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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8,310
추천수 :
25
글자수 :
1,224,447

작성
22.08.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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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0화. 대전쟁의 서막(10)

DUMMY

푸른 사막으로 들어온 하칼과 청귀는 곧바로 오아시스에 있는 병사들과 합류했다.


이미 작은 새들을 통해 상황을 지켜보던 하칼은 괴물이 여전히 언덕 아래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멀리서 상황을 지켜봤다.


나시림은 하칼이 들어오자 한걸음에 달려왔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시림이 물었다.


“뭘 말인가?”


하칼이 되물었다.


“못 들으셨습니까? 랑의 그 괴물 말입니다.”


“들었다.”


나시림은 하칼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괴물에 대해 하칼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하칼은 이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괴물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는 하칼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나시림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는 괴물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런 이야기는 이야기일 뿐이야. 내가 직접 보고 들어야만 진짜가 되는 거다.”


“알겠습니다...”


잠시 뒤 랑의 진영에서 한 사내가 걸어왔다.


“저 사내인가?”


하칼이 청귀에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청귀가 대답했다.


“가자”


하칼은 모습을 드러내며 언덕 아래 있는 괴물에게로 갔다. 괴물은 여전히 언덕 아래에 누워 있었다.


사내는 성큼성큼 하칼에게 다가왔다.


“당신인가?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자가?”


“그래”


하칼은 짧게 대답하고는 곧바로 손을 들어 사내의 머리에 가져다 댔다. 사내는 상당히 오랜 시간 살아왔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오래된 기억은 빛이 바랜 사진처럼 너무 희미해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보통 인간보다 몇 십 배는 더 긴 기억의 끈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사내는 분명하게 괴물에 대해 말한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 그 생각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신문에 가장 큰 사진과 함께 대문짝만한 글씨로 도배한 것만 같았다.


아마도 힘이 얼마 안 되는 유 록스였다면 다른 것은 절대 보지 못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하칼은 달랐다. 하칼은 거대한 기억의 그림을 지나 작은 조각을 뒤졌다. 그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찾을 수 없었다.


이미 아주 오래전 잊힌 기억인 듯 했다. 하칼은 너무 희미해 이해할 수 없는 기억은 그냥 지나쳤다.




기억을 더듬는 도중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하칼은 이게 물리적인 충격이 아니라 강렬한 기억의 충돌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칼은 강제로 그 기억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기억 속에서 사내는 아주 어두운 골목을 걷고 있었다. 골목은 기분 나쁠 정도로 축축했고 미로 같았다.


머리 위에는 태양 대신 시퍼런 탈이 떠 있었다.


새하얀 달이 아닌 푸른 달은 얼어붙은 듯 너무나도 차갑고 싸늘하게 도시를 비추고 있었다.


사내는 새하얀 입김과 함께 거친 숨을 내쉬며 거리를 배회했다.


크르릉


옆 골목에서 짐승 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흠칫 놀라고는 곧바로 반쯤 부서진 수레 뒤에 몸을 숨겼다.


잠시 뒤 거대한 곰처럼 생긴 짐승이 골목에서 나왔다. 짐승은 푸른 달빛을 받았음에도 새빨간 피를 뒤집어쓰고 있던 탓에 마치 불에 타는 것처럼 붉었다.


짐승은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사내가 숨어있던 수레를 지나쳤다. 사내는 짐승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그는 짐승의 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레 뒤에서 나왔다.


크르릉


그러나 그곳에는 사내 혼자만 있던 게 아니었다. 그가 나오길 기다리며 숨어있던 짐승이 별안간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는 얼마나 깜짝 놀랐던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순간 기절했다.


이 기억은 이때로 끝났다. 하칼은 다음 기억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살폈다.


다행히도 이다음 기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사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눈앞에 거대한 짐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내 자신이 죽지 않은 이유는 짐승이 이미 죽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넌 짐승이냐? 인간이냐?”


사내는 갑자기 들어온 물음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내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목소리의 주인은 짐승 사체 너머 골목 담장 위에 앉아 달빛에 비친 사내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이...인간입니다.”


사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째서 산 인간이 여기 있는 것이냐?”


의문의 여성이 물었다.


“그건...길을 잘못 들었습니다...”


“길? 꿈속에서 길을 논한다는 건 네가 꿈길을 여는 자라는 소리인가?”


“그건...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꿈 안에서 길을 잘못 들 수가 있지?”


여성은 추궁하듯 물었다.


“그건...”


“똑바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네 목숨은 없는 거다.”


사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는...랑에서 온 사람입니다.”


“랑?”


“그렇습니다. 꿈나라입니다.”


“...”


여성은 사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꿈은...이 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짧지만 길게 느껴졌던 침묵을 깨고 사내가 물었다.


“꿈? 너는 이곳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네?”


“이곳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악몽이다.”


“악몽이요?”


“그래”


“그렇군요...그럼 꿈의 주인은 죽은 겁니까?”


사내가 물었다.


“그건 아니다.”


“그럼 태가 끊겼겠군요...쉽지 않았을 텐데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건가요?”


“태도 그대로다.”


“네?”


“사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꿈의 주인은 태가 이어진 채 여전히 살아있다.”


“그럼 어째서 이곳이 악몽이라는 겁니까?”


“이곳엔 호리아리가 있다.”


“호리아리가 누군가요?”


사내는 생전 처음들어 보는 이름이었다.


“호리아리는 아주 비밀스러운 집단이지. 강제로 꿈을 악몽으로 바꾸는 연구를 하고 있다.”


“강제로 꿈을 악몽으로 바꾼다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우리도 그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그들을 쫓고 있다.”


“당신들은 누구인가요?”


사내는 푸른 달빛을 등지고 앉아있는 여성에게 물었다.


“우리는 검은 모루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그녀는 마치 푸른 후광을 뿜어내는 존재처럼 차갑게 빛났다.


사내는 그 모습에 홀려 한동안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하칼은 그렇게 끊겨버린 기억을 뒤로 하고 다음 기억의 조각을 찾았다. 기억은 뒤죽박죽이었지만, 푸른빛이 빛나는 조각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 기억 안에서 사내는 검은 모루라 소개한 여성과 함께 다니고 있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사내가 조심스럽게 앞서가는 검은 모루에게 물었다.


“검은 모루가 되는 순간 이름은 없다.”


“그래도 그 전에 사용하던 이름이 있을 것 아닙니까?”


“...”


검은 모루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거리를 걸었다.


거리는 여전히 축축했고 비린내가 진동했다. 다만 조금 전과 다른 건 골목 벽 뒤에 있는 집에 간간히 불이 켜져 있었다.


비단 불만 켜져 있던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평범한 일상의 대화부터 행복해하는 소리까지 정말 사람이 사는 것만 같았다.


하칼은 집안을 들여다보려 했지만, 기억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었다.


“저들은...이곳에 사는 주민입니까?”


사내는 아까와는 사뭇 다른 안정적인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마도 이곳에 자신이 혼자도 그리고 그녀와 둘만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에 느끼는 안정감이었다.


“저 소리를 믿지 마라. 이곳은 저주받은 악몽이다. 저들은 악몽 안에 갇혀 평생 거짓 안에서 살아야 한다. 몸은 이미 썩었고 혼은 무너졌다.”


사내는 검은 모루의 말을 듣자 가까운 집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소리가 섬뜩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사내는 걷다가 무너져 낮아진 담장 너머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검은 모루는 사내가 고개를 돌려 집안을 들여다보기 전에 빠르게 다가와 그의 얼굴을 잡았다.


“왜 그러십니까?”


사내가 놀라 물었다.


“저기를 보면 저것들이 네게 들러붙을 것이다. 죽고 싶지 않다면 보지 마라.”


“아...알겠습니다.”


검은 모루는 사내의 얼굴을 놓으며 다시 길을 걸었다. 사내는 귓가에 들려오는 즐거운 웃음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칼은 빠르게 다음 기억을 찾았다. 기억을 찾으며 알아낸 것은 이때의 기억은 대부분 푸른색 빛을 낸다는 것이었다.


하칼은 다음 기억을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기억에서는 사내는 혼자였다.


그것도 도시에 도착하여 이제 막 입구를 들어가고 있었다.


기억이 섞인 것이었다. 하칼은 그 기억을 놔두고 다른 기억을 찾았다.


또 다른 푸른 기억, 그 안에서 사내는 몸을 숨기고 있었다. 골목 사이 좁은 틈으로 보이는 곳에는 검은 모루가 있었다.


검은 모루는 누군가와 마주하고 있었다.


“내 손에 죽을 것이다.”


검은 모루가 말했다. 그녀는 기다랗고 얇은 검을 하늘로 들었다.


“잘도 알고 찾아왔구나...”


검은 모루와 대화하는 상대는 사내의 시야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사내는 그것이 호리아리에 속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칼은 골목에서 나와 그의 얼굴을 보려 했지만, 애초에 기억에 없던 것을 볼 수는 없었다.


번쩍


엄청난 빛과 함께 기억이 끊겼다. 하칼은 다음 기억을 찾았다.


수많은 기억의 파편 속에서 찾은 기억은 이미 죽어버린 검은 모루였다. 그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하칼은 그 빛조차도 검은 모루와 호리아리가 싸우면서 낸 빛이 아니라 그저 사내가 받은 충격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칼이 손을 떼고 현실로 돌아왔다.


“시체를 내주어라.”


하칼은 뒤로 돌아서며 청귀에게 말했다.


“이자의 말이 사실입니까?”


“그래”


하칼은 대답하고는 푸른 사막의 꿈을 빠져나갔다. 그는 삭망의 꿈에서 곧바로 포이로 돌아갔다.


포이의 성안에서 조용히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살리마의 방문이 열렸고 하칼이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하칼의 방문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살리마는 깜짝 놀라 물었다.


“호리아리가 무엇이냐?”


하칼은 다짜고짜 물었다.


“호리아리가 뭔가요?”


살리마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태가 끊어지지도 않고 꿈의 주인이 살아있는 꿈을 강제로 악몽을 만드는 집단이라고 들었다.”


살리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집단이 있습니까?”


“나도 네 기억을 읽어서 안다. 잘 모르겠지. 하지만 들어본 적도 없는가? 아니면 꿈을 돌아다니는 자 중에서 알만한 자도 없을까?”


하칼이 물었다. 살리마는 한참동안 생각하다가 문득 뭔가가 생각났는지 벌떡 일어났다.


“아주 오래 전에...이상한 집단이 있다고 했던 것을 들었습니다.”


“그래?”


“예전에 고르지가 이야기했습니다. 어떤 책을 찾았는데 그곳에 그들의 이야기가 몇 중 있다고 했죠.”


“뭐라고 했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만, 그들은 짐승을 만들어 푸는 자들이다. 짐승은 괴물과 달라서 꿈을 좀먹게 만든다. 그들은 짙은 안개와 함께 찾아오며 악취를 내고 기괴한 울음소리를 낸다. 그들이 오면 꿈에는 푸른 달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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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211화. 대전쟁의 서막(11) 22.08.14 12 0 11쪽
» 210화. 대전쟁의 서막(10) 22.08.12 28 0 12쪽
209 209화. 대전쟁의 서막(9) 22.08.07 25 0 11쪽
208 208화. 대전쟁의 서막(8) 22.08.05 18 0 10쪽
207 207화. 대전쟁의 서막(7) 22.07.31 33 0 11쪽
206 206화. 대전쟁의 서막(6) 22.07.29 17 0 12쪽
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9 0 11쪽
204 204화. 대전쟁의 서막(4) 22.07.22 24 0 11쪽
203 203화. 대전쟁의 서막(3) 22.07.17 20 0 10쪽
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6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67 0 12쪽
200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39 0 12쪽
199 199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7) +1 22.07.03 40 1 13쪽
198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22.07.01 33 0 10쪽
197 197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5) 22.06.26 1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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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193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1) 22.06.13 1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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