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동방비각

여인천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동방존자
작품등록일 :
2013.04.18 18:35
최근연재일 :
2013.05.20 18:5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2,950
추천수 :
1,280
글자수 :
80,429

작성
13.05.15 19:15
조회
2,657
추천
52
글자
8쪽

격돌

DUMMY

19. 격돌


소황이 남궁시연의 방에 들어간 지 얼마 안 있어, 앞뜰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이위 신수영이 문득 눈썹 끝을 모았다. 인영 하나가 희끗한 그림자를 남기며 귀빈관 지붕 위에 내려앉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은속하기 그지 없는 몸놀림이었으나, 신수영의 예민한 이목을 피하지는 못했다.

귀빈관 안은 일위가 지키고 있는 터. 신수영은 바로 대응하지 않고, 주위 동향을 살폈다.

더 이상 다른 기척이 없음을 확인한 신수영이 막 지붕 위로 오르려는 찰나, 은신해 있던 야행인이 먼저 솟구쳐 올라 어딘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잠시 주저하던 신수영이 혀를 끌끌 차며 그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삼십 장 남짓 간격을 유지하며 반 식경쯤 추적하자 어느덧 마을 밖에 있는 성근 수림가에 이르렀다.

그리고, 야행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내심 당황하며 제 자리에 멈춰서자, 정면에 좌우로 우뚝 선 아름드리 나무 뒷동에서 두 무사가 조용히 걸어나왔다.

둘 중 어느 쪽도 자신이 쫓던 야행인은 아니다. 복색이 다르다. 야행인은 참으로 야행인답게, 흑의에 검은 두건까지 쓰고 있었건만, 앞에 있는 두 무사는 아주 평범한 무복을 걸치고 있었다.

다만, 그 중 한 명이 낯이 익었다.

옥야각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린 자. 스스로를 복호관 이대관도라 소개했던 그 자, 남정인이었다.

함정이란 것을 알고 쓴 입맛을 다신 신수영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쪽에도 누군가 나타난 기척을 느꼈음이다.


“어라!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훨 이쁘네? 인상 펴고 좀 활짝 웃어봐, 자기야. 그럼, 진짜 장난 아니겠는데?”


두건을 벗으며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는 작자. 바로 신수영을 꾀어온 야행인, 금지훈이다.

신수영이 품에 안고 있던 검을 스르릉 뽑았다.


“복호관 무사들인가? 망신살을 씻을 목적이라면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은데.”


남정인 때문에 오해하고 있었다. 남정인이 남궁시연에 의해 물색 없이 망신당한 것 때문에, 그의 사형제들이 뒤늦게 시비를 따지려는 속셈이라 착각한 것. 어설픈 자존심에 목숨 거는 것은 태화 무사들에게 있어 흔한 일이다.

허나, 금지훈은 손사래를 친다.


“에이, 무슨 소린지는 알겠는데, 내가 그런 거 가지고 팔딱거릴 정도로 부지런한 위인은 못돼.”


신수영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인상을 썼다.

그게 아니라면, 짐작가는 게 없다. 자고로 까닭 모를 시비가 더 위험한 법. 느낌이 좋지 않다. 물론, 적이 겨우 셋뿐이라면 겁날 것도 없지만.


“그럼, 뭐지? 애초에 내가 목적이란 건가? 아니면, 설마!”


신수영이 말을 하다 말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검파를 쥔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혹시, 자신을 유인해 발을 묶어 놓고, 그 사이 또 다른 패거리가 남궁시연을 노리고 있다면!


“감히 대 남궁세가의 소가주를 위해하려는 것인가!”


쩌렁쩌렁한 사자후에 대기가 몸서리를 쳤다.

허나, 금지훈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낯살을 구기며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빈다.


“아이, 씨! 귀청 떨어지겠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아, 여긴 기차도 없지.”


뜻 모를 소리를 궁시렁거린 금지훈이 고개를 좌우로 꺾어 우드득 소리를 내며 말했다.


“남궁가 애기는 걱정 안해도 돼. 따지고 보면, 이게 다 고 이쁜 것을 살리자고 하는 짓이거든. 문제는 자기지. 순순히 잡혀주면 안 다치고 좋을 텐데... 존심상 그러진 못하겠지?”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금지훈이 고개를 외로 꺾은 자세 그대로 일보 옆으로 물러난다. 더 이상은 헛소리를 들어줄 수 없었던 신수영이 대뜸 몸을 날려 일검을 쳐왔던 것이다.


“허! 성질머리 급하네. 이건 반칙이지, 자기야. 싸울 때 싸우더라도 ‘요이, 땅’ 하고 시작해야 가오가 서지.”


제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가볍게 손을 터는 금지훈을 보며, 신수영이 낯을 굳혔다.

평범한 기도에 말본새 또한 경망스럽기 이를데 없으나, 보기와 달리 예사 고수가 아니다.

신수영이 쳐낸 검격은 방금 금지훈이 회피했듯, 그리 가볍게 피할 수 있는 공세가 아니었다.

공동관 비기 복마검법 제구초, 복마일섬(伏魔一閃).

마를 무릎 꿇리는 한 줄기 섬광!

섬전 같은 빠르기에 자격(刺擊)임에도 불구하고 검풍이 일 정도. 죽일 마음까지는 없어 전력을 다하진 않았지만, 일류급의 고수라 해도 온전히 회피하기 어려운 일검이었다.

헌데, 그것을 너무도 가뿐히 피해냈다. 중심도 안 잡힌 불안정한 자세에서. 실바람에 날리는 꽃잎처럼, 흐느적거리는 신법으로.


“누구요? 백리세가? 아니면, 종남의 검수요?”


신법 한 자락만 봐도 대충 경지가 나온다. 이 정도 실력자가 낭인일 가능성은 낮다.

풍주 토박이라면, 구대무관의 하나인 종남관 출신이거나 구주십대가에 속한 백리세가의 무인 아닐까?

생각이 그에 미치니, 말투마저 반공대로 바뀌었다.


“아, 아. 계속 틀리면서 자꾸 추측하지 마, 자기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테니까. 이건 좀 아닌가? 암튼, 바쁘니까 바로 갈게. 준비해. 요이.”


두 손바닥을 맞대고 비비며, 금지훈이 씨익 웃는다.


“땅!”


해괴한 구호와 함께 금지훈의 손에서 푸른 수영(手影)이 피어났다. 한 개, 두 개, 열 개, 스무 개... 이내 수백, 수천 개의 푸른 수영이 허공에서 하나로 겹치더니 해일처럼 신수영을 덮쳐간다.

금지훈이 장기로 삼는 사대 무공의 하나, 구첩파랑수(九疊波浪手).

공간을 잠식해 들어가는 거대한 압력에 신수영이 일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 저항하지만, 말 그대로 칼로 물 베기.

거대한 해일은 무력한 저항을 비웃으며 도도한 행진을 거듭한다. 이대로라면, 키 잃은 일엽편주(一葉片舟)가 되어 해일에 삼켜지고 말 것.

신수영이 어금니를 사려 물었다.


“차앗!”


일성 호통과 함께, 갑자기 신수영의 검이 피처럼 선연한 붉은 빛을 머금었다.

이를 본 금지훈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진다.

검기였다!

오로지 내공을 지닌 귀인들에게만 가능한 절정의 경지. 어떻게?

금지훈의 반응이 어떻든, 붉은 검기를 두른 신수영의 검은 복마검법 최후의 절초, 복마번천(伏魔飜天)의 일식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수십 발의 검기가 충천해 허공에서 서로 얽히며 엄밀한 검막을 이룬다. 그 상태로 신수영이 검파를 두 손으로 잡고 전력을 다해 휘두르니, 가히 세상을 뒤집어 엎을 듯한 웅혼한 검력이 구첩파랑수가 형성한 해일과 정면으로 격돌한다.


- 과앙!


범종을 친 듯한 굉음과 함께 두 개의 경력이 서로 상쇄되었고, 그 여파에 흙먼지가 미친 듯이 날렸다.

신수영의 후위를 막고 있던 남정인과 또 다른 무사, 귀영 2호가 이를 피해 십여 장 밖으로 훌쩍 물러난다.

이내 뿌연 먼지가 가라앉으며, 장내의 상황이 드러났다.

백짓장처럼 창백한 안색의 신수영. 입에서 흐른는 핏줄기가 가는 내를 이룬다. 상당한 내상을 입은 것. 손에 들린 검은 부러지지는 않았으되, 검이라기보다는 낫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게 휘었다.

신수영이 갑자기 눈을 흡떴다. 금지훈의 모습을 본 것.

그리고 신음과도 같은 한 마디 의문성을 흘려냈다.


“비, 비인...?”.



작가의말

헐! 이거 쓰는데 딱 30분 걸렸네요.

이소파한을 이 속도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ㅜ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여인천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술사 +22 13.05.20 3,282 63 8쪽
21 내공의 위대함 +8 13.05.18 3,222 50 7쪽
20 전륜무사 +11 13.05.16 3,207 59 9쪽
» 격돌 +10 13.05.15 2,658 52 8쪽
18 밤의 시작 +7 13.05.14 4,043 57 9쪽
17 농락 +8 13.05.13 3,139 53 8쪽
16 모윤진 +11 13.05.11 3,324 58 10쪽
15 사람답게 사는 것 +12 13.05.09 2,791 59 11쪽
14 금지훈 +12 13.05.07 2,579 49 7쪽
13 혁천의 왕 +9 13.05.06 3,324 49 13쪽
12 환골탈태 +11 13.05.04 3,257 59 7쪽
11 거래 +13 13.05.02 3,433 56 10쪽
10 삼음절맥 +16 13.04.28 3,945 75 8쪽
9 뇌령신조 +21 13.04.26 3,645 55 7쪽
8 은자 +21 13.04.25 3,237 54 7쪽
7 남궁세가 +20 13.04.24 3,510 72 8쪽
6 남궁시연 +24 13.04.23 3,344 56 8쪽
5 준귀인 +20 13.04.22 3,347 55 9쪽
4 매화검수 +7 13.04.21 3,901 52 6쪽
3 옥야각 +3 13.04.20 4,773 51 7쪽
2 씨종 소황 +10 13.04.19 6,264 62 8쪽
1 서장 +10 13.04.18 8,726 84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