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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비각

여인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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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존자
작품등록일 :
2013.04.18 18:35
최근연재일 :
2013.05.20 18:5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2,94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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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429

작성
13.04.20 17:11
조회
4,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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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글자
7쪽

옥야각

DUMMY

3. 옥야각


풍주(風州)는 역천세 당시 풍운전의 기반이었던 대륙 남단에 위치하고 있었다. 태완산맥과 청하(靑河)를 경계로 남주, 동주를 머리에 이고, 사대금역의 한 곳인 흑천밀림(黑天密林)을 발 아래 두었다.

흑천밀림과 면한 남방은 광활한 평원지대로, 겨울이 없고 비가 잦아 농경의 보고였다. 풍주에서 나오는 백미가 구주천 전체 생산량의 삼할을 넘을 정도. 먹거리가 넘치고 기후 또한 좋으니 사람도 많이 산다. 서인의 수만 육천만을 헤아리니, 인구수로는 천주와 동주, 수주 다음이다. 다만, 평원지내에서 조금만 남쪽으로 벗어나면 흑천밀림에 근거한 이물(異物)과 야수들이 빈번히 출몰하기 때문에 발길이 끊기고 버려진 땅도 상당했다.

풍주 금경인 북윤아가 처음 작위를 승계했을 당시에는 버려진 옥토를 개간해 백미 소출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남방 개척에 신경을 많이 쏟았다. 서인의 이주를 장려하고 천인과 비인 또한 대량으로 투입했다. 명망이 높은 무사들 여럿에게 새로 철경의 작위를 제수하고, 평원 남방을 봉토로 주어 스스로 열의를 가지고 개척사업을 펼쳐나가게 했다.

허나,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가운데 대대로 경쟁관계였던 남주와의 사이가 크게 악화되면서, 남방 개척을 위한 소위 남로정진책(南路精進策)은 자연스럽게 흐지부지 뒷전으로 밀려났다.


선남부(宣南府)도 남로정진책 과정에서 새로 들어선 부였다.

부주인 일검오향(一劍五香) 모윤진은 칠십이관 중 상위 구대무관으로 꼽히는 화산관 출신의 유명한 무사로, 북윤아에 의해 영입되어 새로 귀인이 된 인물이다.

풍주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수이나 정치와 행정 쪽으로는 그저 젬병인 자. 비슷한 시기에 영입된 다른 두 명이 동경으로 승작되는 동안 여전히 철경으로 남았고, 이주 가호 일만으로 시작한 선남부 또한 그 상태 그대로였다. 현으로 격하되지 않은 게 용할 지경.


옥야각은 바로 이 선남부에 있는 유일한 홍루이다.

본관은 오층으로 지어진 누각인데, 일층은 탁 트인 주청이고 이삼층은 격벽으로 칸을 나눠 향방(享房)으로 만들었다. 각 층에 하나씩 수십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큰 향방이 있으나, 나머지는 모두 오륙인 기준의 작은 방이다. 사오층은 묵어가는 자들을 위한 숙방(宿房)으로, 사층에는 방이 이십여 개가 넘지만, 오층은 특실 세 개뿐이다. 다만, 이곳 숙방들은 하루 묵어가는 방이고, 장기 투숙객을 위한 십여 개의 별채가 본관 뒤쪽에 딸려 있었다.

향방에서 술시중을 들거나 아예 숙방까지 따라 올라가 손님들과 밤을 같이 하는 규화(閨花)들은 백여 명 가까이 되었는데, 그 중 절반은 천인에 속하는 기인(妓人)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비인들이다.


규모가 꽤 되고 치장도 그럴싸하게 꾸며 놓은 옥야각이지만, 이전에는 원래 파리만 날리기 일쑤였다.

딱히 구경할 꺼리도 없고, 근방에 유명한 무관이 있는 것도 아니며, 마땅히 특산품이라 할만한 것도 없으니, 외지의 한량도, 무사도, 상인도 선남부를 찾을 일이 거의 없다. 하여 내지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야 하는데, 고작 일만 가호 남짓한 선남부에 옥야각을 벅적하게 채울만한 수요가 있을 리 없다.

일면 화려하게 출발한 남로정진의 기치에 편승하고, 일면 화산관 출신 대고수인 모윤진의 역량에 기대를 걸고, 선남부에 떡하니 옥야각을 차린 각주 양대희(梁大姬)는, 하여 지난 세월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며 곤욕을 치르고 있었는데.

역시 죽기 전에 한 번의 기회는 온다고, 몇 개월 전부터 갑자기 선남부에 외지 무사들이 홍수처럼 밀려들며, 옥야각 또한 덩달아 미어터지기 시작했다.




주렴 걷히는 소리에, 산대에 앉아 있던 양대희가 입끝이 귀에 걸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전형적인 무사 차림의 세 사람이 막 문턱을 넘고 있었다.

앞장선 이는 짧은 가죽 치마에 치맛단과 끝선을 맞춘 녹색 상의, 그 위로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붉은 피풍의를 걸치고 있었는데, 귀티가 자르르 흐르는 대단한 미색의 젊은 진인이었다.

평범한 유랑 무사의 차림새였지만, 그를 흘깃 본 양대희는 외지에서 온 어느 명망있는 세가의 자제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밖으로 드러난 얼굴이며 허벅지가 백옥같이 흰 것이 볕이 강한 이곳 풍주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웠고,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차림을 하고 그를 호위하는 듯한 두 중년 무사가 일견하기에도 보통 실력이 아닐 듯했기 때문이다.


‘저 정도 미색이면, 귀인이라고 해도 믿겠군. 설마 진짜 귀인은 아니겠지?’


양대희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홍루의 중간관리자인 중이(中吏) 한 명이 구르듯 달려가 무사들을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무사님들. 저희 옥야각을 방문해 주셔 무한한 영광입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하관이 좁고 눈매가 매서운 중년 무사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일단, 향방에서 간단히 한 잔 걸칠 생각일세. 그리고, 한 며칠 쉬어갈 예정인데 조용한 방이 있는가?”

“에그그, 어쩌지요? 그럼, 별채를 쓰셔야 할 텐데, 지금 귀빈관(貴賓館) 밖에는 안 남아서. 귀빈관이.”

“주시게.”


중년 무사가 뒷말을 잘랐음에도, 중이의 얼굴에 희색이 돈다.

별채 귀빈관은 하룻밤 묵는데만 은자로 열 냥. 일년에 두어 번, 부주인 모윤진이 들를 때나 쓰이는 곳이다. 일반 별채가 아직 한 동 남았음에도 혹시나 싶어 슬쩍 찔러본 건데, 가격조차 듣지 않고 알겠단다. 이런 자들이면 나중에 열닷 냥쯤 올려 불러도 흔쾌히 셈할 지 모른다. 사랑스런 호구들.


귀빈관에 먼저 들러 여장을 푼 일행은 중이를 따라 다시 본관으로 향했다.

침소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 이유를 아는 이는 거의 없으나 오랜 전통이자 불문율인 탓에, 홍루에서도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숙방이나 별채에 주안상을 들이지 않는다.

홍루에 향방을 두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자기들만의 은밀한 이야기가 있거나 또는 남 보기 부끄러운 뭔가를 원하는 일행은 당연히 탁 트인 주청에서 낯선 이들과 섞이는 것을 꺼릴 터. 그런 손님들에게 독립된 공간인 향방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리 자리를 준비한 안쪽 향방으로 가기 위해 이층 복도를 걷던 중.


- 우당탕! 쾅!


복도 중간에 있는 향방 한 곳에서 왜소한 인영 하나가 난데없이 튕겨져 나와 맞은편 벽에 쿵, 하고 머리를 박았다.

비인이자 홍루에서 규화로 일하는 씨종.

튕겨나온 씨종이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머리가 심하게 깨졌는지, 안면으로 붉은 피가 줄줄 흘렀다. 저 지경을 하고도 정신을 잃지 않은 게 용해 보일 정도.

이어 향방의 주렴이 촤르륵 걷히며, 무사 차림의 건장한 진인이 벌겋게 달은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척 단구의 또 다른 씨종 둘이 그의 양 손에 목줄기를 잡힌 채 끌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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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내공의 위대함 +8 13.05.18 3,222 50 7쪽
20 전륜무사 +11 13.05.16 3,207 59 9쪽
19 격돌 +10 13.05.15 2,657 52 8쪽
18 밤의 시작 +7 13.05.14 4,043 57 9쪽
17 농락 +8 13.05.13 3,139 53 8쪽
16 모윤진 +11 13.05.11 3,324 58 10쪽
15 사람답게 사는 것 +12 13.05.09 2,791 59 11쪽
14 금지훈 +12 13.05.07 2,579 49 7쪽
13 혁천의 왕 +9 13.05.06 3,324 49 13쪽
12 환골탈태 +11 13.05.04 3,257 59 7쪽
11 거래 +13 13.05.02 3,433 56 10쪽
10 삼음절맥 +16 13.04.28 3,945 75 8쪽
9 뇌령신조 +21 13.04.26 3,645 55 7쪽
8 은자 +21 13.04.25 3,237 54 7쪽
7 남궁세가 +20 13.04.24 3,510 72 8쪽
6 남궁시연 +24 13.04.23 3,344 56 8쪽
5 준귀인 +20 13.04.22 3,347 55 9쪽
4 매화검수 +7 13.04.21 3,901 52 6쪽
» 옥야각 +3 13.04.20 4,773 51 7쪽
2 씨종 소황 +10 13.04.19 6,264 62 8쪽
1 서장 +10 13.04.18 8,726 8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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