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40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26 10:09
조회
534
추천
11
글자
10쪽

로버트-귀환 (2)

DUMMY

“헉, 허억···. 쿨럭! 히익히익.”


평소에도 인적이 드물 것 같은 어두운 골목 깊숙한 곳에 한 사람이 쓰러져 벽에 몸을 기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는 단검이 하나 꽂혀있었고, 그가 숨을 쉴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피거품이 올라왔다. 그 앞에 서 있던 이가 허리를 굽혀 가슴에서 단검을 뽑았다.


“커헉-!”


“도민. 잘 가게나. 다음 생애에서는 부디 조직과 척을 지지 말기를.”


단검을 닦아 품에 넣으며 남자가 말했다. 쓰러진 남자, 도민 퍼블리 자작은 원망에 찬 눈초리로 자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다 눈을 감았다. 남자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도민경이 당했습니다.”


쾅!


욜코 란데란은 눈을 질끈 감았다. 조금 전 큰 소리는 자신의 상관인 가민 소피아가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 그는 분노한 그녀의 표정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 앞에서 계속 눈을 감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그는 조용히 눈을 떴다. 가민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욜코가 눈을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가민이 곧바로 물었다.


“누구한테? 언제?”


욜코가 침을 삼키며 대답했다.


“어젯밤, 드 메리 살롱에서 제우스 기사단 1팀장과 함께 술자리를 한 직후 행방불명 됐다가, 오늘 아침에 근처 골목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술자리가 파한 직후 도민경이 제우스 1팀장과 함께 골목길로 들어가는 것을 본 사람이 있습니다.”


“커티스? 그놈도 흑막의 일원이었···. 아니 그 전에,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도민의 친구 아니었나?”


“······.”


욜로가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민은 침음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흑막을 없애버리겠다고 마음먹은 후 가민 소피아는 곧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그는 지난 백 년 동안 마탑에서 구축해온 자신의 수족들을 움직였다.


마탑. 제국의 일천 년 역사를 함께 겪은, 국가를 제외한 대륙 최고, 최강의 집단. 태어나면 자동으로 소속되는 국가와는 달리, 마탑은 마법사가 그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세간에 알려진 다른 대륙 4대 길드-마탑, 상인연합, 용병길드, 도둑길드-와 같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마법사의 입장에서는 가입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이다.


상인은 굳이 상인연합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대상인이 될 수 있다. 용병 또한 용병길드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용병왕이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상 대도로 이름을 날린 도둑들은 하나같이 길드 소속이 아니었다. 반면 마법사는 더 높은 써클의 마법을 배우기 위해 마탑에 가입해야만 한다.


마법을 배우는 방법은 단 하나, 다른 마법사가 제작한 스크롤을 통하여서만 가능하다. 스크롤은 해당 써클에 도달하여 그 마법을 익히고 있는 마법사만이 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염계의 최강이라는 8써클 소각구름의 스크롤은 이 세상에서 오직 가민 소피아만이 제작할 수 있다. 그렇기에 9써클 마법의 스크롤은 더는 생산할 수 없다. 최초의 마법사로 알려진 베일과 미첨, 그리고 그들의 제자이자 인류의 마지막 9써클 마법사 톨러런스가 천 년 전에 제작해놓은 스크롤만이 마탑의 가장 깊숙한 곳에 보관되어 있을 뿐이다. 새로이 탄생할 9써클 마법사를 기다리며 말이다.


4써클 이하 스크롤은 시중에서도 구할 수 있다. 물론 그 가격이 일반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게 비싸지만···. 하지만 고위 마법의 시작인 5써클 이상의 스크롤은 시중에 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5써클에 도달하지 못한 마법사가 사용하여 그 위력이 감퇴한다 하더라도, 마법 자체의 위력이나 내용이 워낙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법사는 마탑을 필요로 한다. 마탑이 고위 마법의 스크롤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써클이 올라갈수록 더욱 그렇다. 이런 구조 때문에 마법사라면 마탑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고, 마탑주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대에 와서 이 법칙에 예외가 생겼다. 바로 마법사 보윈의 존재. 그는 원래 가민 소피아의 유일 제자였다. 보통의 마법사는 평생 한 명의 제자만 둔다. 마법에 재능을 보이는 재목을 찾아내기도 어렵거니와, 자기계발이 중요한 마법사에게 제자 양육은 차선으로 밀려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민 소피아는 너무 오래 살았다. 백년마탑주, 역대 마탑의 주인 중 일백 년을 넘게 산 사람은 그녀가 유일했다. 다른 사람보다 두 배는 긴 삶 덕에 그녀는 제자를 하나 더 들이게 되었다.


아델. 스무 살에 7써클에 오른 마법의 천재. 사람들은 그녀를 보며 천년 만에 9써클 마법사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입을 모아 그녀를 칭송했다. 그럴수록 보윈은 초조해져 갔다. 아델이 마법사로 주목받기 전 그는 명실상부 마탑의 차기 주인이었다. 하지만 사제지간인 아델이 역대 최연소로 그와 같은 7써클에 오르자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미래가 두려워졌다. 그 역시 평생을 천재라 불리며 살아온 몸. 그대로 인정하기에는 자존감이 너무 높았다.


그는 흑막이 되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새로 신설된 마법부의 장관이 되었다. 제국 행정부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권력자가 된 것이다. 그는 흑막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마탑은 천년의 역사 상 한 번도 겪지 않은 미증유의 사태에 빠지게 된다. 마탑주에게 충성하지 않는 마법사 파벌이 형성된 것이다.


굳이 마탑주를 따르지 않아도, 흑막을 통해 스크롤을 제공받을 수 있다. 가민 소피아를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 여러 이유를 가진 여러 마법사가 보윈을 따르기 시작했다.


흑막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민 소피아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이 보윈 파벌을 색출해내는 것이었다. 마탑 소속 마법사의 오분의 일 정도가 보윈 파벌로 분류되어 처리되었다. 비록 수는 줄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하나의 마탑이 되었다고 자축할 그때, 흑막이 움직였다.


보윈 파벌 마법사를 제거하느라 이미 속내와 내부사정을 드러낸 마탑은 흑막의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단 일주일 만에 전쟁의 이모조모를 책임지며 가민 소피아의 머리 역할을 해온 마법사 중 절반이 죽임을 당했다. 어제 죽임당한 도민은 욜코와 함께 이번 전쟁의 전략을 총괄한 이였다. 8써클에 오른 후 처음으로 가민은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


“하하하하. 발등에 불이라도 떨어진 기분이겠어. 백 년 동안 불 가지고 장난 많이 치며 살아왔으니, 이제 자기도 뜨거운 맛 좀 봐야지. 붉은 돼지.”


백년마탑주 가민 소피아를 경원시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호칭으로 그녀를 부르며 볼드윈 공작은 시원하게 웃었다. 보고를 마친 다니엘 피트는 그의 웃음이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말했다.


“이제부터는 그녀가 직접 움직일 것입니다. 적당히 돌리다가 흥분이 목에 찼을 때 즈음 제가 나서서 처리하겠습니다.”


볼드윈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는 8써클 마법사지. 8써클 마법사와는 싸워본 적 없을 텐데···. 이길 자신 있나?”


“자신의 장기를 온 세상이 알게 만든 자존감 과잉의 꼰대일 뿐입니다.”


다니엘 피트가 입 한쪽 꼬리만 올려 웃으며 대답했다.



***



로버트는 셰일에 도착했다. 제도의 남쪽에 있는 도시로, 제도의 여러 위성도시 중 가장 큰 축에 속하는 곳이었다.


제도로 출발한 첫날 로버트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자신이 수배 중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투명화 마법을 써서 인근의 가장 큰 도시로 간 그는 영주성 앞 게시판에 붙여진 사진 중에 자신의 얼굴이 없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


셰일까지 오는 동안 세 차례 전투를 겪었다. 몬스터 무리와 두 번, 산적과 한 번. 6써클 마법사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한 상대였지만, 오랫동안 전투를 하지 않아서인지 손발이 엇갈렸다. 다행히 상처는 입지 않았고 세 번째 전투를 치를 즈음에는 원래의 실력을 되찾았다. 마나로프는 그런 그를 비웃었다.


[형편없구나.]


“······.”


[내가 싸우는 방법을 좀 가르쳐야겠어.]


스승 외에 다른 사람에게 마법을 배우기는 싫었다. 하지만 마나로프의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안 들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귀 안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 로버트는 쉴 새 없이 걸었다. 그편이 마나로프의 목소리에 덜 집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셰일의 성문을 지나자마자 거리 한복판에서 사람들 수십 명이 둥그렇게 모여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 중심에는 두 구의 시체가 놓여있었다.


“오늘도 또 있네그려.”


“그러게. 또 마법사 같지?”


“그러지 않을까. 옷차림을 보니 그런 것 같은데···. 에휴. 이거 무서워서 살겠나?”


“그나마 우리는 적은 거래. 제도에서 온 여행자 말로는 하루에 열 명이 넘게 죽어 나간다고 하더구먼.”


곧 창을 든 병사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시신을 수습해 돌아갔다. 로버트는 그들의 가슴에 꽂혀있던 단검의 손잡이 끝부분을 보았다.


“시체에 꽂혀있던 단검에 조직의 표식이 달려 있습니다.”


[호오~ 너를 쫓는 자들을 벌써 만났구나.]


왠지 신나 보이는 그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로버트가 의문을 표했다.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마법사만 골라 노리는 것 같습니다. 왜일까요? 저 때문일까요?”


[그들은 너의 얼굴을 아니 그럴 필요는 없겠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겠다.]


“···그게 뭡니까?”


[네가 말했던 마탑이라는 곳으로 가라. 너의 적이 마법사를 적대하니, 그들과 힘을 합쳐 너의 적을 무찔러라.]


적의 적은 친구라는 고대의 속담도 있단다 하고 마나로프는 키득거렸다.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__)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피사-정착 (6) 17.08.02 469 10 12쪽
48 피사-정착 (5) 17.08.01 439 11 9쪽
47 피사-정착 (4) +4 17.07.31 492 13 14쪽
46 피사-정착 (3) +2 17.07.30 516 11 9쪽
45 피사-정착 (2) +4 17.07.29 536 11 9쪽
44 피사-정착 (1) +8 17.07.28 570 12 8쪽
43 로버트-귀환 (3) +3 17.07.27 528 12 12쪽
» 로버트-귀환 (2) +3 17.07.26 535 11 10쪽
41 로버트-귀환 (1) +2 17.07.25 592 13 7쪽
40 피사-탈출 (6) +2 17.07.24 590 11 8쪽
39 피사-탈출 (5) +4 17.07.22 566 11 9쪽
38 피사-탈출 (4) +4 17.07.21 605 13 9쪽
37 피사-탈출 (3) - 1권 끝 +4 17.07.20 625 15 11쪽
36 피사-탈출 (2) +2 17.07.19 654 14 10쪽
35 피사-탈출 (1) 17.07.18 670 13 12쪽
34 피사&로버트-습격 (9) 17.07.17 678 19 9쪽
33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6 16 8쪽
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1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2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1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6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3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0 13 8쪽
20 로버트-성장 (2) +2 17.07.05 934 1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