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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비각

여인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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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존자
작품등록일 :
2013.04.18 18:35
최근연재일 :
2013.05.20 18:5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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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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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29

작성
13.04.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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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
8쪽

씨종 소황

DUMMY

2. 씨종 소황


태화를 지배하는 유일정권인 구주천(九州天)의 행정 단위는 꽤 단순한 편이다.

황이 직할하는 천주(天州)를 포함해 대륙 중앙에 위치한 동, 서, 남, 북의 내사주와 사대금역을 배후로 변경에 자리한 수, 화, 풍, 뢰의 외사주, 총 아홉 개의 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주에는 금경이 거하는 주도 외에 밑으로 부, 현, 촌을 두었다.


반면, 구주천의 신분제도는 복잡하면서도 대단히 엄격했다.

크게 보면 귀인, 서인, 천인, 그리고 비인의 네 단계인데, 지배 계급인 귀인은 세습작위를 기준으로 금경, 은경, 동경, 그리고 철경으로 나뉜다.

각 주의 총독인 금경은 구주천에 단 여덟 명뿐으로, 지난 팔백여 년간 순천세의 훈구공신인 혁천팔화의 직계들로 고정된 자리이다. 은경 이하는 금경이 작위를 임의로 주고, 뺐고, 올리고 낮출 수 있으되, 다만, 황이 칙령으로 제한한 자릿수를 초과할 수 없다. 현재는 각 주 공히 은경은 오십인 이내, 동경은 백인 이내, 철경은 백오십인 이내여야 하는 바, 결과적으로 하나의 주에 삼백 명 이상의 귀인은 존재할 수 없다.

귀인에게는 양권쌍무(兩權雙務)라 하여 두 가지 권리와 두 가지 의무가 주어지는데, 봉토를 다스릴 권리와 내공을 가질 권리, 그리고 봉명의 의무와 후계생산의 의무이다.

봉토는 통상 부 단위이나 미작(微爵)인 동경이나 철경의 경우 만 가호 내외인 현 단위로 받기도 한다.

봉토를 다스릴 권리보다 더욱 높이 치는 것은 내공을 가질 권리인데, 귀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내공은 개발하기에 따라 무한한 공능을 발휘한다. 자질과 노력 여하에 따라 다르나, 맨손으로 금석을 두부같이 자르며 물 위를 평지처럼 걷는 정도는 귀인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는 능력이다. 이러한 초월적 힘이 지배계급으로서 귀인의 독보적인 위상을 구현하는 것이니,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다만, 내공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실단을 심어줄 수 있는 이는 오로지 황과 여덟 명의 금경뿐이다. 은경 이하의 귀인들은 내공을 받아 수련을 통해 키울 수는 있으나, 실단을 나눠 타인에게 심어줄 수는 없다. 금지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가 따르는데, 첫 번째 상명하복의 원칙인 봉명의 의무는 금경의 경우 황에 대한 의무이고, 은경 이하는 금경에 대한 의무이다.

두 번째 의무인 후계생산의 의무는 세습적 신분제도의 고착을 통해 사회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니, 작위를 승계하거나 혹은 새로 얻어 귀인이 된 자는 그로부터 십 년내에 반드시 두 명의 진인 아이를 생산해야 하며, 이에 실패할 경우에는 작위 박탈의 사유가 될 수도 있었다.

때문에 심할 경우에는 십 년간 수십 명의 후사를 생산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귀인이 직접 출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귀인이 후사를 생산하고자 할 때는 마땅한 씨종과 난인을 고른 뒤 각 주에 존재하는 성리원(成理院)에서 외거임신을 시술한다. 즉, 성리원의 원사들이 씨종의 정자와 귀인의 난자를 추출해 난인의 자궁에서 수태를 시키는 것이니, 원하기만 한다면 매월 한 명씩 후사를 생산할 수도 있었다. 그런 귀인들에게 있어 방사는 여흥일뿐이며, 그마저도 동성인 서인이나 천인들과 어울리지 씨종이 아닌 일반 비인들과 살을 섞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편, 난인이 낳은 귀인의 후사 중 비인인 아이는 공동 양육시설에서 자라다가 십이 세가 되면 씨종으로서 홍루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이는 금경, 심지어 황의 후사라고 해도 다를 바 없었다. 반면 진인인 아이는 몇이 태어나든, 십오 세 이전까지는 귀인이 직접 양육해야 하는데, 두 명의 작위승계 후보에 포함되지 않으면 십오 세 이후 서인으로 확정되어 생업 활동에 종사하게 된다. 작위승계 후보 두 아이 중 한 명이 귀인에 오르면, 최종적으로 남은 이는 주도로 가 지방관료이자 금경의 가신으로서 살게 된다.


귀인 아래의 서인은 평민으로 원칙상 동일한 신분이나, 실질적으로는 사상농공(士商農工)의 순서로 차별이 있다.

특수계층인 신사는 다시 문사와 무사로 나뉘는데, 문사는 관료를 뜻하며, 무사는 황의 인가를 받은 칠십이관에서 수련한 자들로 주군을 찾아 자유로이 천하를 유랑할 자격을 얻는다. 문사는 앞서 언급한 최종 작위승계 탈락자 외에 과거를 통해 등용되며 호국자원인 무사는 다섯 살 이전의 서인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각 무관에서 매년 정기적으로 선발했다.

신사는 비록 세습되지 않지만 각종 특혜가 주어질뿐더러, 드물게나마 귀인으로 신분 자체가 승격될 가능성마저 있어 평범한 서인들에게 있어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하 상농공은 사실상 귀인들에게 예속되어 제한적인 자유를 가지는 자들이며, 사대금역을 넘어 이족(異族)과 교역해 큰 돈을 번 대상인 정도가 아니라면 그 삶에 별반 차이가 없다.

서인과 사람으로 치지 않는 비인과의 혼인은 당연히 불가하나, 주 총독관에 약간의 금원을 납부하면 씨종 한 명을 데려가 기를 수 있다. 금전적, 지리적 여건으로 홍루에 출입할 수 없는 서인들에게 욕구 해소의 방편을 제공하는 차원이며, 구주천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할 노동력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인들은 직접 출산을 하기도 하고 여유가 있으면 난인을 이용해 외거임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직접 비인과 합궁해 수태한 뒤 이를 난인에게 옮겨 낳는 것만 가능하지, 비인과 살을 섞기 싫다고 하여 처음부터 체외 수태를 도모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것은 오로지 귀인만의 특권이기에.


서인보다 낮은 천인은 신변의 자유가 없는 노예들로서, 등록문서를 매개로 자유로이 매매가 가능한 자들이다. 근원을 따지고 올라가면, 구주천의 전신인 신녀궁과 비인들의 세력인 사태전의 전쟁 과정에서 진인임에도 불구하고 사태천에 동조한 이들의 후손들인데, 오늘날 그러한 역사를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난인들 또한 천인에 속하는데, 이들은 사실 천인이기에 앞서 죄인들이다. 구주천에서 사형 다음으로 중한 형벌이 바로 귀인이나 서인을 난인 신분으로 격하시키는 처난형(處卵刑)인 바, 한 번 난인이 된 자는 죽을 때까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된다. 실로 짐승만도 못한 신세. 팔다리 하나쯤 자르고 끝나는 체형(體刑)은 웃으며 맞이할 수 있을만큼 지독한 형벌이 바로 처난형인 것이다.


사 단계 신분의 마지막은 비인이다. 사실 신분 계급이라 하기도 어려운 것이 비인이란 단어가 이미 사람이 아니란 뜻이듯, 그야말로 짐승이나 가축처럼 여겨지는 자들이 바로 비인이기 때문이다.

비인이 태어나면 혈통과 무관하게 개양숙(開陽塾)이란 양육시설에 가두어 키우는데, 이 기간 동안 특수처리된 사료를 먹여 성장과 수명을 제한한다. 비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열두 살을 전후해 성장을 멈추고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수명을 다한다.

때문에 개양숙에서 지내는 것도 성장을 멈추는 열두 살까지이고, 이때가 되어 갈 길이 셋으로 나뉜다. 대부분의 일반 비인들은 각 주의 대단위 노역사업에 투입되어 남은 여생을 마치고, 일반 비인으로 태어났으되 개양숙에 있는 동안 귀인이나 서인의 씨종으로 낙점된 자들은 그들의 사가에 자리를 잡으며, 귀인의 태를 이어 날 때부터 씨종으로 운명지워진 이들은 진인들의 유락장인 홍루에서 일하게 된다.

단, 홍루에서 일하는 씨종들은 자신이 태어난 주가 아닌 타주의 홍루로 보내지는데, 핏줄의 정을 끊지 못한 일부 귀인들이 구주천의 눈을 피해 제 태를 받아 태어난 씨종을 빼돌려 보호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물론, 순천세 초기에나 있었던 상황이고, 모성(母性)이란 것이 사라진 작금에는 아예 여지가 없는 일이나, 제도는 여전히 그렇게 살아 있었다.


천주에서 황의 태를 받아 출생한 소황이, 남밀림에 근거한 풍주의 한 홍루, 옥야각(沃野閣)에 있는 까닭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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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술사 +22 13.05.20 3,283 63 8쪽
21 내공의 위대함 +8 13.05.18 3,222 50 7쪽
20 전륜무사 +11 13.05.16 3,207 59 9쪽
19 격돌 +10 13.05.15 2,658 52 8쪽
18 밤의 시작 +7 13.05.14 4,044 57 9쪽
17 농락 +8 13.05.13 3,139 53 8쪽
16 모윤진 +11 13.05.11 3,324 58 10쪽
15 사람답게 사는 것 +12 13.05.09 2,791 59 11쪽
14 금지훈 +12 13.05.07 2,580 49 7쪽
13 혁천의 왕 +9 13.05.06 3,325 49 13쪽
12 환골탈태 +11 13.05.04 3,257 59 7쪽
11 거래 +13 13.05.02 3,434 56 10쪽
10 삼음절맥 +16 13.04.28 3,946 75 8쪽
9 뇌령신조 +21 13.04.26 3,645 55 7쪽
8 은자 +21 13.04.25 3,237 54 7쪽
7 남궁세가 +20 13.04.24 3,511 72 8쪽
6 남궁시연 +24 13.04.23 3,344 56 8쪽
5 준귀인 +20 13.04.22 3,347 55 9쪽
4 매화검수 +7 13.04.21 3,901 52 6쪽
3 옥야각 +3 13.04.20 4,773 51 7쪽
» 씨종 소황 +10 13.04.19 6,265 62 8쪽
1 서장 +10 13.04.18 8,728 8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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