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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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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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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5
글자수 :
1,224,447

작성
22.06.26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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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7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5)

DUMMY

“누구신가요? 연구원이신가요?”


남자의 말에 샬롭은 허겁지겁 연구소 출입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연구원입니다.”


“암호는?”


“암호요?”


샬롭이 되물었지만,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까먹었습니다. 처음이라...”


“후...가세요. 암호를 확인하고 다시 오시지요. 암호가 없으면 들어올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샬롭은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사과하며 복도를 다시 빠져나왔다. 그는 복도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상점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미카엘은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가 우당탕 들어오는 샬롭 때문에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에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단서를 잡을 것 같아.”


“단서요?”


“그래, 나랑 같이 연구하던 사람이 상점 한편에 있는 은밀한 곳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 나도 같이 가려고 했는데 암호가 필요하다더군.”


“암호요?”


“그래”


“음...그렇군요. 창고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는 연구원이 들어갈 이유가 없죠. 그럴 경우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좀 뜬금없는 조합이기는 합니다.”


“맞아, 그저 창고나 다른 용도의 장소일 수도 있지만, 확인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암호라...”


미카엘은 조용히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생각난 듯 옷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왜? 뭐 짐작 가는 게 있어?”


미카엘은 옷 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엘리제를 위하여’


“며칠 전, 제가 습격 받은 날 집에 가기 전에 잠시 공원에 갔었습니다. 그때 벤치에 앉아서 잠시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그게 누군데?”


“모릅니다. 밤이었고 얼굴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제 정체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제가 아젤혼을 찾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래? 혹시 그 사람이랑 습격이랑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모르겠어요. 근데 아니라고 생각해요. 집보다 오히려 공원에서 저를 데리고 가는 게 편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젤혼의 위치와 이 쪽지를 주고 사라졌어요.”


샬롭이 종이를 받아 읽었다.


“엘리제를 위하여? 엘리제가 누구지?”


미카엘은 깊은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여제입니다. 제 어머니의 이름입니다.”


“아...!”


“저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이 암구호가 맞는 곳이 아젤혼이 있는 장소일 게 틀림없습니다.”


샬롭이 벌떡 일어났다.


“그럼 지금 가서 확인해보자!”


“아니요. 지금 가면 안 돼요.”


미카엘은 황급히 샬롭을 말렸다.


“왜?”


“형이 들어가면 어쩌려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걸 들킬 겁니다. 그렇다고 들어가자마자 다시 나오면 의심받을 거예요. 잘못된다면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요.”


샬롭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럼 어떻게 할 건대?”


“생각 중이에요. 잠시만요.”


미카엘은 조용히 생각했다.


“어차피 그 암구호가 맞지 않는다면 아니란 뜻이야.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해”


미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모든 걸 걸죠. 그곳이 제가 찾던 입구라면 여제까지 함께 가서 확인할 겁니다.”


“여제까지? 여제까지 같이 갈 필요가 있을까? 너무 눈에 띄는데?”


“이 상태로 간다면 그렇죠.”


“그럼 어떻게 가는데? 아무리 뭘 뒤집어쓴다고 해도 등 뒤에 달린 저 커다란 장갑은 어떻게 할 건데?”


“복도까지만 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미카엘은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그건 맞지”


“작은 소동을 일으키죠. 사람들의 눈을 돌리는 겁니다.”


“작은 소동?”


“네, 별거 아닙니다.”


미카엘은 의미심장한 마을 끝으로 계획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후 평범하게 저녁을 먹고 하루를 끝냈다.


이튿날 둘은 일찌감치 나갈 채비를 했다. 미카엘은 여제를 불러 계획을 설명했다.


샬롭은 창문을 통해 순식간에 들어온 여제가 미카엘의 말을 정말로 알아듣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미카엘이 훨씬 더 오랫동안 여제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여제는 미카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밖으로 나갔다.


미카엘과 샬롭도 잠시 뒤 밖으로 나가 상점으로 향했다. 상점은 전날보다 사람이 적었다.


가장 많았던 첫째 날에 비해 반도 안 되는 인원만이 상점 안에 있었다. 샬롭은 서둘러 상점으로 들어가 어제 봤던 복도로 미카엘을 인도했다.


복도 주변에는 그야말로 아무도 없었다.


워낙 외진 곳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상점의 다른 곳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누군가가 잘못 들어오면 단박에 알아차리고 나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형, 이걸 입구 주변에 설치해주세요.”


미카엘은 공처럼 생긴 자그마한 물건을 샬롭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이게 작은 소동을 일으킬 겁니다.”


“위험한 건 아니겠지?”


“위험한 건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미카엘은 짓궂은 아이처럼 웃었다. 샬롭은 미카엘이 건네준 작은 공을 들고 입구로 향했다.


입구 주변에 도착하자 문과 그 주변에 공을 붙였다. 그리고는 후딱 뛰어 다시 미카엘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다 설치했다.”


“감사합니다.”


“꺄악”


잠시 뒤 상점 안에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며 기침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그들은 입구에서 들어오는 매콤한 공기에 콧물과 눈물을 쏙 뺐다.


사람들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한꺼번에 입구로 몰려들었다.


“뭐야?”


샬롭이 물었다.


“별거 아닙니다. 연막탄에 후추를 섞은 것입니다.”




그때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어느샌가 여제는 그들 뒤에 도착해 있었다.


미카엘은 여제가 도착한 것을 보고 복도로 걸어가 끝에 있는 모퉁이를 돌았다.


똑똑


문을 두드렸다.


드르륵


문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문이 열리며 문 너머에 있는 사람의 눈이 보였다.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샬롭을 바라봤다. 샬롭은 재빨리 연구소 출입증을 보여줬다.


“암호는?”


문 뒤에 있는 사람이 물었다.


“엘리제를 위하여”


샬롭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드르륵


작은 문이 닫혔다. 샬롭은 침을 꿀꺽 삼켰다. 문이 닫히고 몇 초 동안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일이 생긴 것인가 생각할 무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문이 열리자 문 뒤에 풍경이 보였다. 문 뒤에는 상점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이름과 소속을 적고 소지품은 저기에 놓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샬롭은 그가 가리킨 곳으로 걸어가 쓰는 척하다가 순간 뒤로 돌아 남자의 목덜미를 가격했다.




남자는 예상치 못한 일격에 정신을 잃고 맥없이 쓰러졌다. 샬롭은 쓰러지는 남자의 몸을 잡으며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했다.


그는 남자를 한쪽 구석에 잘 눕혀 놓고는 다시 문으로 향했다.


철컥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여제와 미카엘이 서 있었다.


“들어와”


샬롭은 조용히 말했다. 미카엘과 여제가 안으로 들어오자 밖을 한 번 더 확인하고는 문을 닫았다.


“여기가 정말 입구인가 보군요.”


“나도 진짜로 열릴까 의심했는데, 열려서 깜짝 놀랐다.


샬롭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심호흡으로 진정시켰다. 미카엘은 안을 살폈다. 작은 방에는 입구 외에 문이 세 개 있었다.


들어온 문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문이 두 개 그리고 맞은편에 한 개가 있었다.


미카엘은 우선 양쪽 문을 확인했다.


“여기 두 곳은 탈의실이군요.”


“탈의실?”


“네, 탈의실이라는 건 옷을 갈아입고 가야 한다는 뜻이죠. 아마 저들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상태로 그냥 들어간다면 가자마자 눈에 확 띄겠죠.”


“그러고 보니 아까 저 남자가 옷을 갈아입고 가야 한다고 했어.”


“갈아입죠.”


샬롭과 미카엘은 주변을 뒤져 옷을 찾았다. 옷은 새하얀 면으로 만든 반팔 옷과 긴바지였다.


주머니도 무기를 숨길만한 공간은 전혀 없었다.


“저 사람은 어떻게 하지?”


샬롭은 한쪽에서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괜찮을 겁니다. 이 사람이 깨어 온다고 해도 우리 얼굴을 기억 못할 겁니다.”


“근데 내 얼굴은 봤는데?”


“형, 눈을 감아보세요.”


“눈? 갑자기?”


“빨리요.”


샬롭은 미카엘이 시키는 대로 했다.


“감았다.”


“그럼 저 사람의 얼굴을 떠올려보세요. 기억나나요?”


어렴풋이 기억나기는 했지만,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았다. 그저 문 사이로 보았던 눈만 기억났다.


“아니, 안 난다.”


“빨리 가죠.”


미카엘은 입구 맞은편 문을 열었다. 문 뒤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미카엘과 샬롭은 계단을 내려갔다.


새하얀 조명은 그들이 내려갈 계단을 환하게 비췄다. 계단은 꽤나 오랫동안 이어졌다.


미카엘은 환에 있던 자신의 본가 지하와 꽤나 비슷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걸어가다 계단이 끝나고 또 다른 문이 보였다. 둘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자신들이 내려온 만큼 높이의 천장을 가진 거대한 연구소가 나왔다.


연구소는 듣던 대로 핵동력을 개발하려는 듯 칸칸이 철판으로 처져있었고 두꺼운 유리창으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창 안에는 사람들이 핵실험을 한 꿈속에 입고 들어갔던 방호복을 입고 실험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여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카엘은 당황하며 손을 뻗었지만, 여제는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난 상태였다. 샬롭은 다급하게 무갑과 무반을 켜고 미카엘을 업었다.


다행히도 여제는 그리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아 쫓아갈 수 있었다. 여제는 마치 이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다는 듯 이리저리 복도를 지나 어떤 문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샬롭과 미카엘도 들어갔다. 여제는 방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의자 옆에 서 있었다.


여제는 조용히 의자 옆을 지킬 뿐이었다. 이윽고 의자가 빙글 돌며 미카엘과 샬롭이 있는 곳으로 돌았다.


“너는 여전히 힘든 길만 고수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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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202화. 대전쟁의 서막(2) 22.07.15 136 0 11쪽
201 201화. 대전쟁의 서막(1) 22.07.11 167 0 12쪽
200 200화. 죽음의 경계에서 본 지평선(8) 22.07.08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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