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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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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3
추천수 :
25
글자수 :
1,224,447

작성
22.07.08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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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DUMMY

“다시 돌릴 수는 없는 건가?”


미카엘이 물었다.


“다시 돌린다고? 엘리제를 다시 사람으로 돌린다고? 그게 가능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어째서...어째서 내가 원치도 않는 건 한 거지? 왜? 그냥 평범하게 살 수는 없었나?”


아젤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팔에 꽂혀있던 수많은 주삿바늘을 뺐다.


투둑


바늘이 있던 자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피는 그의 팔을 타고 손끝을 지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평범하게 살기에는 이미 이방인들과 너무 얽혀있었다. 엘리제는 여러 번 내 목숨을 구랬다. 그리고 네 목숨도 마찬가지지. 어려서 정확히 몰랐을 거다. 환에 지은 입은 미로와 동시에 요새처럼 지어졌다. 그 모든 것이 여러 위험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야.”


그는 짧은 계단을 내려와 미카엘에게 다가갔다. 미카엘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젤혼은 천천히 미카엘 곁으로 걸어가 피가 흐르지 않는 손을 들어 미카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카엘의 울음소리가 격해졌다.


“잘 자랐구나.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아. 무엇보다 이 힘든 길을 포기하지 않았어. 너는 나보다 훨씬 더 용감하고 똑똑하다. 그러니까 난, 아니, 우리는 네가 내리는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야.”


미카엘은 손을 벌려 아젤혼을 안았다. 품 안에 들어온, 자신보다도 반 뼘이나 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


미카엘은 아젤혼의 어깨에 기대어 울었다.


“잘 해왔어. 그리고 앞으로도 잘할 거다. 그 어떤 시련이 와도 잘 헤쳐 나갈 거야.”


“전...흑”


미카엘은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시간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증오와 분노로 가득했던 시간이었다.


한 번도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미카엘은 일찍부터 라파엘라가 친동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 모르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성격의 문제가 아니었다. 라파엘라가 가진 힘은 미카엘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마치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만 같았다.


미카엘은 한참 동안 아젤혼의 어깨에 기대어 울다가 고개를 들었다.


“이제 내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내가 네게 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야.”


아젤혼은 작은 편지 봉투를 꺼내 미카엘에게 주었다. 미카엘은 봉투를 받아 곧바로 안을 확인했다.


봉투 안에는 세 장의 종이가 들어 있었다. 새하얀 바탕에 가운데에 검은색 점이 찍힌 종이 두 장과 사진 한 장이었다.


사진은 누가 봐도 다정한 가족사진이었다. 젊은 남녀 한 쌍이 아기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다정히 앉아 있었다.


“이건...”


“맞아, 우리 사진이야.”


아젤혼이 말했다.


“흑...”


“나도 너와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할 일이 있어. 내가 살아 있을 때 해야 할 일이지.”


아젤혼은 울고 있는 미카엘을 두고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방 한쪽에 있는 납으로 만들어진 상자로 다가갔다.


“...”


미카엘은 아젤혼을 바라봤다.


“이건 아까 말한 핵동력이야.”


아젤혼은 납 상자에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위험한 거 아닌가? 방사능 오염이 심각하지 않나?”


샬롭이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오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생각하는 방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작동되지. 이 동력장치는 이 세계의 기술로만 만들어진 건 아니야.”


“그럼 어떤 원리지?”


샬롭이 물었다.


“전 꽤 오래전부터 제가 직접 설계한 고유의 힘을 가진 기계식 팔과 다리를 만들었지.”


“그건 알고 있죠.”


권현이 자신의 다리를 보여주었다.


“맞다. 그 중 절반 이상을 내가 회수했다. 그리고 그 특별한 기계식 팔과 다리를 만들 때 사용했던 몇몇 장치를 꺼내 여기에 사용했다. 작은 기계식 팔과 다리에 특수한 힘을 부여할 수 있었던 이유지. 바로 서홍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능력을 주입한 부품이다.”


“그렇군요...”


권현이 자신의 다리를 만지며 말했다.


“그런 부품에 불어 넣은 힘이 그 종이에도 있다. 검은 점이 찍힌 종이지. 종이를 사용하면 시공간 술을 사용할 수 있다. 그것처럼 부품에 마가 주입되면 모든 것은 작동된다.”


“음...”


“설계가 많이 복잡하다.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는 알아도 된다.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건 연료 자체에서 나오는 방사능과 연료를 사용하고 나면 나오는 방사능을 처리하는 거지. 그 두 가지는 하나의 악몽입구로 연결되어 그곳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악몽을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는 거군요.”


아젤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장치는 엘리제의 등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판을 떼면 그 자리에 부착할 수 있다. 모든 공정을 거치고 엄청난 핵동력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열을 얻을 수 있다. 가끔 연료를 채워야 하지만, 그것조차 검은 사월회에서 알아서 해줄 거다. 다만, 이 동력을 엘리제에게 부착할지 말지는 미카엘, 너의 선택에 달려있다.”


아젤혼의 목소리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조금 전 혼절에서 깨어난 후부터 급격하게 호흡도 가빠지고 있었다.


한주민은 조용히 이 모든 것을 보다 미카엘에게 걸어갔다. 그는 미카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많이 힘들었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짐이었어. 이제 결정을 내리자. 짐을 내려놓을지 아니면 끝까지 지고 갈지 말이야. 굳이 네가 짊어지지 않아도 돼.”


미카엘은 숨을 고르고 울음을 멈췄다.


“저는...할 겁니다. 무슨 일이 되었든 제가 다 할 겁니다.”


“그래, 알았다. 나도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너를 도울 거다.”


한주민이 미카엘에게 말했다.


“네”


한주민은 고개를 돌려 아젤혼을 바라봤다.


“당신...이걸로 당신의 죄가 모두 용서되는 건 아니야. 아이아이에게 너무나 가혹한 짓을 했어. 그건 변하지 않아.”


한주민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못난 탓입니다. 제가 더 현명하고 지혜로웠다면 처음 단추부터 잘 채웠겠지요. 그러나 엘리제는 다릅니다. 그녀는 처음부터 알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제가 저질러 놓은 모든 일을 뒤집을 결단을 했습니다. 미카엘과 엘리제를 잘 부탁드립니다.”


아젤혼은 담담하게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미카엘은 결심했다네. 자네도 결단을 내리시게.”


한주민은 미카엘 대신 그의 뜻을 아젤혼에게 전했다. 아젤혼은 조용히 납 상자를 열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동그란 핵동력을 꺼냈다.


엘리제가 아젤혼에게 다가왔다. 아젤혼은 마지막 힘을 다해 엘리제의 등에 붙어 있던 초승달 모양의 장갑을 떼고 둥근 원반을 달아주었다.


“엘리제...내 사랑이여...지금가지 너무 미안했어요. 실패밖에 남지 않았던 내 인생을 성공으로 만들어준 사람...마지막 희망을 맡기겠어...”


아젤혼은 작업을 마친 뒤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는 다리뿐만 아니라 온몸에 힘이 빠진 듯 천천히 누웠다. 거칠었던 숨소리는 점점 작아지다가 이내 들리지 않게 되었다.


여제는 아젤혼의 시체를 들고 빠르게 바깥으로 나갔다. 그녀는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움직였다.


미카엘 일행은 다시 밖으로 나왔다. 대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했다.


“아젤혼은 죽었나?”


한 남자가 그들이 동아시아 상점을 빠져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어왔다. 미카엘은 그의 목소리가 낯익었다.


“당신...며칠 전에 공원에서 나한테 말 걸어온 사람이지?”


미카엘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내가 먼저 물었다. 아젤혼은 죽었나?”


“넌 누구지? 누군데 다짜고짜 나타나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지?”


“좋아,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난 패위다. 이제 내 물음에 대답해라.”


“패휘? 이방인 중 하나인 패휘냐?”


“아젤혼은 죽었소.”


한주민이 미카엘 대신 대답했다.


“역시 꼬맹이보다 낫군.”


“닥쳐! 너희 이방인들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다!”


미카엘이 패휘를 향해 달려들었다.


“미안하지만, 이 몸을 다치게 할 수 없다. 내 몸이 아니거든.”


패휘는 가볍게 미카엘을 피했다. 미카엘은 여전히 아픈 다리 때문에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죽일 것이다!”


미카엘은 넘어져서도 소리쳤다.


“조용히 해라. 난 이방인이지만, 그들과는 다르다. 아젤혼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군?”


“아니요. 알려주었소.”


한주민이 대답했다.


“상관없다. 중요한 건 아젤혼이 죽었나 안 죽었나이다.”


“왜 그렇게 아젤혼 박사의 죽음에 집착하시나요?”


한주민이 물었다.


“아젤혼이 왜 저렇게 되었는지 아나?”


“대충은 압니다.”


“아젤혼은 마의 힘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으로 가장 처음 악몽으로 들어간 사람이다. 그 결과는 몸의 붕괴다. 삶이 있다면(패휘는 손을 들어 길게 뻗었다) 원래 이쯤에 있어야 할 생명이 이 사이를 뛰어 죽음 직전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군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왜 그의 죽음이 중요한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보고 온 미래에서 마와는 상관없는 자가 꿈으로 인해 죽게 된다면 이제 전쟁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전쟁이요?”


“거대한 전쟁이다. 이제 서홍비가 곧 움직일 것이다. 대적자에게 접근할 거라는 이야기다.”


“대적자라면 라파엘라를 말하는 겁니까?”


“그래, 대적자의 선택에 따라 대적자가 될지 아니면 신 그 자체가 될지 갈리겠지.”


“라파엘라는 지금 거구위와 같이 있습니다.”


“거구귀? 단군을 말하는 거군. 이제 곧 단군은 황제와 다시 한 몸이 될 것이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황제랑요?”


“그래, 그 둘은 원래 한 몸이었다. 아무튼 너희는 빠르게 정비해라 내 수족들이 도와줄 것이다.”


“수족?”


권현이 되물었다.


“내가 바로 검은 사월회의 수장이다. 그들은 내 말을 따른다. 대적자를 감시하기 위해 그리고 아젤혼을 돕기 위해, 조각을 맞추고 있다.”


미카엘은 그사이에 일어났다.


“그래서 네 목적은 뭐냐? 너도 이방인인데 내가 너를 믿어야 할 이유가 뭐지? 정말로 다시 세계를 돌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미카엘이 위협적으로 말했다.


“역시 듣던 대로 거칠구나.”


“어쩌라고! 대답이나 해라!”


“난 엄청 오래 살아왔다.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말이지. 비록 꿈속이지만 말이야. 우리는 힘도 얻었다. 꿈을 통해 오며 검은 모루에게서 조각을 제련하는 방법도 훔쳐 왔지. 우리는 조각을 인위적으로 합쳐 그 크기를 어마어마하게 크게 만들 수 있다.”


“뭐라고? 조각을 합쳐 인위적으로 크게 늘린다고?”


“그래, 그럼 힘도 그만큼 거대해지지. 상상해본 적 있나? 이렇게 큰 꿈의 덩어리를?”


패휘는 손을 들어 커다란 돌덩이를 연상케 할 정도의 모양을 허공에 그렸다.


“말도 안 돼...”


“하지만 그들과 난 다르다. 난 유 록스 가문의 수장이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인간을 관찰해왔다. 그리고 결론을 지었지.”


“결론?”


“모든 인간은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


“당연하지만 지금 여기에 순리대로 사는 이는 없다. 안 그래? 나는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한다. 비록 이미 탈선하여 엇나갔지만, 더 엇나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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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208화. 대전쟁의 서막(8) 22.08.05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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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206화. 대전쟁의 서막(6) 22.07.29 17 0 12쪽
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9 0 11쪽
204 204화. 대전쟁의 서막(4) 22.07.22 24 0 11쪽
203 203화. 대전쟁의 서막(3) 22.07.17 21 0 10쪽
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7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67 0 12쪽
»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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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22.07.01 3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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