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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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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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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408

작성
17.07.2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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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2쪽

로버트-귀환 (3)

DUMMY

’육 년 만인가···?’


로버트는 마탑의 입구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육 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 돈을 벌기 위해 문을 두드렸던 곳. 이번에는 6써클이 되어 복수하기 위해 찾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간 1층은 육 년 전과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책상 앞에 앉아있던 사람도 얼굴이 조금 나이 들었을 뿐, 그때와 같은 사람이었다. 이름이 도일이었던가? 그가 고개를 들고 로버트에게 말했다.


“마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무슨 일로 오셨지요?”


육 년 전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인사가 반가웠다. 예전과는 다르게, 로버트는 존댓말로 대답했다.


“마법사 로버트라고 합니다. 마탑의 주인을 뵙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도일은 따분한 표정을 흩트리지 않으며 말했다. 이십 년 가까이 이 책상 앞에 앉았던 그에게 ’마탑주를 보러 왔다’는 방문목적은 하루에도 다섯 번씩은 듣는 멘트였다.


“먼저 책상 위 구슬에 손을 얹어 보십시오.”


로버트가 도일의 말대로 구슬에 손을 얹자 구슬이 잠깐 빛을 냈다. 도일이 구슬을 보다 고개를 들었다.


“실패한 의뢰가 하나 있···는데 6년 전이네요. 그 이후로 첫 방문이시고 또···”


도일이 말하는 도중 갑자기 구슬이 다시 한번 밝게 빛났다. 도일은 놀라서 다시 구슬을 내려다보았다가 놀란 눈으로 로버트를 바라보았다.


“유..육써클?!”


도일의 말이 끝나자마자 로버트의 등 뒤로 두 사람이 나타났다. 그들은 로버트를 향해 손가락을 뻗고 있었다. 두 사람 중 키가 작은 사람이 여자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냐, 넌?”


“부..부탑주님?!”


연구 중 갑작스러운 경보가 울렸다. 정체불명의 6써클 마법사 출현. 십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흑막과의 전쟁이 한창일 때에 일어났다. 아델과 그녀와 함께 나타난 욜코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7써클 마법사와 6써클 마법사가 그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마법으로 자신을 겨냥하고 있음에도 로버트는 그다지 긴장하지 않았다. 그가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탑주를 뵙고 싶습니다. 저는 조직에 의해 키워지고 조직에게 버림받은 6써클 마법사, 게라한의 제자 로버트라고 합니다.”



***



“여기서 기다리세요.”


부탑주라고 불린 여자가 붉은색 벽지로 도배되어 온통 붉은 방으로 로버트를 안내했다. 소파마저 붉은 방이었다. 부탑주는 그 방에서 가장 붉은 빛을 띠는 문을 열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흠···. 부탑주라면 이 탑에서 이인자라는 건데, 수준이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군.]


로버트는 예전부터 그녀에 관한 소문을 들어왔다. 그는 남이 듣지 못할 조그만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탑주의 제자입니다. 나이 이십에 7써클에 도달한 천재 중의 천재라고 명성이 자자한 사람입니다.”


[스물에 7써클이라···. 그래, 그 정도면 베일과 미첨 그 씹어먹을 새끼들과 비견할 만 하군. 30년 정도 정진하면 9써클도 가능하겠어.]


마법사의 기원이라는 베일과 미첨을 이야기할 때 마나로프는 항상 분노했다. 그는 두 사람이 자신의 제자였고, 스승인 자신을 봉인하고 도망친 배신자라고 말했다. 천 년 전에 살았던 전설 속의 인물을 제자로 칭하는 것이 믿기 어려웠지만, 로버트는 왠지 그 말이 사실일 것 같았다.


잠시 기다리자 문이 열렸고 아델이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안에 들어가자 덩치가 큰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로버트가 들어오자 나이에 걸맞지 않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고개를 들어 로버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동자마저 붉었다.


’백년마탑주···.’


로버트가 침을 삼키며 생각했다. 다섯 명의 오러마스터와 함께 대륙 최강의 인물로 꼽히는 그녀를 만난 것이다.


평생 마법만을 정진하며 살다 가족을 이루지 못한 가민 소피아에게 보윈은 아들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그가 자신의 품을 떠나 흑막에 몸을 실었을 때도 뒤늦은 사춘기겠거니 생각하여 그냥 놔두었다. 다만, 사춘기 아들을 염려하는 평범한 엄마처럼 가끔 보윈의 사무실로 몰래 들어가 그의 숨겨진 일기장을 몇 번 들추는 정도였다.


보윈은 흑막에 관한 내용은 철저히 숨겼다. 혹 글로 남기더라도 간단한 이니셜만을 사용해 쉬이 짐작할 수 없게 했다. 그런 보윈이 흑막에 관해 구체적으로 남긴 것은 단 두 가지. 흑막은 자신을 스스로 ‘조직’이라고 칭한다. 조직에는 또 한 명의 7써클 마법사가 존재한다.


보윈은 일기장에서 또 다른 7써클 마법사를 근본도 없는 마법사라고 깎아내렸다. 보윈에게 있어 그라는 존재는 아델과 함께 또 하나의 벽이자 위기였다. 천재 중의 천재 아델이라는 존재에 스스로 등 떠밀려 조직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안에도 생각지도 못한 라이벌이 있었다. 그 라이벌의 존재가 보윈을 불안하게 했다. 만약 그가 자기보다 먼저 8써클에 오른다면? 조직은 보윈을 대신하여 그를 새로운 마법부 장관으로 임명할지도 모른다. 이런 불안감은 그 마법사에 대한 증오와 무시로 표현됐다. 그래서일까? 보윈의 일기장에 표시된 유일한 조직원의 이름이 바로 그 마법사였다. 그 마법사의 이름은 게라한이었다.


갑자기 찾아온 6써클 마법사는 가민이 알고 있는 두 가지를 모두 말했다. ‘조직’과 ‘게라한’. 조직이 보낸 최후의 함정일까? 아니면 정말 그의 말대로, 흑막을 공동의 적으로 둔 쓸만한 조력자일까? 직접 만나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가민은 로버트를 불러들였다.


가민 소피아와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로버트는 눈알이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바로 대륙 최강의 느낌···.’


두려울 정도의 힘이었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 로버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이미 해골마법사라는 미증유의 힘을 경험했다. 8써클의 마탑주를 그에게 비교하자면, 그냥 강한 사람, 그 정도였다. 가민은 이 젊은이가 자신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음을 한눈에 알아챘다. 감탄하며 그녀가 물었다.


“로버트라고 했지? 반갑다. 조직에 의해 키워졌다고 했는데, 무슨 조직을 말하는 거지? 정보부? 아니면 도둑길드?”


로버트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답했다.


“마법사들이 연이어 죽어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연히 그 시신을 봤는데, 그들의 가슴에 꽂힌 단검의 손잡이에서 예전에 제가 몸담고 있던 조직의 문양을 보았습니다.”


’조직’이라는 단어를 일반명사로 사용하지 않고 고유명사로 사용하는 로버트의 말을 듣고, 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우리는 우리와 싸우고 있는 놈들을 ‘흑막’이라고 표현한다. 내 알기로, 그들은 자신을 스스로 조직원이라고 칭하더군. 그렇다면 네 말이 이해가 간다. 그리고··· 그 게라한의 제자였다고?”


로버트는 깜짝 놀랐다. 가민 소피아가 스승을 마치 아는 사람 부르듯 불렀다. 그가 알기로 스승은 한 번도 마법사 세계에 자신을 알리지 않았다.


“그렇습니다만, 스승님을 아십니까?”


“아니. 내가 직접 만난 것은 아니다. 건너건너 흑막 내부에 숨겨진 7써클 마법사가 있음을 알게 됐고 그의 이름을 파악해뒀었지. 제자인 네가 흑막을 배반했다면, 그는 어떻게 되었나?”


“···스승님은 조직이 부여한 임무 중 돌아가셨습니다. 조직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고, 그래서 저를 죽이려 들 것이 분명했기에, 스승님이 마지막 순간에 저를 조직으로부터 도망치게 해주셨습니다.”


“아하! 그게 네가 흑막을 배반한 이유였군. 흠···. 흑막에 대해 더 아는 것은? 예를 들면 리더가 누구인지 같은.”


“리더는··· 누구인지 모릅니다. 다만 리더일 가능성이 큰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누군데?”


“다니엘 피트. 숨겨진 오러마스터입니다.”


“···오러마스터?!”


옆에서 말없이 듣고 있던 아델이 경악했다. 하지만 가민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전력이 없이 몇백 년 간 이어져 내려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또 가민은 전쟁 초기부터 자신과 맞먹는 힘이 자신의 곁에서 견제하고 있음을 느껴왔다. 그 오러마스터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일 뿐, 놀랄 일은 아니다.


“···그래. 기억난다. 피트 백작가의 서자. 숨겨진 검의 천재라고 불렸었지 아마. 그가 흑막 소속이었구나.”


동시에 가민은 다니엘 피트 위에 누군가가 있음을 확신했다. 다니엘 피트가 리더였다면, 이렇게 자신만 졸졸 쫓아다닐 리 없다. 리더가 어떤 형태로든 전면에 나서는 것은 그녀가 아는 흑막의 스타일이 아니다. 가민의 머릿 속에 흑막의 리더일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 다시 한번 추려졌다.


로버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조직의 모든 것을 천천히 설명했다. 가민과 아델이 보기에 로버트의 이야기는 믿을 만 했다. 그리고 정말 그의 이야기가 맞다면, 조직 내에는 더 이상 7써클 이상의 마법사는 없다. 이는 귀중한 정보다. 이것을 확신하기 위해 가민은 로버트에게 최후의 검증을 요구했다.


“내 이야기는 그럴 듯 하지만, 네가 흑막이 보낸 함정일 것이라는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 마법사답게 너 자신을 증명해봐라.”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제우스 기사단 1팀장 커티스 나벤. 그를 죽이고 와라.”


가민의 수는 단순했다. 흑막임이 분명해진 커티스 나벤. 명색이 제우스 기사단 넘버 3이다. 그런 자를 단지 함정을 숨기고자 내놓을 리 만무하다. 그를 죽인다면 로버트라는 마법사는 진짜 조직의 적이다. 죽일 실력이 안 되는 것이라면? 그런 전력은 손을 잡을 필요도 없다.


마탑을 나와 몸을 숨긴 로버트는 자신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런 로버트에게 마나로프가 말했다.


[넌 정말 형편없는 놈이구나?]


“···하지만 그는 오러마스터에 가장 가까운 오러유저중 하나입니다. 제 실력으로 그를 죽일 수 없습니다.”


로버트는 몇 달 전 동굴에서 경험했던 오러유저와의 싸움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하지만 마나로프는 납득하지 못했다.


[멍청아. 내 오른손에는 모든 것을 불살라버리는 마법이 들어있다. 그 커티스인가 뭔가 하는 놈 집에 가서 그 가족들을 불살라버리면 그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습을 드러낼 것 아니냐? 넌 불 한가운데 서서 가족들을 붙잡고 서 있기만 하면 된다.]


“···어..어떻게 그런··· 죄 없는 자를 죽일 수는 없···.”


해골마법사가 로버트의 말을 잘랐다.


[너는 죄가 있어 그들에게 쫓기느냐? 네 스승이라는 작자는 죽을죄가 있어 죽었느냐? 넌 정말 멍청한 말만 골라 하는구나?]


“······.”


로버트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



그날 저녁 제국의 유명한 기사 가문 나벤가 저택에 큰불이 났다. 그 불은 물로도, 성직자의 주문으로도 꺼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불을 보며 어찌할 줄 몰라 하던 그 시각, 로버트는 가민 소피아 앞에 섰다.


“······.”


“······.”


무서운 녀석. 가민이 생각했다. 그가 어떻게 커티스를 ‘사냥’했는지 방금 보고받았다. 그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피 한 방울, 아니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자신을 증명했다. 이제 믿고 쓰기만 하면 되겠지만, 가민 소피아는 그녀답지 않게 망설였다. 그는··· 이치에 맞지 않았다.


“6써클인 네가 어떻게 제 위력을 지닌 8써클 마법을 쓴 거지?”


“······.”


“말할 수 없는 건가?”


“···네.”


악마가 준 힘이라고, 로버트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가민이 말했다.


“아무튼, 이제 난 널 믿을 수 있다. 적어도 흑막을 상대하는 일에 한해서는···. 내 밑에서 함께 흑막을 털어버리자. 나와 같은 마법을 사용하는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로버트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가민의 옆에서 로버트와 동갑의 7써클 마법사 아델이 경멸이 섞인 눈빛으로 로버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로버트는 서브 주인공인지라, 그 편수를 가급적 3편이 넘지 않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또 마지막 편에 글이 몰렸네요 ;;


내일부터는 다시 피사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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