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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비각

여인천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동방존자
작품등록일 :
2013.04.18 18:35
최근연재일 :
2013.05.20 18:5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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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16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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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전륜무사

DUMMY

20. 전륜무사


신수영의 눈 앞에서 뒷머리를 긁적거리고 있는 금지훈은 분명 비인이었다.

방금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외모임에도,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선이 가는 곱상한 얼굴에 살짝 각이 서렸고, 이목구비가 조금 더 뚜렷해졌으며, 결정적으로 체형이 변했다. 키는 그대로지만, 몸에 꼭 끼는 야행복을 통해 달라진 굴곡이 여실히 투영되었다.

여체를 유지시켜 주던 천변만화공이 깨진 것.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금지훈 또한 나름 충격을 받았음이다.


“카악, 퉷.”


요란스레 뱉어낸 가래에 선혈이 찐득하게 섞여 나왔다.

입가에 묻은 피를 옷소매로 훔쳐내며 금지훈이 씨익 웃는다.


“비인이 뭐야, 비인이. 상남자 김지훈님한테 말이야. 왠만하면 멋진 오빠라고 불러주렴..”


실상, 그의 주장과 달리 상남자가 어울리는 외모는 아니었다. 그 속까지는 몰라도.

신수영이 금지훈의 헛소리를 가볍게 씹으며 말했다.


“이리 강한 은자가 아직도 태화에 남아 있었던가!”


금지훈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쓴 입맛을 다셨다.


“거, 이쁘장한 언니가 말귀는 더럽게 어둡네. 자기야, 잘 모르면 괜히 예단하지 말라니까. 가오 잡고 말하는데 자꾸 틀리면, 왠지 미련해 보여 싫어진다구.”


가오를 잡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는 몰라도 뜻은 통했다.


“은자가 아니다? 터무니 없는 소리! 은자 아닌 자가 어찌 선력을 쓴다는 말인가!”

“아, 뭐래, 정말. 이십일 세기 인체과학의 정수를 두고 누가 선력이래? 뭐, 됐고. 그러는 자기는 뭐야? 사화진의 동경을 일검에 벴다길래 복마검이 그리 대단한가 싶었더니, 역시 내공을 익힌 몸이었네? 창위(廠尉)도 아니고, 귀인은 더욱 아니고. 결국, 전륜무사(轉輪武士)란 뜻이겠지? 그것도 비등록. 희귀 케이스네.”


금지훈의 말에 신수영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살기가 물씬 피어올랐다.


원칙적으로 내공은 귀인의 전유물이지만, 귀인이 아님에도 내공을 지닌 자들이 있기는 있었다.


내공의 씨앗인 실단은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원단(元丹), 정단(正丹), 그리고 복단(復丹)이다.

원단은 신녀궁의 조사인 천음희에 의해 최초로 생성된 원형의 실단이다. 순천세 이전 신녀궁의 역대 궁주, 그리고 그 후신인 구주천의 황들은 일반 귀인들처럼 누군가에게서 실단의 일부를 공여받는 것이 아니라, 승하한 선대 황의 육신에 격체전공(隔體轉功)의 술을 펼쳐 온전한 실단을 통으로 물려받는다. 그럼으로써 최초의 실단을 원형 그대로 보존, 계승하는 것인데, 구주천에서 선대 황이 붕어하기 전에는 황좌의 주인이 바뀌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죽기 전에도 자신의 의지로 격체전공을 할 수는 있으나, 실단을 넘겨주면 내공도 같이 잃어 폐인이 되는 터. 살아 생전에 후계자에게 그런 은혜를 베푼 황은 역사상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원단의 일부를 분정이양의 술로 타인에게 심어주면, 그것이 바로 정단이다. 태화에서 정단을 소유할 수 있는 자들은 금경뿐이며, 그렇기에 새로 금경의 작위를 계승한 자들은 반드시 황이 시혜하는 분정이양을 거쳐야 한다. 실단이 정단이 아니어도 내공을 지닐 수는 있으나, 그렇게 되면 금경으로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 일부를 나눠 타인에게 심어줄 수 있는 실단은 원단과 정단뿐이기 때문이다. 분정이양의 술을 펼칠 수 있는 자들이 황과 금경으로 제한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며, 정단을 갖지 못한 금경은 휘하의 귀인들을 책봉할 수 없으니 금경의 자격을 잃는 것이다. 지난 세월 귀인들간의 갈등과 분쟁이 무수히 많았지만, 황에 대한 금경의, 금경에 대한 하급 작위의 역모는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까닭도 이것이다. 원단을 보존한 황이 없으면 금경의 지위도 사상누각에 불과하고, 정단을 가진 금경이 없으면 내공으로 차별적 지위를 누리는 귀인들도 존립 기반을 잃는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귀결.

마지막으로 복단은 정단에서 비롯된 실단이니, 말하자면 이차 복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은경 이하의 귀인들이 지닌 실단이 모두 이 복단이고, 앞서 언급했듯 타인에게의 분양은 불가능하다. 다만, 복단을 통해 이를 수 있는 내공의 경지가 원단이나 정단을 바탕으로 한 그것에 비해 딱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태화 십대고수 중 금경이 단 세 명뿐이란 것도 그 방증이라 하겠다.

단, 일부가 아닌 전체라면 복단 또한 타인에게 넘겨줄 수 있다. 즉 분정이양은 안되지만 격체전공은 가능한 것이다. 귀인이 아님에도 내공을 지닌 자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귀인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신녀궁의 시대에는 분정이양을 통해 내공을 가지는 자들이 속출했다. 사태천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일면 부득이했으나, 전쟁이 끝나고 구주천이 들어서고 보니 그리 남발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피에 주린 사냥개는 주인을 물 수도 있는 법. 사냥이 끝났으니, 그 수를 줄이는 것은 당연한 조치였다. 내공의 대물림은 귀인에게만 허락하고, 격체전공을 통해 내공을 잇는 자들은 반드시 천에 등록하게끔 했다.

사실 오늘날의 칠십이관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겨났다. 격체전공으로 내공을 얻은 자들을 전륜무사라 했는데, 이러한 전륜무사들이 구주천에 등록한 뒤 호구지책으로 무관을 열었고, 오랜 세월 부침을 겪으며 칠십이관으로 통폐합된 것이다.

칠십이관의 관주 및 장로들은 모두 전륜무사인 바, 죽기 전이든 후이든 반드시 그의 실단을 후계자에게 넘겨야 했다. 유일한 전륜무사인 관주가 행방불명되는 바람에 실단의 전승이 끊겨 단맥된 무관들도 그동안 무척 많았다.

대개의 무관들에 많아야 너덧 명의 전륜무사들이 있는 반면, 구대무관쯤 되면 적어도 십수 명의 전륜무사들을 보유했다. 북주의 소림관이나 천주의 무당관은 그 수가 오십을 상회한다 하니, 소림과 무당이 태화 무림의 태산과 북두로 꼽히는 것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칠십이관에 속하지 않은 전륜무사들은 원칙적으로 한 곳에만 존재할 수 있는데, 바로 황의 직하 특무기관인 별창이다. 별창의 성원인 창위는 오로지 황명만 수행하며, 신분상으로는 단승귀인(單乘貴人)이다. 즉, 귀인의 대우를 받지만, 세습은 허락되지 않으며, 은퇴시에는 반드시 황이 지정하는 자에게 실단을 넘겨야 했다. 참고로 별창의 창위들은 구주천에 예속된 은자들, 매영(魅影)을 수하로 거느리는데, 세간에선 보통 주구라 불렸다.

한편, 채찍과 당근을 병행한 구주천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등록을 거부하고 맥을 이어가는 전륜무사들도 존재했다. 세상에는 그 어떤 복락보다 자유를 더 소중히 여기는 자들도 부지기수인 것. 천년의 세월 속에 그 수는 크게 감소했으되, 여전히 칠십이관에 속한 전륜무사들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들 비등록 전륜무사들은 구주천의 시각에서는 죄인이다. 내공이 생긴 지 삼 년 안에 등록을 마치면 칠십이관의 객원장로가 되거나 단승귀인인 창위가 될 수 있지만, 유예기간을 지나 잡히면 내공이 폐쇄된 뒤 난인의 신분으로 떨어진다.


금지훈이 말했듯, 철벽나찰 신수영은 바로 그러한 비등록 전륜무사였다. 이미 삼 년의 유예기간을 넘어선.

공동관을 수료하고 수주에서 용병으로 일하던 신수영은 우연한 기회에 어느 전륜무사와 연을 맺었고, 그가 죽을 때 전공까지 받았다. 그 또한 스승과 마찬가지로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원한 터라 전륜무사임을 숨기고 살았는데, 대림상단의 의뢰로 해적들과 싸우다 그들과 결탁한 사화진 동경 감승아와 맞서게 되었다. 신분을 감추자고 죽을 수는 없는 노릇. 부득이 내공을 써 감승아를 물리쳤으나, 그 때문에 별창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할 수 없이 고향인 수주를 떠나 동주로 갔고, 거기서 신분을 속인 채 남궁세가에 의탁했던 것이다.


금지훈이 이를 콕 집어 지적하니, 신수영은 또 한 차례 그를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금지훈이 자신을 잡으러 온 별창의 주구라고. 주구치고는 지나치게 강했지만.

신수영에게 살기가 어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죽어도 난형에 처해지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방법은 오직 하나. 금지훈은 물론, 후위를 지키는 무사들까지 다 죽여 입을 막는 것뿐. 가능할 런지는 둘째치고.



작가의말

참, 그거 아세요?

여인천하가 지금 연참대전 참가 중이란 거.. ^^;;

짧게 짧게 끊어가는 것은 쓰면서 질리지 않으려고 일부러 택한 방법이지만, 매일 올라오고 있는 것은 연참대전 때문이랍니다.

 

이소파한이 어느 정도 방해받는 것은, 솔직히 사실입니다.

공 들이는 것은 이소파한이고 마침 한창 긴박한 순간인데, 여인천하 때문에 뒤로 밀리는 것이 저도 좀 그렇습니다만... 연참대전이란 거, 한 번은 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소파한으로는 절대 불가능하고...

이소파한이 당장 연중될 리는 없으니, 이쪽도 좀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전 이게 더 재밌네요. 금지훈이란 캐릭터를 통해서 마구 까불 수 있으니.

 

참고로, 태화에서 진인은 평균 170~180cm, 비인은 140~150cm 정도 보고 있습니다. 남궁시연은 186cm, 남정인이나 신수영등은 약 177cm, 소황은 본신 버전 202cm, 비인 버전 153cm, 금지훈은 178cm 정도 보고 있습니다. 척으로 표시하면, 그림이 잘 안 그려지실까 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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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 작성자
    Lv.48 ShahEltz
    작성일
    13.05.16 19:54
    No. 1

    소황은 겁나 크네요 ㅋㅋ 여인들이 커서 크게 맞추신건가요?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일
    13.05.16 19:58
    No. 2

    음, 여인천하를 쓰기 전에도 제가 생각한 나후황은 그런 이미지였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3 HanYS
    작성일
    13.05.16 20:14
    No. 3

    헉 생각보다 훨씬 키가 끄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레인베르
    작성일
    13.05.16 20:42
    No. 4

    물론 이소파한에 정이 더욱 가지만
    여인천하를 보면서 금지훈과 나후황의 이미지를 어느정도 엿볼수 있어서
    이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완전히 똑같을순 없겠지만요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청연(靑燕)
    작성일
    13.05.16 21:24
    No. 5

    연참... 글쎄요, 선생님께서는 참 힘드시겠지만
    매일 올라오니 저는 좋네요.
    응원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13.05.16 22:23
    No. 6

    어짜피 나후황과 금지훈의 이미지를 써야 한다면, 그냥 이소파한에서의 두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도록 해도 되지 않나 싶네요. 그래야 몰입감도 더 들지 않을까요. 설정 공유라는게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을거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동방존자
    작성일
    13.05.16 22:45
    No. 7

    이소파한의 한 내용으로 그 두 사람이 나올 일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외모, 성격 모든 면에서 같은 나후황과 금지훈이긴 합니다. 외양에 대해선 칠정미관 수련 중에 간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했지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4 귀면호리
    작성일
    13.05.16 22:50
    No. 8

    즐감하고 갑니다. 좋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흑천청월
    작성일
    13.05.17 05:22
    No. 9

    엄청납니다.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미련한未練
    작성일
    13.05.17 09:59
    No. 10

    잘보고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3.05.17 10:56
    No. 11

    선생님글은 닥감(닥치고 감상)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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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술사 +22 13.05.20 3,279 63 8쪽
21 내공의 위대함 +8 13.05.18 3,221 50 7쪽
» 전륜무사 +11 13.05.16 3,207 59 9쪽
19 격돌 +10 13.05.15 2,657 52 8쪽
18 밤의 시작 +7 13.05.14 4,043 57 9쪽
17 농락 +8 13.05.13 3,139 53 8쪽
16 모윤진 +11 13.05.11 3,324 58 10쪽
15 사람답게 사는 것 +12 13.05.09 2,790 59 11쪽
14 금지훈 +12 13.05.07 2,579 49 7쪽
13 혁천의 왕 +9 13.05.06 3,324 49 13쪽
12 환골탈태 +11 13.05.04 3,256 59 7쪽
11 거래 +13 13.05.02 3,433 56 10쪽
10 삼음절맥 +16 13.04.28 3,945 75 8쪽
9 뇌령신조 +21 13.04.26 3,644 55 7쪽
8 은자 +21 13.04.25 3,237 54 7쪽
7 남궁세가 +20 13.04.24 3,510 72 8쪽
6 남궁시연 +24 13.04.23 3,344 56 8쪽
5 준귀인 +20 13.04.22 3,344 55 9쪽
4 매화검수 +7 13.04.21 3,901 52 6쪽
3 옥야각 +3 13.04.20 4,770 51 7쪽
2 씨종 소황 +10 13.04.19 6,262 62 8쪽
1 서장 +10 13.04.18 8,721 8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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