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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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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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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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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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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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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13화. 대전쟁의 서막(13)

DUMMY

“신과 싸운다고? 그리고 신을 죽이려는 이들은 또 누구냐?”


“청귀야”


하칼이 청귀를 불렀다.


“네”


“기습에 잘 대비하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준명이 한숨을 쉬었다.


“그럴 필요 없다. 우린 더 이상 싸울 생각이 없다.”


준명이 힘이 풀린 목소리로 하칼에게 말했다. 하칼은 랑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런데도 하칼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넌지시 물었다.


“싸울 생각이 없다고? 어째서?”


준명은 고민했다. 그는 사정을 적에게 이야기해야 하는 가와 동시에 적이 믿을만한 사람인가를 파악했다.


지금 그의 선택은 비단 자신의 목숨만 달려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타고난 우두머리는 아니었지만, 매정한 지도자는 아니었다.


“랑은...더 이상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싸울 수가 없다고? 그게 무슨 말이지?”


준명은 손을 들어 랑의 병사들에게 무기를 완전히 내리라고 지시했다. 랑의 병사들은 지칠 대로 지친 기색이 확연했다.


긴장과 피로에 절어있던 병사들은 손을 내리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금의 랑은 너희가 생각하는 랑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랑이 아니라고?”


“그래”


“지금 첫 번째 랑의 꿈에는 푸른 달이 떠올라있다고 들었다.”


준명이 말했다.


“들었다고? 본 것이 아니라?”


하칼이 물었다.


“지금 몇 명을 제외한 그 누구도 첫 번째 랑의 꿈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그 누구도? 왜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몇 없다. 그리고 그 몇 명도 이미 전쟁의 판도가 기울어지자 먼저 도망쳤지”


“도망쳤다고?”


“그래, 그들은 자신들의 몸 안에 있는 짐승이 튀어나오는 것을 두려워한 거겠지”


“어디로 간 거지?”


“푸른 달이 떠 있는 꿈으로 갔겠지”


“첫 번째 랑의 꿈 말인가?”


“아마 그곳이 가장 유력하다.”


하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포이의 총사령관인 이 하칼이 말한다! 여기 있는 그 누구라도 완전한 항복을 한다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나시림은 이리로 오너라!”


하칼은 나시림을 불렀다.


“네”


“이전 꿈으로 가서 속히 포이에 속하도록 해라. 그렇지 않으면 모조리 죽이겠다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나시림은 곧바로 아홉 번째 랑의 꿈으로 돌아갔다. 하칼은 앞으로 한 걸음 나갔다.


“준명이여, 항복하라. 그러면 모두 목숨을 살려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포이의 사람처럼 평범하게 살도록 도와주겠다.”


하칼의 외침은 랑의 병사들 사이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를 살폈다.


병사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준명이 입을 열었다.


“나는 항복하겠다.”


그의 말을 들은 카림이 놀란 눈으로 준명에게 다가왔다.


“정말인가? 정말로 포이로 항복할 거냐?”


그는 거칠게 준명의 어깨를 잡았다.


“그래”


“배신하겠다는 건가?”


“배신? 서호께서는 이미 우리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너도 알지 않느냐?”


“...”


카림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미 랑은 호리아리에게 홀려 푸른 달이 떴다. 이게 무슨 말인지 너도 알고 있잖아? 푸른 달을 직접적으로 보지 못했더라도 그 달의 결과물인 짐승을 보지 않았나?”


“그래...보았지...끔찍한 짐승들이었다.”


“어쩌면 말이야.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선택일 수도 있다. 당연히 우리는 여기서 죽음을 택할 수도 있다.”


“죽음...”


준명의 죽음이란 단어는 하칼의 말만큼이나 거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나는 살고 싶다! 그리고 평화롭게 살고 싶어! 예전에 랑은...그런 곳이었다. 내게 있어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지. 그러나 지금 봐라! 뭐가 남았나? 우리는 오랫동안 서호님을 뵙지도 못하고 그저 포이를 막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준명은 그간 쌓인 게 많았는지 울부짖었다. 카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준명을 바라봤다.


카림뿐만 아니라 랑의 모든 병사들의 눈이 모두 준명에게 쏠렸다.


“좋다...너는 네 마음대로 해라. 나는 내 결정하지. 네가 어떤 결정을 하든 존중한다. 포이로 가든 랑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든 말이야...”


카림은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어깨에서 힘을 빼며 말했다. 그리고는 준명을 지나쳐 앞으로 나왔다.


“카림...”


준명이 카림을 불렀다.


“난 싸우다가 죽겠다! 너희는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나는 포이로 가겠다. 걱정하지 말고 어떤 선택이든 너희가 정해라!”


병사들이 여전히 우물쭈물하자 준명이 나서서 다른 선택지를 주었다. 그러자 병사들은 모두 준명을 따라 포이에 항복했다.


그들은 무기와 갑옷을 버리고 포이의 통제에 따라 다시 대도시의 꿈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항복한 병사들이 대도시의 꿈으로 이동하자 준명과 카림 둘만이 여섯 번째 랑의 꿈에 남았다.


“너도 대도시로 돌아가서 치료받아라.”


하칼이 준명의 팔을 보며 말했다.


“한 가지 더 매듭을 지어야 할 게 있습니다.”


“뭐지?”


“이 꿈의 주인에 관해서입니다.”


“그래, 주인은 어떤 사람이지?”


“이 꿈의 주인은 난폭합니다. 싸움을 좋아하며 피를 좋아합니다. 그만큼 교활하고 악랄합니다.”


“알겠다. 참고하지.”


“네”


준명은 잘린 팔을 붙잡고 대도시의 꿈으로 돌아갔다. 하칼은 고개를 돌려 카림을 바라봤다.


카림은 한쪽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다.”


하칼이 카림에게 말했다. 카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었다.


“괜찮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시간만큼 두근거리는 시간이 없지. 너무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설렘이다.”


카림은 씩 웃었다. 하칼은 그 모습에서 순수함을 느꼈다.


“너는 누구와 싸우고 싶은가?”


하칼이 물었다. 카림은 그의 말을 듣고 웃기 시작했다.


“자비인가?”


“자비가 아니라. 그냥 물어보는 거다.”


카림은 쭉 돌아보다 하칼에게서 시선을 멈췄다.


“네 실력이 궁금하군.”


하칼은 주저 없이 자신의 게틀링 건을 꺼내 카림 앞에 섰다. 카림은 날카로움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거대한 쇳덩어리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뭐지?”


하칼은 대답대신 게틀링 건을 들어 카림에게 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화약이 들어있는 총알이 아닌 마의 힘을 총알처럼 쏘는 건 그렇게 소리가 요란하지는 않았다.


카림은 갑자기 날아온 자그마한 총알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팍팍팍


총알은 카림의 살을 뚫고 들어갔다. 다행히도 카림은 꿈의 조각의 힘으로 심한 상처는 입지 않았다.


그래도 빠르고 강력한 공격이 원거리에서 날아오는 건 위험한 것이었다.


카림은 하칼의 무기를 찬찬히 뜯어봤다. 화포랑 비슷한 것 같지만, 훨씬 더 크고 입구가 여러 개였다.


“어떤가? 신세계의 무기는?”


하칼이 물었다.


“별거 없는데?”


“허세 부리지 마라.”


“허세라고?”


“속으로는 놀라서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이 무기가 뭔지 확인하고 있지 않은가? 이건 화포는 아니지만, 비슷한 무기지. 다만 원래라면 화약이 들어간 쇠로 만든 총탄을 써야 하는데 여기선 화약을 찾을 수가 없더군.”


“화약?”


“너희가 사용하는 기 나림의 힘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


카림은 아무 말 없이 게틀링 건을 바라봤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하칼의 말에 카림은 깜짝 놀랐다.


“뭐라고?”


“기습은 나한테 안 먹힌다.”


“어떻게 알았지?”


“처음에 맞은 총알에는 유 록스의 힘이 담겨져 있다. 맞은 대상의 머리에 침투하지.”


하칼이 씩 웃으며 팔을 높이 들며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자 카림도 그와 같이 움직였다.


“이게 뭐지?”


“이 탄환을 맞은 상태에서 이미 넌 진 거다. 이 능력을 파훼할 수 있겠나?”


“하하하!”


카림은 순간 불꽃으로 갑옷을 만들었다. 불꽃은 카림의 뜻대로 움직였지만, 그의 몸은 여전히 하칼에 의해 조종되었다.


하칼은 불꽃을 피해 자리를 움직였다. 카림은 그에 맞춰 불꽃을 던졌다.




하칼이 불꽃에 맞고 휘청거리자 카림도 휘청거렸다. 카림은 웃었다.


같은 시각 하칼은 꿈에 사로잡힌 듯 멍하니 서 있는 카림을 지나쳐 꿈의 주인을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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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214화. 대전쟁 제1막(1) 22.08.29 11 0 13쪽
» 213화. 대전쟁의 서막(13) 22.08.26 14 0 9쪽
212 212화. 대전쟁의 서막(12) 22.08.19 12 0 10쪽
211 211화. 대전쟁의 서막(11) 22.08.14 12 0 11쪽
210 210화. 대전쟁의 서막(10) 22.08.12 27 0 12쪽
209 209화. 대전쟁의 서막(9) 22.08.07 25 0 11쪽
208 208화. 대전쟁의 서막(8) 22.08.05 18 0 10쪽
207 207화. 대전쟁의 서막(7) 22.07.31 33 0 11쪽
206 206화. 대전쟁의 서막(6) 22.07.29 17 0 12쪽
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9 0 11쪽
204 204화. 대전쟁의 서막(4) 22.07.22 24 0 11쪽
203 203화. 대전쟁의 서막(3) 22.07.17 20 0 10쪽
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6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67 0 12쪽
200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39 0 12쪽
199 199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7) +1 22.07.03 40 1 13쪽
198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22.07.01 33 0 10쪽
197 197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5) 22.06.26 132 0 11쪽
196 196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4) 22.06.24 24 0 11쪽
195 195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3) 22.06.19 29 0 12쪽
194 194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2) 22.06.17 29 0 12쪽
193 193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1) 22.06.13 124 0 11쪽
192 192화. 꿈속의 전쟁(12) 22.06.10 22 0 11쪽
191 191화. 꿈속의 전쟁(11) 22.06.06 16 0 11쪽
190 190화. 꿈속의 전쟁(10) 22.06.03 18 0 10쪽
189 189화. 꿈속의 전쟁(9) 22.05.30 115 0 11쪽
188 188화. 꿈속의 전쟁(8) 22.05.27 19 0 11쪽
187 187화. 꿈속의 전쟁(7) 22.05.22 22 0 11쪽
186 186화. 꿈속의 전쟁(6) 22.05.20 17 0 13쪽
185 185화. 꿈속의 전쟁(5) 22.05.15 25 0 10쪽
184 184화. 꿈속의 전쟁(4) 22.05.13 20 0 12쪽
183 183화. 꿈속의 전쟁(3) 22.05.08 22 0 10쪽
182 182화. 꿈속의 전쟁(2) 22.05.05 14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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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180화. 포이(8) 22.04.29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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