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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린버터 님의 서재입니다.

대공가의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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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렛
작품등록일 :
2024.07.19 13:39
최근연재일 :
2024.09.10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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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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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두 번째 보금자리 10

DUMMY

케이드의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수도 엘리시온.


브라알라스에는 수많은 대도시들이 있지만 개중 제일 번화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코 엘리시온을 첫손에 꼽았다. 7왕국 중 가장 세가 큰 칼로스 왕국의 수도 엘리시온. 그 역사만 해도 1000년에 달하니 명성만큼이나 근본도 충만했다.


도시 자체의 규모도 그랬다. 브라알라스 유일의 100만 대도시가 바로 엘리시온이었다.


연방의 수뇌부이자 정치 기구인 최고평의회가 있는 곳, 브라알라스의 심장, 최후의 보루.


리안이 아직 마리와 함께 살았던 시절에 막연하게 꿈꾸었던 새 정착지도 엘리시온이었다. 일년 내내 온화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한 상상 속의 낙원. 진창 속에 박혀 살면서도 늘 위를 바라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나아질 미래를 상상했다.


리안에게 있어 엘리시온이라는 도시는 그런 의미였다.


달콤한 꿈과 차가운 현실이 공존하는 곳.


그랬기에 저절로 떠오른 의문이 있었다.


“엘리시온으로 간다고요? 갑자기... 아니, 대체 왜?”


책상 위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바삐 펜을 놀리던 케이드가 힐끗 고개를 들었다. 얼굴 위로 귀찮은 기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왜 가기는. 올해가 브라알라스 연방 설립 5주년이라 그 기념으로 대연회가 열리니까지. 유명한 귀족들이랑 기사들은 물론이고 저기 저 시골 촌무지렁이들도 17가문에 줄 한번 대보겠다고 바글바글 몰려드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그니까 거기를 내가 왜....”


케이드가 지긋이 리안을 노려보았다. 리안은 막 말을 이어나가려다 입을 다물었다.


“백작 각하의 명령이다. 까라면 까.”


“.......”


“그게 참된 군인의 자세 아니냐?”


“전 연방군 소속 군인이 아니라 기사인데요.”


“정확히는 기사 후보생이지. 아직 서임을 받지 않았으니까.”


하극상이냐?


케이드가 눈빛으로 물었다. 리안은 대답 대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름아닌 최고평의회에서 직접 주최하는 행사야. 명목상은 연회지만 사실상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아주 더럽고 치졸한 곳이지.”


“.......”


“연방이 처음 설립될 때 한번,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두번. 그때는 전시라 형식상으로 치뤘지만, 지금은 휴전 협정을 맺고 나름 안정을 되찾았으니 규모도 훨씬 클거다. 최고평의회 의원 7명이 전부 브라알라스 왕국들의 국왕인 건 알지?”


대외적으로는 평등한 브라알라스의 미래를 위한 수뇌부의 교체였으나 실질적으로는 표면적인 이름만 바뀐 권력의 승계에 불과했다. 간접 선거의 투표권을 가진 이들은 이전에 고위 귀족이었던 명문가의 가주들 뿐이었고, 구역 역시 7개의 왕국에서 각각 한명씩 선출됐으니까.


“그럼 가문은 누가 지킵니까? 백작님이랑 같이 동행한다면서요?”


묵묵히 케이드의 설명을 듣던 리안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일행은 형님이랑 나, 그리고 세레나랑 너.”


“.......”


“거기에 엘도르 기사단원 몇명. 인원수는 최대한으로 줄일 거다.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우리 백작 각하께서 요란한 걸 싫어하셔서 말이지. 가문은 형수님께서 잘 지키고 계실 테니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라.”


카를린 브레일.


브레일 백작가에 시집오기 전에는 카를린 시니스터로서 활동한, 춤추는 나비와 노란 연꽃이란 이명으로 더 유명한 무패의 쌍검사이자 3위계 마법사.


“카를린님 혼자 남는다고요?”


“그래. 아, 이건 강요한 게 아니라 형수님이 직접 선택하신 거야. 알고 있을지 모르겠는데 형수님이 친정인 시니스터 가문하고 사이가 썩 좋지 않다.”


시니스터 가문이라면 7왕가를 제외한 브라알라스 제일의 명문가였다. 소서러 슈프림 제피르 뒤르펭이 전사한 지금, 유일한 마스터급 마법사이자 소드마스터인 라이넬 시니스터.


명예 의원직을 겸하는 그의 영향력은 가히 제국 제일이라 할만했다. 평의회 의장인 칼로스 국왕보다 높게 치는 이들도 있었다. 카를린이 시니스터 가문을 나오면서 별철제 검을 하나 훔쳤다더니, 그 일로 사이가 조금 어그러진 모양이었다.


“뭐, 말이 그런거지 화해하려면 언제든지 할 수 있어. 그 망할 소드마스터 영감탱이가 솔직하지 못해서 질질 끌리고 있는 거지.”


소드마스터 영감탱이라니.


“모르지. 운 좋으면 만나서 가르침을 받을 수도? 그 영감, 다른 것도 그렇지만 눈이 특히 좋거든. 잘못하면 찍힐수도 있으니까 조심해라. 마스터급 마법사는 마나의 흐름을 보는게 다르다나 뭐라나....”


얼추 문서 작업이 끝난 건지 케이드가 서류를 한쪽으로 정리했다.


“알아들었으면 빨리 가서 짐이나 싸.”


“지크를 데리고 가고 싶은데....”


지크라는 말을 듣자 케이드의 인상이 급격하게 찌푸려졌다.


“지크? 그 망할놈의 말새끼 말하는 거냐?”


“네. 안 돼요?”


케이드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 돼. 마차를 타고 갈 거다. 페리아에서 엘리시온까지 2주는 걸릴 테니까, 휴고한테 그 썩을 놈이나 잘 부탁한다고 인사나 하고 와.”


***


꼼꼼하게 짐을 싼 리안은 에반, 핀, 덩크와 함께 시내로 나왔다. 며칠만의 외출이라 그런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와... 그럼 가서 라이넬 시니스터님을 직접 볼 수 있겠네? 그 유명한 소드마스터를!”


“그런가?”


“그래, 이 멍청아! 소드마스터라고. 대륙에 단 둘뿐인 소드마스터!”


네 소년은 도시 광장의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었다. 잼이 들어간 갓 구운 빵과 노릇노릇하게 익은 꼬치구이는 시종이 내어주는 식사 못지 않게 맛있었다.


“리안 넌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않는 거냐? 살아있는 전설을 직접 보는 건데?”


리안이 별다른 반응 없이 먹는데 열중하자 에반이 답답하다는듯 가슴을 쿵쿵 쳤다. 보랏빛 눈동자의 소년은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 구경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어. 어차피 나한테 관심도 없을 텐데.”


에반이 한숨을 푹 쉬었다.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핀이 급하게 덧붙였다.


“그래도 리안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마스터급 마법사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고 하잖아.”


“리안은 2위계 마법사지. 단번에 간파할 지 모른다.”


“딱히.”


핀과 덩크의 말에도 리안은 변함없이 입을 우물거렸다.


“그보다 이 꼬치구이 맛있네.”


“그치? 역시 리안은 나랑 입맛이 비슷하네.”


“여기 유명한 집이다. 아주 맛이 좋아.”


“덩크가 저번에 새로 발견한 노점상인데, 나도 먹어보니까 주인장 실력이 보통이 아니더라고. 불쇼도 하고 퍼포먼스도 확실한 게, 장사가 잘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우물우물.


리안과 핀, 덩크는 나란히 꼬치의 남은 한조각까지 시원하게 먹어치웠다. 혼자 일어서서 열변을 토하던 에반의 얼굴이 시시각각 일그러졌다.


“왜 그래, 에반?”


핀과 덩크의 빈 꼬치를 건네받은 리안이 근처 쓰레기통에 그대로 던져버렸다. 좋았어, 제대로 들어갔고.


“혹시 해서 묻는건데 리안 너... 라이넬 시니스터님을 모르는 건 아니지?”


리안이 실소를 흘렸다.


“내가 바보 병신으로 보여?”


“그럼, 다 아는놈이 반응이 도대체 왜 그래! 필요없으면 안간다고 해. 대신 내가 가줄 테니까!”


에반이 부러움과 시샘이 섞인 눈길로 리안을 쏘아보았다. 리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건 좀 그렇지.”


“왜? 왜 좀 그렇다는 건데?”


“백작님의 명령인데 내가 어떻게 거부하냐. 그거 하극상이야.”


케이드에게 받은 말을 고스란히 에반에게 돌려준 리안이 이제는 두번째 목표로 손을 뻗고 있었다. 아직도 온기가 남아있는 바로 그 목표물이었다.


“하아....”


반쯤 포기한 상태로 자리에 다시 앉은 에반이 남은 꼬치를 마저 입에 넣었다. 불맛이 가득한 고기가 맛있어서 더 짜증이 났다.


“핀, 덩크. 니들은 아무렇지도 않냐?”


“뭐가?”


“부럽지 않냐고. 난 지금 배가 아파서 뒤질 것 같다. 아니, 오늘 밤에 죽어버릴지도 몰라. 크윽....”


핀이 쓰게 웃었다.


“뭐, 나도 라이넬 시니스터님을 직접 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지. 고집쓴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고.”


“에반, 추하군. 질투는 좋지 않다.”


“그래! 나 질투한다! 왜, 문제있어? 나도 서임만 받으면...!”


한창 높아진 에반의 목소리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서임만 받으면....”


받을 수 있을까.


에반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한때 적수가 없었던 소년은 어느날 리안이라는 이름의 큰 벽을 만나버렸다.


리안은 표면적으로 종자였으나 이미 엘도르 기사단의 정예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페리아 최고의 대장장이인 발터가 직접 검을 만들어주고 손봐준다. 지크프리트라는 한낱 짐승에게 붙여주기엔 좀 거창한 이름의 말도 가지고 있다.


사실상 당장 전력으로 사용해도 되는 만큼 어엿한 기사나 다름없었다. 그에 반해 자신은 초라했다. 마나도 각성하지 못했고, 정식으로 서임도 받지 못했으며, 자신만의 검이나 말도 없다.


“나도, 나도 서임만 받으면....”


리안이 옆에 앉은 에반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울지 마라.”


“큭... 누가 울었다고 그래?”


“흠, 에반. 급한 건 좋지 않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 심정은 알겠지만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천천히 해라.”


“알아, 안다고....”


“그보다 리안. 너 서임은 언제 받을 거야?”


뜬금없이 질문이 날아든 건 빵을 전부 다 먹었을 때였다. 리안이 핀을 돌아보았다.


“서임?”


“아니, 이건 내 단순한 의문인데 왜 아직까지 서임을 받지 않나 해서.”


“.......”


대답하려던 리안은 돌연 목 아래가 턱 걸리는 감각에 입을 꾹 다물었다. 핀의 말대로였다. 리안은 어린 나이를 제외하면 충분히 서임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확실히 그렇군. 세상에 2위계 마법사를 종자로 삼는 건 우리 단장님 뿐일 거다. 음.”


“당장이라도 백작님께 부탁하면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글쎄....”


“리안, 너 설마.”


불쑥 떠오르는 한가지 가능성에 에반이 휙 고개를 들었다.


“너... 의회기사가 될 거냐? 미카엘 경처럼?”


리안은 다 먹고 난 쓰레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를 돌아 손을 내밀자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는 세 소년이 흠칫 몸을 떨며 쓰레기를 넘겨주었다.


“의회기사는 무슨.”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자 그제서야 에반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리안은 근처 쓰레기통으로 다가가 남은 쓰레기를 모조리 안에 넣었다.


“그렇지? 하하, 난 또. 깜짝 놀랐잖아....”


“왜 놀라?”


“아니, 13살에 의회기사는 좀 그렇지.”


“애초에 최소조건이 3위계 마법사 아니었어?”


“맞다. 미카엘 경도 3위계 마법사다.”


등 뒤로 세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명예의원인 소드마스터 라이넬 시니스터를 포함한 평의회 의원 8명. 그 모든 의원들에게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받아야 정식으로 서임되는 의회기사는 브라알라스 연합이 연방으로 격상된 지금까지도 단 한명밖에 없었다.


“의회기사. 확실히 리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음.”


“난 어딘가에 묶여있는 거 질색이야. 그러니까 의회기사도 안 해.”


막 벤치 앞으로 돌아온 리안이 말했다.


“뭐야 그게. 나중에 브레일 백작가를 떠나기라도 하게?”


에반이 가늘게 뜬 눈으로 리안을 바라보았다.


“글쎄....”


“이 배신자 놈!”


에반이 벌떡 일어선 것도 그때였다.


“변절자는 여기서 사형이다!”


“어?”


“덩크!”


덩크가 에반과 마찬가지로 일어섰다.


“에반의 말이 맞다. 통수는 용서하지 않겠다, 리안.”


“저기, 애들아?”


“핀, 잡아!”


“이런.”


리안이 가장 먼저 광장을 벗어났다. 세 명의 소년이 그 뒤를 따라 저택을 향해 달렸다.


그들은 리안을 쫓으면서도 낄낄거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소년들에게 리안도 마주 웃어주었다.


복수.


거리에 한복판에 때아닌 추격전이 벌어졌다. 리안은 웃는 얼굴 아래 서임을 받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묻었다.


저 멀리 해가 느릿하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붉은 태양이었다.


***


이른 아침부터 눈을 뜬 리안은 제일 먼저 마구간을 향했다. 항상 그렇듯 마구간 내부에는 휴고가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리안 님!”


“휴고.”


“얘기 들었습니다. 오늘 떠나신다면서요?”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친근한 느낌까지 드는 우리 안에는 늘 그렇듯 지크가 퍼질러 자고 있었다.


리안의 기척을 알아챈 건지 누워있는 상태로 지크가 눈을 떴다. 황당하게도 녀석은 한쪽 눈꺼풀만 살짝 들어올리고는 잘 다녀오라는듯 앞발을 들어올려 까딱거렸다.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해 실소가 흘러나올 즈음 옆에서 휴고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허, 자식. 하는 짓이 꼭 사람 같습니다.”


“.......”


“그래도 나름 배웅은 해주는군요.”


“...아무쪼록 잘 부탁해요, 휴고.”


“예.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십시오.”


잠시간 지크를 응시하던 리안은 마구간을 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정문을 향하자 이제 막 동이 터오는 시간임에도 먼저 나온 선객들이 있었다.


세레나, 케이드, 브레일 백작을 비롯해 마중나온 시종 몇몇과 엘도르 기사단원들이 시립했다. 다가오는 리안을 발견한 세레나가 가볍게 투덜거렸다.


“늦었잖아.”


마차에 기대어 선 케이드가 품안의 회중시계를 확인했다.


“다 온 것 같은데?”


주위를 둘러보던 브레일 백작이 물었다.


“결원 있나?”


“없습니다.”


“그럼 출발하지. 카를린, 집을 부탁하오.”


“당신도 몸 조심해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브레일 백작이 먼저 마차에 올랐다. 시중을 들 시종이 뒤를 따르고 기사들이 저마다 말 위에 올라탔다.


리안은 그를 조금은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다 자신의 마차에 올라타려 했다. 세레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그를 막아서는 부드러운 음성이 있었다.


“아가.”


“카를린 님...?”


뒤를 돌아보니 카를린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건강 잘 챙기렴. 엘리시온은 일교차가 큰 곳이라 자칫하면 감기에 걸린단다.”


“아....”


카를린이 리안의 옷매무새를 가듬어주었다. 명문가의 안주인이라기엔 많이 투박한 손가락이었으나, 그 안에 있는 온기만큼은 누구보다 따듯했다.


“자, 됐다.”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시니스터 공작님을 만나게 된다면 너무 겁먹지 마려무나. 겉은 차가워보여도 속은 따듯하신 분이야.”


시니스터 공작, 라이넬 시니스터.


카를린 브레일의 친부이자 브라알라스 유일의 소드마스터.


“네. 그럴게요.”


“출발한다! 다들 준비해!”


행렬 앞쪽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리안은 작게 고개를 주억이고는 마차 안으로 들어섰다.


“야! 리안!”


출발 직전 창 밖으로 그런 소리가 들렸다.


“듣고 있냐? 올때 꼭 선물 사와라! 꼭이다!”


마차 안의 작은 창을 열어젖힌 리안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저 병영 끝에서부터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세 인영이 있었다.


“알았지? 까먹지 마라!”


“아하하!”


“리안! 통수는 용서하지 않겠다!”


먼 거리였지만 리안의 눈은 에반과 핀 덩크의 모습을 정확히 잡아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에반과 뭐가 그리 좋은지 해맑은게 웃는 핀 그리고 진지한 표정의 덩크까지.


리안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사올 테니까!”


“약속했다? 거짓말이면 가만 안 둬!”


몸이 기우뚱 쏠렸다. 마차가 출발하자 풍경이 천천히 밀려났다.


리안은 크게 손을 몇번 흔들어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마차의 속도가 붙을수록 저택의 전경이 빠르게 멀어졌다.


돌아올 집, 보금자리.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에 리안은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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