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8,276
추천수 :
25
글자수 :
1,224,447

작성
22.08.29 06:00
조회
10
추천
0
글자
13쪽

214화. 대전쟁 제1막(1)

DUMMY

하칼이 랑을 거의 정복해갈 무렵 백두산 역에서는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백두산 역에 모여 여신을 찬양하고 있었다. 이들은 다마스쿠스에서 생긴 새로운 종교집단이었다.


인간 틈에 섞여 살다가 갑자기 나타난 검은 악마들을 물리친 여신은 그저 전설이나 형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날 다마스쿠스 역에 있던 사람들은 똑똑히 봤다. 챠프트 위에 날아올라 검은 악마들을 모두 지옥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그녀는 흠 없이 아름다운 자태로 악마들에게는 철퇴를 그리고 인간에게는 한없는 자비를 베풀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이 모든 것은 여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연히 여화가 그들에게 자비를 베푼 적은 없었다.


그러나 착각은 더 큰 착각으로 바뀌고 그 착각이 입을 타고 소문으로 번지는 순간부터 여화는 악마를 멸하고 인간을 구하러 온 자비로운 여신이 되어있었다.


변화가 시작된 이날도 같았다. 백두산 역에는 수많은 광신도가 몰려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평소보다 많은 수의 광신도를 보며 청진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걱정되는군요...”


청진이 자신과 같이 역에 있는 본부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는 상관에게 말했다.


“왜 저런 놈들이 모이는 거야? 재수 없게! 에이!”


그는 작은 키와 다부진 몸으로 오랫동안 사고 없이 근무하며 백두산 역을 지키는 몽조 수비대의 부대장까지 승진한 사람이었다.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던 그는 성질이 났는지 혀를 끌끌 차며 창문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광적인 사람들이 모이면 그 자체만으로 공포감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성진은 여전히 여신을 찬양하는 백합교 신도들을 보고 말했다.


“왜 저런 것들을 쫓아낼 수 없는 거지? 분명 피해잖아!”


그의 상관은 잔뜩 짜증내며 말했다.


“저들은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을 뿐이야! 아직 이라고! 내가 오랜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저런 부류의 인간들은 언젠가는 문제를 일으킨다. 누군가가 자신들의 믿음에 대해 한마디라도 하는 날에 바로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그는 골치가 아픈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청진은 조용히 광신도들을 바라보며 예전을 회상했다.


그리 오래 지난 것도 아닌데 마치 아주 오래된 사진처럼 그때의 기억은 빛을 점점 잃고 있었다.


꿈같은 모험 이후 일상은 너무나 따분하고 지루해 하루하루가 마치 몇 달 같이 느껴졌다.


청진의 얼굴에는 점점 생기가 빠져 지금은 먼 산을 바라보는 듯 눈에는 초점이 없고 표정은 무미건조했다.


그는 문득 라파엘라가 걱정되었다.


이런 비현실적인 일은 라파엘라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 자신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람임을 첫눈에 알아보고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백두산 어딘가에는 라파엘라가 있었다. 아무 소리 없이 돌아다니는 거대한 호랑이의 아가리를 통과하면 완전 다른 세계가 있었다.


그곳은 하늘과 지척이라 금방이라도 땅으로 쏟아질 듯 별이 수놓아져 있었고 향긋한 자연의 냄새가 났다.


청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조용히 백두산만 바라봤다.


그의 입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광신도들은 별일 없이 하루를 지냈지만, 이틀은 아니었다.


상관의 말처럼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나다니는 사람과 부딪히면 더욱더 큰 소리로 여신을 외치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단체로 다가가 위협하는 건 일상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처벌이 힘들었다. 그러나 아침에 도착한 개신교 전도사들과 시작된 말다툼은 결국 싸움으로 번졌다.


개신교 전도사들이 백합교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믿음을 주장하자 결국 전도사 무리 중 한 명이 의식을 잃을 때까지 때렸다.


몽조수비대는 폭행을 주도한 인물과 그와 동조한 인물들을 모조리 잡아 감옥에 가두었다.


챠프트 역이라 완전한 감옥은 아니었지만, 다른 곳으로 인계하기 전까지 구류시킬 수는 있었다.


그들은 감옥에서도 여전히 여신을 외치며 시끄럽게 굴었다. 청진은 당직이 아니었지만, 그들을 보기 위해 감으로 갔다.


그들이 하는 말 대부분은 그저 맹목적이며 허황된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러나 그 중 한마디가 귓가에서 맴돌았다.


“신의 대적자를 죽이기 위해 이 땅으로 강림하셨다.”


광신도들은 모든 이야기의 끝에 이 문장을 붙였다.


청진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건 어디서 주워들은 거냐?”


갑자기 자신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나타나자 광신도들 역시 적잖이 놀란 듯 잠시 입을 멈추고 청진을 봤다.


“여신을 찬양하고 숭배하라! 이 세상을 정화하러 내려온 신이다! 여신님은 구원이다!”


“그거 말고, 마지막에 했던 말말이다. 대적자 어쩌고 했던 말 말이야.”


광신도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신의 대적자를 죽이기 위해 이 땅으로 강림하셨다는 말 말인가?”


광신도가 물었다.


“그래, 어디서 들은 거지?”


“교주님이다.”


“교주?”


“그래”


“교주가 누구지?”


광시도는 김청진을 빤히 바라봤다.


“교주님은 역 안에서 백두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계신다. 이제 곧 여신님이 백두산에 강림할 것이다! 하하하”


그는 미친 듯 웃었다. 청진은 그대로 감옥을 빠져나와 역으로 돌아갔다.


역 여기저기에는 광신도들이 모여 있었다. 청진은 그들을 지나쳤다.


그는 조금 전 광신도의 말을 떠올리며 백두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했다.


그는 백두산 쪽으로 나 있는 창문으로 갔다. 창문에서는 분명 백두산이 보였지만,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는 백두산 역에서 몇 년을 근무했지만, 역 안에서 백두산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한참 동안 역 안을 돌아다니다가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는 그의 상관이 자리에 앉아 일하고 있었다.


일이라고 해봤자 그저 일지를 적고 그날의 특이사항이나 문제 혹은 점검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는 것뿐이었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상관은 문소리가 나자 고개를 들었지만, 들어온 사람이 청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일지 작성에 집중했다.


청진은 그런 상관을 도와 가끔 일지를 적거나 중요한 일에 대해서 따로 기록해두었다가 상관에게 보고하는 등 따위의 일을 했다.


청진은 자리에 돌아가서 앉았다.


“감옥에 있는 광신도들은 어떤가?”


상관이 청진에게 물었다.


“특이한 건 없습니다. 그저 사소한 다툼 정도입니다.”


“그래, 하지만 불씨는 작을 때 확실하게 꺼야 해. 행여나 불똥이 튀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네”


청진은 오늘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훑어봤다. 수상한 자에 대한 기록은 없는지 그리고 백합교 교주에 대한 것은 없는지 읽고 또 읽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청진은 보고서를 닫고 한숨을 푹 쉬었다.


“뭔 놈의 한숨을 그렇게 쉬나?”


그의 상관이 물었다.


“아닙니다. 그냥 저 광신도들 때문이지요.”


청진은 대충 둘러댔다. 그의 상관은 조선 사투리보다는 표준 몽국어에 가까운 말을 구사했다.


“광신도? 골치 아프긴 하지만 감시만 잘하면 괜찮을 거다. 알아 보니 저 이상한 종교는 다마스쿠스에서 시작했더군.”


“다마스쿠스요?”


“그래, 그곳에서 이미 한 차례 저 녀석들이 부르짖는 여신이 나타나 악마들을 모조리 지옥으로 돌려보냈고 그걸 본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어 저렇게 커진 거란다.”


“그렇군요...실제로 봤다는 말이 정말이었군요.”


“그래”


청진은 책상을 탁탁 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여기 백두산 역에서 백두산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상관은 글을 쓰던 손을 잠시 멈추고 청진을 바라봤다.


“그건 왜?”


“그냥...궁금해서요.”


“왜? 갑자기 저 광신도들이 하는 말에 혹하나?”


“아닙니다. 그냥...”


“저 녀석들이 갑자기 왜 백두산에 대해 들먹이는 건지는 모르지만, 백두산 역은 원래 백두산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백두산을 감시한다고요?”


청진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래, 원래 백두산을 감시하기 위해 지어진 곳이다.”


“어째서 감시하나요?”


“그건 나도 모른다.”


청진은 거구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거구귀 말고는 백두산을 감시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면 몽제국은 거구귀의 행방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되었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래서 그곳은 어디인가요?”


청진이 물었다. 그의 상관은 청진을 빤히 바라봤다.


“챠프트 역 말고 조선으로 들어가는 증기관차 첫 번째 선로 맞은편에 있는 망루다.”


“거긴 예전에 전쟁 때 세워졌던 것 아닙니까?”


“정복 전쟁 이전에 이미 세워져 있었다. 그곳을 기점을 백두산 역이 만들어진 거지.”


“알겠습니다.”


청진은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망루로 가나?”


“네, 순찰도 돌 겸 잠시 갔다 오겠습니다.”


“...”


상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청진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밖으로 나왔다.


그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곧바로 망루로 달려갔다. 광신도들은 복도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망루까지 한걸음에 달려온 청진은 거친 숨을 내쉬며 망루 위로 올라갔다.


이제는 더 이상 군사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아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곳이었다.


망루 위에서는 백두산뿐만 아니라 저 멀리 달려가는 증기 기관차까지 보였다.


“뭘 그렇게 서두르시나요?”


청진이 망루 위에 도착하자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수많은 광신도가 있을 거라 생각했던 청진의 생각과는 달리 망루 위에는 단 한 명의 남자밖에 없었다.


남자는 저 멀리 보이는 백두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말했다.


청진은 거친 호흡을 가다듬고 그에게 다가갔다.


“너희 속셈이 뭐냐? 어째서 여기에 모이는 것이지? 그리고 신의 대적자를 죽이기 위해서 여신이 온다는 건 뭐냐?”


백두산을 보고 있는 남자는 백발을 하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결코 노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청진은 그의 어깨를 잡고 돌렸다. 그는 칠흑같이 까매 빛도 반사하지 않아 청진의 모습도 비치지 않는 눈동자로 청진을 바라봤다.


“아름답죠?”


그는 백두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넌 누구냐? 정말로 교주냐?”


그는 고고하게 생겨 이런 광기 어린 종교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단정한 옷매무새와 잘 다듬어진 머리칼 그리고 차분하고 여유로운 그이 표정은 마치 귀족 가문의 가주 같았다.


청진은 팀을 꿀꺽 삼켰다.


“과연 교주는 모두 당신이 생각한 대로 생겼을까요? 아니, 그전에 종교라는 게 뭘까요?”


그는 아리송한 말을 했다.


“뭐라고?”


“인간은 각자 자기만의 틀을 가지고 있죠. 자신이 생각한 것 그리고 그 상상에 맞게 모든 것을 끼워 맞추려합니다. 설령 그게 진짜가 아니라도요.”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인간에게는 객관적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주관적이죠. 그저 정도의 차이랍니다.”


“...”


청진은 그의 어깨를 놨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녀가 대적자가 맞습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죠. 대적자가 될 확률이 높지만, 신의 그릇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은 기다려야합니다.”


“뭐라고?”


“두 쌍뿔족 중 여화씨는 이미 백두산에 도착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곧 복희씨도 도착하겠죠. 남은 건 그녀가 어떻게 변하느냐 입니다.”


“넌...도대체 누구냐?”


청진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군요. 저는 패휘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5 215화. 대전쟁 제1막(2) 22.09.02 13 0 11쪽
» 214화. 대전쟁 제1막(1) 22.08.29 11 0 13쪽
213 213화. 대전쟁의 서막(13) 22.08.26 13 0 9쪽
212 212화. 대전쟁의 서막(12) 22.08.19 12 0 10쪽
211 211화. 대전쟁의 서막(11) 22.08.14 11 0 11쪽
210 210화. 대전쟁의 서막(10) 22.08.12 27 0 12쪽
209 209화. 대전쟁의 서막(9) 22.08.07 24 0 11쪽
208 208화. 대전쟁의 서막(8) 22.08.05 18 0 10쪽
207 207화. 대전쟁의 서막(7) 22.07.31 33 0 11쪽
206 206화. 대전쟁의 서막(6) 22.07.29 17 0 12쪽
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8 0 11쪽
204 204화. 대전쟁의 서막(4) 22.07.22 24 0 11쪽
203 203화. 대전쟁의 서막(3) 22.07.17 19 0 10쪽
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6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66 0 12쪽
200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37 0 12쪽
199 199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7) +1 22.07.03 40 1 13쪽
198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22.07.01 32 0 10쪽
197 197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5) 22.06.26 132 0 11쪽
196 196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4) 22.06.24 24 0 11쪽
195 195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3) 22.06.19 29 0 12쪽
194 194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2) 22.06.17 29 0 12쪽
193 193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1) 22.06.13 124 0 11쪽
192 192화. 꿈속의 전쟁(12) 22.06.10 21 0 11쪽
191 191화. 꿈속의 전쟁(11) 22.06.06 16 0 11쪽
190 190화. 꿈속의 전쟁(10) 22.06.03 18 0 10쪽
189 189화. 꿈속의 전쟁(9) 22.05.30 115 0 11쪽
188 188화. 꿈속의 전쟁(8) 22.05.27 19 0 11쪽
187 187화. 꿈속의 전쟁(7) 22.05.22 22 0 11쪽
186 186화. 꿈속의 전쟁(6) 22.05.20 16 0 13쪽
185 185화. 꿈속의 전쟁(5) 22.05.15 25 0 10쪽
184 184화. 꿈속의 전쟁(4) 22.05.13 20 0 12쪽
183 183화. 꿈속의 전쟁(3) 22.05.08 21 0 10쪽
182 182화. 꿈속의 전쟁(2) 22.05.05 148 0 13쪽
181 181화. 꿈속의 전쟁(1) 22.05.01 24 0 12쪽
180 180화. 포이(8) 22.04.29 20 0 12쪽
179 179화. 포이(7) 22.04.24 18 0 11쪽
178 178화. 포이(6) 22.04.21 30 0 10쪽
177 177화. 포이(5) 22.04.18 135 0 13쪽
176 176화. 포이(4) 22.04.15 19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