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리깨3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전문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도리깨3
작품등록일 :
2020.07.01 00:40
최근연재일 :
2020.11.01 23:0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42,180
추천수 :
871
글자수 :
200,506

작성
20.09.10 23:00
조회
410
추천
8
글자
8쪽

생존 - 한강

DUMMY

영등포역으로 돌아가는 순찰차 안에서 2소대장 노한솔 소위가 말했다.


“이것도 언젠간 익숙해지겠죠?”


나는 말했다.


“저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아요.”


그러자 가연씨가 말했다.


“아마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거예요.”


영등포역에 도착하자 가연씨는 피곤했는지 먼저 쉬러 가겠다며 숙소로 향했다. 나와 2소대장만이 지휘 통제실로가 1소대장에게 복귀했다는 인사를 전했다. 퀭한 우리 모습에 놀란 1소대장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구조 활동을 하다 보면 계속해서 오늘과 비슷한 일들을 겪게 될 것이다. 2소대장이 오늘 겪은 일에 대해 1소대장에게 말해주었다. 1소대장은 경악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숙소로 돌아오자 가연씨는 경찰 조끼도 벗지 않은 체 잠들어 있었다. 굳이 깨울 필요 없을 것 같아서 나도 조끼만 대충 벗어 놓고 그녀 옆에 누워 평소보다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점심시간이 조금 안된 시간에 신태성 대위와 영웅씨가 복귀하였다. 다행히 별일 없었는지 표정이 좋았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영웅씨가 풀어주는 모험담을 들었다. 실내 놀이동산 이곳저곳을 누비며 좀비가 있는지 확인하느라 관계자 외 출입 금지 구역까지 들어갔다 온 이야기부터 귀신에 집에서 워커인 줄 알고 공격했는데 알고보니 설치된 조형물이었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했다. 왠지 즐겁게 즐기다 온 느낌이어서 웃음이 났다.


나는 어제 가연씨와 나 그리고 2소대장이 겪었던 일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안타깝고 끔찍한 한 가족의 말로에 대해 이야기해주자 방긋 웃고 있던 영웅씨의 입꼬리가 슬며시 내려갔다. 신태성 대위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선 씁쓸하게 대답했다.


“구조 작전이 조금만 더 일찍 시작되었어도 그 가족의 말로가 달랐을지도 모르겠네요..”


신태성 대위의 자책 섞인 말을 듣자 기분이 더 꿀꿀해졌다. 애초에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앞으로 구조작전을 펼치면서 이와 비슷한 일들을 장병들이 겪게 되어 장병들을 괴롭게 만들 수도 있으니 장병들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취지였는데 결과적으로는 밥맛만 떨어지게 만들어버렸다. 나는 잘못된 타이밍에 괜한 말을 한 스스로를 속으로 책망하였다. 그때 신태성 대위가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오늘은 딱히 바쁜 일 없으니까 같이 한강이라도 다녀오실래요?”


힘든 일을 겪은 우리를 위해 기분 전환이라도 시켜줄 생각인 건가 싶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랜만에 한강에 방문하면 어린 시절 기억도 나고 좋을 것 같았기 때문에 신태성 대위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신태성 대위는 부대를 잠시 행보관에게 맡겨놓고 1,2 소대장과 민간인 3인방을 이끌고 한강으로 향했다. 한강 시민 공원은 넓고 깨끗했으며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분명 어린 시절 뛰어놀던 한강 시민 공원이었지만 그동안 여러 번에 걸쳐 정비한 결과 내가 어릴 적 봐오던 모습은 없어지고 한층 더 세련된 공원이 되어있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도통 올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한강 시민 공원의 모습에 서운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좀비들이 나타나기 전의 세상을 말한 것이지만..


나와 같이 어릴 적부터 영등포에서 지내온 가연씨도 한강에 대한 추억이 많은지 우리는 서로 엇비슷한 지금까지의 삶을 이야기하며 어쩌면 어렸을 적 만났을지도 몰랐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원한 강바람과 한적한 분위기 덕분에 들뜬 우리 민간인 3인방과는 다르게 신태성 대위와 소대장들은 무언가 기다리는 건지 계속 시계를 들여다보며 서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더니 우리 민간인 3인방을 불렀다. 신태성 대위에게 다가가자 신태성 대위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대며 ‘쉿’하는 소리를 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조용히 귀 기울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워커의 그르릉 소리도 아니고 생존자들의 이야기 소리도 아니었다. 무언가 잘 들리지 않지만 분명 노랫소리 같은 것이 강 넘어에서 들려왔다.


5분 정도 집중해서 듣고 있다가 신태성 대위가 포기한 듯 먼저 말을 꺼냈다.


“중간에 강이 껴있어서 그런가 선명하게 안 들리네요.”


나는 당최 우리가 뭘 듣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었다. 가연씨도 나와 같은지 인상까지 써가며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가 무엇인지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그때 영웅씨가 웃으며 신태성 대위에게 물었다.


“신태성 대위님, 이거 대북방송 아니에요?!”


그러자 신태성 대위가 어떻게 알았냐며 신기해했다.


웬 대북방송인가 싶었다. 신태성 대위가 여전히 감을 못 잡고 있는 가연씨와 나를 위해 설명해 주었다.


“서울 탈환 작전에 탄력을 내기 위해서 한강 이북지역에 보병 연대가 투입될 예정인데 구조 작전에 대해 생존자들에게 예고하고 안내하기 위해서 대북 확성기를 북한산에 설치했다고 하네요. 오늘은 시험 방송이라서 그냥 기존에 방송하던 노래를 튼 것 같은데.. 이게 20km 넘게 들린다길래 여기서도 들릴까 싶어서 와봤는데 아쉽게도 한강이 껴있어서 그런가 제대로 들리진 않네요.”


군의 신박한 아이디어에 감탄이 나왔다. 지금까지 함께 일하며 느낀 군은 탁상공론만 해대는 답답한 집단이었는데 드디어 무언가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대북 확성기를 운용하는 장병들의 안전이 걱정되었다. 소리에 이끌린 한강 이북의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 전부 북한산으로 향하면 어쩌나 싶었다. 이 이야기를 신태성 대위에게 말하자 신태성 대위가 대답했다.


“제가 알기로는 대북 확성기는 포격으로부터의 위협 때문에 원격으로 운용한다고 알고 있어요. 아마도 운용 장병들은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 있을 겁니다. 걱정 마세요.”


신태성 대위의 말은 일리 있었다.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알 듯 말 듯 한 노랫소리를 들으며 가슴 깊은 곳에서 희망을 느꼈다.


약 20여 분간 진행된 시험 방송이 끝나자 우리는 영등포역으로 돌아왔다. 신태성 대위는 장병들을 모아놓고 앞으로의 군의 일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전반적으로 속도를 내기로 하였는지 아직 한강 이남 지역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지만 한강 이남 지역 정리와는 별개로 한강 이북 지역에서의 작전도 빠른 시일 내에 시작할 예정이며, 장병들이 경계 작전 및 구조 작전 간 실탄을 소지하고 사용하게 될 예정이니 안전에 반드시 유의하라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모든 장병들에게 실탄이 지급된다는 소식에 확실히 군이 탁상공론을 그만두고 현실을 보기로 결정한 것 같아서 무척이나 기뻤다. 많이 늦지만 확실히 변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고무적인 감정을 느낀 나와 다르게 일부 간부들은 전 장병 실탄 무장 소식이 썩 달갑게 느껴지진 않은 듯했다. 아무래도 안전 문제가 가장 크긴 한 것 같다. 물론 알파 중대는 총검술을 열심히 훈련하였고 실탄 없이 충분히 잘해왔다. 하지만 빠른 서울 탈환을 위해서 실탄 사용은 불가피했다.


숙소에 돌아온 가연씨와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군이 본격적으로 작전을 시작하면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서울 탈환을 해낼 것 같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도시를 탈환하고 나서 우리 민간인 3인방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연씨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그냥 시골로 가서 조용히 살아요.”


작가의말

연재 주기가 바뀌고 두 번째 에피소드네요.


저는 갑자기 바빠진 탓에 정신없이 지내고 있답니다!


독자님들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날이 많이 풀렸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항상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b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좀비:전문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안내 20.09.06 97 0 -
공지 좀비:전문가가 일반 연재로 승급되었습니다! 20.08.21 110 0 -
공지 분량에 관하여 사과드립니다. +4 20.07.28 168 0 -
공지 저녁 11시에 업로드 됩니다! 20.07.13 341 0 -
64 생존 +7 20.11.01 404 5 7쪽
63 생존 - 조사(2) 20.10.29 261 4 8쪽
62 생존 - 조사 +2 20.10.25 272 4 8쪽
61 생존 - 후송 +2 20.10.22 276 6 9쪽
60 생존 - 김포 공항 포위(2) +4 20.10.18 312 7 10쪽
59 생존 - 김포 공항 포위 +7 20.10.15 327 6 9쪽
58 생존 - 김포 공항 +5 20.10.11 321 7 8쪽
57 생존 - 강서구 +4 20.10.08 382 6 8쪽
56 생존 - 생환 +3 20.10.04 336 8 8쪽
55 생존 - 반석 위에 지은 집 20.10.01 338 9 11쪽
54 생존 - 아파트 단지 +3 20.09.27 350 7 10쪽
53 생존 - 양천구 +2 20.09.24 348 8 7쪽
52 생존 - 도서관 +7 20.09.20 368 7 8쪽
51 생존 - 내기 +2 20.09.17 369 8 8쪽
50 생존 - 영등포 정리 +4 20.09.13 385 10 8쪽
» 생존 - 한강 +2 20.09.10 411 8 8쪽
48 생존 - 가족 +2 20.09.06 422 9 9쪽
47 생존 - 파출소 +4 20.09.03 398 8 8쪽
46 생존 - 영등포역 탈환 +3 20.09.02 407 8 8쪽
45 생존 - 징계위원회 +4 20.09.01 412 8 10쪽
44 생존 - 관료주의 +6 20.08.31 405 9 7쪽
43 생존 - 조사관 +2 20.08.30 395 8 7쪽
42 생존 - 의무대 소란 사건 +4 20.08.27 416 7 7쪽
41 생존 - 생존자 수색(2) +6 20.08.26 423 9 8쪽
40 생존 - 생존자 수색 +6 20.08.25 426 9 7쪽
39 생존 - 영등포역 +4 20.08.24 445 8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