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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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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63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8.03 09:00
조회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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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9쪽

로버트-복수 (1)

DUMMY

“데이지 나벤.”


마탑주의 방을 나서는 로버트의 등 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버트는 뒤를 돌아보았다. 부탑주 아델이 몹시 화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데이지 나벤.”


아델이 똑같은 이름을 다시 말했다.


“···누굽니까. 그게?”


“당신이 불과 몇 십 분 전에 불태운 커티스 나벤의 딸이에요. 올해로 일곱 살이죠.”


“···친분이 있었습니까?”


아델은 로버트의 질문을 무시하며 말했다.


“커티스 나벤만 죽였으면 될 일을, 어째서 아무 죄도 없는 어린아이까지 죽인 거죠?”


로버트가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그것이 커티스 나벤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힘들었을 겁니···.”


아델이 로버트의 말을 자르며 다그쳤다.


“당신이 뭔데요?”


“···네?”


“당신이 뭔데 당신의 목적 때문에 그 아이가 죽어야 했죠? 그 어린 소녀보다 잘났어요? 그녀가 살아있는 것보다 당신이 살아남는 것이 세상에 더 도움이 되나요? 실력이 안 돼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면 차라리 포기하고 다른 검증을 요구하면 될 것을 왜 아무 죄도 없는 새파란 새싹 같은 아이를 죽인 거예요!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분노에 찬 아델의 목소리를 들으며 로버트는 갑자기 짜증이 몰려왔다. 마법사 아델. 그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자신과 동갑이었다. 로버트가 가문에서 천대받던 시절, 그녀의 소문을 들었다. 천재 마법사, 일천 년 만에 나타난 9써클 마법사의 재목, 화려한 금발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얼굴···. 어린 로버트는 이 동갑내기 마법사의 소문에 질투하기보다는 동경했고 만나기를 고대했다. 그렇게 동경했던 그녀가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로 자신을 다그치는 것에 로버트는 부아가 치밀었다.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저 계집은?]


마나로프도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로버트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게 참으며 아델에게 대답했다.


“저는 누구처럼 꽃길만 걸어온 것이 아니라서 아델님의 생각을 전혀 이해할 수 없군요. 제 목숨을 지키고 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 누구라도 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아델님도 이런 저를 이해할 수 없겠지요. 제가 걸어온 죽고 죽이는 세상을 전혀 경험하지 않으셨을테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끼리 서로 설득하거나 시비 걸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꾸하려는 아델의 말을 자르며 로버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마치고 몸을 돌렸다. 더 이상 대화는 불필요하다는 듯이. 아델이 쫓아가 그의 어깨를 잡았지만, 말없이 손길을 뿌리친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멀어지는 로버트의 등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곤 로버트가 사라진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 문을 쾅 열어젖혔다.


“저도 참전할래요, 탑주!”


가민 소피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 분노에 찬 제자의 얼굴이 보였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니, 아델? 그 부분은 이미 이야기가 끝났잖니.”


흑막과 싸움을 시작하기 전, 가민은 아델을 전력에서 제외했다. 혹여 자신이 잘못되더라도 마탑을 이어갈 사람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델도 그런 스승의 의도를 알았기에, 무척 아쉬워하기는 했지만, 스승의 결정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참전하겠다고 말한 것이라 가민은 당황했다.


“저런 인간 같지 않은 작자가 전횡을 휘두르게 놔둘 수는 없어요. 차라리 제가 핵심전력만 골라 제거하는 게 낫죠. 저자에게 맡기면 분명 제도가 피로 물들 거에요.”


가민이 한숨을 쉬며 자신의 제자를 말렸다.


“그럴 수 없어. 혹 내가 흑막에 패한다면 네가 마탑을 이어야지.”


“이기면 되잖아요.”


“응?”


“안 지고 이기면 되잖아요. 7써클 마법사인 저와, 저 괴물까지 포함하면 이길 수 있어요. 아니, 무조건 이겨요.”


어려서부터 아델을 키워온 가민은 더는 자신의 제자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참다 못한 로버트가 아델에게 말했다.


“그만 좀 노려보십시오. 그러다 사팔뜨기 되겠습니다.”


대답 없이, 아델은 로버트를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소원대로 가민은 흑막과의 싸움에 아델을 참전시켰다. 다만 아델이 가장 꺼릴 자리에 배치했다. 바로 로버트의 옆. 가민은 자신을 제외하고 가장 뛰어난 전투 마법사 옆에 그녀를 배치했고 그가 바로 로버트였다. 이제 막 들어온 로버트를 가민은 상당히 높게 쳐주었다. 아델이 다른 곳에 배치해달라고 떼를 썼지만, 가민은 배치만은 양보하지 않았다.


로버트는 피곤했다. 평생 부러워하며 동경해온 미녀의 천재 마법사와 함께한다···. 며칠 전 그 대화만 없었다면 좋았으련만.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경멸하는 줄 알았기에, 함께 있는 것이 불편했다. 게다가 마나로프는 계속 그냥 죽여버리고 사고사로 위장하자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하며 로버트가 깊게 생각하는 것을 방해했다.


로버트는 고개를 세게 흔들며 집중했다. 그의 두 번째 임무, 조직의 핵심 중 하나로 보이는 제국 정보부 장관의 집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이전처럼 가족까지 공격할 생각은 버려요. 내가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거예요.”


오늘 만나서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날 선 그녀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불안감도 읽혔다. 로버트가 대답했다.


“일전에는 그 방법밖에 없어서 피치 못 하게 그랬던 것입니다. 저도··· 악마는 아닙니다.”


로버트가 대답하며 자신을 투명화시켰다.



***



판세가 뒤바뀌었다. 다니엘 피트는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됐다. 마탑주는 그가 예측했던 것처럼 마탑 내 조직원부터 솎아내기 시작했다. 마탑에 있는 조직원은 그야말로 쭉정이, 버리는 패였다. 그것을 소모하여 마탑주를 따르는 이가 누구인지와 그 핵심이 누구인지를 파악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공격. 이틀 동안 마탑주의 오른팔이라 할만한 부하 삼 분의 이 이상을 제거했다. 마탑주는 다니엘 피트의 지속적인 견제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분노만 해댔다.


그렇게 쉽게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싸움이 일주일 전부터 바뀌었다. 누군가가 제우스 기사단 제 1팀장을 순식간에 제거했다. 사용된 마법은 가장 파괴적인 마법으로 알려진 ‘소각구름’. 마탑주의 전매특허인 마법이지만, 마탑주는 아니었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견제로 인해 움직이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직의 또 다른 핵심 구성원이 똑같은 방식으로 암살당했다. 다니엘 피트는 그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알았다. 로버트 밀러. 임무에 실패하고 도주했던 버린 말이 8써클의 마법을 들고 돌아왔다.


마탑주 측에 숨은 첩자로부터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다니엘은 믿을 수 없었다. 6써클 마법사인 채 행방불명됐던 청년이 석 달 만에 8써클 마법사가 되어 나타나다니···. 설상가상으로 아델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위기를 맞은 것은 마탑이 아니라,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이었다.


“죄송합니다.”


“······.”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피트경.”


“···데이지 후작. 그렇게 거절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네.”


땀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던 검정 머리의 여성, 제우스 기사단의 단장 주디 데이지가 검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검 놀림이 멈추자 그녀의 긴 머리칼도 흔들림을 멈추고 제자리를 찾았다. 주디 데이지는 다니엘 피트를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말했다.


“제우스 기사단은 조직의 것이지만, 저는 조직원이 아닙니다.”


“하지만 후작, 자네 집안이 3대째 제우스 기사단의 단장이 된 것은···.”


주디 데이지가 다니엘 피트의 말을 끊었다.


“그것은 제 할아버지께서 듀라한의 검을 꺾은 것에 대한 보상이지, 조직에게 어떤 대가를 주기로 약속하고 받은 자리가 아닙니다.”


“······.”


“좋은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다니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주디 데이지는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멋지게 휘날리는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바라보다가 다니엘 피트는 몸을 돌렸다. 제국에는 또 한 명의 오러마스터가 있지만, 그는 가문의 전통에 따라 제도가 아닌 자신의 영지에 머물고 있다. 오러마스터가 아닌 이중 도움이 될만한 이들은 포섭을 마쳤다. 가장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는 도일과 라일에게는 진즉에 복귀 명령을 내려두었다. 더 이상 확보할 수 있는 전력은 없었다.


다니엘 피트는 힘없는 걸음으로 볼드윈 공작가로 향했다. 악화되는 상황과 믿었던 데이지 후작의 거절에 평정심을 잃은 다니엘 피트는 몰래 자신을 뒤따르고 있는 하얀색 나비 한 마리를 눈치채지 못했다.


작가의말

오늘부터 삼 일 동안 로버트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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