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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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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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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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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7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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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화. 꿈속의 전쟁(8)

DUMMY

트러스티가 도망치고 나흘 후 하칼 일행은 다시 징명왕이 있는 호숫가 마을로 돌아왔다.


그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트러스티를 제외하고는 몸을 숨긴 채였다. 트러스티가 나타나자 징명왕의 부하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나흘 전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그녀 역시 그에 응답하듯 검으로 그들을 베어나갔다.




경쾌한 쇳소리가 났다. 검은 모루가 그들 틈에 섞여 트러스티를 공격했다. 그녀는 검은 모루의 창을 밖으로 쳐냈다.


그저 막기만 했다면 또다시 휘어져 들어와 그녀를 공격했을 것이 분명했다.


검은 모루는 여전히 검은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트러스티는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성과 반대편 끝 쪽으로 갔다.


예상대로 그들은 마을을 벗어나지 않았다. 트러스티가 얼어붙은 호수로 몸을 피하자 그들은 공격을 멈췄다.


트러스티는 이점을 이용해 마을과 호수를 왔다 갔다 하며 손쉽게 적을 상대했다.


“이번에 온 검은 모루는 겁쟁이인가? 아니면 전략가인가?”


어느새 징명왕이 호수를 통해 걸어와 트러스티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트러스티는 징명왕을 힐끗 봤다.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지금이다. 징명왕을 쳐라!”


호수 바깥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하칼이 말했다. 그러자 적귀와 스위가 숨어있던 곳에서 튀어나오며 호숫가에 있던 징명왕을 공격했다.




거대한 화염이 적귀의 손에서 발사되어 징명왕을 집어삼켰다. 처음의 화염이 채 사그라지기 전 적귀는 또 한 번 불꽃을 날렸다.


“이건 뭐지? 검은 모루? 아니야, 검은 모루는 불꽃을 직접 다루는 자가 없어. 그럼 우연이 겹친 건가? 검은 모루가 나를 죽이러 올 때를 기다린 다른 사냥꾼들인가?”


불꽃이 사그라지고 아직 연기는 걷히지 않은 상태에서 징명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검은 모루가 아니다. 단 한 번도 내가 검은 모루라 한 적이 없다. 네가 그렇게 짐작했을 뿐.”


트러스티가 대답했다.


“뭐라고? 검은 모루가 아니라고?”


“검은 모루는 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트러스티는 소리치며 검은 모루를 밀쳐냈다. 그 사이 적귀와 스위는 징명왕에게 가까워졌다.


그러자 트러스티를 공격하던 징명왕의 부대가 스위와 적귀를 향해 빠르게 달려왔다. 트러스티는 이제 검은 모루와 일대일 구도가 되었다.


적귀는 꿈의 조각으로 강해진 자신의 힘을 처음 사용하는 무대였다.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힘과 끝없는 마를 느꼈다.


특히 고갈되지 않는 마는 적귀를 더욱 날뛰게 만들었다. 적귀는 불과 바람의 힘을 있는 힘껏 사용했다.


불에 바람을 합쳐 엄청나게 빠르고 거대한 불꽃을 난사하기도 하였고 바람으로 회오리를 만든 후 불꽃을 입혀 공격하기도 했다.


스위는 육탄전으로 징명왕의 부대와 싸웠다. 그는 날개를 이용하여 하늘을 날아다니며 자신의 주 무기인 장검으로 적을 베었다.


스위는 치명상만 피하는 최소한의 방어만 하며 대부분을 공격에 집중했다.


전투 중에 입은 크고 작은 상처는 릴 림의 힘으로 바로바로 치유가 되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목이 잘려 한 번에 죽는 거 아니라면 뭐든 치유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징명왕과 싸우고 있는 사이 하칼은 청귀와 함께 호수를 돌아 성으로 향했다.


끼이익


오래된 문의 소름 끼치는 소리가 성안에 울려 퍼졌다. 청귀는 손에 불꽃을 만들어 안을 밝혔다.


둘은 조심스럽게 성을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자 조금 더 과감하게 탐색하기 시작했다.


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고작 해봐야 열 댓 개의 방과 홀 그리고 식당과 주방 정도가 다였다.


“다시 나갈까요? 나가서 적귀를 도와줄까요?”


세 번째로 성을 둘러본 청귀가 물었다. 하칼은 문 앞에 서서 성안을 바라봤다.


“너는 지하가 없는 성을 본 적이 있느냐?”


하칼이 물었다.


“저는 성을 잘 모릅니다만, 그런 성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성은 있어야 할 게 너무 많이 없다.”


“있어야 할 것들이요?”


“그래, 너는 성의 용도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성은 크게 두 가지 중 하나다. 적을 막고 소중한 것을 지킬 용도와 과시용이지.”


하칼이 말했다.


“그럼 이 성은 과시용인가요?”


“너는 이런 성을 보고 과시가 될 거라고 생각하느냐? 이토록 단조롭고 필요한 것조차 갖춰지지 않은 성이? 외관도 마찬가지다. 그 흔한 정원도 없다.”


“그럼 뭘까요?”


청귀가 물었다.


“실용적으로 만들어진 성이다. 그저 우리가 못 찾은 게 있을 뿐이야.”


하칼은 말을 하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성 가운데 있는 옥좌로 돌아갔다. 옥좌라고 하기에는 다소 거칠게 만들어진 의자는 철과 그 위에 가죽을 덧댄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밑은 철로 된 수많은 인간이 의자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칼은 옥좌 밑에 새겨진 인간들의 표정을 찬찬히 뜯어 봤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설마 이런 옥좌 밑에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거나 하는 그런 뻔한 건 아니겠지요?”


청귀가 다가와 물었다.


“오! 그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는데! 이 쇳덩어리 옥좌를 움직일 수 있겠느냐?”


하칼이 물었다.


“해보죠.”


청귀는 조각의 힘을 양껏 사용하며 온 힘으로 옥좌를 밀었다.


드르륵


옥좌는 쇠가 갈리는 소리를 내며 조금씩 움직였다.


“나도 도와주지! 움직이는 게 아니라 넘어뜨린다고 생각하자!”


하칼도 합세하여 옥좌의 위쪽을 있는 힘껏 밀었다. 옥좌는 조금씩 기울더니 이내 넘어졌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옥좌의 밑 부분이 그대로 드러났다.


옥좌 밑에는 청귀의 말처럼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하칼은 청귀를 바라봤다.


청귀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하칼과 청귀가 옥좌 밑에서 지하로 연결되는 길을 찾았을 무렵 트러스티는 검은 모루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검은 모루는 트러스티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끈질겼다. 사실 처음 싸워보고 난 뒤 그리 어렵지 않은 상대라 생각했다.


그녀를 방해하던 다른 부하들이 없었다면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싸움은 그녀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검은 모루의 기술은 까다로웠다. 자유자재로 휘는 장창은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려워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속도와 힘은 분명 트러스티가 한 수 위였기 때문에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불리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었다.


트러스티는 이런 상대와는 처음 싸웠다. 그리고 이내 검은 모루가 자신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은 모루 자기보다 몇 배는 더 긴 시간동안 전투를 치르며 경험을 쌓았기에 본인보다 강한 상대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절대로 깊은 공격은 하지 않았다. 얕은 공격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가 기회가 날 때만 한 걸음씩 더 들어왔다.


반대로 트러스티가 창의 거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조금만 앞으로 나가면 곧바로 얼굴로 창이 날아왔다.




트러스티는 고개를 돌려 창을 피했고 창은 그녀의 볼을 스치고 지나가며 상처를 냈다.


고개를 돌려 창을 피하는 사이 검은 모루는 또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트러스티는 웃었다.


오히려 상대방을 인정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트러스티는 온전히 앞에 있는 적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허술한 듯하면서도 빈틈없이 노련한 검은 모루를 어떻게 하면 이길까 생각했다.




장창의 끝은 막아서는 트러스티의 검을 스치며 아래로 휘어졌다. 트러스티는 빠르게 검으로 창을 막으려 손을 접었지만, 창은 한 번 더 휘어졌다.


결국 트러스티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야 했다.


트러스티는 며칠 전 얼음 위에 꽂아놓고 온 다른 한 자루의 검이 생각났다. 휘어지는 장창을 상대하기에는 두 자루의 검이 더 편할 것 같았다.


트러스티는 거리를 벌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적귀와 스위는 징명왕의 부대와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유리하기는 했지만, 저들을 상대하며 동시에 검은 모루의 발을 묶을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았다.


트러스티는 조금씩 방향을 틀어 반대편 호수에 꽂혀있는 검을 가지러 갔다. 그러나 그것조차 알아차렸는지 검은 모루는 방향을 반대로 틀며 공격했다.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싸움이 길어지는 것은 사실 큰 상관이 없었다. 그녀는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막는 것에만 급급한 싸움의 양상이 답답했다.




공격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방금처럼 무갑으로 공격을 막으며 무리하게 들어가야 했다.


검은 모루는 순간적으로 들어온 트러스티의 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집중해야 한다...”


그때 검은 모루가 입을 열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트러스티는 순간 자신이 잘 못 들은 줄만 알았다.


“딧 타르는...무기를 믿어야만 한다.”


그녀의 생각을 알고 있던 검은 모루가 그녀에게 말했다.


“뭐라고?”


트러스티는 순간 자신이 잘 못 들은 줄만 알았다.


“난...사로잡힌 몸이다. 내가 원해서 싸우는 게 아니야.”


검은 모루가 말했다. 한 마디로 징명와에게 잡혀서 싸울 뿐이지 본인이 원해서 싸우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트러스티는 검은 모루의 말을 믿어야 하나 고민했다.


“집중하고 믿으라는 게 무슨 뜻이냐?”


트러스티는 잠시 고민하다가 문득 검은 모루가 뭐라고 대답할지 궁금해져 물었다.


“너는...어리군. 잘 들어라. 딧 타르의 힘은 너의 무기를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검은 모루는 조용히 말하며 트러스티를 계속 공격했다.


“믿는다고? 무기가 부서지지 않고 여전히 날카로워서 적을 벨 수 있다고 믿어야 하나?”


“그건 당연한 것이다. 더 나아가 네가 필요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너를 이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어떤 방법으로든 이기게 해준다고? 무기가?”


“그래, 무기는 딧 타르의 마에 반응할 것이다.”


검은 모루의 말뜻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지금 다른 한 자루의 검이 절실했다.




조금 전에도 다른 한 자루의 검이 있었다면 방어와 동시에 공격할 수 있었을 게 분명했다.


그녀는 지금 당장 검이 자기 손에 들리길 바랐다. 그 생각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그녀의 생각이 반대편 호수에 있는 검에 도달하자 검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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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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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203화. 대전쟁의 서막(3) 22.07.17 21 0 10쪽
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7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67 0 12쪽
200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40 0 12쪽
199 199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7) +1 22.07.03 41 1 13쪽
198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22.07.01 34 0 10쪽
197 197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5) 22.06.26 1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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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189화. 꿈속의 전쟁(9) 22.05.30 116 0 11쪽
» 188화. 꿈속의 전쟁(8) 22.05.27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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