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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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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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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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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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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4화. 꿈속의 전쟁(4)

DUMMY

“안 된다.”


하칼은 딱 잘라 거절했다.


“어째서인가요? 저를 못 믿으십니까?”


트러스티는 하칼에게 다가왔다.


“너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다.”


“제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것도 아니다. 지금 나는 괴물을 모아 힘을 키우려는 거야. 괴물을 물리치려는 게 아니라고.”


하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쉽군요.”


“그럴 필요 없다. 지금 좋은 생각이 났거든. 당장 징명왕을 잡으러 간다. 모두 준비해라!”


하칼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지금요?”


“그래”


하칼이 대답했다.


“잠시만요!”


살리마가 다급히 말했다.


“뭐냐?”


“지금 저희는 징명왕 토벌을 위한 병력을 따로 뺄 수가 없습니다. 랑이 눈치챌 것입니다.”


“필요 없다. 꿈길을 열어줄 자와 길을 알려줄 자만 있으면 된다. 되도록 징명왕을 죽이지 않을 거야.”


“징명왕을 같은 편으로 만들겠다는 뜻인가요?”


살리마가 물었다.


“그래,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성공한다면 곧바로 검은 모루를 치러 갈 것이야.”


“검은 모루는 더더욱 위험합니다. 그리고 검은 모루로 가는 꿈길은 알지 못합니다.”


살리마가 다급하게 외쳤다.


“검은 모루는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검은 모루는 검은 모루로 상대할 거야. 우선 징명왕을 잡아야 가능한 일이지. 어서 안내해라!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랑과 전쟁을 시작한다고 해도 이길 수 없잖아?”


“그건...”


“언제 힘을 키워서 언제 적을 이길 것인가? 결국 큰 힘을 단시간에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하칼은 완강했다. 살리마는 더 이야기하려다 이내 입을 닫고 생각에 잠겼다.


징명왕은 분명 위험한 존재였기에 같은 편이 된다면 엄청난 전력이 될 게 분명했다.


살리마는 하칼의 마지막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해답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스위야”


살리마는 스위를 불렀다.


“네”


“네가 같이 갔다오너라”


“알겠습니다.”


스위가 대답했다.


“좋아! 그럼 바로 출발해 볼까?”


“정말 곧바로 출발 합니까?”


스위가 물었다.


“그럼 뭘 더 기다려야 하지?”


“트러스티님도 그렇고 적귀님과 청귀님도 돌아온 지 얼마 안 됐습니다. 하루 정도 쉬었다가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칼은 스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트러스티를 봤다.


“어때?”


“저는 아무런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당장 싸우고 싶어 몸이 근질거립니다.”


하칼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청귀와 적귀를 봤다.


“저희도 뭐...딱히 뭔가를 하고 온 것이 아니니까요.”


청귀가 말했다.


“그저 잠시 보고 왔을 뿐이죠.”


적귀가 대답했다.


“그렇다는군.”


하칼은 미소 지으며 스위를 봤다.


“하아...좋습니다. 그럼 곧바로 출발하시지요.”


스위는 한숨을 쉬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징명왕이란 놈이 있는 꿈까지는 먼가?”


하칼이 스위의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 스위는 그사이 문을 열고 있었다.


“꿈과 꿈의 거리는 그저 하나의 꿈길 차이일 뿐입니다.”


스위가 말했다.


징명왕이 점령한 꿈으로 통하는 꿈길 앞에서 스위는 다시 한 번 더 하칼을 돌아봤다.


“뭐냐?”


하칼은 여전히 머뭇거리는 스위를 보고 물었다.


“정말로 자신 있으신가요? 징명왕의 수하 중에는 검은 모루도 있고 심지어 꿈의 조각을 가진 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다 가지고 있다. 심지어 너도 가지고 있잖아?”


스위는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꿈길 안으로 들어갔다. 하칼 일행도 스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꿈길을 넘어오자 차가운 공기가 코를 통해 폐 속으로 들어왔다. 입에서 내뿜는 숨은 하얀 김으로 바뀌어 나갔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스위는 곧바로 어디론가 걸어갔다.


“추운 곳이군.”


하칼이 말했다.


“네, 죽은 자들의 부대는 온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렇군. 뭐 약점 같은 건 없나?”


“약점이요? 약점은 없습니다. 두려움이나 다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아픔도 느끼지 못하니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힘들 겁니다.”


스위는 추위로 얼어붙은 땅을 걸어가며 말했다. 꿈 안은 황량했다.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만 그들을 반겼다.


듬성듬성 쌓인 눈은 끝없는 우위에 얼어 딱딱해져 있었다. 날씨 탓인지 동물은커녕 벌레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스위는 얼마 안 가 걸음을 멈췄다.


“다 온 것이냐?”


스위는 대답 대신 무릎을 꿇고 땅을 어루만졌다. 잠시 뒤 땅에서 초록빛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철컥


땅에 있는 문이 열렸다.


“들어가시지요. 여기 있는 동안 사용할 은신처입니다.”


하칼은 눈을 반짝이며 안을 들여다봤다.


“대단하군!”


하칼은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이 트러스티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청귀와 적귀도 들어갔다.


“먼저 들어가시지요. 제가 마지막으로 들어가야 문을 닫을 수 있습니다.”


“그런가? 무슨 원리지?”


하칼은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끝없이 질문했다. 스위는 마지막으로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은신처는 바깥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또한 은신처의 특성상 간결하고 필요한 것만 있어야 했지만, 은신처 안에는 수많은 푸릇한 식물이 있었다.


넝쿨이 벽을 타고 천장까지 덮고 있었고 바닥은 푸른 잔디가 깔려있었다.


“이곳은 릴 림 가문의 힘으로 만든 장소입니다. 파괴적인 힘을 가진 기 나림과는 달리 릴 림은 언제나 상생을 목표로 연구를 해왔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였고 어디에서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싸웠습니다.”


“릴 림은 좋은 힘이구나!”


하칼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징명왕을 만나러 가볼까?”


하칼은 지체 없이 말했다.


“잠시 만요. 싸우기 전에 적에 대해 좀 알고 가면 좋지 않을까요?”


스위는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하칼이 불안했다.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느냐?”


하칼이 물었다. 스위는 재빨리 지도를 펼쳤다.


“이걸 보시지요. 이것은 이 꿈의 지도입니다.”


하칼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이곳이 정말로 꿈이 맞느냐? 악몽이 아니고?”


“네, 여전히 꿈입니다. 징명왕이 태어난 꿈은 아니지만요.”


“징명왕이 태어난 꿈이 아니라고?”


“네, 징명왕은 다른 꿈에서 태어났습니다. 살 조합에 포함되어 있던 조용하고 평화로운 꿈이었죠.”


“괴물이 태어나는 이유나 기준은 전혀 모르겠군.”


“그걸 알면 대비가 가능하겠지만, 모릅니다. 아무튼 징명왕은 조용히 처음 태어난 곳에서 힘을 키웠습니다. 그들은 괴물이 태어났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죠.”


“상당히 머리가 좋은 녀석이군.”


“머리만 좋은 게 아닙니다. 능력 또한 뛰어납니다. 징명왕은 그곳을 거점삼아 세력을 키웠습니다. 괴물에게는 실력 좋은 자의 시체만 있으면 되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럼 그 꿈은 지금 어떻게 되었나?”


“오랫동안 징명왕은 다른 꿈을 갔다가 돌아왔기 때문에 검은 모루가 오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


“하지만 결국 검은 모루는 징명왕이 거점 삼은 꿈으로 왔고 둘의 싸움은 꿈을 파괴했죠. 꿈 안에 살던 이들은 그들의 싸움에 맥없이 죽었고 그 바람에 징명왕은 곧바로 군대를 보충해 싸울 수 있었습니다.”


“그럼 검은 모루가 징명왕을 죽이러 온 최초의 사냥꾼이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분명 그전에도 징명왕의 존재를 알아채고 싸움을 건 사냥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패했을 뿐이죠.”


“그렇군.”


“검은 모루와 싸울 때도 상당한 실력을 갖춘 병사가 몇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알겠다.”


“그리고 그 싸움이 징명왕을 더 이상 상대하기 힘들게 만든 가장 큰 사건입니다.”


“검은 모루를 이겨서?”


“네, 사실 검은 모루가 왔을 때 당시에 징명왕은 검은 모루를 이길만한 전력까지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근데?”


“살 조합에 포함되어있던 꿈에서 다른 살 조합에 도움을 청했죠.”


“살 조합? 누가 살 조합에 도움을 청한 건가? 그리고 살 조합은 뭐지?”


“살 조합은 나라에 속하지 않은 자들이 온갖 위협에서 서로를 지키고자 만든 연합입니다. 그들은 나라처럼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독립성을 유지하며 필요한 것만 교류하고 위험할 때 도와주는 정도만 합니다. 도움을 요청한 건 징명왕이 있던 꿈의 주인이었죠.”


“음...”


“그는 자신의 꿈을 징명왕과 검은 모루의 싸움 속에서 지켜내기 위해 불렀습니다. 그들은 강하기는 했지만, 징명왕과 검은 모루의 싸움에 끼어들 정도는 아니었죠.”


“그럼 그들은 죽어서 징명왕의 전력이 되었겠군.”


“정확합니다. 이미 소규모였지만, 군대를 만든 징명왕은 검은 모루와 자신 있게 싸웠습니다.”


“...”


“하지만 검은 모루는 상당히 강했죠.‘


하칼은 스위의 말을 조용히 듣기 시작했다.


징명왕은 검은 모루와 처음 전투를 치르고 지금 있는 병력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징명왕은 그 꿈에 있던 모두를 죽이기 시작했다. 꿈의 주민으로 만든 병사는 숫자는 많았지만, 힘은 없었다.


그저 시간 벌기에 불과 했다. 검은 모루가 괴물이 되어버린 주민들을 죽이고 있을 때 징명왕은 다른 살 조합의 꿈에서 온 병사를 죽여 그들의 시체를 되살렸다.


아마 살 조합에 싸움이 아닌 커다란 전투의 판도를 읽을 줄 아는 자가 있었다면 이런 사달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아니, 최소한 지금의 상황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공유하는 체계가 있었다면 그때 검은 모루에 의해 징명왕은 죽었을 것이었다.


살 조합은 징명왕의 힘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병력을 보냈다.


결국 징명왕은 검은 모루를 이길 정도의 부대를 갖게 되었다.


물론 징명왕이 피해를 안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검은 모루의 시체를 되살리는 것 하나만으로도 지금까지의 피해보다 더 큰 수확을 거둔 것이었다.


이후 징명왕은 범접이 힘든 존재가 되었다. 징명왕은 검은 모루와의 싸움으로 인해 악몽이 되어버린 꿈을 버리고 다른 꿈으로 이동했다.


훗날 또 올 검은 모루를 대비하여 자신에게는 가장 좋고 인간에게는 가장 혹독한 환경을 가진 지금의 꿈에서 터를 잡게 되었다.


“꿈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꿈의 주인을 살려 놓아야 합니다.”


“태도 끊어지면 안 되지.”


“네, 태 역시 그대로이기 때문에 꿈으로 남았죠.”


“야비하군.”


그때 트러스티가 말했다.


“하하하”


하칼이 갑자기 튀어나온 트러스티의 한마디에 웃기 시작했다.


“웃을 일이 아닙니다.”


스위가 말했다.


“이제 좀 싸울 마음이 들었느냐?”


하칼이 트러스티에게 물었다.


“지금 당장 달려가서 목을 비틀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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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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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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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22.07.01 3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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