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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무한의 공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림(琳)
작품등록일 :
2016.09.21 19:02
최근연재일 :
2016.10.20 21: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6,101
추천수 :
5,283
글자수 :
94,357

작성
16.09.28 21:00
조회
7,769
추천
163
글자
7쪽

무한의 공략자 #10

DUMMY

꽤 붙임성 있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남은 시간을 계산 해 보았다. 확실히, 혼자보다는 둘, 셋이 편했다.

‘특히 잠자리를 준비하는 과정이 편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과는 짧게 통성명을 나눴다.

“나는 제임스라고 한다. 나이는 ‘서른 하나.’ 방패수를 맡고 있지.”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악수를 청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양인이었다. 나는 가볍게 악수를 받아 주었다.

“나는 다니엘 해리. 나이는 ‘스물 넷’이고 공격수야.”

짧게 짜른 머리칼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다음은 홍일점인 활을 든 여성이었다.

“나는 박해령. 한국 양궁 국가대표 후보생이었는데, 탑에 끌려왔어. 나이는 ‘스물 셋’이고 잘 부탁해!”

같은 한국인을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나는 입을 벌려 내 이름을 말했다.

“이환. 나이는 ‘스물 다섯.’ 신력꾼이다.”

“오오, 신력꾼!”

세 사람의 눈빛에서 놀람이 보였다. 판타지 소설에서의 마법사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신력꾼은 신력 자체를 공격, 방어, 이동 수단으로 변형시켜 전투하는 자들을 의미했다.

소환사, 지킴이, 길잡이와 같이 아주 희귀한 재능이었다.

“3층에서 신력꾼을 만나게 될 줄이야. 이거 영광이로군.”

“최대한 빠르게 가고 싶은데. 괜찮나?”

내 얘기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중에 해리의 는빛을 보았다. 그는 초롱초롱한 눈길로 나를 보는 해령을 흘끗 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쳇.”

그의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퍽 귀여웠다. 남자의 질투는 의외로 단순해서 적당히 관심을 돌려주면 될 것이다.

나는 회귀 후 첫 동료들을 받았다. 물론 경계는 한다. 과연 이들은 나에게 어떤 결말을 가져다 줄 것인가. 호기심을 안고 지켜봐야겠다.


네 사람은 두런두런 말을 하면서 걸었다. 나에게 가장 말을 많이 건 것은 해령이었다. 그녀는 내가 나이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는 오빠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해 왔다.

“그런데, 신력은 어떻게 각성하게 됐어요?”

“2층에서 우연하게 정수를 얻었지.”

나는 그렇게만 얘기했다. 신력의 능력치를 올릴 방법은 단 한 가지. 신력의 정수를 얻는 것. 그것만이 신력을 다룰 수 있게 해 주었다.

해령은 부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신력은 아마도 ‘0’이나 ‘10’ 미만일 것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재능 있는 소수의 사람만이 10이 넘는, 신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치를 타고난다. 선택받은 자들이었다.

“그러면 지금 신력은 10이 넘겠네요?”

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잡담은 이제 끝.

“적이다. 교전 준비해.”

내 입이 열림과 동시에 해리와 제임스가 좌우측을 경계했다.

‘꽤 감이 좋군.’

나도 신력을 끌어 모았다. 뭐든지 적당한 것이 중요하다. 이 자들을 완벽하게 믿을 수 없는 만큼, 단지 조금 뛰어난 신력꾼의 모습만을 연기할 것이다.

“암살여우다. 모두 조심해.”

거대한 여우의 모습을 하고 있는 녀석들. 털 대신 딱딱한 비늘이 돋아나 있었고, 엄청난 각력으로 튀어 올라 앞발로 적을 찢어 죽이는 몬스터였다.

“숫자는?”

“여섯!”

해령이 시위를 당기며 물었고, 해리가 답했다. 저 멀리서 모래 먼지가 일었다. 동료들의 행동이 기민한 것을 보아 오랜 시간 합을 맞췄으리라 판단했다.

“엄호를!”

“알았다.”

방패수와 공격수가 앞으로 나갔다. 나는 작은 신력을 만들어 사방으로 달려오는 녀석들을 견제했다.

암살 여우의 각력은 일반 성인 남자를 훨씬 상회한다. 꾸준히 성장하며 천천히 탑을 올라온 자들이 아니라면, 암살여우는 버거운 존재다.

터엉-! 방패가 심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굵은 허리와 단단한 하체는 암살여우의 공격을 받아내고도 멀쩡했다.

‘호오.’

나는 작게 감탄사를 뱉었다.

“하아압-!”

공격수는 암살여우의 약점을 잘 공략했다. 주춤거리고 있는 암살 여우의 목덜미에 검날이 떨어졌다.

‘캥!’ 하는 소리와 함께 암살여우가 피분수를 뿜었다. 하지만 일격에 죽이진 못했다. 그 순간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퍼억-! 하고 여우의 몸이 붕 떴다. 저 멀리 날아가는 여우의 몸뚱이에는 큼지막한 화살이 박혀 있었다.

“나이스 샷!”

제임스가 외쳤다. 합이 아주 제법인 팀이었다.

‘나도 놀고만 있을 수는 없지.’

나는 신력을 창 형태로 만들어 쏘아 보냈다. 지원수, 해령의 옆에서 달려드는 여우 한 마리를 요격했다. 콰직-!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여우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혀를 빼물었다.

“오, 고, 고마워요!”

“아직 네 마리나 더 남았다. 방심 하지 마.”

나는 신력의 창을 하나 더 만들며 충고했다.

“오우! 알겠다고. 우리 신력꾼님, 실력이 제법이야?”

나는 피식 웃고 전투에 집중했다.

“어이! 잡담할 시간에 몬스터나 쳐 죽여!”

잔뜩 심통이 난 해리의 목소리. 난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저 멀리서 제임스를 노리고 뛰어 오른 여우를 쏘아 맞췄다.

“엇.”

한껏 준비하고 있던 제임스가 황망히 고개를 돌렸다.

“사장님~ 나이스 샷!”

뒤에서는 해령이 시위를 먹이며 응원했다. 전투는 10분도 안 돼서 끝났다. 암살여우 정도는 쉽게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정수는 공평하게 분배했다. 나에게는 그다지 필요가 없었다. 기껏해야 한 놈이 운 좋게 최하급 물의 정수를 가지고 있어 경험치가 3%정도 올랐다.

“후우, 무사히 끝났군. 그럼 가자.”

리더는 보통 ‘방패수’가 맡는다. 그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환이라고 했나? 신력을 조작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과찬이다. 암살여우는 동선이 하나니까.”

20층에만 가도 이런 단순한 조작으로는 맞추기 힘든 몬스터들이 득실거린다. 하지만 신력꾼이 흔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첫인상이 좋아서인지 제임스는 연신 말을 붙였다.

“쳇, 아저씨. 그러다가 몬스터라도 나타나면 어쩌려고 그래요? 이제 고작 한 번 전투 치른 것 가지고 영웅 납셨네.”

“그래도 신력을 다룬다는 게 어디 쉬운가?”

제임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순박한 아저씨였다. 툴툴거리는 해리를 보고 있자니 피식, 실소가 흘러 나왔다. 마치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열등감 많고 질투가 넘쳤던, 그래서 호기로운 척 했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오빠. 신경 쓰지 마세요. 부러워서 저러는 거니까.”

해령이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속삭였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래도, 심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날씨 좋~네.”

여행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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