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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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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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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수 :
1,2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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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7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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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4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2)

DUMMY

몇 주째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만 했던 샬롭은 일주일이라는 휴가를 얻었다. 고작 며칠 일하고 녹초가 된 것은 아니었다. 꿈 밖에서 며칠은 꿈속에서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마를 미세하게 통제하여 딧 타르와 비슷하게 물리적인 강화를 해야만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았다.


이 부분도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상당한 피로로 다가왔다. 샬롭은 휴가를 받자마자 첫날은 꼬박 잠만 잤다.


이튿날 일어난 샬롭은 이후로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앉아 있었다. 밖으로 나가 무엇을 보든 핵폭탄의 폭발 장면과 그 후에 벌어진 상황이 눈에서 떠나지 않았다.


마치 미래를 보고 온 느낌이었다. 푸른 나무는 모두 타버리고 그나마 살아남은 것들은 방사능에 완전히 오염되어 더는 먹을 수도 만질 수조차 없었다.


숨을 쉴 때마다 오염된 대기가 몸을 썩게 만들어 살아있음에도 부패가 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샬롭은 이날도 하루 종일 자다가 초저녁에 눈을 뜨고는 새벽까지 조용히 창문을 바라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쿵쿵쿵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두드림은 거칠었다. 샬롭은 대답 대신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문 쪽으로 향했다.


철컥




문이 열리자 문에 기대고 있던 누군가가 안으로 쓰러졌다. 샬롭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으윽”


입구에서 쓰러진 남자는 신음을 내었다. 샬롭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이내 피를 흘리고 바닥에 쓰러진 사람이 미카엘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카엘!”


그는 술병을 바닥에 놓고 미카엘을 둘러업어 소파에 눕혔다.


“으으으...형...”


미카엘은 지금 있는 곳이 샬롭의 집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정신을 잃었다. 샬롭은 미카엘을 제대로 눕히고는 몸을 살폈다.


발은 퉁퉁 부어 신발도 제대로 빠지지 않았고 왼팔은 바닥에 쓸려 난 상처에서 피가 나와 엉겨 붙어 검게 변한 상태였다.


팔의 상처는 딱지로 변한 피로 인해 지혈되어 있었다. 문제는 발이었다. 붓기로 보아 골절까지도 생각할 수 있었다.


샬롭은 일단 차가운 얼음주머니와 물에 적신 수건을 가져왔다. 얼음주머니는 발목에 올려놓고 수건으로는 팔에 상처를 닦고 주변을 소독했다.


시간이 지나자 미카엘의 온몸이 불덩이 같았다. 샬롭은 얼음주머니를 더 가지고 와 이마에 올렸다.


미카엘은 하루를 꼬박 자고서야 눈을 떴다. 그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은 천근도 넘는 추가 짓누르듯 무거웠다.


조금 몸을 움직였을 뿐인데도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미카엘은 이를 악물고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미카엘은 이를 악물고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침대에는 샬롭이 잠자고 있었다. 왼팔과 다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미카엘은 깊은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다행히도 샬롭은 여전히 같은 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미카엘은 누워 천천히 몸을 움직여 보았다. 가장 아픈 곳은 발목이었다. 미카엘은 샬롭이 해놓은 응급처치를 보고 감탄했다.


압박이 필요한 발목은 붕대로 강하게 묶어 놓았고 상처의 감염을 막기 위해 묶은 팔의 붕대는 공기가 통하게 감아 놓았다.


역시 군인이었다. 미카엘은 숨을 천천히 고르며 천장을 봤다. 몸의 상태를 확인하자 지난밤에 일이 생각났다.


분명 자신의 집으로 온 자는 검은 사월회의 일원이었다. 몇 번 봤던 익숙한 얼굴이었다.


미카엘은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마지막에 했던 말을 생각해 보면 그 역시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착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게 단순히 그 사람의 문제인지 아니면 조직이 넘어간 건지 지금으로써는 확신할 수 없었다.


부스럭


그때 샬롭이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샬롭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미카엘이 있는 곳으로 왔다가 미카엘과 눈이 마주쳤다.


“일어났네? 몸은 좀 어때?”


샬롭이 물었다.


“아픕니다.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요.”


샬롭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상처를 살폈다. 왼팔은 다행히도 아물기 시작했다. 샬롭은 다리 상태를 살폈다.


“발목은 움직일 수 있겠어? 다행히 부기가 조금 빠지기는 했네.”


샬롭은 탄탄하게 감겨 있던 붕대가 조금 느슨해진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했다. 골절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움직일 때 아프긴 하지만, 골절은 아닌 것 같아요. 심해 봐야 금이 간 정도겠죠.”


“그래? 다행이다.”


“고작 이 층에서 떨어졌으니까요.”


“이 층이라도 죽을 사람은 죽는다.”


샬롭은 다리에서 미카엘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조금 삔 거예요. 진짜 괜찮아요.”


“알았다. 근데 왜 떨어진 거냐? 무슨 일이야?”


미카엘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배신한 것 같습니다.”


“배신한 건 맞는 거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는 건 무슨 뜻이야?”


“누가 배신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조직 중 어디까지 배신에 가담했는지 알 수가 없어요.”


“조직? 무슨 조직이지? 도대체 누구랑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조직? 무슨 조직이지? 도대체 누구랑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미카엘은 샬롭의 말을 듣고 깊은숨을 또 내쉬었다.


“저는 지금 검은 사월회와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를 지원해주고 저는 행동을 하죠.”


“행동이 무슨 행동이냐?”


“제 목표는 어디까지나 아젤혼 박사입니다. 검은 사월회의 속내는 확실히 알지 못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저들의 목표는 지금 연구하고 있는 핵실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샬롭은 검은 사월회의 이야기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검은 사월회는 거대한 상인 집단 아니야?”


“맞습니다. 수많은 것을 사고파는 집단입니다. 정보도 그중 하나고요.”


“그런 집단이랑 어쩌다가 같이 일하게 된 거야?”


미카엘은 거구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백두산역에서 있었던 일부터 시작했다.


김청진이란 사내의 도움을 받아 조선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여 권현이라는 인물과 만난 것도 말했다.


그리고 언제부터 미카엘과 라파엘라를 미행했는지 알 수 없는 집단의 정체가 검은 사월회였다는 점과 알고 보니 검은 사월회는 그들을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확인하고(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라파엘라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거구귀에게 다다랐고 지금 라파엘라는 거구귀와 함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이미 라파엘라에 관해 알고 있었어요. 라파엘라에게 힘이 있고 그 힘이 그들을 파멸, 혹은 구원으로 이끌 것이라는 것도요.”


“어떻게 다 알고 있지? 그들의 수장은 누구야?”


“수장은 없습니다. 그들은 돈 있는 개인들이 모여 만든 집단이니까요.”


“그래도 구심점이 되는 자가 있을 거야.”


“그럴 수도 있죠. 저는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샬롭은 생각에 잠겼다.


“근데 그 정도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라면 네가 내 집으로 온 것도 알고 있을 거야...”


샬롭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미안해요.”


“난 상관없다. 요즘 연구만 해서 따분하던 찰나였어. 그것보다 네가 움직일 수 없으니까 문제가 되는 거지.”


“저를 도시 바깥에 있는 숲으로 데려다주시면 됩니다.”


“숲에 누가 있는데?”


“한주민 탐정님이랑 권현님 그리고...”


미카엘은 순간 엄마의 존재를 말하려다 멈칫했다.


“그리고?”


미카엘은 샬롭을 봤다. 샬롭은 단순한 사람이었다. 나쁜 뜻이 아니었다. 감정에 솔직하고 자기 생각을 가감 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솔직한 성격 때문에 배려가 없다는 소리나 예의가 없다는 소리를 자주 듣기도 했다.


예전 반대파에서 하칼과 트러스티 그리고 샬롭 중 미카엘이 가장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건 샬롭이었다.


하칼은 머리가 비상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음흉하다거나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반면 트러스티는 딱딱했다. 고집이 셌고 자기가 가는 무의 길에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그 때문에 예측이 쉽고 호불호가 명확했지만, 그랬기에 미카엘이 추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카엘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결심했다.


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알아낸 아젤혼의 비밀을 말했다. 개인의 비밀이라기보다는 나라에서 극비에 부쳤던 사실이었다.


생체실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샬롭은 아젤혼이 자행했던 생체실험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지 놀라기는 했지만,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곳을 지키고 있던 세 명의 인물에 대해 듣자 놀랐다. 특히 도살자는 청나라와의 전쟁 극 초반에 몽을 꽤 괴롭혔던 사내였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그가 그런 형태로 살아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마지막으로 미카엘은 사고와 병으로 죽은 자기 엄마가 살아있었고 그녀 역시 아젤혼 박사에 의해 신체가 개조되었다는 것을 듣자 샬롭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마가 숲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미 여제의 힘에 대하여 들은 샬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내가 도와줄게”


“그리고 또 한 가지 도와줄 게 있어요.”


“뭔데?”


“제가 이 일을 당하기 전에 조금 특이한 일이 있었어요.”


“말해봐”


“전 연구소 지하로 가는 법에 대해 고민을 하며 공원에 있었는데 누군가 제게 왔어요.”


“누가?”


“모르겠어요. 그는 이미 제가 누구인지 그리고 뭘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었죠. 그리고는 연구소 지하로 들어가는 문은 연구소에 있지 않다고 했어요.”


“그럼 어디에 있지?”


“그 부분을 이야기해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찾아봐야 할 거 같은데 지금 제 꼴이 이 모양이라...”


“알겠어. 근데 지금 당장 나가지는 않을 거야. 나 없을 때 누군가 오면 끝이다. 네가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나도 움직이지.”


“알겠어요. 고마워요.”


미카엘은 진심을 담아 인사했다. 샬롭은 그 말이 간지러웠는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근데 지하로 가는 길이 연구소에 없다면 어디에 있을까?”


“저도 모르겠어요. 감이 오지 않아요.”


“생각해봐...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어떤 연구든 말이야. 사람이 왔다 갔다 하고 필요한 것들을 나를 수 있는 문이어야 해.”


“음...”


미카엘은 생각했다. 샬롭이 말한 것처럼 연구는 그냥 어디에 틀어박혀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나 아젤혼의 연구는 인간까지 필요할 게 분명했다.


“내 생각에는 그런 큰 짐이 들어가고 사람이 많이 왔다 갔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곳에 문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


샬롭이 말했다. 타당한 추리였다. 그때 미카엘의 머리에 번뜩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아!”


“왜?”


“짐작 가는 곳이 있습니다.”


“어딘데?”


“제가 일했던 식료품 가게 맞은편에 커다란 상점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수많은 것들을 팔아요. 아마 동아시아회사가 운영할 겁니다. 대원에 그만큼 복잡한 곳은 없죠.”


“그럼 커다란 짐도 많이 오가겠군.”


“네”


“수많은 사람이 왔다 갔다 해도 전혀 문제 될 것도 없고.”


“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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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206화. 대전쟁의 서막(6) 22.07.29 17 0 12쪽
205 205화. 대전쟁의 서막(5) 22.07.24 129 0 11쪽
204 204화. 대전쟁의 서막(4) 22.07.22 24 0 11쪽
203 203화. 대전쟁의 서막(3) 22.07.17 20 0 10쪽
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6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67 0 12쪽
200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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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198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6) 22.07.01 3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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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196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4) 22.06.24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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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188화. 꿈속의 전쟁(8) 22.05.27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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