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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39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14 09:54
조회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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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1쪽

피사&로버트-습격 (5)

DUMMY

바람을 타고 짙은 여자 향수 냄새가 코로 들어왔다. 로버트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에는 붉은색 갑옷을 착용한 여기사가 서 있었다.


“로버트 맞지? 난 이세벨이라고 해.”


“······.”


“조직의 배신자인 널 죽이러 왔어.”


“······.”


로버트는 아무 말 없이 이세벨을 바라보았다.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것은 이세벨이 기대하던 표정이 아니었다. 그녀는 로버트가 살려달라고 울며 매달리기를 원했다. 혹은 미친개처럼 저항하기를 바랐다. 그녀는 로버트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너 같은 헛똑똑이들은 항상 끝이 이렇다? 혼자 실컷 계획해서 실행하다 중도에 나자빠지지. 결국, 생각 없이 움직인 것만 못하게 되는 거야.”


“······.”


“···너 정말 완전히 포기했구나? 하아, 지루해. 여기까지 쫓아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게라한의 오두막에 숨어있지 그랬니? 너도 편하고 나도 수고를 덜고, 일석이조잖아.”


오랜만에 듣는 스승의 이름에 로버트의 눈빛이 약간 돌아왔다. 이세벨도 그것을 눈치챘다.


“참! 그런데 너 그거 아니? 게라한 말이야, 너의 스승. 그 노친네 머저리였어.”


로버트가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생긴 건 꼭 쥐새끼처럼 생긴 게, 그래도 꼴에 7써클이나 되었으면 대마법사잖아? 그런데 겁이 너무 많아서 조직에서도 윗급이 되지 못했어. 전면에 잘못 나서면 적이 많이 생긴다는 겁쟁이 같은 소리나 지껄이면서 말이야.”


심장이 두근거린다. 로버트는 자기 안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게 머저리지 뭐니. 같은 급의 보윈도 정말 쥐새끼 같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는 자존심이라도 있으니 게라한보다는 나아. 아, 그렇게 치면 게라한은 쥐새끼보다 못한 쥐새끼구나.”


로버트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내 스승님을 모독하지 마라.”


로버트의 눈이 살기로 일렁거리는 것을 보며 이세벨은 흥분했다. 그래, 이거지. 이 맛이지. 이제 밟아주마.


“그럼 증명해봐. 이 쥐보다 못한 새끼의 새끼야.”


로버트가 캐스팅했다. 가슴은 흥분했지만, 머리는 차갑다. 정신을 차린 로버트는 자신이 현재 메모라이즈한 마법 중 최강의 마법을 시전했다.


“시체 일으키기(Animated dead).”


시전자 주변에 묻혀있는 사체를 일으켜 적을 공격하게 하는 마법. 몸을 일으킨 스켈레톤이나 좀비는 생전의 힘이나 성격과 상관없이 웬만한 전사수준의 강한 힘과 공격성을 띤다. 특히 7써클 마법사가 사용할 때는 오러를 사용할 줄 아는 스켈레톤 워리어가 생성된다.


이세벨은 하품을 했다. 세상에···. 오러유저, 그것도 곧 오러마스터 경지를 넘보는 상급의 오러유저에게 스켈레톤이라니. 순식간에 지겨워진 그녀는 즐기기를 포기하고 그냥 죽여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 순간,


“···어?”


땅속에서 기어 올라온 것은 두 마리의 스켈레톤 워리어였다.


“뭐..뭐야. 너, 7써클이었니? 쫓기면서 깨달음이라도 얻었···?”


이세벨은 자신보다 놀란 로버트의 표정을 보고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놀라기는 했지만 그뿐, 그녀는 스켈레톤 워리어 두 마리쯤은 충분히 혼자 상대할 수 있는 실력자였다. 이세벨은 오러를 일으켜 그녀의 검을 붉게 물들였다. 그리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스켈레톤 워리어를 향해 횡으로 휘둘렀다. 단칼에 두 언데드를 베어버리고 로버트에게 죽일 생각이었다.


까앙-


큰 소리와 함께 이세벨의 검이 막혔다. 스켈레톤 워리어 한 마리를 단칼에 베어 넘긴 그녀의 검이 두 번째 스켈레톤 워리어에 닿기 직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충돌하여 상쇄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이세벨은 주춤거렸다. 로버트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세벨을 공격했다.


“매직 미사일!”


퍼퍼퍼펑-


이번에도 마찬가지. 6써클 마법사의 매직 미사일이면 6개의 에너지탄이 발사되어야 하는데, 로버트의 손에서는 9개의 에너지탄이 발사돼 사방에서 이세벨을 덮쳤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이세벨은 검을 휘둘러 9개의 에너지탄을 모두 베어버렸다. 한숨 돌린 이세벨이 남은 스켈레톤 워리어를 처리하려는 순간, 스켈레톤 워리어가 손을 뻗어 그녀를 가리켰다.


“파워워드킬(Power Word Kill).”


“뭣?!”


놀라서 부지불식간에 내뱉은 그 한 마디가 이세벨의 마지막 말이 되었다. 이세벨은 갑자기 눈꺼풀이 무거워진다고 생각했고,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그 광경을 이제 막 도착한 보윈이 보았다.


“9..9써클 마법!? 이..이런 말도 안 되는?!”


이세벨을 죽인 스켈레톤 워리어가 자신의 앞뒤에 선 로버트와 보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웃었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로버트와 보윈은 급히 귀를 막았다. 잠깐 들었을 뿐인데 정신을 잃을 뻔 했다. 소리 만으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죽일 수 있다는 9써클 마법 ’벤쉬의 통곡(Wail of the Banshee)’이 이런 것일까. 귀를 막았음에도 소리가 계속 들려 로버트는 무릎을 꿇고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그렇게 했음에도 소리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었고, 그는 벌벌 떨며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웃음소리가 멈췄다. 로버트는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눈을 떴다. 눈 밑으로 자신이 흘린 침들이 모래와 섞여 있었다.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나타났던 노마법사는 자신처럼 무릎을 꿇지는 않았지만, 지팡이에 의지한 채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스켈레톤이 입을 열었다.


“드디어!”


스켈레톤의 목소리는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무저갱에서 울려 나오는 악마의 고함 같았다. 로버트와 보윈은 다시 귀를 막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드디어 빠져나왔다! 히히히히히히.”


“······.”


“······.”


웃음을 멈춘 스켈레톤이 두리번거리다 로버트를 보고 말했다.


“흐음···. 눈을 뜨자마자 내 후손들을 보는군. 날 깨운 건 젊은 후손 쪽이고?”


보윈이 말했다.


“후손? 저 젊은이가 네 핏줄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악마여.”


스켈레톤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 너와 저 젊은이, 둘 다 마법사잖아. 마법사면 내 후손이 맞지.”


“그게 무슨···.”


“잠깐만. 설명은 일단 지금 상황부터 정리하고 하자. 날 깨운 마법사, 네 이름은 무엇이냐?”


“···로버트.”


“그래, 로버트. 만나서 반갑다. 그리고 날 꺼내줘서 고맙군. 물어볼게. 저 마법사는 너의 적이니?”


로버트는 보윈을 보았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 마법사는 조직에서 나온 자이다. 아마도 여기사의 일행···.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켈레톤은 보윈을 쳐다보았다.


“흐음···. 일어나자마자 내 후손을 죽이고 싶지는 않으니, 선택의 기회를 줄게. 도망가. 그럼 살려주지.”


보윈이 로버트에게 소리쳤다.


“게라한의 제자!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이자는 마탑주를 통해 대대로 전해 내려온 전설 속의 악마다! 7써클 이상의 마법을 시전했을 때만 깨어날 수 있는 악마가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저 악마는 모든 마법사의 적이다!”


로버트는 혼란스러워했고 스켈레톤은 콧노래를 부르며 말했다.


“흐흥~ 베일과 미첨이 그렇게 말했나 보지? 뭐, 그 말이 맞다. 두 놈이 나를 가둔 결계는 7써클 마법쯤은 사용해야 틈이 보일 정도로 두터웠지. 하지만 그 두터움을 천년만년 유지하기 위해 두 똥멍청이는 마나에 지나치게 많은 인력을 부여했어. 덕분에 이 지역이 마나에 굉장히 민감하게 되어버렸지. 여기서 마법을 쓰면 써클 하나쯤은 우습게 올라갈 거야. 후세에 경고를 할 거였으면 7써클이 아니라 6써클 이상의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바보 같은 놈들. 히히히히.”


스켈레톤의 설명을 듣고 로버트는 자신의 마법이 강화된 이유를 깨달았다. 보윈은 이세벨의 검에 베이어져 땅에 쓰러진 스켈레톤 워리어를 보며 물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게라한의 제자가 쓴 ’시체 일으키기’는 5써클 마법!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네 말에 속지 않는다!”


스켈레톤이 대답했다.


“그거야 ’시체 일으키기’ 마법은 7써클의 마나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니까 그렇지. 넌 응용력이 부족해서 지금 이상으로는 못 올라가겠다. 쯧쯧.”


혀를 차며 스켈레톤이 덧붙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할래? 도망갈래, 죽을래?”


보윈은 스켈레톤의 말대로 도망치고 싶었다. 자신이 목격한 이세벨을 죽인 마법 ’파워워드킬’은 9써클 마법. 저 악마는 천년 만에 나타난 9써클 마법사다. 싸워봤자 반드시 죽는다. 하지만 여기서 피해 봤자, 조직이 그를 죽일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세벨도 잃었다. 싸워도 죽고, 피해도 죽는다. 보윈은 싸우다 죽기로 하고 곧장 저장해놓은 방어마법을 온몸에 두르고 아케인 스워드를 캐스팅했다.


스켈레톤이 입을 열었다.


“타임스톱(Time Stop).”


세상이 흑백으로 변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 움직임을 멈췄다. 보윈도, 로버트도, 바람을 따라 공중에 나부끼던 낙엽들도. 오직 스켈레톤만이 색깔을 지녔고, 계속 움직였다.


“마법 분리(Mage’s Disjunction).”


스켈레톤의 캐스팅이 끝나자 보윈이 입고 있던 모든 보호마법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맨몸이 된 보윈을 향해 스켈레톤이 손가락을 들었다.


“파워워드킬.”


잠시 후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고 보윈은 캐스팅하던 자세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그는 자신이 죽은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어..어떻게?!”


놀란 로버트에게 스켈레톤이 말했다.


“시간을 멈추고 모든 마법을 벗겨버리는 마법을 시전했단다. 그리고 파워워드킬로 곱게 보내줬지. 봐라. 상처 하나 없지? 히히히히.”


타임스톱과 파워워드킬···. 모두 전설 속에서나 듣던 9써클 마법들이었다. 로버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당신은 누구입니까?”


“마나의 최초 발견자, 세상을 멸망시킨 자, 그리고 마법을 개발한 자. 마나로프 구소라고 하네.”


스켈레톤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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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1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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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2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1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6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3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0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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