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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비각

여인천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동방존자
작품등록일 :
2013.04.18 18:35
최근연재일 :
2013.05.20 18:5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2,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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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0,429

작성
13.05.1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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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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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0쪽

모윤진

DUMMY

16. 모윤진


활짝 열어제친 들창을 통해 청신한 밤바람이 수시로 들락거렸으나, 일렁이는 황촉불 아래 뜨겁게 달궈진 실내의 열기를 가라앉히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아악, 하악! 왜, 왜? 아아아...”


발그레하니 홍조 띤 얼굴로 가쁘게 묻던 남궁시연이 나른한 침음성을 흘리며 몸을 떤다.

마지막 파정(破精)의 순간을 향해 달려가는 듯하던 소황이 문득 멈칫하더니, 또 다시 하중(下中)을 물리며 남궁시연의 가슴골에 얼굴을 묻었기에.

선홍빛 유실(乳實)을 입술 사이에 물고 부드럽게 오물거리던 소황이 세 치 혀를 너르게 펼쳐 그녀의 탐스러운 수밀도를 탐닉한다. 그 사이 불사르고 남은 정염(情炎)의 찌꺼기가 증기로 화해, 흥건한 땀에 번들거리는 남궁시연의 백옥 같은 나신을 뚫고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른다.

이것이 벌써 몇 번째인 지, 남궁시연은 기억조차 할 수가 없다.

온몸이 저릿저릿한 느낌에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오금을 사리며 진저리를 칠 때마다, 이 순간만 넘기면 숨이라도 넘어갈 듯할 때마다, 소황은 외려 전진을 멈추고 떨어져 나가 손끝으로 예민한 부위를 어루만지고 혀로 민감한 곳을 더듬으며 간희(間戱)를 시작, 좀체 마지막 고비를 넘지 않았다.

허나, 왠지 미진한 느낌에 아쉬우면서도 야릇한 기대감에 설레는 것이, 잠시의 간희가 끝나고 소황이 다시 진공할 때마다 절정의 희열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까닭.

비인이 짧은 순간 여섯 차례에 걸쳐 파정하며 열락(悅樂)을 만끽하는 반면, 진인은 행위의 시작과 끝까지 아홉 차례의 절정을 누적시키며 종국의 희열을 맞이하는 것이니, 이 또한 음양 분화의 이치인 육양(六陽)과 구음(九陰)의 한 단면. 이를 잘 아는 소황이 소위 방중술의 정석을 지켜 구중첩(九重疊)의 묘리를 시현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간희가 지속되는 그 사이 사이.


“진정 아름다우십니다. 참으로 고우십니다.”


남궁시연의 귓전을 간질이는 소황의 나직한 속삭임.

그것이 또 희한했다.

평소 천한 비인에게서 이런 소리를 들으면 모멸감을 느끼며 크게 분노했을 터. 모르긴 몰라도, 당장 목을 치거나 최소 혀라도 뽑아야 속이 시원했을 것이다.

헌데, 느낌이 다르다.

뭐랄까? 마치 소황이 온전한 제 것인 양, 그래서 전적으로 믿고 신뢰할 수 있을 듯한 심리적인 안정감? 그래서인지, 한층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음양의 조화를 만끽하게 되는 것 같았다.


남궁시연의 나이, 올해로 열 여덟.

금지훈은 그를 일러 남궁가의 ‘애기’라고도 칭하지만, 태화의 법도에 따르면 엄연히 성인이다. 세가의 준귀인들과 어울려 홍루에 드나들었고, 그 때마다 규화를 들여 격정적인 밤을 보냈다. 몰론, 상대는 씨종이 아닌 기인이었지만.

사실, 같이 어울리는 준귀인들 중에 씨종들과의 교합을 더 즐기는 자들이 몇몇 있었다. 남궁시연은 당연히 그게 못마땅했다. 적당한 선에서 쾌락을 탐하는 것이 나쁠 것은 없으나, 어디 사람이 없어 천하디 천한 씨종들과 살을 섞는다는 말인가! 대놓고 힐난하지는 않았으되, 한심한 마음에 눈총을 주곤 했다. 그 때마다 그들은 슬며시 웃기만 했다. 때가 되면 알게될 것이라는 양.

그 때가 된 모양이다.

그들이 왜 방긋 웃기만 했는지 알 듯하다.

규중지락(閨中至樂)은 기인을 상대로 하든, 씨종을 상대로 하든 마찬가지라 여겼건만, 왠 걸? 다르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아무리 마음에 쏙 드는 기인이라 하여도, 그네들이 간접적으로 제공하는 쾌락과 씨종이 몸으로 직접 안기는 열락은 천양지차임을 이제는 알겠다.


물론, 아예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 오해가 깔린 생각이다. 모든 씨종에게서 소황이 선사하는 것과 같은 만족감을 얻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황은 홍루의 씨종으로서 필히 익히는 기본적인 방중술 외에도 금지훈에게서 여러 가지 선진적(?) 기교를 전수받은 자. 게다가, 천룡의 섬광으로 인한 뇌정의 기운으로 인해 삼음절맥을 지닌 남궁시연과 속궁합이 완벽히 조화를 이루는 세상에 하나뿐인 씨종인 것이다.

소황은 교합 과정에서 남궁시연의 내공을 도인해 제 몸에서 소주천시킨 뒤, 이를 다시 되돌려주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헌데, 남궁시연에게 돌려주는 내공에는 소황의 기맥에 침전된 뇌기가 섞여 있는 바, 양강지력인 뇌기가 절맥을 자극해 잠시나마 병증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했다. 그러니, 남궁시연이 행위 과정에서 느끼는 쾌감은 이 때문에 더욱 배가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좋기는 좋은데...

한 손으로 가슴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 발가락을 간질이며, 혀로는 자신의 음문(陰門)를 유린하고 있는 소황의 삼단애무에 나직한 교성을 흘리며, 남궁시연은 묘한 고소를 머금었다.

전혀 뜻이 없었건만, 어쩌다 소황과 이리 격렬한 몸의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인지 지금 생각해도 황당한 탓이다.




오전에 소황을 불러 몇 마디를 나눈 남궁시연은 오시(午時) 즈음하여 궁장을 차려입고 두 비위를 대동해 옥야각을 나섰다.

선남부주 모윤진과 미리 오찬 약속을 잡아 놓았던 것.

일위 분뢰검 백세경보다 다섯 기 위의 매화검수인 모윤진은 살집이 넉넉하고 인상 또한 푸근한 중년 미부였다. 허나, 선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풍주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절정의 고수이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냉혈한이란 것이 모윤진에 대한 평가였다.

화산관 사자매지간이라 하나, 직접 얼굴을 맞대는 것은 처음. 모윤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염두에 두고 남궁시연은 행동거지에 신중을 기했다.

모윤진 또한 남궁시연을 박대하지는 못했다. 절맥 때문에 소가주 자리가 사상누각이라는 말이 풍주 귀인들 사이에 은밀히 퍼진 적이 있지만, 확인된 바는 전혀 없다. 풍문만 믿고 함부로 대했다가, 그가 세가주 위를 승계하는 날에는 모윤진의 장래가 아주 피곤해진다. 각자 섬기는 금경이 동주의 고유리와 풍주의 북윤아로 서로 다르다지만, 남궁시연은 은경이 될 자이고 자신은 일개 철경이다. 은경도 보통 은경이 아니고, 마흔 네 명의 귀인들을 휘하에 둔 남궁세가의 지존. 결례를 범해선 후과를 감당하기 어렵다. 물론,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지만.

하여 두 사람은 ‘네가 예쁘네. 아니, 네가 더 예쁘네.’로 시작하는 의례적인 덕담을 주고 받은 뒤, 오찬을 함께 했다.

식사를 마치고 먼저 본론을 꺼낸 것은 당장 아쉬운 쪽인 남궁시연. 눈 딱 감고 질렀다. 뇌령신조를 잡고자 하니, 성신교의 사제와 술사, 그리고 궁수를 포함한 무사들로 부중 인력을 스무 명만 빌려달라는 청.

실상 터무니 없는 요구였지만, 모윤진은 빙그레 웃었다.


“어머, 이제 보니 소가주께서도 뇌령신조에 대한 풍문을 듣고 예까지 오신 게로군요. 허나, 안됐군요. 뇌령신조는 서황에 있습니다. 사실, 풍주 금경께서도 그런 소문을 접하시고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셨어요. 그래서, 오히려 뇌령신조가 서황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셨죠. 소가주께만 말씀드립니다만, 뇌령신조가 서황으로 간 확실한 까닭이 있거든요. 이건 비밀인데, 무수마곡에서도 뇌령신조를 한 마리 키우고 있답니다. 신궁에서 탈출한 뇌령신조가 짝을 찾아 서황까지 날아간 게지요. 그러니, 소가주께서도 엉뚱한 생각 접으시고 본가로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겁니다. 물론, 남들한테 이런 얘기는 하지 마시구요. 뇌령신조가 흑천밀림에 있다는 소문 덕에 저희 선남부의 상계가 대목을 맞았거든요. 호호호.”


남궁시연이 쓰게 웃었다. 모윤진이 아니더라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사실 오전에 소황을 불러 모윤진과 똑 같은 얘기를 하며 그의 생각을 묻기도 했다.


- 뇌령신조가 황혈을 탐하듯, 황혈을 지닌 자 역시 뇌령신조를 느낍니다. 뇌령신조는 머지 않은 곳에 분명히 있습니다. 제 목을 걸어도 좋습니다.


소황은 그리 단언했다. 그리고 남궁시연은 이를 믿었다. 정확히는 믿고 싶었다. 그래야 살 기회가 있으니까.


“아니오. 뇌령신조는 풍주에 있습니다. 흑천밀림 부근이지요. 물증은 없으나 심증은 확실히 있습니다.”


의외로 단호한 반응에 모윤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호오,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심증이라 말씀드렸습니다.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 설령 아니라고 해도, 예까지 왔으니 찾아는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모 철경께서 도와주십시오. 그 정도 인력은 내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차마, 옥야각의 씨종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터. 남궁시연은 다소 억지스럽게 고집을 세웠다.

허나, 금지훈이 예상했듯, 모윤진은 남궁시연의 그런 태도 때문에 눈빛이 저으기 흔들리고 있었다. 실제 남궁시연은 그저 막연한 희망을 품고 왔을 뿐이나, 모윤진은 그렇게 볼 수 없었다. 대 남궁세가의 소가주가 신조의 존재를 확신한다면, 다 그만한 까닭이 있지 않겠는가 싶은 것이다.


“그 정도 인력이라 말씀하시지만, 이런 궁벽한 오지에선 모으기 쉽지 않은 면면이에요. 아시다시피 풍주는 천상교의 교권이 강한 곳이라 성신교의 사제들은 극히 드물지요. 호호, 풍주에서 샅샅히 긁어 모아도 백을 못 채울 술사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더구나, 제가 아무리 부주라지만 이렇다 할 명분도 없이 수하들을 밀림에 들여보낼 수가 있나요? 이물들이 들끓는 땅. 그냥 죽으러 가라는 얘기지요. 참으로 어려운 부탁이십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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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술사 +22 13.05.20 3,283 63 8쪽
21 내공의 위대함 +8 13.05.18 3,222 50 7쪽
20 전륜무사 +11 13.05.16 3,207 59 9쪽
19 격돌 +10 13.05.15 2,658 52 8쪽
18 밤의 시작 +7 13.05.14 4,044 57 9쪽
17 농락 +8 13.05.13 3,139 53 8쪽
» 모윤진 +11 13.05.11 3,325 58 10쪽
15 사람답게 사는 것 +12 13.05.09 2,791 59 11쪽
14 금지훈 +12 13.05.07 2,580 49 7쪽
13 혁천의 왕 +9 13.05.06 3,325 49 13쪽
12 환골탈태 +11 13.05.04 3,257 59 7쪽
11 거래 +13 13.05.02 3,434 56 10쪽
10 삼음절맥 +16 13.04.28 3,946 75 8쪽
9 뇌령신조 +21 13.04.26 3,645 55 7쪽
8 은자 +21 13.04.25 3,237 54 7쪽
7 남궁세가 +20 13.04.24 3,511 72 8쪽
6 남궁시연 +24 13.04.23 3,344 56 8쪽
5 준귀인 +20 13.04.22 3,347 55 9쪽
4 매화검수 +7 13.04.21 3,901 52 6쪽
3 옥야각 +3 13.04.20 4,773 51 7쪽
2 씨종 소황 +10 13.04.19 6,265 62 8쪽
1 서장 +10 13.04.18 8,728 8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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