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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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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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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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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7,408

작성
17.08.04 09:19
조회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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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로버트-복수 (2)

DUMMY

열 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긴 식탁에 둘러앉았다. 모인 이들은 모두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고 가장 젊은 이가 오십 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상석에는 케사릭 볼드윈이 앉아 있었는데, 식탁의 두 자리가 비어있었다. 식탁 위에는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음식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지만, 그 누구도 포크를 들지 않았다. 볼드윈 공작이 입을 열었다.


“한잔하지.”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잔을 들었고, 모두가 잔을 든 것을 확인한 공작은 허공에 잔을 부딪치고 그대로 잔을 비웠다. 사람들도 허둥지둥 잔을 비우고 막 잔을 내려놓을 찰나 공작이 잔을 던졌다.


쨍그랑-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며 잔이 날아간 방향을 보았다. 잔을 맞은 다니엘 피트의 이마에서 잔에 남아있던 포도주가 마치 피처럼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숨을 죽였고 공작은 상처 입은 사자가 으르렁 거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내가, 고작 마탑 따위에 이런 수모를 겪는 게 말이 되는가?”


“······.”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는 다니엘 피트를 노려보며 공작이 선포했다.


“이 시간부로 다니엘 피트를 지휘관에서 해임한다. 다니엘 피트는 가택으로 돌아가 근신하라.”


다니엘 피트가 말없이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 볼드윈 공작은 한동안 그가 나간 문을 노려보다가 좌중을 둘러보며 발했다.


“메린느 백작.”


“네, 공작저하.”


“상황은 들은 바와 같다. 지금 상황을 타개할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제국 행정부 내에서 재상에 이어 이인자로 알려진 내무부장관 메린느 백작은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모략에 능한 그는 조직 내에서도 모시로 활약하고 있었다. 질문을 던진 공작은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음식이 꽤 맛있는지, 그는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감히 포크를 들지 못하고 메린느 백작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곧 답답한 침묵을 깨고 메린느 백작이 말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있지만,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습니다. 차선책은 최선책과 비교하면 그 효과가 너무 불확실합니다.”


공작은 콧노래와 함께 손을 내저었다. 메린느 백작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이가 일어나 다니엘 피트가 나간 문으로 나갔다.


메린느 백작이 공작에게 다가가 말했다.


“마탑도 무시할 수 없는 오랜 전통을 이용할까 합니다.”


“오랜 전통이라?”


“예. 베일과 미첨이 죽었을 때 초대황제께서는 당신과 함께 세상을 위시했던 친구들을 기리기 위해 직접 상복을 입고 그들의 장례식에 상주 중 한 명으로 참여하셨습니다. 이후 초대 황제께서 붕어하셨을 때는 그 답례로, 2대 마탑주 크리스피가 아버지를 모시는 심정으로 상주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겨난 제국과 마탑 사이의 오랜 전통. 황제가 붕어하면 당대의 마탑주가 상이 치러지는 일주일간 상주로 참여한다. 반대로 마탑주가 사망할 경우 당대의 황제가 상주로 마탑주의 삼일 상에 참여한다. 천 년 동안 어겨진 적 없는 대륙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오랜 전통을 언급한 메린느 백작을 볼드윈 공작이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지금의 황제는 혈기왕성한 40대 장한으로 지병도 없다. 마탑주는 죽일 방법이 없다.


“그게 어쨌다는 건가?”


메린느 백작이 갑갑한 듯 슈트의 목 부분을 당기며 대답했다.


“황제께서 붕어하시면 됩니다.”


“···뭐라?”


“황제 폐하를 죽이면 됩니다.”


캐사릭 볼드윈의 눈이 번개 치듯 빛났다.



***



“캐사릭 볼드윈. 그가 흑막의 주인이었다니···.”


가민이 허물어지듯 의자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로버트를 통해 알게 된 정보, 다니엘 피트가 흑막 속에 숨겨진 오러마스터라는 이야기를 들은 가민 소피아는 모두에게 비밀로 한 채 자신이 직접 그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그의 위치를 확인한 가민은 세상의 그 누구도 모르는 그녀의 패밀리어, ’하얀 나비’를 그에게 붙였다. 하얀 나비는 다니엘 피트의 뒤를 따라 볼드윈 저택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까지 따라 들어갈 순 없었지만, 다니엘 피트가 이 시기에 그곳으로 갔다는 사실이 주는 의미는 단 하나뿐이었다.


흑막으로부터 폭풍우 치듯 수족을 잃은 이후, 가민은 더 이상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 지금 가민이 완전히 믿는 사람은 오직 두 사람. 그녀의 제자 아델과 갑자기 나타난 로버트뿐이었다. 가민은 두 사람만 불러 이 이야기를 해줬다.


“캐사릭 볼드윈···!”


아델이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제국과 국경을 접한 유일한 적대세력인 툴리왕국으로부터 제국 남부를 지키는 ’제국의 방벽’ 표도르 공작, 당대 행정부의 수장 재상 카타르 공작과 함께 제국의 3대 공작 중 한 사람.


다른 두 가문이 대대로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면, 볼드윈 공작가는 명예직이라고 불릴 만큼 외부활동이 드문 가문이었다. 특히 당대 가주인 케사릭 볼드윈은 가끔 원로회의에 참석해 회의의 무게를 더해주는 역할만 했던 존재감 없던 사람이었던 터라 아델의 놀람은 더 컸다.


반면 로버트는 놀람보다는 반가움이 컸다.


“캐사릭··· 볼드윈.”


사람을 시켜 자신을 고문한 자, 스승을 죽음으로 내몬 자, 자신을 죽이려고 한 자. 그 모든 일의 원흉이 누구인지 드디어 알아낸 것이다.


[흐응. 어쩔 테냐?]


“······.”


[적의 본거지도 알았겠다, 더는 이 수준 떨어지는 것들과 어울리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 가서 끝내도록 하자.]


로버트가 입을 열어 볼드윈 공작가로 쳐들어가겠다고 말할 찰나 문이 세게 열리며 욜코 란데란이 들어왔다.


“타..탑주!”


“웬 호들갑이야, 욜코. 무슨 일인데?”


욜코가 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화..황제께서···.”


“황제가 뭐?”


“황제께서 붕어하셨습니다.”



***



황제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가민은 그 즉시 모든 측근들을 불러모아 의견을 물었다. 이번만큼은 전통을 무시하자는 의견도 나오기는 했지만, 천 년간 이어진 단체의 구성원 대부분은 그동안 깨진 적 없던 전통을 쉽게 무시할 수 없었다. 다만 성안이 흑막의 소굴과 다름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혹여 일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하는 논의에 집중했다. 그렇게 가민 소피아는 상복을 입고 성으로 들어갔다. 제자인 아델과 대외담당 욜코 란데란이 그런 그녀와 함께했다.


마나로프는 이해할 수 없었다.


[형식에 불과한 쓸데없는 전통 하나 때문에 절호의 기회를 놓치려 하다니, 이놈들을 쓸데없는 놈들로만 생각했는데, 인제 보니 비교할 데 없는 멍청이들이었구나.]


“······.”


[너도 이 멍청이 대열에 동참할 테냐?]


“···하지만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침묵을 지키던 로버트가 대답했다. 마나로프가 혀를 차며 말했다.


[어이가 없구나. 어이가 없어. 내가 이런 똥멍청이를 내 대변자로 삼았다니!]


“······.”


[내 앞으로의 일을 안 봐도 비디오다. 공작이란 자는 상중에 있는 마탑주년과 몰래 접촉할 것이다. 당장 결착을 짓기 힘들 테니 휴전을 요청하겠지. 마탑주가 그 대가로 무엇을 달라고 할지는 알 수 없지만, 공작이 뭘 요구할지는 눈이 선하다.]


“···그게 무엇입니까?”


[바로 너다. 이 멍청한 놈아.]


갑작스럽게 언급된 자신의 이름에 놀란 로버트가 입을 벌리고 있다가 대답했다.


“저요? 왜 저를 요청한단 말입니까? 저는 그저···.”


[공작의 입장에서 생각해봐라. 너만 없었다면 전쟁은 그들의 생각대로 돌아갔을 거다. 혹 다시 전쟁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너만 없다면 다시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할거야.]


말을 끊으며 말하는 마나로프에게 로버트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마탑주도 알고 있을 겁니다. 거절할 게 분명해요.”


[거절하면 그땐 그 자리에서 사생 결단 내려 들겠지. 그게 우리에겐 제일 좋지만, 마탑주년이 너 하나 보호하자고 그렇게 극단까지 갈 리 없다.]


“···그녀 옆엔 7써클 마법사 아델과 6써클 마법사 욜코가 있습니다. 지지 않을 겁니다.”


마나로프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네 생각대로 흘러갈 것이라고 확신하느냐? 그래서 손 놓고 있을려고?]


“..그럼 제가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마나로프가 괴상한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내 말대로 하거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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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0 김캇슨
    작성일
    17.08.04 14:55
    No. 1

    황제 목숨이 파리목숨이네 무섭다 무서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형찬
    작성일
    17.08.05 14:23
    No. 2

    네 그렇죠. 이 글의 인물들은 다 모티브가 된 이들이 있는데요. 황제의 경우에는 삼국지에 나오는 '소제'가 모티브입니다. 그 역시 당시 실권자이던 동탁에 의해 쫓겨났다 살해당했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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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4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2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2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8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5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2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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