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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51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16 08:31
조회
701
추천
13
글자
9쪽

피사&로버트-습격 (7)

DUMMY

라일은 주저앉은 채로 도일을 올려다보았다. 도일이 혼잣말하듯 신음성을 흘렸다.


“네가 패하다니···.”


도일은 라일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친구 라일은 검술의 천재였다. 그는 아카데미에 다녔던 학창시절에 이미 오러유저가 되었다. 삼십 대 후반인 지금에 와서는 같은 오러유저 중에서 라일을 이길 자는 아무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자신들의 팀장이자, 대륙의 오러유저 중 오러마스터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이세벨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랬던 도일이기에 라일의 패배는 놀랍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신기한 놈이었다. 검에 어린 오러 자체는 아직 여물지 않은 놈이었는데···. 절대 피할 수 없는 순간 마법을 써서 내 필살기에서 벗어나더군.”


“···마법? 오러유저가 마법을? 뭐, 이야기 속에 나오는 마검사라도 되나?”


마검사는 전설이나 음유시인들의 노랫말에서나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 오러유저가 마나를 사용하는 방식과 마법사가 마나를 사용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을까가 마탑의 주요 연구과제였지만 일천 년간 그 누구도 실현하지 못했다.


“···몰라. 마지막 순간 나를 기절시켰던 공격은 또 오러탄환 같았고···. 아무튼 묘한 놈이다.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어. 부모의 원수를 코앞에 두고 도망친 것도 그렇고. 그렇게 냉정한 성격으로는 안 보였는데···.”


오러탄환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숙련된 오러유저라는 방증이었다. 오러유저의 손을 떠나서도 그 오러가 머물러 있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 오러탄환이 오러마스터의 초입이라고까지 말한다. 라일의 필살기 도끼 던지기 또한 오러탄환의 일종이었다. 오러 자체만 보면 오러탄환을 사용할 실력은 아니었는데··· 하며 라일이 혼자 중얼거렸다.


“그때 너를 죽이려 들었으면 나를 만났겠지. 그랬어야 했는데, 번거롭게 됐다.”


난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냐 이 자식아 라고 친구를 쥐어박으며 라일이 말했다.


“쫓고 있지?”


몸을 일으키니 그의 갑옷을 볼 수 있었는데, 갑옷의 가슴팍 부분이 안쪽으로 심하게 우그러져 있었다.


“응. 네가 뻗어있는 것을 보고 3조의 절반을 보냈다. 추격에 능숙한 이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찾을 거야.”


실패는 죽음이다. 조직의 규칙이 그들을 압박했다. 도일과 라일은 굳은 표정으로 피사가 도망쳐 들어간 숲을 바라보았다.



***



“헉헉헉헉···.”


피사는 지금이라도 쓰러져 자고 싶었다. 중앙대로로부터 마을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오자마자 싸움을 했고 죽음 직전까지 갔다. 그러고 지금 또 그는 하루 내내 쉬지 않고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피곤했다. 부모님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이 자신을 짓눌렀다. 뭐가 오러유저냐? 가장 가까운 이의 죽음도 막지 못했으면서. 미리가 옆에서 계속 조잘조잘 떠들어주지 않았다면 피사는 벌써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한동안 쓸데없는 얘기만 하던 미리가 정찰기에 추적대가 포착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피사가 도망칠 방향을 정해주기 시작했다.


“헉헉헉···.”


[···안 되겠어요, 주인님. 거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어요. 싸움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솔직히 지금은 칼 뽑을 힘도 없다.]


[이대로 쭉 가면 개울이 하나 나올 거에요. 그걸 건너세요.]


미리 말대로 곧 개울이 나왔다. 개울치고는 폭이 꽤 넓었는데 한 5미터 정도 되었다. 깊이도 제일 깊은 곳이 허리까지 왔다. 피사가 힘겹게 건너 몸을 근처의 나무 뒤로 숨긴 직후 그를 따라오던 병사들이 개울가에 도착했다. 대충 세어도 열 명이 훨씬 넘는 숫자, 활이라도 쏘면 충분히 닿을 거리. 피사는 없는 힘을 쥐어짜네 검을 빼 들었다. 미리가 말했다.


[첫 번째 병사가 거의 다 건널 때쯤 저를 병사들에게 겨냥해주세요.]


병사들이 피사가 있는 쪽으로 건너가기 위해 개울로 들어왔다. 피사는 미리의 말대로 기다렸다가 첫 번째 병사가 땅에 발을 디뎠을 때 몸을 드러내며 유리벽돌을 앞으로 향했다.


파지지지지직-


유리벽돌로부터 전격이 방출되어 한 병사를 맞췄다. 동시에 물속에 있던 모든 병사가 경련을 일으켰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삽시간에 병사 수십 명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피사는 미리가 말해주는 대로 소리쳤다.


“죽을 정도의 전압이 아니었으니 정신만 잃었을 거다! 대신 날 쫓으면 동료들이 익사할 거다!”


피사는 몸을 돌려 다시 뛰었고 큰 바위 뒤에 숨어있다가 급하게 그를 쫓아오던 병사 두 명을 기습해 쓰러뜨렸다.


“컥!”


피사는 비틀거리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



“······.”


“······.”


도일과 라일 둘 다 병사들의 상태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피사를 쫓으라고 보낸 병사의 수는 사십 명, 잡지는 못하더라도 추적을 계속하기에는 차고 넘친다고 생각했던 숫자였지만, 네 명을 제외하고는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도일이 십부장에게 물었다.


“추적하러 간 두 명은 죽었다고?”


“예, 개울 너머 좀 더 안쪽의 큰 바위 옆에서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병사 백 명이 한 사람을 못 당해내는군 하고 중얼거린 도일이 라일에게 말했다.


“라일, 여기서부터는 우리 둘이 간다.”


“···그래. 너희들은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마을로 가서 뒷정리하고 있어라.”


“넷.”


도일과 라일은 기습에 주의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따로 흔적을 살펴볼 필요는 없었다. 그들이 쫓는 이는 자신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놓고 있었다. 도일이 말했다.


“놈은 흔적을 지우지 못할 만큼 지쳤다. 곧 잡을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우리를 유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끝까지 방심해서는 안 돼.”


라일스럽지 않은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도일은 자신의 기감을 최대한으로 열었다. 그렇게 두 시간여 추적 끝에 그들은 피사를 따라잡았다.



***



[바로 뒤에 있어요, 주인님.]


[그래. 여기까지인 것 같다.]


[···포기하면 안 돼요. 주인님.]


피사가 허탈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방법이 없어. 어차피 죽을 거면 부모님의 원수와 같이 죽겠어.]


각오를 다지며 피사는 말을 이었다.


[미리.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네가 있어서 심심하지도 않았고, 평생 누려본 적 없는 호사도 누렸고, 모험도 했고···, 아무튼 정말 즐거웠다. 나 다음에 만나는 이를 주인으로 삼아. 아! 저기 있는 내 원수 놈들은 빼고.]


[주인님···.]


미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주인을 살릴 방법을 계산해낼 수 없었다. 두 추적자가 피사의 앞에 설 때까지.


“여어.”


도일이 피사에게 말을 걸었다. 피사는 말없이 라일을 쏘아보았다. 도일은 상관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피사라고 했지? 넌 대단한 놈이다. 조직에 들어와서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야.”


“······.”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너도 알 거야. 그러니 그만 저항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품고, 인제 그만 부모님 곁으로 가라. 그분들도 기다리고 계실 테니.”


도일이 말하는 동안 라일은 날카로운 눈으로 피사를 살폈다. 도일의 말은, 평상시라면 모르겠지만 지친 사람에게는 마음을 무너뜨리는 말이다. 넌 최선을 다했다. 이대로 죽어도 너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어려운 일을 쉽게 만드는데 도가 튼 도일의 주특기였다. 말없이 듣고 있던 피사의 검 끝이 자신도 모르게 처지는 순간, 라일이 피사에게 돌진했다.


“!!!!”


눈으로는 라일을 보고 있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도일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피사는 라일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놀라 재깍 반응하지 못했다. 가슴을 찔러오던 그의 도끼를 피하려고 피사는 필사적으로 몸을 젖혔지만, 라일의 도끼는 피사의 어깨를 깊숙이 찔렀다.


“크윽-“


도끼의 무게에 피사는 몇 미터를 튕겨 날아갔다. 끝났다. 그렇게 생각한 라일이 그제야 자기 도낏자루를 어깨에 올렸다. 바로 그때, 라일과 도일을 향해 새하얀 서리가 뿌려졌다.


“냉기의 원뿔.”


“뭣!?”


“헉?”


방심한 두 사람은 직격으로 마법을 맞았고 몸이 얼어붙었다. 마법은 피마저 얼어붙게 했다. 두 사람은 오러를 일으키며 냉기에 전력으로 저항했다. 두 사람이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피사의 옆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아..알렉스?”


“이게 무슨 꼴이냐 피사. 일어나라. 어서 가자.”


피사는 갑자기 나타난 알렉스에게 놀라 고통도 잊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알렉스는 그를 부축한 후 도일과 라일을 힐끗 보고 품에서 스크롤을 하나 꺼내 찢었다. 곧 두 사람은 빛이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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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6 16 8쪽
»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2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2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1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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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4 1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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