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가린버터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가의 소드마스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시가렛
작품등록일 :
2024.07.19 13:39
최근연재일 :
2024.09.10 06:26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421,778
추천수 :
8,120
글자수 :
357,504

작성
24.07.19 21:05
조회
19,742
추천
231
글자
16쪽

진흙 속에 피는 꽃 1

DUMMY

초봄의 개천은 차가웠다.


“고아 새끼.”


한 아이가 리안의 머리채를 잡고 물속에 처박았다. 뒤에서 구경하던 두 아이는 발버둥치는 리안을 보고 키득거렸다. 나이 차이는 나지 않았지만 평균보다 몸집이 작은 리안은 또래의 아이를 이길 수 없었다.


“꼭 벌레가 발버둥 치는 것 같네.”


“더러운 거지 새끼.”


물 속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떠내려가는 물살이 리안의 얼굴을 거침없이 두드렸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이 코를 넘어 들어왔다. 숨이 막혀 의식이 혼미해질 즈음 세상이 거꾸로 뒤집혔다.


“커흑, 컥, 컥....”


“숨막힌 척 하지마, 고아 새끼야. 너 물 좋아하잖아?”


리안의 머리채를 잡은 아이가 과시하듯 뒤로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옆으로 두어번 흔들더니 거칠게 놓아버렸다. 힘이 빠진 리안은 속절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가까스로 고개를 든 리안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물기 어린 머리카락 사이로 비치는 자줏빛 눈동자가 안개낀 듯 생기가 없었다. 괴물 눈깔. 검은 머리칼에 이질적인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리안은 그런 멸칭으로 마을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다.


리안을 내려다보던 아이들의 입꼬리가 길게 휘어졌다. 조롱과 멸시어린 조소에도 리안은 반응하지 않았다. 한두번 당한 일이 아니기에 아예 체념했다.


그럼에도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의문이 있었다.


“왜....”


리안은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짰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나는 너희에게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리안의 머리채를 잡았던 아이의 눈이 천천히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는 사방이 떠나가라 배를 잡고 웃었다.


“왜, 왜 이런 짓을 하냐고?”


“......”


“그야 네가 고아새끼니까 그런 게 당연하잖아. 우리 여관에 빌붙어 사는 더러운 기생충. 벌레를 혐오하는데 이유가 있어? 엄마가 널 거두지 않았으면 당장 거리에서 굶어죽었을 주제에.”


아이의 어조는 담담했다.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게 읊는다는 태도였다. 구경하던 두 아이가 그 말에 맞장구쳤다.


“역시 매튜야. 가차없다니까.”


“맞아. 냄새나니까 좀 씻어, 괴물 눈깔. 너가 하도 더럽게 다니니까 매튜가 특별히 목욕시켜준 거 아니야.”


“일도 제대로 못하는 머저리야. 밥값이 아까워 죽겠다.”


“그건 그래. 매튜네 어머니께서는 마음씨가 넓으시다니까. 저런 괴물 눈깔을 거둬주시다니. 눈치라도 있으면 모를까.”


또다시 웃음 소리가 울렸다. 리안은 추위에 벌벌 떨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퉤,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침이 떨어졌다. 매튜를 따라 남은 두 아이가 침을 내뱉었다.


“아, 그렇지. 까먹을 뻔 했네.”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한 리안을 만족스럽게 쳐다보던 매튜가 근처의 바구니를 걷어찼다. 푹 젖은 빨랫감들이 질척한 흙바닥 위로 쏟아졌다. 리안의 보랏빛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다시 빨아. 땟물이 줄줄 나오잖아.”


“.......”


“똑바로 하라고. 너는 부모도 없고 돈도 없는 고아에 천한 거지새끼지만, 그렇다고 우리 여관까지 그럴 수는 없잖아? 출신도 모르는 널 먹여주고 재워주니, 제몫은 하란 말이야.”


리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단지 허망한 눈으로 떨어진 바구니를 응시했다.


매튜가 넘어뜨린 빨랫감들은 리안이 고사리같은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빨아둔 것들이었다. 그의 어머니이자 여관의 주인인 네리아는 틈만 나면 리안을 구박하기 일쑤였고, 그랬기에 조금의 흠이라도 보이지 않기 위해 빨래를 할 때면 개천에 강박적으로 천을 문질렀다.


매튜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바구니를 걷어찼다. 빨래가 깨끗하건, 더럽건. 그에겐 리안을 괴롭힐 구실이 필요했다. 이유야 어찌되든 좋았다.


“엄마가 화나서 부르기 전까지 전부 끝마쳐 놔.”


반응이 없는 리안에 흥미를 잃어버린 매튜가 돌아섰다.


“가자.”


“그래, 가자. 재미없네.”


“다음에 다시 올 테니까, 농땡이 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괴물 눈깔.”


앞장서는 매튜를 따라 두 아이가 종종걸음으로 따라붙었다. 주고받는 대화 소리가 멀어져갔다. 리안은 한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흩어진 빨랫감을 주워모았다.


춥다. 아프다. 괴롭다. 어린 리안의 손바닥 위로 굵은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뺨을 매만진 리안은 그제서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울지 마.


이를 악문 리안은 도로 더러워진 옷가지들을 차근차근 빨았다. 아이들의 이유 없는 악의는 익숙했다. 어른들의 차별 어린 시선도 익숙했다. 전부 다 수없이 경험한 것들이었다.


전쟁으로 인해 사람 목숨이 파리처럼 날아가는 이 시대에 약한 건 가장 큰 죄악이자 원죄였다. 누구도 고아를 가엽게 여기지 않는다. 동정하지 않는다. 연민은 사치에 가까웠다.


리안이 부모님을 잃어버리고 혼자 도망친 것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은 울어봐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니 하루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야단맞지 않기 위해서 리안은 빨래를 이어나갔다.


찢어질 듯 아려오는 손가락을 후후 불었다. 차오르는 눈물을 격정과 같이 삼켰다. 어떻게든 마지막 옷가지를 모두 빨아낸 리안은 저려오는 무릎을 폈다. 빨래가 담긴 바구니를 정리했다.


흘러가는 개천의 수면 위로 초라한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어쩐지 그런 자신의 모습이 가증스러워, 리안은 눈을 꾹 감아버렸다.


***


리안이 더부살이하는 여관은 대륙 동쪽의 작은 도시에 위치해 있었다.


도시라고는 했으나 성벽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마을보다 조금 더 큰 정도였다. 한때 개척촌에 불과했으나 제국과의 전쟁으로 인해 피난민들이 밀려들면서 작은 도시라 불릴 정도의 규모를 형성한 것이다.


작위를 가진 영주가 다스리는 곳이 아니었기에 투표로 뽑힌 촌장이 도시를 다스렸다. 기본적으로 도시 사람들은 자유민이었기에 촌장의 권한은 크지 않았다. 그런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가장 크고 시설 좋은 여관이 바로 리안이 거주하는 여관이었다.


“세상에, 리안!”


여관의 뒷문으로 돌아온 리안에게 십대 중반으로 되어보이는 소녀가 다가왔다. 리안과 같은 검은색 단발 머리에 밝은 인상이 인상적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얼굴은 또 왜 그래.”


소녀는 엉망이 된 리안의 얼굴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괜찮아, 마리 누나. 오다가 좀 넘어져서 그래.”


“넘어졌다고?”


소녀의 눈이 리안의 몸을 훑었다. 원래도 낡고 해진 옷가지였지만 어디 진창에 구르기라도 한듯 흙이 말라붙어 있었다. 심지어 얼굴은 그보다 더 했는데, 피가 말라붙은 생채기와 차갑게 젖은 머리카락 아래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진짜 넘어진 거 맞아?”


“응.”


“뭘 어떻게 넘어졌길래 사람이 이렇게 돼. 일부러 흙바닥을 구른 것도 아니고.”


“......”


“저기, 리안... 아니다. 잠시만 기다려. 수건 가져올 테니까.”


소녀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 슬픈 표정으로 돌아섰다. 수건보다 걸레에 가까운 천을 하나 가져온 그녀는 리안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리안은 그런 소녀의 손길에 몸을 맡기면서도 낯빛에 변화가 없었다.


울지도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어린 나이에 감정을 죽여버린 리안을 보자 소녀는 절로 가슴 한켠이 미어졌다.


“리안.”


누가 리안에게 이런 짓을 했는지 대강 짐작이 갔다.


“정말 괜찮은 거 맞지?”


여관의 주인인 네리아의 하나뿐인 외동아들, 매튜.


이 작은 도시 아이들의 골목대장인 매튜는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길 좋아했다. 개중에서도 특히 체격이 작고 부모가 없는 리안이 주요 표적이었다.


“응, 누나. 괜찮아. 신경써줘서 고마워.”


리안이 머무르는 여관의 주인이 매튜의 친모인 것도 한몫했다. 리안은 고저없는 목소리로 힘없이 대답했다. 소녀는 입술을 여러번 뗐다 닫기를 반복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소녀도 리안과 마찬가지로 네리아의 여관에서 일하는 처지다. 전란으로 대륙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여관의 주인인 그녀의 눈밖에 나서 좋을 게 없었다. 그렇기에 소녀는 무책임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배려했다.


“리안.”


“.......”


“힘들면 오늘 쉬어도 돼. 아주머니께는 내가 말씀드릴 테니까.”


“괜찮아. 곧 있으면 손님들 올 시간이지?”


“무리하지 않아도....”


“잠깐 씻고 올게. 네리아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빨래는 여기 있어.”


리안이 발치에 둔 빨래를 뒷문 안으로 밀었다. 그리고 소녀의 손을 부드럽게 뿌리쳐 여관의 뒷편으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등 뒤로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따라붙는 것만 같았다. 소녀의 걱정 어린 눈길에 자꾸만 눈물이 차올랐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아인 소녀, 마리는 어린 리안을 유일하게 차별하지 않는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까.


리안은 여관 뒷편의 우물에서 몸을 씻었다. 식수이자 목욕물로 활용하는 우물물은 개천의 물과는 달랐다. 냄새 때문에라도 씻는 건 우물물을 사용해야 했다. 맑은 산속의 시냇물이라면 몰라도 일천명이 넘는 도시의 개천은 수질이 좋지 않았다.


물에 젖은 옷을 쥐어짜 대충 걸친 리안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은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었다.


***


“리안! 리안!”


“네, 아주머니!”


“3번 테이블로 가져가! 저번처럼 또 쏟지 말고!”


해가 저물면 여관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리안은 손님들로 가득찬 1층의 식당을 이리저리 누볐다. 네리아의 여관은 오늘따라 더 소란스러웠다. 이것도 전쟁의 여파일까. 최전선이 밀릴 때면 피로에 찌든 병사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도시의 사람들이 떠나지는 않았다. 떠난다고 해도 갈 곳이 없었다. 한평생 나고 자랐던 조국을 버리고 다른 나라로 망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난세에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라면 더더욱.


때문에 이 도시 사람들은 제국군이 언제 쳐들어올지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자신들의 조국인 러스틴 왕국뿐만 아니라 동쪽의 왕국들에게서 대대적으로 원군을 보내고 있는 것도 피난을 가지 않는 근거 중 하나였다.


절대로 뚫릴 리가 없다.


그러한 막연한 믿음이 도시 사람들에게는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믿고 싶을지도 몰랐다. 그 쪽이 훨씬 편하니까. 그러나 리안은 종종 생각했다. 이 도시 사람들이 피난을 가는 건, 러스틴 왕국이 완전히 함락당해 제국군이 코앞까지 당도했을 즈음이라고.


쓸데없는 상념을 지워낸 리안은 마저 음식을 날랐다. 이변이 일어난 건 네리아의 호통에 끙끙대며 술잔을 옮기고 있을 무렵이었다. 시끌벅적한 여관 문이 조용히 열렸다. 깜깜한 바깥 너머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세 인영이 있었다.


한순간 여관이 적막에 휩싸였다.


약속이라도 한듯, 식사를 하던 수십의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새까만 망토를 방패처럼 두른 그들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성큼성큼 여관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그들에게선 옅은 피비린내가 풍겼다.


허리춤에 걸려있는 검도 그랬다. 보통 용병들이 사용하는 싸구려 철검이 아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들의 망토에 걸린 문양을 알아보았다. 러스틴 왕국의 가문 중에서도 상당한 위상을 자랑하는 레인 백작가. 남자인 두명은 검을 찼고, 여자로 추정되는 한명은 맨손이었는데 기사로 추정되는 그들은 여관 한복판에서 누군가를 찾듯 두리번거렸다.


“여기 주인장 있습니까?”


성난 얼굴로 리안을 다그치던 네리아가 사색이 되어 나왔다.


“기, 기사님? 여긴 어쩐 일로....”


벌벌 떠는 목소리에 공포가 어렸다. 평소에 성격이 드세기로 유명한 네리아였으나 진짜 기사 앞에서는 순한 양이 따로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일반 병사들이 가끔 여관에 묵는 경우는 있었지만 최전선의 기사, 그것도 백작가의 기사가 여관에 오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선두의 남자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남는 방 있습니까?”


“예... 예?”


“며칠 묵을 수 있냐, 이 말입니다.”


“아... 물론, 물론이지요! 마침 특실이 딱 하나 남아 있습니다.”


네리아가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들끼리 시선을 교환한 남자가 품안에 손을 넣었다.


“그럼 그걸로 하겠습니다. 얼마입니까?”


“예, 특실은 하루에 대은화 한닢. 조식과 석식 포함입니다. 그리고....”


계산을 끝마친 세 기사가 비어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네리아는 긴장한 기색을 풀지 않으면서도 재빠르게 주방을 향했다. 정적에 잠겨있던 여관이 다시금 활기를 띄었다.


1층 구석에 서있던 리안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아직 투숙객들의 식사가 한창이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기사들에 의해 분위기가 급변하긴 했으나 그뿐. 밀린 주문과 날라야 할 음식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리안!”


역시나.


리안은 원래대로 돌아온 네리아의 고성에 바삐 달려나갔다. 주방과 테이블이 늘어진 홀을 오가며 음식과 술을 날랐다. 어린 아이의 몸으로 쉬지 않고 일을 하다보니 전신이 쑤셨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일을 할 때였다.


“어리군.”


낮은 남자의 음성이 울렸다. 리안은 시선을 들어올렸다.


아까 봤던 선두의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그는 어딘가 불만인 듯 미간을 찡그렸다. 리안은 자신의 손에 들린 술잔을 내려다보았다. 정신이 없어 알아채지 못했는데, 17번 테이블이 설마 기사들이 앉아있는 자리일 줄이야.


“아무리 이런 세상이라지만 열살도 채 안된 아이가 이런 일을 하다니.”


후드 너머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에 찰나간 이유모를 회한이 스쳤다. 옆에 앉은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그 말을 받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잖아. 지금도 최전선에서 부모잃은 고아가 매일 쏟아져나오는데.”


“그래도 그렇지....”


“소피아 말이 맞아. 데릭 넌 너무 심성이 약해서 탈이야. 이런놈이 어떻게 전장에서는 그렇게 날뛰는지 원.”


허물없는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리안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기사들이 바로 코앞에 있다. 가문이 망하고, 그토록 꿈꿔왔던 기사로서의 꿈을 이룬 사람이.


“저기.”


그래서였을까.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리안이 입을 연 건 다분히 충동적이었다. 여기서 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리안이 가져온 술잔을 입에 가져가던 붉은 머리칼의 여인과 갈색 머리의 남자가 흥미진진한 눈으로 리안과 제 동료인 데릭을 번갈아보았다.


검은색 눈동자의 남자는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혹여나 리안이 사고를 칠까 몰래 나와 엿보고 있던 네리아의 얼굴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내가 말할 수 있는 선에서의 질문이라면....”


“세 분은 기사신가요?”


첫마디부터 예상 밖의 일격이었다. 아니, 예상하기는 했다. 단지 이렇게 대놓고 물어볼줄을 몰랐을 뿐.


의표를 찔린 남자가 대답을 고민하는 사이 붉은 머리칼의 여인과 갈색 머리의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참았다. 어느덧 여관 안의 이목이 리안과 검은 눈동자의 남자에게 쏠려 있었다.


리안은 신경쓰지 않았다.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진짜 기사들을 지척에서 본 순간부터 리안의 온 신경은 그들에게 기울어 있었다.


약간의 고민을 끝낸 검은 눈동자의 남자가 말했다.


“네 물음에 답하자면, 그렇다.”


“정말이요?”


“그래. 나는 레인 백작가의 상급기사인 데릭이다. 이쪽의 붉은 머리는 소피아, 야비하게 생긴 이놈은 로한.”


“뭐? 야비?”


“네 이름은?”


데릭이 반문했다. 리안은 상기된 안색으로 대답했다.


“리안. 리안이요.”


“리안이라... 좋은 이름이구나.”


“그렇죠?”


“그래, 리안.”


내 침착하던 데릭의 낯빛이 돌변했다.


“넌 기사가 되고 싶으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공가의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바꿉니다-대공가의 소드마스터 24.09.01 537 0 -
공지 매일 저녁 10시 20분 연재입니다. +1 24.08.10 6,139 0 -
48 겨울 사냥 2 +15 24.09.10 2,898 56 19쪽
47 겨울 사냥 1 +12 24.09.08 3,033 79 18쪽
46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4 +10 24.09.07 3,098 84 18쪽
45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3 +10 24.09.06 3,314 85 17쪽
44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2 +11 24.09.05 3,492 108 18쪽
43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1 +7 24.09.04 3,818 98 15쪽
42 가을날의 축제 3 +12 24.09.03 4,213 89 22쪽
41 가을날의 축제 2 +15 24.09.02 4,703 114 21쪽
40 가을날의 축제 1 +11 24.09.01 5,715 125 19쪽
39 엘리시온 9 +14 24.08.31 5,977 142 16쪽
38 엘리시온 8 +10 24.08.30 6,081 155 17쪽
37 엘리시온 7 +17 24.08.29 6,467 157 15쪽
36 엘리시온 6 +16 24.08.28 7,015 148 15쪽
35 엘리시온 5 +14 24.08.27 7,311 215 15쪽
34 엘리시온 4 +23 24.08.26 7,429 231 19쪽
33 엘리시온 3 +11 24.08.25 7,509 199 16쪽
32 엘리시온 2 +12 24.08.24 7,669 170 14쪽
31 엘리시온 1 +13 24.08.23 8,047 156 14쪽
30 두 번째 보금자리 10 +10 24.08.22 8,109 170 16쪽
29 두 번째 보금자리 9 +12 24.08.19 8,104 168 16쪽
28 두 번째 보금자리 8 +13 24.08.17 8,294 167 17쪽
27 두 번째 보금자리 7 +8 24.08.16 8,423 181 21쪽
26 두 번째 보금자리 6 +9 24.08.15 8,662 163 21쪽
25 두 번째 보금자리 5 +12 24.08.12 8,916 179 21쪽
24 두 번째 보금자리 4 +13 24.08.10 8,970 171 16쪽
23 두 번째 보금자리 3 +11 24.08.09 8,871 183 17쪽
22 두 번째 보금자리 2 +12 24.08.07 9,043 175 16쪽
21 두 번째 보금자리 1 +11 24.08.06 9,432 17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