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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님의 서재입니다.

평등주의 사회는 없다(기계들의 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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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oos
작품등록일 :
2020.08.03 20:08
최근연재일 :
2022.09.02 06:00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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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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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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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화. 꿈속의 전쟁(7)

DUMMY

이후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신을 되찾은 검은 모루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다.


자신의 장창에 힘을 집어넣어 무기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자 창의 모양이 변형되었다.


길이는 물론이거니와 곧았던 창은 트러스티의 검을 피해 휘어지며 통과해 트러스티를 직접 공격했다.


마치 뱀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로 인해 그녀는 어깨에 상처를 입었다. 트러스티는 성격상 물러나지 않고 더욱더 몰아붙이려 했지만, 하칼의 퇴각 명령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각했다.


하칼은 둘의 싸움을 지켜보던 하칼은 검은 모루에게 실망했었다. 특별함 없이 그저 딧 타르의 힘으로 가화된 육체만으로 싸우는 줄 알았다.


그랬기에 트러스티만으로도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징명왕은 그리 호락호락한 적은 아니었다.


징명왕은 적을 얕잡아보거나 무턱대고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희생이 있다고 하여도 적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그에 맞게 대응했다.


검은 모루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오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엉성했던 이전과는 달랐다. 그리고 결국 한 번도 보지 못한 기술을 사용하며 트러스티에게 상처를 입혔다.


하칼은 이것이 트러스티를 불러야 할 이유라고 판단했다. 분명 트러스티가 계속 싸웠다면 이길 수도 있었겠지만, 온전한 상태로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직 징명왕의 옆에 서서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 외팔의 여자가 신경 쓰였다.


트러스티가 마을을 벗어나 호수를 건너가자 징명왕의 부하들은 쫓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오랫동안 그들이 정말로 쫓아오지 않는지 호수 어귀에서 몸을 숨기고 보다가 이내 몸을 돌려 은신처로 돌아갔다.


은신처 입구에서 기다리던 스위는 그녀가 돌아오는 것을 보자 재빨리 입구를 열었다.


“어땠어?”


스위가 마지막으로 들어오며 입구를 닫자 하칼이 트러스티에게 물었다.


“생각보다 약했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칼이 트러스티의 어깨를 보며 말했다.


“처음 보는 기술입니다. 다음번에는 당하지 않을 겁니다.”


하칼의 시선을 느낀 트러스티가 어깨를 매만지며 말했다.


“알고 있다. 첫 번째 전투치고는 아주 잘해주었어. 너를 제외한 우리의 전력을 보여주지 않고도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칼이 말했다.


“징명왕의 부하들 상당수를 죽였습니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트러스티가 말했다.


“그럴 수도 있다. 단순히 징명왕만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말이야.”


하칼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트러스티가 물었다. 그러나 하칼은 고개를 돌려 스위를 바라봤다.


“저게 딧 타르의 힘이냐? 아니면 개인의 능력이냐?”


하칼이 스위에게 물었다.


“제가 아는 것은 딧 타르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자신의 모든 인생을 바치는 자들이라 했습니다.”


“그게 저거랑 상관이 있을까?”


“그들은 그만큼 무기와 함께 싸운다는 겁니다. 그가 기술을 사용할 때 뭘 보셨나요?”


스위가 물었다.


“뭘 말하는 거지? 혹시 무기가 빛나는 것을 말하는 거냐?”


“맞습니다. 무기에 딧 타르의 힘을 넣어서 사용하는 겁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딧 타르는 무기에 힘을 넣어 보다 강력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게 보편적이긴 합니다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것도 강화라면 강화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조금 전의 검은 모루는 강도가 아닌 다른 것으로 힘을 발전시킨 겁니다.”


“그렇군...”


하칼은 트러스티를 봤다. 그녀는 조용히 스위의 말을 들으며 조금 전 있었던 전투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깊은 갱도에서 있었던 전투를 떠올렸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경험이지?”


“깊은 갱도에서 싸울 때입니다. 그곳은 너무 어두워 제 몸에서 나오는 빛이 전부였습니다. 빛이 선명하게 보였죠.”


“그리고?”


“그때 검에 힘을 넣었던 것 같습니다. 검을 감싸던 노란빛은 검보다도 길게 뻗었습니다. 그리고 그 빛은 검에 닿는 모든 것을 베었습니다.”


“두 자루 모두?”


“아닙니다. 그때는 한 자루만 사용했습니다. 아무래도 한 자루만 사용하는 게 편합니다.”


“그럼 이번에는 어째서 두 자루 모두 사용한 거지?”


“용도가 다릅니다. 방금처럼 기술과 실력을 갖추고 탁 트인 공간에서 다수와 싸울 때는 두 자루 모두 사용하는 게 공수가 좋습니다.”


“그럼 깊은 갱도 때는 공수가 필요 없었나?”


“깊은 갱도에서는 좁은 곳이었고 이들처럼 기술 따위는 없었으니까요. 그저 강한 힘으로 빠르게 길을 뚫고 들어가는 게 좋았습니다.”


트러스티는 생각을 말했다.


“그렇군. 그럼 우리가 도와서 다른 이들을 막는다면 하나의 검으로 검은 모루를 죽일 수 있나?”


“네”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겠다. 이 다음번에는 검은 모루가 나타나면 우리도 같이 싸운다. 어차피 검은 모루를 제외하면 별것 없다.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건 징명왕 옆에서 가만히 서 있던 여자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검은 모루와 함께 서 있던 자라면 분명 검은 모루와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을 겁니다.”


“맞다. 일단 쉬어라.”


“저는 괜찮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갈 수 있습니다.”


“알고 있다. 그래도 바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징명왕은 너를 애타게 기다릴 것이다. 너를 죽이고 네 시체를 갖고 싶겠지. 초조한 건 우리가 아니다.”


“알겠습니다.”


하칼은 말을 마치고 한쪽으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 녀석은 내가 아니어도 인간과 대화할 수 있다. 심지어 생각도 하며 전술을 사용한다. 녀석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특별한 존재일 수도 있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트러스티도 한쪽으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스위도 한쪽 편으로 가 앉아 분위기를 살폈다.


그는 처음 느끼는 분위기였다. 살리마의 전투 방식과 완전히 달랐다.


하칼처럼 주도적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명령을 하달하기보다는 주변에 능력 있는 사람들의 말을 잘 듣고 수용하여 전략을 짰다.


스위는 조용히 하칼을 바라봤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거냐?”


하칼이 눈을 감은 채 물었다.


“없습니다.”


청귀가 대답했다.


“저도요.”


적귀가 대답했다.


“너희 말고 스위에게 물어본 거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스위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그런 표정이었다. 말해 보거라”


“저는 싸움이 시작되면 뭘 하면 될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묻는 거냐?”


하칼이 물었다.


“이 전투를 이끄시는 책임자이니까요.”


스위가 발끈했다.


“그건 맞다. 근데 지금 전투는 대규모도 아니고 병력의 힘을 운용하여 치르는 게 아니야. 각자가 잘 해줘야지. 안 그래? 나보다 네가 더 네 능력을 잘 알 거 아니야?”


“...”


“생각해봐 넌 릴 림의 힘을 가지고 있어. 그렇다면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지. 우리 중 누군가 다치면 가서 치료해주면 돼. 안 그래? 아니면 그것조차 내가 일일이 명령을 내려야 하나?”


“그건 아닙니다.”


“명령이라는 건 말이야, 큰 틀을 짜는 것에 기반을 둔다. 전투 중에 일어나는 순간순간의 판단은 각자의 선택이 좌지우지한다고. 이런 소수 싸움에서 여유를 갖고 큰 시야를 가질 수 있어야만, 커다란 전투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내가 다음 계획을 짤 때까지 모두 쉬고 있어라.”


하칼은 말을 마치고 누웠다. 스위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지도자와도 비슷하지 않았다.


스위는 청귀와 적귀에게 다가갔다. 둘은 안장 벽에 등을 기대고 쉬고 있었다.


“물어볼 게 있습니다.”


“원래 저러시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위가 입을 떼자 기다렸다는 듯 청귀가 대답했다.


“작전이 짜이면 알아서 말씀해주실 겁니다.”


적귀가 말했다. 스위는 태평한 이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차피 최악은 죽음밖에 없다. 너무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


트러스티가 스위에게 말했다. 스위는 트러스티의 말에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하칼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하칼은 하루가 지나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어기적어기적 걸어와 음식을 먹고 자리에 앉았다. 트러스티와 청귀 그리고 적귀는 자연스럽게 하칼에게 귀를 기울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다. 스위의 말처럼 그놈이 징명왕이 아닌 거 같아. 그리고 이 꿈의 주인이 어떤 놈인지 알 수가 없어. 악몽이 아니라 꿈으로 남아있으면서 괴물에게 꿈을 내줬다고?”


하칼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스위는 참고 있던 짜증이 올라와 큰 소리로 말했다.


“자, 그러지 말고 앉아서 들어봐.”


“...”


하칼은 스위를 진정시켰다. 스위는 씩씩거리는 와중에도 위화감을 느꼈다. 보통 이 정도로 지휘관에게 화를 내면 으레 더 강한 힘으로 잠재우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하칼은 전혀 달랐다. 마치 친구와 대화하듯 진정시키고 아무렇지 않게 자기 생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 생각해봐. 여긴 여전히 꿈이야. 안 그래?”


“맞습니다.”


스위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주인은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야. 징명왕에게 협박받으며 꿈을 유지하고 있다면 우리가 그 주인만 찾아내면 쉽게 징명왕을 이길 수 있다. 안 그래?”


‘그럴 수도 있죠.“


트러스티가 대답했다. 그녀 역시 조금 전 스위가 낸 역정은 일상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갔다.


“근데 그게 아닌 거 같다는 거야.”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너 같으면 혼자서 징명왕의 부대와 맞설 정도의 힘을 가진 자가 나타난다면 분명 어떻게든 도움을 요청할 거다. 아니면 같이 싸우던가 말이야. 근데 그런 게 없어.”


“그렇기는 하군요. 꿈의 조각을 갖고 있는 자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니요.”


“그래, 그래서 그것보다는 다른 각도로 징명왕을 바라봐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말이죠?”


“징명왕은 의외로 괜찮은 지도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더 골치 아파지지.”


“잠시만요. 제가 지금 들은 게 맞습니까? 괴물이 괜찮은 지도자라고요?”


스위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래, 그렇다면 아주 힘든 싸움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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