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리깨3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전문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도리깨3
작품등록일 :
2020.07.01 00:40
최근연재일 :
2020.11.01 23:0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42,174
추천수 :
871
글자수 :
200,506

작성
20.10.25 23:00
조회
271
추천
4
글자
8쪽

생존 - 조사

DUMMY

민팀장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불’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위험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불은 위험하긴 하지만 잘 다룬다면 매우 유용하듯 그 또한 유용한 사람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화로 속에서 타오르는 영원히 꺼지지 않을 불과 같은 사람이었다.


민팀장은 특전사 팀원들과 알파 중대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신대위가 치료를 받고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혹은 위에서 새로운 명령이 있을 때까지 임시로 중대장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신대위의 빈자리를 꿰찰 생각 없습니다. 물론 야망 있는 군인으로써 모든 시선이 집중된 이 자리가 탐나는 자리입니다만 비겁하게 남의 밥상에 숟가락 얹는 건 제 스타일 아닙니다. 알파 중대는 지금까지 해오신 대로 하시면 됩니다. 우리 팀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임무에 맞게 잘 동화하시면 됩니다. 이제 우리는 한배를 탔습니다. 우리 모두 육군이니까 배보단 팀이라고 하죠 이제 우린 한 팀입니다. 앞으로 잘해봅시다.”


민팀장은 작전을 할 적이면 항상 현장에 나와서 직접 작전을 지휘했다. 신태성 대위도 현장에 나와서 지휘하긴 했지만 그 둘의 지휘 스타일은 너무나도 달랐다. 신태성 대위는 뒤에서 밀어주는 리더라면 민팀장은 앞에서 이끌고 가는 리더였다. 그는 항상 선두에 서있었고 그가 지나간 길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한 번은 작전 중에 민팀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옆으로 와 말을 건 적이 있다.


“제가 왜 민대위가 아니라 민팀장인지 아세요?”


내가 대답을 못하고 오래 고민하자 민팀장이 내 등을 탁 치며 말했다.


“뭘 그렇게 고민하세요~ 작전 뛰는 팀을 지휘하니까 민팀장이죠!”


알파 중대원들은 간부고 병사고 할 것 없이 그를 ‘중대장님’이 아닌 ‘팀장님’이라고 불렀다. 물론 민팀장 본인이 원해서 그렇게 부르도록 지시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사실 그는 신태성 대위의 자리를 남겨놓고 싶었던 것 같다.


김포 공항에서의 격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 사이 신태성 대위가 많이 회복되었다는 소식에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로 병문안도 두어 번 다녀왔다. 격전의 그날이 점점 머릿속에서 희미해질 때쯤 대대에서 연락이 왔다. 폭도들의 지휘관이 드디어 의식을 찾았고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니 담당 조사관이 김포 공항에서 조사를 진행할 동안 그들을 보호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제 와서 조사를 시작한다고? 아닌 게 아니라 전투가 있던 다음날 헌병대에서 방문하여 이미 한차례 조사를 진행하고 갔다. 그때 별다른 말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김포 공항 내부의 폭도들의 시신을 부패하기 전에 건물 밖으로 빼서 정리하고 그들의 무기와 보급품 등 우리가 쓸 수 있는 자원들을 챙겨왔다. 이미 정리가 끝난 텅 빈 현장에서 뭘 조사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민팀장은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별달리 증언을 할 게 없는 행보관에게 주둔지를 맡기고 직접 2소대 병력을 이끌고 김포 공항으로 향했다. 조사관은 무엇을 찾기 위해 왔는지 달리 말해주지 않고 그저 묵묵히 우리의 행렬을 뒤따랐다.


앞서달려가던 장갑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결국 멈춰버렸다. 무슨 일인지 앞쪽 상황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차 안에서 오만가지 추측을 하며 무전을 기다렸다. 잠시 후 P96K 무전기에서 민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간부들 하차 후 1호 차로 집합”


곯아떨어진 영웅씨를 뒤로하고 가연씨와 나도 차에서 내려 행렬 선두에 있는 1호 차로 걸어갔다. 그리고 민팀장의 말을 듣기 전에 그가 왜 간부들을 소집했는지 알 수 있었다.


불과 2주 정도 지났다. 격전의 그날 장갑차가 터지는 소리, 특전사 저격수가 저격총을 쏘는 소리, 특전사와 2소대가 김포 공항 본관 내부에 폭도들을 소탕하며 낸 총소리.. 큰소리가 많이 나기야 했다지만 2주 만에 김포 공항은 좀비 소굴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근방 좀비들을 폭도들이 깡그리 처리한 걸로 예상했었다. 아마 이 좀비들은 그보다 더 먼 곳에서 온 듯했다.


김포 공항 앞 도로가 좀비들로 가득 차 까맣게 보였다. 충분히 먼 거리임에도 묘하게 썩은 내가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민팀장은 간부들과 잠시 이야기를 하더니 성큼성큼 행렬 가장 뒷줄에 있는 조사관의 차로 걸어갔다.


민팀장이 다가오는 것을 본 조사관의 운전병이 운전석 창문을 내렸다. 민팀장은 운전석 창문으로 걸어가 고개를 숙여 조수석에 타있는 조사관에게 말했다.


“반장님 잠시 밖으로 나와보시죠.”


황금색 준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중년의 조사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차 밖으로 나왔다. 썩은내가 난다는 게 내 착각이 아닌지 그는 차 밖으로 나오자 표정이 확 구겨지더니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코를 덮었다. 민팀장은 고갯짓으로 조사관에게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곤 다시 성큼성큼 걸어서 가장 앞 열에 있는 1호 차로 돌아갔다. 조사관은 여전히 손수건으로 코를 가린 체 민팀장을 따라갔다.


나도 민팀장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 가연씨와 함께 그들을 뒤따라 갔다. 조사관은 먼저간 민팀장 옆에 서더니 김포 공항을 바라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이야.. 이 정도면 많은 겁니까?”


아마 좀비를 직접 상대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인 듯했다. 민팀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조사관을 보며 말했다.


“많다마다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이 정도로 많은 좀비는 처음 봅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특수부대원도 혀를 내두를 상황이었다. 조사관은 민팀장은 쳐다도 안 보고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민팀장이 자신의 귀를 의심한 듯 다소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조사관은 그제야 민팀장을 보며 말했다.


“저기 좀비들.. 다 처리하려면 얼마나 걸리시겠습니까?”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좀비 소탕이라면 잔뼈 굵은 2소대장이 거들었다.


“저 정도 좀비면 안전하게 건물 외부만 정리하는 것도 지금 병력으로는 하루 종일도 모자랍니다. 건물 내부까지 정리하려면 더 오래 걸리겠고요.”


조사관은 2소대장의 말을 듣더니 천연덕스럽게 민팀장에게 질문했다.


“주둔지에 남은 병력들을 추가로 투입 시킬 수는 없는 겁니까?”


다소 건방진 조사관의 말투에 태도에 민팀장이 거칠게 대답했다.


“추가고 자시고 간에 저기 조사할게 있긴 합니까? 꼭 들어가셔야 하냐 묻는 겁니다.”


그러자 조사관이 언짢았는지 표정을 구기곤 대답했다.


“당연히 필요하니까 조사하러 온 게 아니겠습니까?”


민팀장이 말했다.


“이미 헌병대가 사건 다음날 바로 와서 이것저것 조사하고 돌아갔습니다. 그날 조사가 끝났으니 물건 옮겨도 된다는 허락받고 내부 물자들 중에 쓸만한 것도 빼왔고요. 들어가 봤자 텅텅 비었습니다.”


그러자 조사관이 짜증 난다는 듯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아 그건 헌병대 이야기고.. 우리가 보려는건 다른 겁니다.”


그 말을 듣자 민팀장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언성을 높여 말했다.


“이 시국에 간첩이라도 잡는답니까? 기무사가 뭐 한다고 여기서 이러는 겁니까?”


조사관은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더니 민팀장이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러나 저러나 좀비부터 처리해야 하니 오늘은 일단 돌아가십쇼. 모레까지 김포 공항 내부까지 정리해 놓을 테니 그때 오셔서 조사를 하던지 간첩을 잡던지 알아서 하십쇼.”


작가의말

독자님들 잘 지내시나요?


요즘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좋은 한 주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b


+ 좀비:전문가는 2015년도 군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2020년 현재와 다소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기무사 관련 자문을 해주신 P님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좀비:전문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안내 20.09.06 97 0 -
공지 좀비:전문가가 일반 연재로 승급되었습니다! 20.08.21 109 0 -
공지 분량에 관하여 사과드립니다. +4 20.07.28 168 0 -
공지 저녁 11시에 업로드 됩니다! 20.07.13 340 0 -
64 생존 +7 20.11.01 404 5 7쪽
63 생존 - 조사(2) 20.10.29 261 4 8쪽
» 생존 - 조사 +2 20.10.25 272 4 8쪽
61 생존 - 후송 +2 20.10.22 276 6 9쪽
60 생존 - 김포 공항 포위(2) +4 20.10.18 311 7 10쪽
59 생존 - 김포 공항 포위 +7 20.10.15 327 6 9쪽
58 생존 - 김포 공항 +5 20.10.11 320 7 8쪽
57 생존 - 강서구 +4 20.10.08 382 6 8쪽
56 생존 - 생환 +3 20.10.04 336 8 8쪽
55 생존 - 반석 위에 지은 집 20.10.01 338 9 11쪽
54 생존 - 아파트 단지 +3 20.09.27 350 7 10쪽
53 생존 - 양천구 +2 20.09.24 348 8 7쪽
52 생존 - 도서관 +7 20.09.20 367 7 8쪽
51 생존 - 내기 +2 20.09.17 369 8 8쪽
50 생존 - 영등포 정리 +4 20.09.13 385 10 8쪽
49 생존 - 한강 +2 20.09.10 410 8 8쪽
48 생존 - 가족 +2 20.09.06 422 9 9쪽
47 생존 - 파출소 +4 20.09.03 398 8 8쪽
46 생존 - 영등포역 탈환 +3 20.09.02 407 8 8쪽
45 생존 - 징계위원회 +4 20.09.01 412 8 10쪽
44 생존 - 관료주의 +6 20.08.31 404 9 7쪽
43 생존 - 조사관 +2 20.08.30 395 8 7쪽
42 생존 - 의무대 소란 사건 +4 20.08.27 416 7 7쪽
41 생존 - 생존자 수색(2) +6 20.08.26 423 9 8쪽
40 생존 - 생존자 수색 +6 20.08.25 426 9 7쪽
39 생존 - 영등포역 +4 20.08.24 444 8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