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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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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46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28 08:58
조회
570
추천
12
글자
8쪽

피사-정착 (1)

DUMMY

피사는 꿈을 꾸었다. 엄마와 아버지와 어린 자신, 셋이서 식탁에 둘러앉아 귤을 까먹고 있었다. 늘 그렇듯이 엄마는 잔소리했고 피사는 조금 대들다가 바로 깨갱 꼬리를 내렸다. 아버지는 하루의 피로를 이 장면으로 풀려는 듯이 배를 잡고 웃으신다.


그 장면을 하늘에서 바라보며 흐뭇해하던 피사는 난처해 하는 어린 자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 이건 꿈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가슴이 아려왔다. 호흡이 가파왔다. 부모님 두 분이 몹시도 보고 싶었다.


“쿨럭쿨럭!”


“···사!”


[···인님!]


귀에 아련하게 들려오는 알렉스와 미리의 목소리에 피사는 조금 안심했다. 아, 그래도 내 옆에는 얘네들이 있었지. 깊은 기침을 몇 차례 더한 피사는 그제야 눈을 떴다. 알렉스의 얼굴이 보였다.


“···눈뜨자마자 보이는 얼굴이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라 허여멀건 한 문어 대가리라니. 눈 도로 감을까 봐.”


피사의 잔뜩 쉰 목소리를 들은 알렉스가 피식 웃으며 마법을 캐스팅했다.


“냉기의 원뿔(Cone of cold).”


“야···. 야!!!”


잠시의 소란이 끝나고 피사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바닥을 짚은 손바닥으로 흔들거림이 느껴졌다. 마차 안이구나 하고 생각한 피사는 알렉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넌 마법사면서 왜 그 머리는 못 고치는 거냐? 머리 나게 해주는 마법은 없냐?”


침음성을 흘리며 알렉스가 대답했다.


“···없더라. 천 년 동안 수많은 마법사가 도전했다 실패했다더군. 듣기로는 고대문명에서도 실패했다고 한다.”


“뭐!? 불가능한 일이 없다던 고대문명에서도?”


“그래. 가능하다면 아마 10써클 마법쯤 되겠지. 그런데 머리 이야기는 그만하면 안 될까? 넌 모르겠지만, 우리 민머리들에게는 괴로운 주제다.”


피사는 킬킬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미리에게 말했다.


“미리···.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이렇게 정신도 잃고 심하게 다쳤는데 살아있는 걸 보면 또 네가 뭔가 한 거겠지? 고마워.”


[호호! 뭘요, 주인님. 그런데 이번에 감사드려야 할 분은 제가 아니라 알렉스님이에요. 알렉스님의 한 수가 가장 적기에 기가 막히게 들어왔거든요.]


“응?”


자신을 돌아보는 피사에게 알렉스가 말했다.


“오라클 왕국에서 지원군을 보내줬다. 몇 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두 오러유저도 어쩌지 못할 실력자들을···.”


오라클 왕국에서 온 지원군과 합류한 지도 벌써 열흘. 그동안 함께 국경을 두 번이나 넘었지만, 알렉스는 아직도 지원군이 몇 명인지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늘 함께하며 일행을 인도하는 클로저라는 사람을 제외하면 다른 이들은 매일 얼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본 얼굴만 스물이 넘었다.


피사는 오라클 왕국의 지원대보다 자신을 쫓던 두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가졌다. 풀어져 있던 그의 눈이 다시 힘을 찾으며 물었다.


“그놈들은 어떻게 됐어?”


잠시 말이 없던 알렉스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피사를 보며 대답했다.


“두 오러유저는 아직도 우리를 쫓아오고 있다.”



***



“이걸로 몇 놈째지?”


라일의 물음에 도일이 대답했다. 두 사람 모두 몹시 지쳐 보였다.


“이놈들이 우리 손에 죽은 게 확실하다면 딱 열 명째군. 이걸로···.”


말없이 발밑의 시체를 바라보던 라일이 신경질적으로 도끼를 뽑으며 말했다.


“빌어먹을···.”


입은 열지 않았지만, 도일도 라일과 같은 심정이었다. 피사 일행을 다시 쫓기 시작할 때 도일은 오라클 왕국의 지원군이 많아야 다섯 정도라고 생각했다. 오라클 왕국에서 제국까지 오기 위해서는 적게 잡아도 국경을 세 개는 넘어야 한다. 소규모 용병단을 제외하고 다섯 이상의 검사가 함께 국경을 넘은 사실이 있다면, 제국 정보부가 그런 정보를 놓칠 리 없었다. 당연히 자신들에게 정보가 전달됐어야 한다. 그런데 듣지 못했다.


도일과 라일은 계속 피사 일행을 추적했다. 어차피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돌아가면 실패의 책임을 지고 죽는다. 숨는 것 정도가 유일한 대안이겠지만, 도일은 피사 일행처럼 제국 정보부의 눈을 완전히 피해낼 자신이 없었다.


다섯만 죽이면 된다. 그럼 잡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작한 추적은 어느덧 열에 다다랐다. 그런데도 아직 꼬리를 잡지 못했다. 잡을라치면 어디선가 나타난 검이나 화살이 두 사람을 겨누었다. 그들을 찾아 처리하고 나면 꼬리는 멀어져 있었다. 그나마 암살자들이 오러유저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도일이 칼을 칼집에 넣으며 말했다.


“가자, 라일.”


도일의 물음에도 라일은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왜 그래? 지쳤으면 좀 쉴까?”


도일의 말에 라일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도일···. 우리가 그들을 잡을 수 있을까?”


“······.”


“아카데미에서 널 만난 이래, 함께 수많은 일을 해결해 왔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없다.”


라일의 말에 도일은 하늘을 쳐다봤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앉아라. 얘기나 하자.”


라일이 근처 바위에 걸터앉기를 기다린 도일은 그가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텄다. 이번에는.”


“······.”


“이쯤이면 잡겠거니 한 게 벌써 서너 차례···. 이제 나도 내 판단을 못 믿겠다. 이런 기분은 이십 년 만에 처음이야.”


라일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하는 도일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린···.”


고개를 들며 도일이 말했다.


“일단 계속 쫓는다.”


“······.”


“놈들을 잡든, 도망쳐서 몸을 숨기든, 망명하든, 일단 제국으로부터 멀어져야 해.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금 움직이는 방향과 일치한다.”


그제야 라일의 굳은 표정이 풀렸다.


“뭐야. 역시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구나?”


도일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내가 넋 놓고 더 쉽게 베어질 수 있도록 목이나 닦고 있는 줄 알았냐?”


라일이 크게 웃었다. 근 열흘 만에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



***



“이제야 인사드리는군요. 오라클 왕국의 클로저 사무치라고 합니다.”


“피사라고 합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신을 차린 다음 날, 피사는 몸을 일으켜 일행을 이끄는 오라클 왕국 지원군의 리더를 찾아갔다. 클로저 사무치는 피사가 어제 정신을 차린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의 몸이 아직 불편할 것으로 생각해 찾아가지 않았다. 인사를 마친 클로저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피사를 바라보다가 그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존경합니다.”


“에?”


갑작스러운 말에 놀란 피사에게 클로저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세상의 모든 기사와 세상의 모든 마법사가 실패한 길을 버젓이 성공하여 걷고 계시니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마검사가 되실 수 있으셨던 겁니까?”


“어···어버버···.”


“제 상관이신 라붐님께서 저를 보내기 전에 하신 말씀 중에, 알렉스님 곁에는 정체불명의 강자가 있을 거라 하셨지요. 그게 바로 피사님이신 것을, 그 싸움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하핫.


“라···붐이요? 그 오러마스터 라붐?”


“네! 그분이 바로 제 직속 상관. 더 오라클의 수장이십니다.”


옆에서 듣던 알렉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오러마스터 라붐의 직속이라니···. 자신들의 안내자, 클로저 사무치는 생각보다 거물이었다.


작가의말

머리카락은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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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피사-정착 (4) +4 17.07.31 492 13 14쪽
46 피사-정착 (3) +2 17.07.30 516 11 9쪽
45 피사-정착 (2) +4 17.07.29 536 11 9쪽
» 피사-정착 (1) +8 17.07.28 571 12 8쪽
43 로버트-귀환 (3) +3 17.07.27 528 12 12쪽
42 로버트-귀환 (2) +3 17.07.26 535 11 10쪽
41 로버트-귀환 (1) +2 17.07.25 592 13 7쪽
40 피사-탈출 (6) +2 17.07.24 590 11 8쪽
39 피사-탈출 (5) +4 17.07.22 566 11 9쪽
38 피사-탈출 (4) +4 17.07.21 605 13 9쪽
37 피사-탈출 (3) - 1권 끝 +4 17.07.20 625 15 11쪽
36 피사-탈출 (2) +2 17.07.19 655 14 10쪽
35 피사-탈출 (1) 17.07.18 671 13 12쪽
34 피사&로버트-습격 (9) 17.07.17 678 19 9쪽
33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6 16 8쪽
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1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2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1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7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3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0 13 8쪽
20 로버트-성장 (2) +2 17.07.05 934 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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