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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380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21.02.02 08:06
조회
178
추천
6
글자
16쪽

기다리는 건 죽음

DUMMY

눈으로 새하얗게 덮인 평야에는 가죽으로 만든 천막이 잔뜩 나열되어 있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데다 접어서 갖고 다니기에도 편리한 천막을 주거지로 쓰는 건 터전을 잡지 않고 계속해서 이동하며 사는 니블족.


그 천막들 중에도 제일 크고 좋은 것에는 파발이 소식을 갖고 들어가는 중이었다.


“살라잘에서 연락이 없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


술을 병째로 들이켜던 중년 남자가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


“성채의 점거까지는 확인했지만, 그 뒤로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쿨란 놈... 뭐하고 있는 거지.”


술병을 아무렇게나 내려놓으며 혀를 차는 건 니블족의 족장, 아르반.


부족장인 쿨란은 성채도시를 함락하겠다고 병력의 과반수를 탈탈 털어 가져갔다.


그의 전적으로 미루어보아 성공하리라 크게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아무 연락이 없는 건 그답지 않았다.


아무리 도시를 장악했다고 해도 유목 부족인 그들이 갖고 갈 수 있는 건 소수의 포로와 귀중품 정도. 짐이 너무 많아서 정리하느라 늦을 일도 없는데 말이다.


“족장님, 족장님!”


밖에서 경계를 서던 보초 하나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뭔 일이냐.”


“포, 포위당했습니다...! 적습입니다! 당장 도망치셔야 합니다!”


“뭐?”


그 순간, 귀를 찢는 굉음이 울렸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는 마치 번개가 치는 소리 같았고, 아군의 비명도 함께 들렸다.


아르반이 놀라 밖으로 나가니, 보초의 말마따나 아수라장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이 우왕좌왕 대며 사방으로 도망치는 난리통에 세워둔 횃불이 엎어져서 불이 천막에 옮겨붙는 걸 보며, 그가 중얼거렸다.


“뭐지...?”


“족장님, 어서 말에 타십ㅡ”


탕ㅡ


말을 끌며 아르반을 재촉하던 병사가 갑자기 픽 하고 쓰러진다.


탕ㅡ


“어이, 괜찮ㅡ”


쓰러진 병사의 상태를 확인하려던 파발도 실이 끊긴 인형처럼 풀썩 쓰러졌다.


“뭐, 뭣ㅡ”


그들은 눈을 부릅뜬 채, 눈에 띄는 외상은 없이 죽어있다.


화살도, 마법도 날아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적은, 적은 어디냐...!”


소리쳐보지만 아르반의 물음에 대답할 부하는 없었다.


앞서 들린 굉음이 반복될 때마다 소란이 잦아들고 있었다. 소리를 낼 인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니블족 족장, 아르반.”


누군가 뒤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돌아보자 이 아수라장에서도 착각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아름다운 마족 소녀가 있었다.


거기에서 끝났으면 그도 반색을 했겠지만, 군복차림에 무장까지 했다는 게 그를 사색으로 만들었다.


니블족이 즐겨 쓰는 곡도보다 날이 좁은 검을 두 자루나 차고 있다.


익숙하게 손잡이에 손을 얹고 언제든지 뽑을 준비를 하고 있는 자세는 명백한 검사의 것.


그 기백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소녀가 다시금 질문을 반복한다.


“아르반이냐고 물었다.”


“그, 그렇다.”


마족.


인간보다 강인한 육체를 갖거나 마법에 대한 적성이 높은 종족.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라고 단정할 건 없다.


아르반은 천천히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적에게 던지는 것으로 발동시키는 이 마법 아이템은 니블족이 오랜 세월간 쟁취한 귀보 중에서도 나름 상위권을 차지하는 물건.


겉보기엔 평범한 붉은 구슬은 하루에 세 번 한정으로 적을 집어삼키는 불기둥을 소환할 수 있었다.


불기둥은 인간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였지만, 그 정도 마법을 쓰는 것도 웬만한 궁중 마법사가 아니면 불가능한 만큼, 마법에 재능이 없는 그에겐 요긴하게 쓰였다.


아르반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며 구슬을 잡았다.


상대가 완전히 여유에 찬 지금이 기회다.


“본관은ㅡ”


소녀가 말을 꺼내는 것과 동시에, 아르반은 구슬을 힘껏 던졌다.


노리는 건 소녀의 발치.


퐈아아아ㅡ


구슬이 지면과 닿은 순간, 불기둥이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소녀를 휘감으며 솟아 오른다.


“꼴 좋다, 더러운 짐승년 같으니!”


아직 니블족을 습격한 미지의 위협이 남아있는 것도 잊고, 아르반이 비웃음을 흘리며 박수를 쳤다.


“짐승이 제아무리 잔꾀를 부려봤자지! 결국 인간님의 지혜에는, 이기... 지. 못.”


신나서 떠들던 아르반이 점점 조용해진다.


그의 앞에는 그을림 하나 없이 멀쩡한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반항할 줄은 알았지만, 이런 걸 쓸 줄은.”


붉은 구슬을 집어 들고 살피던 그녀의 시선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아르반에게 향한다.


“윽ㅡ”


“다시 말하지. 본관은 신ㆍ마왕군 쿠도 대위다.”


자신을 죽이려고 한 상대에게 하는 것 치고는 꽤나 정중한 자기소개였지만, 아르반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마왕군?”


그 단어를 듣고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드는 바람에 오히려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던 아르반의 정신을 때리듯 목소리가 이어졌다.


“물을 게 있어 이 밤에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되었다만, 이의는 없는 것으로 보겠다.”


모든 면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너무 과시하는 일 없이, 쿠도 대위는 덤덤하게 말했다.


어느새 그녀가 두른 겉옷 사이로 꼬리가 살랑이고 있었다.


그것에 푸른 기운이 깃들어있는 걸 보고 아르반은 이 소녀는 대륙의 마족이 아님을 확신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그 먼 뱃길을 거치면서까지 이 대륙에 와서 헛짓하고 있을 리는 없고, 역시 마왕군이라는 건 사실인가.


“동양의 여우...인가.”


“이어서 질문하겠다.”


소녀는 아르반의 의혹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물었다.


“니블족은 여기 있는 인간들로 전부인가?”


“그게 무슨ㅡ”


뜬금없는 질문에 반문하려던 아르반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괜히 이야기를 둘러대다가 칼을 맞는 것보다는 사실을 말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덤벼들어봤자 승산도 없을 건 같고, 이걸 말해줘도 그 정보로 뭘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던 것이다.


마왕군이 한낱 레윤케의 유목 부족을 조사해서 무슨 짓을 하겠다는 건지는 몰랐지만, 여기에선 요구에 응하는 것 말고는 그에게 선택지가 없었다.


“700은 지금 정벌에 나가 있다... 여기 있는 건 400뿐이다.”


“그런가. 그럼 이걸로 끝이로군.”


쿠도는 할 이야기는 다 끝났다는 것처럼 발도했다.


아르반은 갑자기 너무나 눈이 부셔서 고개를 돌렸다.


눈을 찡그리며 겨우 앞을 바라보니, 자신에게 향한 검이 보였다.


닿기만 해도 사지가 절단될 것 같은 분위기를 내뿜는 검은 묘하게도 희푸른 광채를 띠고 있었다.


“자, 잠깐만! 우리는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왕군이라면 적대할 생각은 없어!”


자신이 마족에게 무슨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했었는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아르반.


“그렇지,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줄 수도 있다! 재물이라면 꽤 모아뒀고, 레윤케 지리도 빠삭하고 병사도ㅡ”


“거기까지.”


여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의미 없는 문답이다. 이미 이 부족의 미래는 정해졌다. 본관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끝이 신속하게 찾아오도록 하는 것.”


아르반이 뭐라 더 말하기도 전에, 소녀는 비스듬히 검을 쥐고, 한 바퀴 크게 휘둘렀다.


그가 보기에는 별 의미가 없는 동작이었다. 검이 닿는 거리에 벨 수 있을 만한 건 없었으니까.


“하늘의 첫 번째,”


휘릭!


“ㅡ천일섬.”


검을 칼집에 돌려 넣으며 쿠도가 읊었다.


그냥 보여 주기용, 위협일 뿐일까, 라고 생각하던 아르반의 사고는 그 시점을 기준으로 정지했다.


쿠도의 벤 공간에 남은 잔상에서 기인한 희푸른 빛이 터지며, 어둡던 레윤케의 밤이 일순간 밝아졌다.


효과 범위는 니블족이 설치한 천막 일대 전부.


단지 한 바퀴 휘두를 뿐이어야 할 동작은 검의 주인을 제외한 반경 800m에 단 하나의, 하지만 확실한 효과를 남겼다.


하나였던 것이 깔끔하게 둘로 나뉘는 효과다.


그게 지면이든, 천막이든, 피부든, 근육이든, 뼈든, 노인이든, 청년이든, 아이든 상관없었다.


한탄해서 뭐하랴.


이미 쿠도가 벤 순간, 그게 양단되는 사실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쿠도의 검이 창, 하는 맑은 소리를 내며 칼집에 완전히 들어가고,


그와 동시에 니블족의 잔존인원 300여 명은 0명으로 바뀌었다.


◆ ◆ ◆ ◆ ◆ ◆ ◆ ◆ ◆ ◆ ◆


“ㅡ청명한 소리다.”


나는 빙결 마법으로 위스키잔에 얼음을 더 채워 넣으며 말했다.


현재 알현실에는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 니블족의 터가 탐지마법으로 비치고 있었다.


태풍이라도 휩쓸고 간 듯한 양상이지만, 이 전부는 단지 한번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발생한 피해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고대 마법이 깃들게 한 일본도는 이미 그 자체가 마법과도 같은 것.


그녀의 검에 각인된 오래된 마법은 바람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느 마법 아이템처럼 정해진 현실개변을 순차적으로 일으키는 것이 아닌, 단지 바람을 담고 있을 뿐인 무기지만.


고대 마법이라는 건 그랬다.


1급에서 10급으로 나뉘는 동시대의 제도 마법처럼 고도의 정밀 조작은 불가능하지만, 그 대신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위력을 낸다. 그건 라드레이드에서 로그와 치고받을 때 뼈저리게 확인했다.


그렇다고 해서 누가 들든 저만한 위력을 내는 물건은 아니다.


사용자에 따라선 단순히 미풍을 불게 할 정도의 효과밖에 없겠지만, 쿠도는 투박한 바람의 힘을 멋들어지게 예리한 칼날로 바꾸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저 실력을 작전에 써준다면 소령으로 진급하는 건 거의 확정이라고 봐도 좋겠지.


“검의 이름은 무제, 기술명은 하늘이 첫 번째ㅡ천일섬인가.”


키루아의 자신작인 그 검의 이름을 최종적으로 지은 건 소유주인 쿠도다. 명검치고는 너무 밋밋한 이름 같지만, 수수한 그녀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겠지.


“마왕군 마법각인기술의 진수를 모두 쏟아 넣은 그걸 쿠도 대위에게 전해준 건 올바른 선택이었군.”


“전부 보스의 선견지명입니다.”


오늘도 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건 보고서를 제출할 겸 9계층으로 올라와 잠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린이다.


마왕군의 모두는 일과시간에 각자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아무리 중장인 린이라고 해서 업무를 미루고 나를 찾아오는 건 역시 눈치가 보인다. 그러니 이 시간에 공적으로나마 나와 말을 섞을 수 있다는 게 기쁘다는 것처럼 린의 꼬리는 행복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신무기를 시험하는 것으로는 아주 적격이었어. 레윤케의 둘은 그대로 둬도 잘할 것 같고, 나는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


“그렇군요, 생각하시는 게 있습니까?”


린이 조심스레 내 눈치를 살폈다.


현재 마왕군에 레윤케 이후의 작전은 세세히 짜져있지 않다.


내가 생각한 계획에 살을 붙이는 작업은 꽤 오래 걸리는 만큼, 린으로서는 당장 내가 생각하고 있을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해 불안한 마음도 있겠지.


마왕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부하는 무능, 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는 늑대니 말이다.


“그리 조바심낼 것 없다, 린. 그저 거슬리는 먼지를 털 뿐인 작업이다.”


그 말에서 모든 걸 이해한 린은 큼지막한 늑대 귀를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일란즈 공국 말이시군요.”


“그래, 놈들이 천벽인광의 잔당에 손을 거들어 스파세니예 연방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첩보부의 보고가 있었지.”


군사력도 경제력도 미미한 그런 소국은 솔직히 말해서 내버려 둬도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데트르 대륙 바깥의 나라들이 인마전쟁에 흥미를 가지고 개입해오는 건 앞으로도 피할 수 없는 전개니, 구원요청이 향후 계획에 타격을 준 것도 아니다.


아니, 스파세니예 연방을 치는 건 이미 대략적인 그림에 포함되어 있었다.


“연방... 마법이 아닌, 마도의 땅입니다.”


린의 부서가 열심히 취합한 정보에 따르면, 스파세니예 연방은 대륙에 비하면 훨씬 진보한 기술을 갖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대륙의 패권을 장악할 수도 있었다.


자세한 건 불명이지만, 그들은 마나를 쓰지 않고도 일정 수준의 현실개변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확립했다고 한다.


대륙에서 벌어지는 인마전쟁에서 자유로운 그들은 하나의 연방으로 연합하고 신기술을 갈고 닦을 시간과 기회가 충분히 있었던 것이다.


연방과의 충돌에 대해 남아있는 기록은 거의 없었지만, 그들의 ‘마도’는 결코 대륙의 마법에 뒤지지 않는다는 서술이 있었다.


그들이 여태껏 데트르 대륙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은 홈그라운드 밖에서 싸우는 불리함과 제국이나 황국 같은 강대국과의 소모전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허나 거슬리는 강대국들이 하나같이 쇠퇴한 지금, 데트르 데륙에 숟가락을 얹지 않을 이유가 없다. 수많은 병력을 이끌고 대륙에 들어서는 건 근미래다.


마법과는 뿌리가 다르다는 기묘한 기술에 대한 흥미를 차치하더라도, 세력을 넓혀감에 앞서 놈들과 맞닥뜨리는 건 마왕군에 있어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단지,


“거슬린단 말이지... 주제를 모르고 설치는 것은.”


프랑 공화국은 알아서 우리에게 허리를 굽혔다. 우리와 적대함은 곧 파멸임을 알고, 마왕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을 얻었다.


하지만 한때 알트레아의 공국에 불과했던 아일란즈 공국은 황국이 꼴사납게 무너지는 걸 보고서도, 무너지는 배에 탔다.


결국 자신들은 아무것도 못 할 것을 알았기에 외세의 손을 빌리면서까지도.


약소한 그들이 원하는 건 무엇인가. 정의인가?


나는 혀를 찼다.


윗선의 잘못된 결정은 곧 전부의 파멸이다.


말단은 단지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따를 뿐, 같이 탄 배를 침몰시키는 건 결국 모두 지도자의 책임이다.


왕국이, 제국이, 황국이 몰락하는 것을 보았음에도 못 본 체하고 온 국민을 한꺼번에 침몰하는 배에 태우는 지도층은 살아있어선 안 된다.


내가 마왕이고 그들이 인간이기 이전의 문제다.


그들의 눈에 나는 쓰러뜨려야 할 악이기 이전의 문제며, 충돌은 피할 수 없음을 알기 이전의 문제다.


합리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나로서는 그런 놈들이 정의를 행했답시고 어깨를 펴는 걸 그냥 보고 있기는 힘들었다.


“곧 내가 방문할 예정이라고 공국에 편지를 보내라. 직접 가보도록 하지.”


“그냥 쳐들어가시진 않는 겁니까?”


린이 의외라는 듯 묻는다.


“힘으로 제압하는 건 쉽다, 린. 하지만 장기적으론 그렇게 단순하게 일을 처리하는 건 독이 되기 마련이지.”


나는 가까이 다가온 린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쪽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지 않나, 린? 이미 대륙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마왕군의 장을, 과연 두 팔 벌려 환영해줄까? 아니면 창을 내찔러올까.”


“그렇군요, 앞으로의 사용가치를 헤아리신다는 겁니까. 역시 마왕님의 지혜에는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린은 고개를 주억거리지만, 그렇게 대단한 판단이랄 것도 아니다.


필요한 말은 쓰고, 이용가치가 없는 말은 과감히 버린다는 사실이 존재할 뿐.


난 이러한 행동지침을 마왕군 창설이래, 아니 그 전부터 행해오고 있다.


그 예로 한때 기사단장으로 전 국왕을 모시던 지그문드는 지금까지도 알트레아의 국왕이자 나의 충실한 허수아비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일란즈 공국을 통치하는 공작을 직접 보는 건 염두에 두고 있던 일이었다.


물론, 그가 내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 일대를 아예 싹 쓸어버리고 신사업의 무대로 쓸 생각도 하고 있다.


“호위로는 어느 부대를 데려가시겠습니까?”


린이 정중히 묻는다.


나 혼자 가도 내 신변엔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는 것을 알지만, 이만한 규모의 마왕군을 지휘하는 마왕이 국가를 방문하는 데는 그에 걸맞은 동행이 필요한 법이니까.


“흠, 그렇군.”


나는 잠시 고민하다 손가락을 튕겼다.


“보직심사 겸이다. 류라이스 엘로이에게 부탁하는 걸로 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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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황혼의 다짐 +2 22.06.14 111 5 19쪽
210 쿠데타 +4 22.06.04 126 5 18쪽
209 그리고, 또다시 작별 +2 22.05.28 126 5 21쪽
208 빛 바랜 재회 +2 22.05.13 113 6 17쪽
207 스비엣, 첫 번째 불꽃의 예찬자 +1 22.04.12 127 6 18쪽
206 흉조의 완성 +1 22.03.30 123 5 19쪽
205 환상을 부수는 번견 +1 22.03.25 123 4 15쪽
204 의지는 얼어붙지 않는다 +1 22.03.03 123 5 18쪽
203 격돌 +1 22.02.22 114 4 17쪽
202 집결 +1 22.02.08 110 5 17쪽
201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 +2 22.01.15 116 5 18쪽
200 패배, 그리고 지켜보는 눈 +1 21.12.31 124 4 18쪽
199 카디널 보이드 +2 21.12.24 123 4 17쪽
198 마도 vs 마법 +3 21.12.08 130 3 18쪽
197 망설임을 잠재우지 않으면 +1 21.11.29 125 3 16쪽
196 어둠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1 21.11.16 119 5 18쪽
195 엔딩의 서막 +3 21.11.02 127 7 16쪽
194 시계 바늘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돌아간다 +3 21.10.17 132 5 18쪽
193 예카테리나 페르바크 중위 +1 21.09.28 103 5 18쪽
192 이곳은 죽음이 백색을 띠고 있다 +1 21.09.03 105 5 19쪽
191 하늘에서, 하늘로 쏟아지는 파괴 +2 21.08.01 118 3 17쪽
190 여름 바다, 휴가 +2 21.07.24 112 4 16쪽
189 소녀는 절대 잊지 않는다 +5 21.07.11 120 4 17쪽
188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전란 +3 21.07.05 129 5 19쪽
187 동전의 뒷면은 온도가 다르다 +2 21.06.21 121 6 17쪽
186 전쟁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1 21.06.07 128 4 17쪽
185 종언의 천사 +5 21.05.24 138 5 15쪽
184 광기의 과학자 +3 21.05.15 139 5 18쪽
183 표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3 21.04.27 133 5 1쪽
182 천사, 인간, 그리고 광인 +4 21.04.25 173 5 18쪽
181 메스에는 피가 묻어있다 +2 21.04.12 134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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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인페르노 +1 21.03.11 147 4 18쪽
177 첫 번째 교전 +2 21.03.01 164 4 14쪽
176 겨울 비가 오기 전에 +3 21.02.21 168 8 14쪽
175 밤에 물들어버린 빛 +5 21.02.15 196 9 15쪽
174 손님 맞이 +2 21.02.12 169 7 17쪽
173 어둠은 꽈리를 틀었다 +4 21.02.10 180 7 15쪽
172 마왕의 방문 +3 21.02.07 184 4 16쪽
171 연방 +2 21.02.04 161 6 19쪽
» 기다리는 건 죽음 +3 21.02.02 179 6 16쪽
169 엑스트라는 엑스트라답게 퇴장한다 +5 21.01.31 163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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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우연은 필연의 모습을 하고 있다 +5 21.01.16 166 6 14쪽
164 차가운 운명의 굴레는 오늘도 +1 21.01.14 158 6 16쪽
163 모든 게 얼어붙은 나라 +2 21.01.11 192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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