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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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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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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5
글자수 :
1,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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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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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12화. 대전쟁의 서막(12)

DUMMY

청귀는 하칼이 들고 있는 자그마한 동물을 봤다.


“이게 뭔가요?”


청귀가 물었다.


“작은 어촌의 꿈을 기억하나?”


하칼이 물었다.


“신전이 있는 작은 어촌이요?”


“그래”


“그러고 보니 그곳의 조각도 동물 형태였죠.”


“맞습니다. 설마 여기도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래, 이 정도 찾았는데 안 보이는 것을 보면 그런 거 같다.”


“어떻게 확인할 수 있습니까?”


하칼은 조용히 동물을 잡고 있던 손을 통해 생각을 읽었다. 작은 동물에게는 기억이란 것이 없었다.


아무런 사고를 하지 않는 동물이라고 해도 단편적인 기억이 존재했다.


위험했던 순간은 물론 따스한 햇살에 대한 작은 기쁨도 느꼈다.


그러나 이 작은 동물에게는 그런 게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빛과 파동 그리고 거대한 두근거림만이 존재했다.


생명이라기보다는 힘 그 자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하칼은 한참 동안 넋 놓고 작은 생명체 안에서 요동치는 빛과 힘을 느꼈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이 골목 한편에 앉아 있었고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이 그를 둘러싸고 바라보고 있었다.


청귀와 적귀 그리고 트러스티와 스위, 나시림까지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하칼이 눈을 뜨자 일제히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하칼의 입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하칼은 직감적으로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꿈의 특성상 해가 지지 않기 때문에 시차를 쉽게 알 수 없었다.


“정확히 그 동물을 만지고 세 시간하고 십 이 분이 지났습니다.”


적귀가 말했다.


“오래되었군.”


작은 동물은 하칼의 손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하칼은 조심스럽게 품 안으로 옮겼다.


“어떤가요?”


나시림이 물었다.


“맞는 거 같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동물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할 최소한의 기억도 없다.”


“그럼 이제 꿈의 주인만 찾으면 되겠군요.”


“그건 어렵지 않을 거다.”


하칼이 말했다.


“어째서인가요?”


나시림이 되물었다.


“이 녀석만 데리고 있다면 주변에 나타날 거다. 그나저나 꿈의 조각이 이런 생명체로 변하는 이유는 무엇이냐?”


하칼이 물었다.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나시림은 말끝을 흐렸다.


“다만?”


“꿈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마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고 유추할 뿐입니다.”


하칼은 조용히 생각했다.


“그럼 릴 림의 힘 때문에 포이에 있는 꿈의 조각이 거대한 나무가 된 것이냐? 그리고 이건 다른 가문의 힘이 조각에 나타난 것이고?”


“그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드무니까요.”


“알았다. 꿈속은 여전히 너무 많은 것들이 수수께끼에 쌓여있군.”


“대부분 꿈의 주민들은 그 꿈에서 영원한 삶을 살 뿐입니다. 꿈길을 오가는 자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희야 나라가 되는 과정에서 몇 명의 꿈길을 여는 자를 찾았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굉장히 드뭅니다. 다른 꿈과 비교할 수 없으니 모를 수밖에 없죠.”


“오히려 반대지. 꿈길을 여는 자를 찾아야만 나라로 거듭날 수 있다.”


나시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조각 소지자는 주변에 어떤 사람의 형태로든 있을 거다.”


“어떤 형태라는 건 무슨 뜻인가요?”


스위가 물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특정한 나이가 없다는 뜻이다.”


“알겠습니다.”


그들은 하칼과 작은 동물을 중심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그런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칼은 나시림을 불렀다.


“태를 끊는 법이 무엇인가?”


하칼은 동물의 목덜미를 잡으며 물었다.


“태를 끊으실 건가요?”


“그래, 안 된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불러야지. 지금 여기에서 이렇게 지체되면 저들은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이다.”


하칼이 말했다.


“태를 끊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꿈의 조각을 주인에게서 빼앗은 뒤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 태가 끊어질 때까지요. 아니면 다른 꿈으로 가지고 나가면 됩니다.”


하칼은 나시림의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났다.


“가자”


하칼은 작은 동물을 잡고 대평야로 다시 나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그들이 작은 동물과 함께 마을을 빠져나갈 때쯤이었다.


“그 손을 놓으시지요.”


마을 한편에 있던 집에서 한 여성이 나오며 말했다. 중년의 여성은 용감하게 홀로 그들에게 다가왔다.


“누구냐?”


나시림이 다가오는 그녀를 막아서며 물었다.


“이 꿈의 주인입니다. 그러니 그 작은 아이를 내려놓으시지요.”


하칼은 성큼성큼 다가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에 가져다 댔다. 잠시 기억을 읽은 하칼은 손을 떼며 작은 동물을 바닥에 놓았다.


“랑의 병사들은 어디로 간 것이냐?”


“그들은 이 도시를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저쪽으로 달려가 자신들의 꿈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칼은 그녀를 바라봤다.


“너는 마치 랑과는 상관없다는 말투구나”


“랑과 상관없지는 않습니다. 이 꿈 역시 랑에 속해있는 꿈입니다.”


“...”


“조금 결이 다른 것뿐입니다.”


“결이 다르다고?”


“랑에는 수많은 꿈이 있습니다. 그리고 꿈은 두 가지로 나뉘죠.”


“두 가지로 나뉜다고?”


“네, 전투를 위한 꿈과 나라를 지탱할 기초적인 꿈입니다. 그들은 꿈을 나눠 철저하게 관리했죠. 전투를 위한 꿈의 주민은 다소 거칠고 난폭합니다. 그들은 이런 꿈에는 어울리지 않죠.”


“그래서 격리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또한 저희도 그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는 그들이 뭘 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저들 역시 저희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럼 전쟁은 모르나?”


“저는 당연히 압니다. 주민들이 모를 뿐이죠.”


“알겠다. 그럼 이 꿈은 놔둘 테니 다음 꿈으로 들어갈 수 있게 길을 열어라.”


“랑은 꿈길을 닫고 떠났습니다.”


“뭐라고?”


“그들은 이곳을 지나가고는 꿈길을 완전히 닫았습니다.”


“이곳에서 그쪽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나? 너희도 엄연히 랑의 꿈이지 않은가?”


“이 꿈에는 꿈길을 여는 자가 없습니다. 모두 랑의 군대와 함께 넘어갔죠.”


“그럼 우리가 데리고 오면 갈 수 있나?”


“가능합니다.”


하칼은 재빨리 스위를 보내 꿈길 여는 자를 데리고 왔다.


꿈길 여는 자는 커다란 망토로 몸을 가리고 얼굴마저 두건으로 칭칭 감아 누구도 알아볼 수 없게 하고 랑의 꿈으로 들어왔다.


자칫 얼굴이 알려지게 되면 가장 처음 저격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랑의 꿈으로 들어와 꿈의 주인이 쥐어 준 이정표를 들고 꿈길을 열었다.


하칼은 꿈길을 여는 것을 처음 봤다. 그는 서홍비와 똑같은 자세로 허공에 손을 들고 길을 열었다.


꿈길은 붉고 검은 악몽의 입구와는 외관상으로 비슷했다. 하칼은 준비한 대로 정예 병사 몇을 데리고 들어갔다.


다만 이번에는 현재 있는 대도시의 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에 스위를 놔두고 갔다.


본격적으로 랑의 꿈에 들어선 하칼을 처음 반긴 것은 따사로운 햇살이었다.


예전 사내의 기억에서 봤던 음침하고 푸른 달을 기억했던 하칼에게 따사로운 햇살은 그를 놀라게 했다.


그들이 나온 입구는 공교롭게도 적군의 한가운데였다.


갑자기 나타난 하칼 일행을 본 랑의 부대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지체하지 않고 움직여 랑의 병사를 죽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혼비백산했다.


하칼은 곧바로 전투 명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청귀와 적귀의 손에서는 불꽃이 날아갔고 트러스티의 검은 공중과 지상에서 춤을 추며 적을 죽이기 시작했다.


나시림과 헤이헤 역시 무기를 들고 가까운 적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강한 포이의 병사들도 자신의 힘을 힘껏 사용했다.


고작 백 명 정도 되는 인원이 몇 백 명의 적군을 죽였다.


랑의 병사들이 전열을 다시 갖추기 시작한 건 준명과 카림이 나타나고부터였다.


준명은 잘린 오른팔 대신 왼팔을 들어 병사들을 지휘했다. 그러나 이미 사기가 저하된 랑의 병사들은 제대로 싸움하지 못했다.


랑의 병사들이 진영을 잡고 대치가 시작되자 하칼은 손을 들어 포이의 병사를 멈췄다.


그는 뚜벅뚜벅 앞으로 나가 준명을 봤다.


“이미 싸움은 기울었다. 인제 그만 항복하는 게 어떠냐?”


하칼의 말에 준명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무엇을 원하나? 어째서 우리에게 전쟁을 걸어온 것이냐?”


하칼은 준명을 바라봤다. 준명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지난 몇 달간의 싸움에서 그는 수많은 동료와 자기 오른팔까지 잃었다.


“나는 너희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다.”


“...”


준명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래, 이건 네가 물어본 게 아니지. 내가 필요한 건 힘이다.”


“힘? 이미 너무나도 강하지 않나?”


“아직도 더 강함 힘이 필요하다.”


“어째서?”


“신을 대적하려는 무리와 싸워야 한다. 그들은 강하다.”


“신을 대적하려는 무리?”


“어쩌면 신과 싸워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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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213화. 대전쟁의 서막(13) 22.08.26 14 0 9쪽
» 212화. 대전쟁의 서막(12) 22.08.19 13 0 10쪽
211 211화. 대전쟁의 서막(11) 22.08.14 12 0 11쪽
210 210화. 대전쟁의 서막(10) 22.08.12 28 0 12쪽
209 209화. 대전쟁의 서막(9) 22.08.07 25 0 11쪽
208 208화. 대전쟁의 서막(8) 22.08.05 18 0 10쪽
207 207화. 대전쟁의 서막(7) 22.07.31 34 0 11쪽
206 206화. 대전쟁의 서막(6) 22.07.29 17 0 12쪽
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9 0 11쪽
204 204화. 대전쟁의 서막(4) 22.07.22 24 0 11쪽
203 203화. 대전쟁의 서막(3) 22.07.17 21 0 10쪽
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7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67 0 12쪽
200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40 0 12쪽
199 199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7) +1 22.07.03 41 1 13쪽
198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22.07.01 34 0 10쪽
197 197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5) 22.06.26 133 0 11쪽
196 196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4) 22.06.24 25 0 11쪽
195 195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3) 22.06.19 29 0 12쪽
194 194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2) 22.06.17 30 0 12쪽
193 193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1) 22.06.13 125 0 11쪽
192 192화. 꿈속의 전쟁(12) 22.06.10 22 0 11쪽
191 191화. 꿈속의 전쟁(11) 22.06.06 17 0 11쪽
190 190화. 꿈속의 전쟁(10) 22.06.03 18 0 10쪽
189 189화. 꿈속의 전쟁(9) 22.05.30 116 0 11쪽
188 188화. 꿈속의 전쟁(8) 22.05.27 19 0 11쪽
187 187화. 꿈속의 전쟁(7) 22.05.22 23 0 11쪽
186 186화. 꿈속의 전쟁(6) 22.05.20 18 0 13쪽
185 185화. 꿈속의 전쟁(5) 22.05.15 25 0 10쪽
184 184화. 꿈속의 전쟁(4) 22.05.13 21 0 12쪽
183 183화. 꿈속의 전쟁(3) 22.05.08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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