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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비각

여인천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동방존자
작품등록일 :
2013.04.18 18:35
최근연재일 :
2013.05.20 18:5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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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429

작성
13.04.2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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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글자
7쪽

뇌령신조

DUMMY

9. 뇌령신조


뇌령신조는 천지간에 가장 강력한 양강지기인 뇌정력(雷霆力)을 타고난 천고의 영물이다.

부리가 있고 날개가 달려 신조라 불리우나, 엄밀하게 말해 새라고 하기는 어렵다. 응당 있어야 할 깃털 대신 금빛 찬란한 비늘이 촘촘하게 돋아 있으니, 굳이 따지면 조류가 아닌 파충류로 분류하는 것이 옳았다. 그래서 붙은 이명(異名)도 금린익룡(金鱗翼龍). 기껏해야 다 큰 까마귀만한 작은 덩치가 아니라면, 상고시대 존재했다는 익룡의 한 종류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구주천의 지배자인 황은 얼마 전까지 신궁 후원에 천잠사로 망을 치고 세상에 드문 이 뇌령신조 두 쌍을 길렀는데, 그 중 늙은 한 쌍은 삼대 황인 태후가 보좌에 있을 때 부화해 수백년간 명줄을 이어온 늙은 어미새들이었고, 다른 한 쌍은 그들의 새끼였다. 새끼라고는 해도 이미 백수가 넘은지 오래지만.

한편, 뇌령신조는 수시로 전격(電擊)을 발하기 때문에, 돌보기가 대단히 까다롭다. 헤아리기도 힘들만큼 많은 수의 사육사가 뇌령신조의 전격에 감전사했고, 간혹 신궁의 주요 관료, 심지어 황의 후사가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의 황들은 뇌령신조를 세상에 다시 없는 보물로 여기고 살뜰히 보살폈는데, 뇌령신조가 삼십년에 한 번씩 낳는 알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뇌정력의 정화라 할 수 있는 신조의 알이 오로지 황에게만 전승되는 궁극의 심공, 철혈뇌정공(鐵血雷霆功)의 대성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허나, 천년을 넘게 사는 영물이라 한들 생로병사의 굴레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노릇. 황이 그토록 아끼던 뇌령신조들 중 어미새 한 마리가 시름시름 앓다 죽고 말았다.

사달은 그 후에 일어났다. 오랜 짝을 잃고 다 죽어갈 듯 무기력하게 지내던 또 한 마리의 어미새가, 어느 날 전격으로 사육사를 해치고 우리에서 탈출했던 것이다.

황의 불 같은 진노로 신궁이 발칵 뒤집혔다.

삼백 수를 넘겨야 알을 낳기 시작하는 뇌령신조이기에, 남은 한 쌍의 새끼들이 있지만 적어도 당대의 황에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이에 황은 천주의 준귀인들로 추룡대(追龍隊)를 조직하여 뇌령신조의 행방을 쫓는 한편, 태화 전역에 철경의 작위와 금자 일만 냥의 포상을 내걸고 뇌령신조를 잡아 들이란 칙령을 내렸다. 그게 어느덧 삼년 전.

그 동안 태화 구주가 뇌령신조 때문에 벌집을 들쑤신 양 시끌벅적했으나, 잡혔다는 소식은커녕 누가 봤다는 풍문조차 없었다. 적어도 불과 몇 달 전까지는.


헌데, 지금 소황이 바로 그 뇌령신조를 입에 올리고 있었다.

자그마치 거래의 조건이란 미명 하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소황을 쏘아보던 남궁시연이, 이내 서탁 위에 비스듬히 걸터 앉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아까 그 얘기부터 마저 듣지. 내가, 이 남궁시연의 작위 승계가 불투명하다 하였더냐?”

“그리 들었을 따름입니다.”

“이유는?”

“송구하오나 들은 바 그대로 아룁니다. 부용검 남궁시연. 현 추밀원 당상관 남궁시영과 화산관에 동시 입문, 후계자 위를 경쟁함. 십육세, 남궁시영을 제치고 매화검수의 영예를 차지한 바, 최종 후계자로 낙점됨. 그 해 여름, 동주 금경 이선위로부터 분점이양의 술을 시혜받아 실단을 이루고, 정식으로 남궁세가 소가주에 봉해짐, 십칠세, 병인을 알 수 없는 괴질을 앓아 근 삼개월간 몸져 누움. 완치되었다는 게 세가의 공식 입장이나,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많음. 건강상의 문제와 더불어 남궁세가 역대 최고의 기재라는 네 살 아래 남궁시혜 때문에 작위 승계를 장담할 수 없다 함. 이상입니다.”


남궁시연이 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꼭 하오문의 취정사(取程司) 같은 말투로군. 자꾸 들었다, 들었다 하는데, 대체 어디의 누구에게서 들었단 말이냐?”

“세간의 온갖 풍설이 내려앉는 곳이 바로 홍루입니다.”


남궁시연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동주라면 모를까, 풍주, 그것도 이 외진 벽촌까지 흘러들 이야기는 아니지. 아무튼, 좋다. 그럼, 이제 뇌령신조에 대해 읊어봐라. 뇌령신조가 뭐 어떻다는 거지?”

“말씀대로 궁벽하기 그지 없는 선남부에 얼마 전부터 외지의 무사들이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습니다. 이유는 오직 하나. 흑천밀림 인근에서 뇌령신조의 흔적이 발견된 탓이겠지요.”

“바로 보았다. 나 역시 뇌령신조를 잡기 위해 이곳에 왔지. 황의 뜻을 받드는 것은 태화 모든 신민의 당연한 의무이니. 물론, 금자 만 냥의 포상금 또한 준귀인조차 외면하기 힘든 유혹이고.”


남궁시연의 담담한 술회에 소황의 입꼬리가 위로 살짝 휘었다.

떠보고 있다. 그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 자체가 찔리는 게 있다는 방증.

굳이 이렇게 확신을 심어준다면야, 외려 고마울 뿐.


“아니겠지요. 소가주께서는 목적이 다르실 줄 압니다만?”


남궁시연이 이맛살을 접었다.


“목적이 다르다? 무슨 뜻이지?”

“다른 무사들이 명예를 쫓아, 그리고 재보를 쫓아 예까지 온 반면, 소가주께서는 더 귀하고 소중한 것을 위해 움직이셨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말 돌리지 마. 그게 뭔데?”

“장차 은경의 작위를 계승하실 준귀인의 존엄한 생명. 바로 소가주님 자신의 목숨이지요.”


검병을 말아쥔 남궁시연의 손이 옴쭉거렸다. 무의식적인 출수를 의지로 겨우 붙잡은 것.


“계속 해봐. 뇌령신조가 내 목숨하고 무슨 상관이란 거지?”


기호지세라지만, 지나치게 많이 나간 것도 사실이다.

소황이 속으로 숨을 고르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잇는다.


“괴질에서 나으신 이후 매달 보름이면 정기적으로 폐관에 드신다 하더군요. 세가의 비기 창궁무애검(蒼穹無碍劍)의 오의를 궁구하신다 하지만, 왜 하필 꼭 보름날인지 의심하는 자들도 많다 들었습니다. 하여, 소가주께 혹시… 절맥(絶脈)이.”

“그만!”


소황의 말을 끊은 남궁시연의 눈에서 서릿발 같은 한광이 뿜어져 나온다. 당장이라도 손을 쓸 듯한 기세.

허나, 이번엔 소황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견결한 눈빛으로 남궁시연의 그 살기 어린 안광을 정면으로 맞받았다.

눈싸움, 아니 기싸움이다. 씨종과 무려 준귀인의.

그런 소황을 보며 남궁시연의 머리 속은 뒤죽박죽 혼란스럽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은자이고 뭐고를 떠나, 일개 홍루의 씨종이 어찌 세가내에서도 극소수 인사들에게만 알려진 비밀을 꿰고 있다는 말인가? 보름날마다 폐관에 드니 뭇사람이 절맥을 의심한다? 터무니 없는 소리! 남궁시연이 그날 폐관을 한다는 자체가 비밀이다. 정적들이 그리 의심할 것을 우려해 그때마다 대역무인까지 세워놓고 있건만.


“일단.”


긴 한숨을 내쉬며 기세를 푼 남궁시연이, 아랫입술을 짓씹으며 명했다.


“눈 깔아!”



작가의말

19금을 풀었습니다.

필명도 익명은 아닌지라 차마 생각만큼 진하게 쓸 수도 없는데, 괜히 접근성만 떨어뜨려 놓은 듯하여.

허니, 많이들 봐주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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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격돌 +10 13.05.15 2,657 52 8쪽
18 밤의 시작 +7 13.05.14 4,043 57 9쪽
17 농락 +8 13.05.13 3,139 53 8쪽
16 모윤진 +11 13.05.11 3,324 58 10쪽
15 사람답게 사는 것 +12 13.05.09 2,790 59 11쪽
14 금지훈 +12 13.05.07 2,579 49 7쪽
13 혁천의 왕 +9 13.05.06 3,324 49 13쪽
12 환골탈태 +11 13.05.04 3,256 59 7쪽
11 거래 +13 13.05.02 3,433 56 10쪽
10 삼음절맥 +16 13.04.28 3,945 75 8쪽
» 뇌령신조 +21 13.04.26 3,645 55 7쪽
8 은자 +21 13.04.25 3,237 54 7쪽
7 남궁세가 +20 13.04.24 3,510 72 8쪽
6 남궁시연 +24 13.04.23 3,344 56 8쪽
5 준귀인 +20 13.04.22 3,344 55 9쪽
4 매화검수 +7 13.04.21 3,901 52 6쪽
3 옥야각 +3 13.04.20 4,770 51 7쪽
2 씨종 소황 +10 13.04.19 6,262 62 8쪽
1 서장 +10 13.04.18 8,721 8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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