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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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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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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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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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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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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1화. 꿈속의 전쟁(11)

DUMMY

징명왕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고민을 하는 중이라는 뜻이었다.


“만약에 내가 너희 인간들을 죽이는 것이 계획이라면 어떻게 할 거냐?”


“그게 너의 계획이냐?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이렇게 아등바등 병력을 모은다고? 이미 꿈속에서 사는 인간 중에 죽음을 갈망하는 자들은 많다. 굳이 이런 짓을 하지 않아도 가능할 수도 있어.”


하칼이 말했다.


“죽음을 갈망하는 자들이 많다고? 그럼 어째서 전쟁하는 거냐?”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 꿈에서도 자신들의 힘을 키우고 지키고자 하는 인간들이 있다. 각자 이유는 다르겠지만 말이야.”


“너는 어째서 힘이 필요한 거지? 너는 무슨 이유냐?”


“애초에 나는 꿈속에서 사는 인간이 아니야. 밖에서 온 인간이다. 내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왜냐하면 내게는 죽음이라는 끝이 있으니까. 그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잘 살아야지.”


하칼이 대답했다.


“꿈에 사는 인간이 아니라고?”


“그래, 나는 소위 말해 꿈속에 사는 이들이 신세계라고 부르는 곳에서 왔다.”


“신세계?”


“그래”


“신기하군. 인간이라는 건. 네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건 내가 태어난 꿈 말고는 처음이다.”


하칼은 징명왕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태어난 꿈은 어떤 곳이었지?”


“내가 태어난 곳은 특별한 곳이지. 그 어떤 곳도 그곳과 비교할 수 없어.”


징명왕은 달콤한 추억을 되새기는 듯 잠깐이었지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랑이나 포이가 공격했나? 멸망시켰나?”


“랑? 포이? 아니다.”


“그럼 검은 모루가 공격했나?”


“내가 두 번째로 정착했던 꿈에 검은 모루가 왔었다.”


“그럼 태어난 꿈은 어떻게 된 거지?”


징명왕은 고개를 돌려 하칼을 바라봤다.


“나는 처음 내가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니, 내가 인간과 다르다는 건 알았지만, 인간과 내가 싸워야 하는 존재라는 걸 알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하칼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격 없이 나를 대해주었다. 자신의 친구처럼 나를 대했다는 말이다. 그들은 내 가족이었다.”


“대단한 사람들이군.”


하칼은 진심으로 말했다.


“나는 복수해야 한다. 내 가족의 복수다.”


“그 대상이 누구지? 누가 괴물인 너 말고 인간만을 죽인 것이냐?”


징명왕은 이제 싸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랜만에 나눈 대화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과 대화하려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아서 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밖에선 아직도 싸움 중이다. 네 친구가 내 병사들을 죽이는 중이지. 편안하게 대화할 시간은 아니다.”


징명왕은 말을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입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알겠다. 기다려라. 싸움을 중지하겠다. 대신 네가 배신한다면 우린 더 이상 봐줄 생각은 없다. 밖에 있는 녀석들만큼 나와 이 녀석도 강하니까.”


하칼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징명왕을 압박하기에는 충분했다.


징명왕도 딱히 이 부분에 반박하지 않았다.


“알겠다. 싸움을 중지시켜라.”


“청귀야, 밖으로 나가서 여기 상황을 알리고 잠시 싸움을 중단하라 일러라. 다만 적이 먼저 공격하면 그때는 봐주지 말고 모조리 쓸어버리라고 해.”


“알겠습니다.”


청귀는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자, 이제 다시 이야기를 속행해볼까?”

“너는 우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우리? 네게 우리라면 괴물을 말하는 거냐?”


“그래, 너희가 괴물이라 부르는 우리 존재들이지.”


“알고 있다는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군.”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태어난다. 그리고 태어남과 동시에 배척당하지. 우리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배척당하고 싶어서 당하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위협이 되니까 그런 거다.”


하칼이 말했다.


“위협이라...사실 우리도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성숙한 게 아니다. 알고 있나?”


“뭐, 대충 알고 있다. 아직 정확하게 이야기해주는 괴물이 없어서 그렇지.”


“이야기해준다고? 누가 말해주는 거지?”


“그건 나중에 설명해 줄 테니 네 말을 마저 끝내라”


징명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인간에게도 죽음이 허락된 곳에서는 탄생도 허락되었다고 들었다.”


“맞아.”


“그리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인간들은 자아라는 게 거의 없지.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신기한 부분이지. 아기일 때는 미성숙하다. 뭐, 커진다고 다 성숙해지는 건 아니다. 그저 이해관계를 깨달을 뿐이지.”


“이해관계?”


“소위 말해 사회성이다. 몸이 커지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면 남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을 맞춰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 그 부분이다. 어째서 그럴까? 어째서 아기일 때는 미성숙해도 되고 커서는 사회성이라는 걸 알아야 하지?”


“음...아기일 때는 사회성이라는 것을 아는 건 불가능하니까? 능력적인 부분에서 아예 가능하지 않아서 아닐까?”


“인간은 같은 종족이 아닌 종족은 정복하려 한다. 특히나 자신들의 삶의 터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더더욱 가만히 못 놔두지. 위협이 된다면 어떻게든 정복하려 한다. 상생을 기본적으로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너희는 벌레 한 마리도 집안에 들어오는 걸 원치 않잖아?”


“좀 과장되기는 했지만, 그 바탕은 얼추 맞다. 그런데 넌 배척당하지 않았다고 했잖아?”


“왜 그랬을까?”


“그나마 겉보기에 인간과 흡사해서?”


“그것도 어느 정도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힘이 없어서였다.”


“아! 너 하나로는 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던 거로군!”


“맞다. 그들은 강했다. 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내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언어도 그중 하나였지.”


“얼마나 강했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거냐?”


“그 꿈에 살던 이들 대부분은 너희만큼은 아니지만, 강했다. 그리고 몇몇은 저 밖에 있는 딧 타르의 힘을 쓰는 여자만큼 강했지.”


“트러스티만큼 강했다고?”


“그래, 솔직히 훨씬 강하다고 기억하고 있다. 그때 나는 어린아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지. 아무튼 그렇게나 강한 꿈은 어디지?”


“그 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뭐라고?”


“말 그대로다. 꿈은 악몽조차 되지 못하고 한순간에 사라졌다.”


“혹시 검은 모루인가? 그들이 총공세를 했나?”


“무슨 소리냐? 검은 모루는 자신들이 만든 규칙을 웬만해서는 어기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 전에 말했듯 그들은 내가 태어난 꿈에는 오지 않았다.”


“그럼 누구지? 다른 꿈나라인가?”


징명왕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뱉었다.


“그런 나라가 쳐들어왔다면 나를 안 죽였을까? 그리고 그들이 치열하게 싸우면 싸울수록 내 힘은 더 커져서 오히려 그들을 몰아냈을 것이다. 전투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내 능력을 사용하기에는 좋지.”


“그럼 누구냐?”


징명왕은 그때 생각이 나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자식은 내게 물었다. ‘어째서 인간과 섞여서 살았냐?’고 말이다.”


“그 자식?”


“그것은 가장 처음 생긴 꿈과 함께 태어난 괴물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꿈이 생기기 전에 태어났을 수도 있지.”


“괴물? 괴물이 습격했다고?”


“그래, 괴물은 형체를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녀석은 꿈을 통째로 먹어 치우는 괴물이니까.”


하칼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꿈을 먹어 치운다고?”


“그래, 통째로 먹어 치운다. 표적이 된 꿈은 반응 한 번 하지 못하고 사라진다.”


하칼은 꿈속으로 들어와 그 어떤 때보다 충격을 받았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


“최악의 괴물이다.”


징명왕은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런 괴물을 이길 수는 있나? 아니 싸울 수는 있냐는 말이다.”


“괴물은 꿈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지만, 같은 괴물은 먹지 않았다. 먹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먹지 않은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말이야.”


하칼은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럼 어떻게 대화를 한 것이냐? 꿈이 없는 상태가 아니었나? 꿈이 없는 세계가 있는 것이냐? 꿈과 꿈 사이의 공간 말이다.”


하칼은 좀처럼 상상할 수가 없었다. 꿈이 아닌, 꿈과 꿈 사이의 공간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징명왕은 하칼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꿈과 꿈 사이에 공간은 없다. 꿈은 하나의 세계이며 꿈길은 그 세계를 잇는 길이다. 내가 그 괴물 녀석과 말한 곳은 그 녀석의 뱃속이다. 이미 꿈을 집어삼켜 모든 것을 파괴한 후 내가 깨어난 곳은 괴물의 뱃속이었지.”


“뱃속?”


“그 녀석의 뱃속은 하나의 거대한 꿈과 같다. 꿈을 파괴하기 위한 하나의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칼은 놀라 입을 벌렸다.


“아...”


다른 말을 잇지 못했다.


“괴물의 뱃속은 온통 검었다. 빛 한 점 돌아다니지 못하고 모든 것을 빨아 드리는 암흑 그 자체였다. 뱃속에 들어간 것은 양쪽에 흡수되어 버린다. 어둠 속에서는 한 치 앞도 불 수 없다. 싸운다는 건 죽으러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도와줄 생각이냐?”


징명왕은 말을 마치고 조용히 하칼의 대답을 기다렸다. 하칼은 징명왕을 바라봤다.


“그래, 도와주지!”


징명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이냐?”


“그래,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


“네가 말한 것처럼 괴물을 상대하러 간다는 것은 죽으러 가는 거나 다름없다. 그러니까 네가 내 목적을 이루는 것을 먼저 도와줘야 한다. 그 모든 일이 끝나면 기꺼이 같이 가서 죽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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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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