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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비각

여인천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동방존자
작품등록일 :
2013.04.18 18:35
최근연재일 :
2013.05.20 18:5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2,962
추천수 :
1,280
글자수 :
80,429

작성
13.05.18 18:23
조회
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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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글자
7쪽

내공의 위대함

DUMMY

21. 내공의 위대함


신수영이 거의 직각으로 휘어진 검을 곧추 세우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내 그의 몸에서 엷은 홍채(紅彩)가 서서히 피어났고, 이와 동시에 구부러진 검이 내공이 실리며 반듯하게 펴지기 시작했다.


“호오! 제대로 해보시겠다?”


버릇처럼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린 금지훈이 양손을 들어 가슴 앞에서 십자로 교차시켰다.


“그런데, 이를 어쩌누? 원래 주인공은, 적이 세지면 그만큼 더 세지는 법이거든. 무슨 얘기냐고? 아무리 용 써봐야 이쁜 자기가 나한테 이길 가능성은 없다는 거지!”


물 흐르듯 담담했던 금지훈의 기도가 찰나지간 돌변했다.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기세가 달빛을 삼키는 먹구름처럼 장내를 급격히 잠식해 들어갔다. 그리고.


- 파츳, 파츠츳.


기이한 소성과 함께 금지훈의 희고 가는 손가락 끝마다에서 금빛 전광(電光)이 튀었다.

오뢰탄섬지(晤雷彈閃指)의 공능.


안일하게 대응하느라 내공을 너무 늦게 끌어올려 낭패를 당했을 뿐이라며 자위하던, 진원지기까지 끌어내 새로이 전의를 불태우던 신수영의 눈빛이 일순 암연해졌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왔다는 말인가? 모르긴 몰라도, 어지간한 무관의 관주들 못지 않을 듯했다.

별창의 주구라고 보기에는 너무 강했다. 수주에서 동주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이미 몇몇 주구들을 상대해 본 터. 때문에 그들에 대해 나름 많이 조사한 신수영이었다. 하여 별창의 주구 중에도 조화경에 이른 일곱 명의 주구가 존재함을 알지만, 그들 칠대매영(七大魅影)도 구주천이 가한 금제 하에서는 눈 앞에 있는 적과 같이 패도적인 기세를 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신수영이 어금니를 사려 물었다.

공력 면에서 그에 못 미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허나, 승부는 공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자신은 구대무관의 하나인 대 공동관의 복마검수.

오로지 복마검수들에게만 전해지는 궁극의 비기 구품복마검(九品伏魔劍)을 그 누가 당해내리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신수영이 하늘 높이 도약했다.


“타앗!”


*


“여기서 왼쪽? 아니, 오른쪽이었나? 현자님, 이게...”


신수영의 검을 들고 이리 저리 휘둘러 보던 귀영 2호 선우진이, 금지훈에게 말을 걸다 말고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애타는 눈빛으로 어딘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금지훈을 헛기침으로 일깨운다.


“흠흠, 현자님? 현자님?”

“아! 미안하오. 내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소?”


꼭 자신 앞에서만 점잖을 빼는 금지훈을 보며, 선우진이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지 마시고, 그냥 취하시지요?”

“취하다니? 무엇을 말이오?”

“관심이 있으시니, 그리 훔쳐보시는 것 아닌지요?”


말뜻을 알아들은 금지훈이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허나, 선우진은 그것이 못된 장난을 하다 딱 들킨 어린아이의 표정과 정확히 상통함을 알았다.


“어허, 2호는 날 어찌 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요. 내가 이래 보여도 나름 현자 소리 듣고 살건만, 처음 본 처자에게, 그것도 부상을 입고 실신한 여인에게 여색을 떠올릴 사람으로 보이시오?”


마음 같아선 날름 ‘네!’ 하고 외치고 싶은 것을 눌러 참으며 선우진이 공손하게 말을 받았다.


“역시 그렇지요? 헌데 왜 자꾸? 소첩은 살짝 궁금하답니다.”

“아, 그야... 그렇지! 내 걱정이 되어 그런 것 아니겠소. 혹시나 내 너무 과하게 손을 쓴 것은 아닌지. 아시잖소? 내가 원래 평소에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죽이지 못하는 선인이란 것을. 크흠.”


벌개진 얼굴로 변명을 늘어놓는 금지훈을 보며, 선우진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짜식, 핑계는! 침 넘어가는 소리가 밖으로 다 들릴 지경이었구만. 그래도 귀여워. 저거 바람끼만 아니면, 딱 내 취향이긴 한데. 훗.”



금지훈과 신수영은 근 백여 합을 겨뤘다.

실력이 비등했던 것이 아니다. 금지훈이 부러 여지를 남겼을 뿐.


소황은 뇌령신조를 잡으로 밀림에 들어가기 앞서, 이위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흑림 출신 여무사를 대역으로 투입할 계획이었다. 일행 중에 밀림에 대해 잘 아는 자가 있어야 하거니와, 돌발상황이 닥쳤을 때 소황이 보다 편하게 운신하려면 남궁시연의 이목을 차단할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역할을 귀영 2호인 선우진이 맡기로 했었는데, 신수영이 생각보다 고수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다소 난감해졌다. 귀인을 쓰러뜨릴 정도의 실력자라면 선남부에 있는 귀영을 다 끌어 모아도 상대하기 버겁다는 뜻이기에. 양대희가 급히 금지훈을 청한 것도 그래서였다.

어차피 금지훈도 일행에 합류할 생각이기는 했으나, 신수영의 대역은 여전히 선우진이 하기로 했다. 남궁시연이 신수영과 내연관계임이 추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천변만화공으로 줄이고 늘이는 것까지는 가능해도, 있는 것을 없애지는 못하는 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몸 쓰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금지훈은 신수영을 단박에 제압하고 끝내고자 했으나, 이차 격돌을 바로 앞두고 선우진이 보낸 전음 때문에 부득이 시간을 끌었다.

선우진이 조금 더 완벽한 위장을 위해 신수영의 검초를 직접 보기를 원했던 것.

안타깝게도 금지훈은 선우진의 부탁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녹록치 않은 선우진에게 지은 죄과가 있어 발목을 단단히 잡힌 상태인 탓이다. 사실, 금지훈이 선남부에 올까 말까 망설인 가장 큰 이유도 선우진 때문이었다.

선우진의 눈치를 살펴 이제 되었다 싶은 순간 승부를 마무리지었고, 그 뒤 금지훈과 선우진은 신수영이 선보인 구품복마검을 차근차근 복기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문제는 그러는 동안 남정인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짓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쓰러진 신수영의 옷을 홀딱 벗기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마구 뒤집어 가며,

온몸을 구석구석 샅샅이 더듬고 있었던 것이다!

남정인이 신수영의 몸에 탐심을 품은......

것은 아니고, 그의 신체지수를 재고 몸에 난 점이나 흉터 같은 특징을 세세히 조사하는 중이었다. 천변만화공을 통해 신수영으로 분할 선우진을 위해.

어쨌든, 의식을 잃은 채 이리 저리 마구 뒤집히는 신수영이 안타까워 금지훈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남정인을 크게 나무라고 싶었다. 사람을 그리 함부로 다루는 게 아니라고. 좀 천천히 뒤집으라고.



“현자님? 현자님?”


작업을 마친 남정인이 신수영의 상체를 일으켜 세워 다시 옷을 입히는 것을 넋 놓고 지켜보는 금지훈을, 선우진이 다시 불렀다.

그 목소리가 조금은 뾰족했다.

멍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린 금지훈의 시선이 자기도 모르게 선우진의 앞섬을 훑었다.


‘그래, 그래. 샘도 나겠지. 아, 내공의 위대함이여! 내가 언제 남궁시연의 ‘디’를 바랬더냐? 그저 신수영처럼 ‘씨, 정도면 충분하건만. 어째 너는 뽕을 넣은 티가 팍팍 나는데도 ‘삐’란 말이냐!’


깊이 절망하는 금지훈이었다.

아, 진짜! 김태희만 안 닮았어도, 그냥 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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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술사 +22 13.05.20 3,283 63 8쪽
» 내공의 위대함 +8 13.05.18 3,223 50 7쪽
20 전륜무사 +11 13.05.16 3,207 59 9쪽
19 격돌 +10 13.05.15 2,658 52 8쪽
18 밤의 시작 +7 13.05.14 4,044 57 9쪽
17 농락 +8 13.05.13 3,139 53 8쪽
16 모윤진 +11 13.05.11 3,325 58 10쪽
15 사람답게 사는 것 +12 13.05.09 2,791 59 11쪽
14 금지훈 +12 13.05.07 2,580 49 7쪽
13 혁천의 왕 +9 13.05.06 3,325 49 13쪽
12 환골탈태 +11 13.05.04 3,257 59 7쪽
11 거래 +13 13.05.02 3,434 56 10쪽
10 삼음절맥 +16 13.04.28 3,946 75 8쪽
9 뇌령신조 +21 13.04.26 3,645 55 7쪽
8 은자 +21 13.04.25 3,237 54 7쪽
7 남궁세가 +20 13.04.24 3,511 72 8쪽
6 남궁시연 +24 13.04.23 3,344 56 8쪽
5 준귀인 +20 13.04.22 3,347 55 9쪽
4 매화검수 +7 13.04.21 3,901 52 6쪽
3 옥야각 +3 13.04.20 4,773 51 7쪽
2 씨종 소황 +10 13.04.19 6,265 62 8쪽
1 서장 +10 13.04.18 8,728 8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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