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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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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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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수 :
1,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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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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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DUMMY

“아젤혼!”


의자가 돌고 그 위에 앉자 있던 아젤혼 박사의 모습이 보이자 미카엘은 소리치며 앞으로 달려 나가려다 넘어졌다.


아픔도 잊어버릴 만큼의 분노였다. 그러나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미카엘은 다시 일어나 다가갔다. 소리치는 대신 이를 앙다물어 잇몸에서 피가 날 정도였다.


“넌 여전히 무모하고 단순하구나. 앞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 걸 순수하다고 해야 할지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아젤혼은 미카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손을 들어 엘리제의 가면을 어루만졌다.


“당신이 정말 아젤혼 박사인가요?”


샬롭이 물었다.


“그렇지. 내가 바로 그 유명하고 유명한 아젤혼이다.”


아젤혼은 엘리제를 바라보며 샬롭의 물음에 대답했다.


“널 죽이겠다!”


미카엘이 소리쳤다.


“좀 조용히 기다려라.”


아젤혼은 미카엘을 나무랐다. 미카엘은 이제 거의 아젤혼이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


“닥쳐!”


아젤혼이 고개를 돌려 미카엘을 바라봤다.


“서두르지 마라. 어차피 나는 이제 곧 죽는다.”


아젤혼은 자신의 팔과 목에 꽂혀있는 주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미카엘은 그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멈췄다.


“뭐라고?”


미카엘이 되물었다.


“조금 있으면 죽는다고 했다. 지금 이 상황을 위해 여태껏 목숨을 부지했을 뿐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시 빨리 죽고 싶다.”


아젤혼은 다시 엘리제를 바라봤다.


철컥


잠시 뒤 물이 열리고 한주민과 권현이 들어왔다.


“탐정님?”


미카엘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한주민을 바라봤다.


“왔구나...”


한주민이 말했다.


“왜 두 분이 거기서 나오는 건가요? 두 분이 배신한 건가요? 아니면 처음부터 아젤혼과 같은 편이었나요?”


미카엘은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추궁했다.


“아니, 우리도 잡혀 온 거다.”


권현이 말했다.


“그걸 지금 믿으라고?”


미카엘은 고개를 들어 권현과 한주민을 바라봤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이었다. 실망도 슬픔도 화도 아닌 공허함만 가득 차 있었다.


“시간 없다. 믿고 안 믿고는 네 몫이다.”


아젤혼은 그런 미카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 어디 한 번 들어보자. 이렇게 주변 모두를 이용해 나를 속여 여기까지 오게 했으니까 말이야. 어차피 지금 나는 뭘 할 수도 없지. 정말 치가 떨리도록 치밀하고 교활하구나!”


미카엘은 실소하듯 웃었다. 아젤혼은 그런 미카엘의 냉소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 세계는 어떻게 본다면 위험해 처해있다.”


아젤혼이 말했다.


“어떻게 보면? 이제 궤변과 말장난을 시작하는 거냐?”


아젤혼은 미카엘이 어떤 말을 하든 반응하지 않았다.


“이방인...그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들 때문이다. 그들은 꿈길을 통해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왔지. 마치 예전 전설에나 나올법한 힘을 사용하면서 말이야.”


“큰 귀 부족을 말하는 건가?”


샬롭이 물었다.


“그래, 그들이 큰 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은 마를 변형시켜 사용할 수 있다는 증거다. 저들 세계의 모든 자가 큰 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 아무튼 이 세계로 넘어온 이방인은 총 다섯 명이다. 릴 림, 기 나림, 유 록스 그리고 딧 타르라는 네 개의 거대한 가문의 수장과 한 시대에 한 명만이 존재하는 이단자의 왕이다.”


“이단자의 왕?”


미카엘이 물었다.


“그래, 이단자의 왕은 아주 오래되었다. 네 개의 가문보다 훨씬 더 말이지. 저들의 본토에서 이단자라 부르며 바다 건너로 추방한 자들은 원래 고대인의 후손이다.”


아젤혼은 잠시 말을 멈추고 물을 마신 뒤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단자들, 즉, 고대인은 영토를 넓히다 마주한 새로운 힘에 대항하기 위해 작은 조각을 만들었다.


조각은 인간의 목숨을 매개로 한 꿈에서 만들었다 인간의 목숨과 술자의 역량 두 가지와 꿈의 크기는 비례했다. 꿈이 크면 클수록 꿈의 조각도 커졌다.


그리고 조각의 크기는 그 힘과 비례했다. 아젤혼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저쪽 세계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고대인 앞에 나타난 적과 그들의 마지막을 알려주자 미카엘은 분노도 잠시 잊은 채 홀린 듯 귀를 기울였다.


“말도 안 돼...”


미카엘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들이 왜 여기에 왔는지 아나?”


아젤혼이 물었다.


“왜지?”


“그들 세계에는 과거에 거대한 전쟁이 있었지. 하나의 대륙이 두 개로 나눠질 정도로 격렬한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싸움은 고대인이 이겼지. 아무런 기록도 남아있는 게 없지만 말이야. 그 후 세계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


“두 가지 재앙이라고 그들은 불렀지.”


“아까 말한 쌍뿔족과 외뿔족이냐?”


미카엘이 물었다. 아젤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야. 그들은 그저 신의 수족일 뿐이다. 두 가지 재앙은 그런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야.”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고?”


“첫 번째 재앙은 사막어라는 거다.”


“사막어?”


“사막어는 물속이 아닌 땅속을 기어 다니는 생물이지. 사막어는 땅속을 기어 다니다가 생명이 붙어 있는 모든 자연을 먹어 치운다.”


미카엘을 포함한 모두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생명체였다.


“생명을 먹는다고?”


“그래, 자연을 먹어버려 모든 곳을 사막으로 만들어 버린다.”


“설마...그럼 그 때문에 저들이 살던 세상이 망한 건가?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온 건가?”


“재앙은 두 개라고 했지. 사막어만으로는 인간을 막을 수 없었다. 사막어가 미친 듯 기승을 부릴 때 그들에게 새로운 왕이 나타나 평정했다. 초록의 왕이라 불린 그는 사막어를 밀어내고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을 정복했다.”


“그럼 저들은 왜 온 거냐?”


미카엘이 재촉했다.


“그들이 온 이유를 말하기 전에 인간성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초록의 왕은 실제로 왕은 아니었다. 그저 일개 한 개인에 불과했지. 아무튼 그는 엄청난 업적을 남겼음에도 네 가문은 그를 무참히 죽였다.”


“죽였다고?”


“그래, 그가 사막어와의 전쟁을 끝내자 곧바로 죽였다. 죽인 이유는 별거 없었다. 그저 정말로 왕이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인기가 많았던 거지.”


미카엘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가 죽은 뒤 다시 사막어가 활개 쳤겠군.”


“아니야, 그의 업적은 그 정도가 아니야. 그는 사막어를 막을 방법까지 찾아 놓은 상태였기에 사막어는 이제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어.”


“그때 두 번째 재앙이 온 건가?”


“그래, 두 번째 재앙은 강력한 힘이다.”


“그게 재앙이라고?”


“인간이 허용치 이상의 강한 힘을 얻게 되자 인간을 지탱하던 모든 것이 무너졌다. 다수보다 강한 개인이 나타나자 사회의 질서는 물론이거니와 체계가 붕괴하였다.”


아젤혼은 주삿바늘이 덕지덕지 꽂혀있는 자기 팔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


“개인이 국가보다도 위에 서게 되었으니 어떻게 됐을까? 숭고한 정신으로 무장되었던 현자들은 타락했고 네 가문의 수장은 더욱더 강한 힘을 갖기 위해 미친 듯 움직였다. 초록의 왕이 만들어 놓았던 향녹은 관리가 안 되어 하나씩 망가지기 시작했지.”


“향녹?”


“향녹은 간단하게 이야기해 땅에 박아 사막어를 못 오게 하고 다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거지. 내가 들은 바로는 향녹을 사막에 박으면 몇 년 이내로 비옥한 땅으로 바뀐다더군.”


“그걸 방치해서 망가뜨린다고? 아무리 어리석어도 그게 말이 되냐?”


미카엘이 비웃으며 말했다.


“너는 네 자식이 굶어 죽고 당장 지금도 먹을 수 있는 게 없는데도 그런 걸 신경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땅이 비옥한데 어째서 굶는 거지?”


“개인이 다수보다 강하면 그렇게 된다. 그건 허용치 이상의 힘이며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이다. 그렇기에 재앙이지. 아마도 그 당시에는 축복이라 여겼겠지. 하지만 지나고 보니 재앙이었다는 말이다.”


“...”


미카엘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국가보다 강한 개인이라는 것은 얼마나 강해야만 가능할지 알지 못했다.


“결국 땅은 대부분이 다시 사막으로 변했다. 사막으로 변하는 땅이 많아질수록 나라에서 원하는 세금은 늘어났지. 왜냐하면...”


“이전과 똑같은 돈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적어진 세금의 양을 늘려야했지.”


“맞아, 그리고 국가보다 강해진 개인에게도 내야 했다. 그것을 어긴 곳은 향녹이 파괴되었다. 그게 법이었다. 절대적인 힘”


“그래서 그들은 이곳으로 넘어오려는 것이냐?”


“그래, 다시 시작하고 싶은 거지. 하지만 그것조차 그들이 갖게 된 힘 때문에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 신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아젤혼은 말을 마치고 기침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그의 입에서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괜찮소?”


한주민이 놀라 물었다. 그는 아젤혼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 이야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젤혼은 웃으며 한주민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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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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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7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67 0 12쪽
200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40 0 12쪽
199 199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7) +1 22.07.03 4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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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195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3) 22.06.19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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