마시고 식사를 마치는 데는 10분 정도 더 걸렸다.


“스파세니예 연방이 이 대륙을 침공합니다.”


“엥?”


보고서를 열며 쿠도가 꺼낸 첫마디에 가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시기에? 왜?”


“아일란즈 공국과 황국의 잔당이 합심해서 구원 요청을 했습니다. 스파세니예 연방의 침공이 사실로 굳어진 건 바로 어제입니다. 마왕군과의 충돌은 이제 피할 수 없겠지요.”


쿠도는 서류철에서 스케치를 몇 개 꺼내더니 가름 앞에 올려놓았다.


“현재까지 연방군의 무장으로 확인된 것들입니다.”


가름은 마왕군이 쓰는 총기와 닮았지만, 추가로 굵은 관이 총기와 탱크 사이를 잇고 있는 스케치를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뭐지 이건? 화약으로 쏘는 게 아닌 건가?”


“마왕님께서는 압축된 공기라고 하셨습니다. 위력은 기존 총기보다 뒤떨어질 거라고 합니다만, 저희가 관심을 보이는 건 그게 아닙니다.”


쿠도가 두 번째 스케치를 들췄다.


“놈들은 증기기관을 이미 발명해, 절찬리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케치에 그려진 건 증기를 뿜으며 달리는 기차와 자동차. 언젠가는 이 세계가 품어야 할 기술이라고 한때 그의 주인이 알려주었던 것이 그대로 나와 있었다.


“이야, 대단한 놈들이네. 석탄도 벌써 캤다는 건가.”


“아니오, 연방은 나무를 태워서 열을 만드는 방식으로 석탄의 부재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가름은 대단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인간의 나라지만, 독자적으로 미래의 기술을 앞당겨왔다는 건 칭찬해야 마땅했다. 그들은 이세계의 주민의 도움 없이 그만큼 이룩해냈다는 것이니까.


“음... 대충 알겠는데, 연방이 쳐들어온다면 우리의 작전도 변경된다는 소리냐?”


쿠도는 고개를 저었다.


“프냐르에 상륙할 연방군을 맞이하는 건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하던 대로 석탄 채굴장의 건설과 붉은 유령의 동태를 살피면 됩니다.”


붉은 유령ㅡ유리에의 행방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무슨 연유에선지 레윤케 중앙정부에서 수사관이 된 모양으로, 적어도 당분간은 애써 얻은 자리를 버리고 도주하지는 않겠지.


“전쟁을 한꺼번에 두 개나 벌이는 건 좋지 않은데. 연방군이 오기 전에 그 지긋지긋한 용사 후보부터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어?”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따라서 다음 작전지역은 레윤케 중앙정부로 짜두었습니다.”


쿠도가 내민 종이에는 레윤케 중앙도시ㅡ케랴의 지도와 중앙정부가 배치한 방위 부대가 붉은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피아넬이 와있으니 채굴장 건은 잠시 맡겨도 되겠지. 그럼 드디어 용사 사냥인가.”


“붉은 유령은 레윤케 중앙정부의 뒷배를 업고 있습니다. 본부에 지원을 요청할까요?”


가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너와 나, 둘만으로도 충분해. 중앙도시에는 채굴장 후보가 없으니까, 오랜만에 본모습으로 실컷 날뛰어도 되겠지. 전략적 가치는 거의 없다시피 한 황량한 나라니까.”


“개인적으로는 제3문을 개방하는 사태까진 오지 않았으면 하네요.”


쿠도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준장님은 마왕님과 린 중장님에게 한 대씩 얻어맞고 며칠 동안 누워계셨으니까요.”


“하루네 너... 남자의 아픈 곳을 쿡쿡 찔러오는구만. 이래 봬도 그 전직 용사 자식은 확실하게 죽였다고?”


가름은 눈을 감고 뒤로 몸을 젖혔다.


“뭐 됐어. 이번에는 좀 멋진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 홀라당 넘어와도 난 모른다고.”


“기대할게요, 준장님.”


어쩌면 전란이 이 땅에 찾아오는 것보다도 빠르게, 레윤케의 앞날엔 이미 먹구름이 끼고 있었다.


작가의말

레식하느라 늦었습니다 쏘리쏘리쏘리쏘리 내가내가내가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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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흉조의 완성 +1 22.03.30 122 5 19쪽
205 환상을 부수는 번견 +1 22.03.25 123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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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망설임을 잠재우지 않으면 +1 21.11.29 121 3 16쪽
196 어둠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1 21.11.16 112 5 18쪽
195 엔딩의 서막 +3 21.11.02 123 7 16쪽
194 시계 바늘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돌아간다 +3 21.10.17 122 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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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에 물들어버린 빛 +5 21.02.15 193 9 15쪽
174 손님 맞이 +2 21.02.12 166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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