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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49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20 09:31
조회
625
추천
15
글자
11쪽

피사-탈출 (3) - 1권 끝

DUMMY

더 오라클은 숨겨진 비밀집단 같은 게 아니다. 오라클 왕성 바로 옆에 버젓이 본부건물을 두고 있는 공식적인 정부 기관이다. 그래서 대륙의 거의 모든 이들이 더 오라클에 대해 알고 있다. 사람들은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면 더 오라클부터 거론한다. 그들이 공작을 펼친 게 아닐까 하는 음모론의 제1 단골 소재. 세간의 더 오라클에 대한 이미지는 딱 그 정도다.


그런 면에서 십 년 전부터 더 오라클의 리더를 맡고 있는 라붐은 악과 어둠의 화신 정도로 여겨지며 터부시되어야 할 인물이지만, 그의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전혀 다른 이미지를 연상한다. 바로 오러마스터 라붐. 대륙 최강의 다섯 기사 중 하나. 그런 그가 코를 후비며 보고를 듣고 있었다.


“···데민가의 꼬마 공작님이 오고 있단 말이지?”


“네 각하.”


“흐음···.”


“그가 온다면 제국의 흑막에 관한 가장 최신의 소식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십 년 전 이긴 하지만요.”


“그건 그렇고 움직이는 경로가··· 대단하구먼. 이 경로만으로도 충분한 소득이야. 따로 잘 보관해두도록.”


“네, 다른 곳은 저희가 제국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파악한 곳과 유사한데, 키리아는 정말 의외였습니다. 저곳에 정보부가 없었다니···.”


라붐이 턱을 쓸며 말했다.


“흠. 그건 실수인 것 같은데?”


“네?”


“제국 정보부가 저곳에 자기 눈을 두지 않은 것은 아마 다른 눈이 있기 때문일 거야. 꼬마는 제국의 눈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것 같군.”


“에에···. 키리아를 언제 따로 조사하셨습니까?”


“아니, 그냥 감이야.”


“예?”


“······.”


“아니, 저희한테는 그렇게 깐깐하게 근거자료를 요청하시는 분께서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 시끄럿! 꼬우면 니가 리더 하던가.”


하지만 역시 오래 묵은 생강의 감은 매웠다.



***



“렉스야, 렉스야, 알렉스야.”


“···네가 나를 그렇게 부를 땐 보통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으로 일고있디만?”


알렉스가 눈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헤헤헤. 그러면 안 되는 것은 아는데, 나 교회를 통해 성국에 편지 한 장 보내도 될까?”


약속대로 가고 싶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못 가게 되었다. 다른 곳에 정착하면 찾아가겠다. 왠지 베로니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피사는 한시라도 빨리 베로니카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었다. 알렉스가 한심한 눈으로 피사를 쳐다봤다.


“···나보고 난 놈이라고 하더니만, 지가 더하는군.”


“헤헤헤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저도 말렸는데, 어휴. 주인님은 바보라니까요.]


하지만 뜻밖에도 알렉스가 긍정했다.


“이 도시에는 정보부가 따로 없으니···. 출발하면서 잠깐 들르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그렇게 피사 일행은 키리아의 교회로 향했다.


“성녀님 앞으로 보내주시는 편지는 모두 성녀님께서 보시기 전에 뜯어 여러 보안절차를 거친답니다. 그때 내용이 유출될 수도 있는데 괜찮으신지요, 형제님?”


“네. 뭐···. 그냥 잘 있다는 안부편지니까요. 상관없습니다. 그냥 꼭 전달되게만 잘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걱정하고 있을 수도 있어서요 라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괜히 오지랖 같기도 하고 잘난 척 같기도 해서 말하지 않았다. 피사의 편지를 받아든 신부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형제님. 성녀님께서 읽으실 수 있도록 꼭 전달하겠습니다.”


한 해 동안 대륙 여기저기서 성녀를 수신인으로 보내지는 편지는 약 일만여 통. 단순한 팬레터부터 자신의 딱한 처지를 알리며 도움을 청하는 편지에, 온갖 저주를 담은 편지까지. 그중 성녀가 볼 수 있게 그녀의 손에 건네지는 편지는 수 백통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말할 수 없는 성직자들은 늘 이렇게 거짓말을 하곤 했다. 성직자들끼리는 우스갯소리로 ’성국이 묵인하는 유일의 거짓말’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번에도 신부는 묵인된 유일의 거짓말을 하며 편지를 맡기고 떠나는 피사 일행을 배웅했다.


배웅을 마친 신부가 성국으로 향하는 신송함에 피사의 편지를 넣었다. 그리고는 자기 방으로 올라가 짧은 편지 두 장을 썼다. 두 장은 같은 내용이었다.


알렉스 발견. 출 키에라


편지 아래에 날짜와 시간을 쓰고는 새장에서 새 두 마리를 꺼내 새의 다리에 각각 편지를 묶어 날려 보냈다. 한 마리의 새는 멀리 가야 하는지 높게 날아갔고, 다른 한 마리는 그보다 낮은 높이로 그 반대 방향을 향해 날아갔다. 신부는 새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창가에 서 있다가 새가 완전히 보이지 않자 창문을 닫고 예배당으로 내려갔다.



***



“···이런 걸 고대에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라고 표현했다지?”


아카데미 시절부터 고대어 수업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도일이 옆에 누워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졸고 있는 라일에게 편지를 건넸다. 비몽사몽 중에 편지를 읽은 라일의 눈이 커지며 곧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키리아라니···? 싸울 때도 그랬지만, 이 친구는 매번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데?”


도일과 라일은 목숨을 건졌다. 조직에 들어와 처음으로 임무에 실패했던 둘은 한동안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두려움에 빠졌었다. 아마 라일이 부상 중이 아니었다면, 도주라도 했을 것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면죄부가 적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둘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면죄부와 함께 전해진 명령. 알렉스라는 마법사를 추살할 것. 명령서에는 초상화와 함께 제국 정보부와 공조하라는 첨언이 곁들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명령서와는 다른 펜으로 ’OM 실패의 건’ 이라는 글씨가 낙서처럼 쓰여 있었다. 도일과 라일은 얼굴을 굳혔다.


“···어르신께서 실패하신 일이라니.”


가만 보니 초상화 속의 얼굴이 낯익었다. 잠시 생각한 도일이 말했다.


“그다. 정체불명의 오러유저를 데리고 도망간 마법사.”


라일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결국, 우리더러 어르신의 실패와 우리의 실패를 같이 마무리 지으라는 이야기군.”


도일이 대답했다.


“그래. 우리에게 주어진 면죄부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겠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더 이상의 면죄부는 없으리라. 도일과 라일은 두 사람을 놓쳤던 곳에서 다시 시작했다. 라일이 물었다.


“너라면 어디로 도망칠 것 같냐?”


도일은 라일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한참 동안 생각했다. 라일도 그런 도일을 재촉하지 않고 가만 놔두었다. 저렇게 두면 도일은 거의 정답에 유사한 해답을 내놓는다. 한 시간쯤 지나 도일이 잔뜩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보에 의하면 오러유저는 성녀와 친분이 있다지. 그렇다면 성국으로 갈 확률이 높다. 다만 이것은 오러유저에게 집중한 결과 도출된 추론이고, 마법사가 인도한다면 도저히 모르겠군. 그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


알렉스라는 마법사에 대한 정보는 십오 년이 넘는 조직생활을 거쳐온 두 사람이 보기에도 너무 적었다. 이상했다. 그동안 조직이 암살 임무를 내릴 때는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주었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성생활에 관련된 정보까지 줬을 정도. 그런 조직이 알렉스라는 마법사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정보만 보내왔다.


마법사. 써클 불명. 조직 내부정보 보유자. 절대 위험분자.


그동안 받아왔던 정보와 그 양과 질이 너무 달랐다. 양은 너무 적었고, ’절대위험’ 으로 분류됐던 대상도 없었다. 그것이 도일로 하여금 판단을 망설이게 했다. 라일이 그런 도일을 보며 말했다.


“그럼 성국 쪽 국경으로 가자. 늘 하던 대로 목표의 목적지에서 기다리다가 소식이 오면 움직이자.”


“······.”


“어차피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낫잖냐.”


라일의 마지막 말에 도일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마지못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성국 쪽 국경에서 기다리던 그들은 키리아로부터 전서구를 받고서야 자신들의 목표가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도일이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


“이 친구들의 목적지는 아마 오라클이었나 보다.”


“엉? 오라클?”


“어. 조직의 내부정보를 아는 이가 키리아에서 발견됐다면, 키리아와 같은 위도의 수도들만 놓고 보면 오라클 왕국이 맞아. 그곳만 제국을 적대하고, 그곳에서 제국을 적대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제국 출신이니까. 누구보다 조직의 내부사정이 궁금하겠지.”


라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복잡한 것은 모르겠고, 네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그게 맞겠지.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도일은 또 한참을 생각한 후 말했다.


“이 녀석들은 키리아까지 가면서 한 번도 정보부에 자신을 노출하지 않았어. 정보부의 눈이 어느 범위까지 미치는지 알고 있다는 거지.”


라일이 의문을 표시했다.


“그런 녀석들이 어째서 키리아에서 모습을 드러냈지?”


도일이 입 한쪽 꼬리만 올려 웃으며 말했다.


“키리아에 있는 이는 정보부 사람이 아니야. 정보원 노릇만 하는 제국민이 아닌 조직 사람인데, 키리아에 정착한 지 1년밖에 안 됐다. 아마 목표가 안다는 조직 내부사정은 적어도 1년 이상 지난 정보인가 보군.”


라일이 다시 한번 의문을 표했다.


“응? 조직 인원 중 정보만 다루는 사람이 있나?”


“아. 나도 너무 특이해서 어르신께 물어봤었다. 특별한 사정이 있다더군.”


“뭐 아무튼, 그래서?”


도일이 계속 말했다.


“지금까지 움직여 왔던 대로 정보부의 약한 부분만 골라서 움직인다면, 국경까지의 루트는 이곳밖에 없다.


도일이 지도에 빨간 선을 죽 그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동속도를 고려하면···, 국경에 도달하기 전에 그들보다 앞서 기다릴만한 유리한 싸움터는 바로 이곳.”


도일이 선 위의 한 지점에 붉은색 동그라미를 그렸다. 거대한 대륙을 아주 작게 축소해 그린 지도임에도 선명하게 11자가 그려져 있었다. 라일이 말했다.


“부스협곡. 여기 한 곳뿐이라면···, 여기서도 놓친다면···.”


“적어도 이들이 제국을 벗어나는 것을 막기는 힘들 거다.”


도일이 말을 받았다. 잠시 후 그가 말을 맺었다.


“이곳에서 총력을 다한다.”


작가의말

프롤로그부터 지금까지 15만자를 채웠네요. 

책 한 권 쓰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습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의 작가분들께 고마움을 느끼게 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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