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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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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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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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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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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6화. 포이(4)

DUMMY

“치우의 후손이라고?”


하칼이 물었다.


“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직계 후손은 아니죠. 같은 핏줄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칼은 고개를 돌려 트러스티를 봤다.


“치우도 딧 타르 가문이었나?”


“딧 타르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치우는 유 록스 가문이었죠. 유 록스 가문은 아주 특이한 가문입니다. 이 모든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저희가 살던 세계에 대해 먼저 말을 하겠습니다.”


살리마는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손으로 흔들었다. 목걸이에는 특이한 방울이 달려있었다.


또롱 또롱


방울 소리가 특이했다. 방울이 울리자 잠시 뒤 누군가가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그는 커다란 몸과 그에 걸맞은 거대한 날개를 달고 있었다. 그의 허리 양쪽에는 검집에 담긴 검이 들려있었다.


“목이 마르다.”


살리마가 말했다.


“그럼 포이가 자랑하는 우쵸를 대령할까요?”


“그럴 생각으로 부른 거야. 난 네가 달여 주는 우쵸가 가장 맛있거든”


살리마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남자도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는 밖으로 나갔다.


“조금만 기다리시지요. 나시림이 우쵸를 가져올 겁니다. 그는 이곳의 경비대장이면서 포이에서 가장 우쵸를 잘 달이는 사람입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말이죠.”


살리마는 말을 하면서도 웃었다.


“우쵸가 뭐지?”


“아, 우쵸란 저희가 즐겨 마시는 것입니다. 우홉이라는 나무에서 딴 잎으로 달여 마시는 것입니다.”


“아, 녹차 같은 거로군. 뭐, 잘 마시겠어.”


살리마는 나시림이 우쵸를 가져오기 전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나시림은 잠시 뒤 우쵸를 달여 주전자에 한가득 담아 왔다.


나시림은 섬세한 손놀림으로 잔을 각 사람 앞에 놓고는 우쵸를 따랐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십시오.”


나시림은 주전자를 놓고 밖으로 나갔다. 하칼은 잔을 들어 우쵸를 한 모금 마셨다.


“오!”


그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와!”


적귀와 청귀도 동시에 감탄했다.


“생각보다 맛있군요.”


트러스티도 놀랐다.


“모두의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입니다. 우홉이라는 나무는 아주 예민한 나무죠. 저희가 살던 세상에서도 보기 힘듭니다.”


“그런 우홉이 꿈속에도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이냐?”


“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비슷한 맛을 낼 수 있겠지요. 한 번도 맛보지 못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꿈은 현실의 연장인 것이군?”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에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은 없으니까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모방밖에 없지.”


하칼은 말하고 속으로 많이 놀랐다. 꿈속에 갇혀 포이라는 나라를 오랫동안 통치하며 생각이 갇혀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살리마는 오랫동안 생각하고 연구를 해왔던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달각


살리마는 빈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여러분은 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살리마가 물었다.


“갑자기 종교 이야기인가?”


하칼이 말했다.


“그럼 종교는 뭘까요?”


하칼은 곧바로 살리마의 질문에 대답하려다 멈추고는 고개를 돌려 트러스티를 봤다.


“그건 나도 들어보고 싶군. 내가 마지막에 대답할 테니 너희가 먼저 대답해봐”


하칼은 고개를 돌려 청귀와 적귀를 돌아보며 말했다.


“약한 자들이 믿는 절대적인 힘 아닐까요?”


적귀가 말했다.


“보이지 않기에 절대적일 수 있는 힘이죠. 자신을 믿지 못하기에, 아니, 믿을 정도의 능력이 없기에 필요합니다.”


청귀가 말했다.


“재미있군.”


하칼이 웃으며 말했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트러스티가 말했다.


“그래도 평소에 생각한 게 있을 거 아니야?”


“알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이 실체화된 게 종교 아닐까요?”


트러스티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너 다운 대답이구나!”


“사령관님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트러스티가 물었다.


“내 생각에 종교는 진짜 신을 염탐하고 만든 아류작이라고 생각한다.”


“아류작이요?”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피조물이 정하는 게 아니라 창조주가 결정하지. 그러던 와중 인간이 스스로 사고하게 되고 자신이 사는 세상을 바라보며 만든 게 종교라고 생각한다.”


하칼은 최대한 간단하게 이야기하기 위해서 중간중간 말을 끊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렵군요.”


트러스티가 말했다.


“처음에는 그렇지만, 개념을 이해한다면 조금 다를 거야.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간이 아니지. 이제 이런 질문을 한 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말이야.”


하칼은 살리마를 바라봤다.


“흥미롭군요. 신세계에는 신이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이군요. 제가 살던 세상에는 종교라는 건 없습니다. 어쩌면 고대인들에게는 있었을 수도 있죠.”


인간의 이야기는 신으로부터 시작했다. 신이란 언제부터인가 생겨난 인간이라는 존재가 스스로 사고를 시작하고 난 후부터 생겨난 관념이었다.


신은 이 세계의 창조주이자 모든 것의 근원이었다. 신은 세상에 자기 피를 흩뿌려 놓았다.


신의 힘이자 피라고 불리는 이것은 세계를 윤택하게 만드는 영양분이었다.


오랫동안 스며든 신의 푸른 피는 모든 생명체는 물론이거니와 땅과 하늘 그리고 바다에도 스며들었다.


어느 날 인간이 태어났다. 인간이 스스로 사고할 수 있게 되자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분명 인간은 각각의 개체로는 너무나도 약했다. 그러나 수많은 인간이 모여 한 덩어리가 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그들은 집단지성을 통해 자신의 힘을 비약적으로 향상해가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재주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들은 각자 맡은 바 일을 하여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은 이걸 나라라고 불렀다. 자그마한 몸집으로는 이길 수 없었던 적들을 하나씩 이겨갔다.


그리고 전리품으로 그들이 살던 땅을 받아 갔다. 땅을 차지하자 인간은 더 많이 모였다.


나라는 더욱더 부강해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자 주변에는 그들을 대적할만한 적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자 그들은 눈을 돌려 더욱더 넓은 세상을 봤다. 그들은 지도를 만들었다.


북쪽은 엄청난 추위와 함께 험한 산맥이 있었다. 이는 인간에게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남쪽은 반대였다.


너무나도 뜨거운 사막이 존재했다. 이 역시 자연과 싸워야만 했다. 동쪽은 거대한 바다가 있었다.


바다 저편에도 땅이 있었지만, 그저 섬들이 대부분이었고 바다는 그 어느 자연의 섭리보다도 강하고 치명적이었다.


결국 그들은 서쪽을 바라봤다. 서쪽은 북쪽에서 뻗어 나온 거대한 산맥이 연결되어 있었지만, 북쪽만큼 춥지 않았다.


거대한 생태계가 존재했다. 산부터 그 너머의 평야까지 비옥한 땅의 주인은 거인족이었다.


그들은 몇 배가 거대한 몸과 힘으로 대륙의 실제적인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거인은 이들을 소인이라 부르며 무시했다.


하나로 뭉쳐 승승장구하던 인간들은 자신감 있게 거인들과 전쟁을 시작했다. 수적으로도 훨씬 많았고 발전한 무기와 전술이 있었다.


살리마는 이 부분에서 잠시 말을 멈추고 우쵸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이 전쟁의 결론부터 말했다.


고대인들이 시작한 거인족과의 첫 번째 전쟁은 고대인들의 처참한 패배로 끝이 났다.


산맥을 넘어 거인족과 싸우던 고대인들은 다시 동쪽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거인족은 충분히 고대인들의 나라를 침범하고 그들은 노예처럼 부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거인족은 자신들에게 전쟁을 걸어온 고대인들을 용서했다. 거인들의 결정은 고대인들에게 너무나도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오히려 거인족들이 그들을 억압하고 핍박했다면 이런 일이 안 벌어졌을 수도 있다고 살리마는 생각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우월한 인품과 생각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제적인 힘으로 억지로 강요된 인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대인들의 마음은 무너졌다.


만약 고대인들이 거인족만큼이나 남을 이해하고 인정할 줄 아는 존재였다면 신이 직접 나서지 않았을 것이었다.


고대인들은 오랫동안 잠잠하게 지내며 자신들의 열등감에 잡아먹혔다. 그들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영향을 주던 마의 힘으로 눈을 돌렸다.


그들은 자신의 동족을 희생시켜 실험했다.


살리마 역시 어떤 실험을 통해 마를 통제할 수 있게 된 건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그들은 오랜 세월 자행한 실험을 통해 마를 통제하게 되었다.


마의 통제는 여러 가지 힘으로 나타났다. 고대인은 비슷한 능력을 묶어 네 개의 가문을 세웠다.


네 개의 가문은 철저한 통제와 우성 실험을 통해 더욱더 힘을 키웠다.


그리고 또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고대인들은 이 네 가문의 힘을 앞세워 산을 넘어 다시 서쪽으로 진격했다.


고대인들과 거인은 두 차례 거대하고도 긴 전쟁을 치렀다. 전쟁은 치열했다.


제아무리 고대인이 마를 통제한다고 하여도 마에 대해 높은 내성을 가지고 있는 거인족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고대인은 길고 긴 싸움을 소모전으로 끌고 가서 거인족을 몰아낼 수 있었다.


“우리는 역사나 듣자고 여기 온 게 아니야.”


하칼이 살리마의 이야기를 끊으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시려면 예전 일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 모든 일이 쌓이고 쌓여 생긴 일이니까요.”


살리마가 말했다.


“그렇다면 적당히 중요한 것만 말해라.”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


하칼은 다시 살리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거인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고대인은 이전 거인족이 고대인과의 첫 번째 전쟁에서 이기고 보여준 행동과는 완전 반대였다.


그들에게 자비란 없었다. 고대인들은 도망치지 못하거나 항복한 거인족을 노예처럼 부렸다.


그들은 지독하게 이들을 괴롭혔다. 괴롭힘에 못 이겨 난동을 부리는 거인은 그 자리에서 죽였다.


고대인은 그런 행동이 승리를 쟁취한 자의 정당한 보상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행동은 거인족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동식물에도 같았다.


고대인의 오만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세계의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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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9 0 11쪽
204 204화. 대전쟁의 서막(4) 22.07.22 25 0 11쪽
203 203화. 대전쟁의 서막(3) 22.07.17 21 0 10쪽
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7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67 0 12쪽
200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40 0 12쪽
199 199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7) +1 22.07.03 41 1 13쪽
198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22.07.01 3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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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193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1) 22.06.13 1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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