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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비각

여인천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동방존자
작품등록일 :
2013.04.18 18:35
최근연재일 :
2013.05.20 18:5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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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29

작성
13.04.1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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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글자
7쪽

서장

DUMMY

1. 序章


시후(始后)가 순천세(順天歲)를 연 지, 어느덧 팔백하고도 서른다섯 해가 지났다.

가늠하기 어려운 참으로 긴 세월이지. 허나, 태화(太和)에 난 첫 사람이 시후일리야 있겠는가? 시후 이전에도 사람은 있었고, 순천세 이전에도 태화는 존재했다. 그것도 우리들 비인(非人), 사라진 단어지만 남인(男人)에 의해 이룩되고 지배되던 태화가.

순천세가 시작된 이후 흑역사라 하여 숨겨지고 잊혀진 과거지만, 그렇게 비인들이 태화의 주인이던 때가 있었다. 그것도 무려 삼천 년 이상 지속된 긴 역사였지. 진인(眞人)들이 순천세와 비교해 역천세(逆天歲)라 이르는 시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역천세의 시기에는 비인들이 진인들보다 체격도 더 크고 힘도 더 세었다. 게다가 비인들에게만 허락된 초인적인 힘이 있었지. 선력(仙力)이라 하여 오늘날 귀인(貴人)들이 익히는 내공과 유사한 공능을 발했다더군. 하물며 당시의 진인들에겐 커다란 약점이 있었다. 난인(卵人)들만이 아니라 모든 진인들이 직접 출산을 하였다는 것. 너도 난인들을 봐서 알겠지만, 내리 아홉 달을 부른 배로 살고, 출산을 전후해선 거의 초주검이 되지 않더냐? 그런 태생적 한계까지 있었으니, 비인들이 진인들 위에 군림할 수 있었겠지.


진인들이 힘을 얻어 태화를 지배하게 된 것은 내공을 가진 귀인들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분정이양(分精移讓)의 술을 통해 귀인들이 후계자에게 내공의 씨앗을 전한다는 것쯤은 너도 알고 있겠지. 허나 생각해 보았느냐? 그럼, 최초의 내공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실단(實丹)을 처음 이루었다는 원후(原后)는 대체 어디서 내공의 씨앗을 얻었을까?

이와 관련해 설이 분분하다만, 반로환동을 도모한 사괴선(四怪仙)의 실험 중에 우연히 비롯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선력을 얻은 자들을 반선(半仙)이라 일컬었는데, 역천세 후기에 네 명의 괴짜 반선들이 출현했다. 반선들 중에서도 최상위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었으나, 늘상 괴행을 일삼아 사괴선이라 불리웠다.

법술로 만령을 쥐락펴락했다는 환사(幻士), 의술이 신의 경지에 이르른 마의(魔醫), 만독을 자유로이 다루는 광독(狂毒), 그리고 맏형 뻘인 도학의 대가 공공(空公)이 그들인데, 비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용서할 수 없는 죄인들이지.

어떻든 천도를 희롱하며 삼갑자의 세월을 풍미한 사괴선이 어느 날인가 한데 모여 반로환동을 궁구하기 시작했다. 천수를 어겨 살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젊음을 탐했던 게야.

그로부터 십수 년 세월을 오롯이 쏟아부은 끝에, 마침내 그 방법을 찾았다.

이일귀원(移溢歸元)의 술. 원리만 간단히 설명하면, 평생을 두고 닦은 선력을 원정(元精)만 남기고 다 버려 선력을 얻기 전인 동자의 상태로 회귀하는 법술이라 한다. 그것도 진인, 당시 말로는 여인과의 방사를 통해서 말이야.


이일귀원의 술을 창안한 사괴선은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홍루의 씨종들처럼 남인들의 향락을 위해 웃음을 팔던 한 진인을 돈으로 사들였다. 역천세 때는 비인들이 그렇게 진인을 사고 팔았다더군. 비인들이 지배하던 세상이니, 그럴 수도 있었겠지.

사괴선과 그들이 데려온 진인은 이일귀원의 술에 따라 돌아가며 합궁을 거듭했다. 헌데, 그 과정에서 진인이 생각지도 못한 기연을 얻었다. 진인의 몸에 실단, 바로 내공의 씨앗이 생긴 것이다. 사괴선이 방사를 통해 배출한 선력이 조화를 부린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천도를 거스르고자 했던 사괴선을 징죄하고 역천세를 끝내고자 하신 하늘의 뜻일지도 모르겠다.


뜻하지 않게 무한한 공능의 내공을 얻은 그 진인은, 원하는대로 반로환동을 이루었으나 선력을 잃어 무력해진 사괴선을 역으로 구금하고 강박했다. 내공을 키우고 제대로 쓰는 법, 나아가 그 힘을 다른 진인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하는 한편, 사괴선의 모든 재간을 빼앗아 한몸에 이루었다.

그렇지 않아도 비인들에 대한 원념이 깊었던 그는 그렇게 세상을 오시할 힘을 기르고, 급기야 진인들의 세상을 이루겠다 공언하며 분연히 궐기했다.

비인들에 의해 핍박받던 진인들을 규합하고, 사괴선이 개발한 분정이양의 술을 통해 자신의 실단을 모체로 내공의 씨앗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가 바로 시후의 구대조이시며 신녀궁(神女宮)을 세워 순천세의 기틀을 닦은, 원후라고도 불리우는 천음희(天陰姬)이다.


천음희가 신녀궁을 창건할 당시, 태화를 사분하고 다스린 세력은 사태천(四太天), 즉 동해의 사해련(四海聯), 북막의 철혈부(鐵血府), 남림의 풍운전(風雲殿), 대륙의 천룡성(天龍城)이었는데, 천음희가 죽고 성신희(星辰姬)가 그 뒤를 잇자 신녀궁은 사태천을 상대로 정식으로 성전을 선포했다.

자기들끼리 패권을 다투던 사태천은 코웃음조차 치지 않았지. 허나, 세월이 흐르며 신녀궁의 힘은 끝을 모르고 커져만 갔다.

분정이양의 술로 전하는 내공이 천부의 기질을 타고난 자에게만 발현되는 선력에 비해 효율 면에서 압도적이었을뿐더러, 칠대 대라희(大羅姬)에 이르러 난인들을 이용한 외거임신(外居妊娠)이 가능해지자 출산이란 태생적 한계마저 벗어버린 진인들의 위세가 무섭게 성장했다. 더욱이 사태천에 거하는 진인들이 신녀궁의 이상에 동조해 사태천 내에서 끊임 없이 난을 일으키니.

시후에 이르기까지 삼백 년의 대 장도. 철혈부를 시작으로 사해련, 풍운전, 그리고 마침내 천룡성까지 무너지며, 이란격석으로 보이던 성전은 결국 신녀궁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게 진인들의 세상, 순천세를 연 시후는, 너도 잘 알고 있다시피 성전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여덟 사람을 혁천팔화(革天八花))라 칭송하며 금경(金卿)에 봉했고, 태화를 구주(九州)로 쪼개어 그들과 더불어 태화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네게 왜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느냐고?

글쎄, 딱히 이유는 없다. 그저 황의 태를 이은 씨종들에게 대대로 전해진 사명을 다할 뿐이지. 비인 또한 비인이기에 앞서 조물주가 만드신 인격체임을, 한때는 태화의 주인으로서 존엄한 인간이었음을 기억시키고 각인시켜 나가는 것.

그렇게 해왔다. 전대의, 전전대의, 그보다 전대의 씨종들부터. 그리고 소황(小晃), 너 역시 다시 다음대의 씨종에게 이를 전할 사명이 있음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의 글귀를 전한다.

뜻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왜곡된 순천이 아닌 참되고 바른 정천을 찾아가는 단서라 하니, 듣고 토씨 하나까지 잘 기억하거라.



‘사해의 수정(水晶), 철혈의 염화(炎火), 풍운의 소명(蘇鳴), 천룡의 섬광(閃光)을 찾아 천외천을 열라. 비로소 구환(九環)을 얻어 정천을 회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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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술사 +22 13.05.20 3,279 63 8쪽
21 내공의 위대함 +8 13.05.18 3,221 50 7쪽
20 전륜무사 +11 13.05.16 3,206 59 9쪽
19 격돌 +10 13.05.15 2,657 52 8쪽
18 밤의 시작 +7 13.05.14 4,043 57 9쪽
17 농락 +8 13.05.13 3,139 53 8쪽
16 모윤진 +11 13.05.11 3,324 58 10쪽
15 사람답게 사는 것 +12 13.05.09 2,790 59 11쪽
14 금지훈 +12 13.05.07 2,579 49 7쪽
13 혁천의 왕 +9 13.05.06 3,324 49 13쪽
12 환골탈태 +11 13.05.04 3,256 59 7쪽
11 거래 +13 13.05.02 3,433 56 10쪽
10 삼음절맥 +16 13.04.28 3,945 75 8쪽
9 뇌령신조 +21 13.04.26 3,644 55 7쪽
8 은자 +21 13.04.25 3,237 54 7쪽
7 남궁세가 +20 13.04.24 3,510 72 8쪽
6 남궁시연 +24 13.04.23 3,344 56 8쪽
5 준귀인 +20 13.04.22 3,344 55 9쪽
4 매화검수 +7 13.04.21 3,901 52 6쪽
3 옥야각 +3 13.04.20 4,770 51 7쪽
2 씨종 소황 +10 13.04.19 6,262 62 8쪽
» 서장 +10 13.04.18 8,721 8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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