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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41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19 09:13
조회
654
추천
14
글자
10쪽

피사-탈출 (2)

DUMMY

피사의 회복은 더뎠다.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상처 부위가 너무 컸고, 또 일행이 몸을 피한 동굴은 습해서 회복하기에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오히려 악화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는데, 그것은 온전히 미리 덕분이었다.


상처 치료에 미리의 역할이 컸다면, 먹고 자는 것은 알렉스가 해결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알렉스는 요리를 잘했다. 5써클 마법사로서 사냥도 잘했다. 이 조합 덕분에 피사는 매일매일 마치 집밥을 먹는 기분을 느꼈다. 그것이 그의 우울함을 달래주었다.


처음 며칠은 죽은 부모님이 꿈에 나왔다. 나중에는 그의 형제자매들이. 마지막으로 그의 어린 조카들이 꿈에 나왔다. 조카들이 꿈에 나왔을 때 피사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미리가 눈치채고 그런 우울함을 견뎌낼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알렉스도 옆에서 물심양면 피사를 보살폈다. 피사는 알렉스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도 아버지를 잃었잖아.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 안 슬퍼?”


알렉스가 대답했다.


“슬프지. 너무너무 보고 싶고. 하지만 아버지는 내가 슬퍼서 힘들어하는 것을 원치 않으실 거다.”


피사는 쓸데없는 질문을 한 자신이 한심했고, 똑같이 슬픈 일을 겪은 친구 앞에서 혼자 슬퍼한 것이 미안했다. 그는 기운을 차리려고 노력했고, 알렉스와 미리의 도움으로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동굴에 머문지 한 달째, 피사는 재활훈련을 시작했다. 이미 그 효과를 입증한 미리표 운동을 따라하던 피사는 근처 마을에서 쌀을 구해서 나타난 알렉스를 보고 놀라서 물었다.


“야, 너나 나나 온 제국에 수배지가 쫙 퍼졌을 텐데 마을에 들어갔다 오면 어떡해?! 큰일 나려고.”


알렉스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미리, 확실히 너의 숨겨진 기능 중에는 주인을 영리하게 만드는 기능이 있는 것 같다. 저런 생각은 내가 아는 피사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생각이 아니야.”


[저도 제 기능설명서를 다시 살펴보는 중이에요, 알렉스님.]


“으윽. 이것들이···.”


큭큭 웃으며 알렉스가 말했다.


“제국의 행정기관 중에는 정보부라는 곳이 있다. 제국 내는 물론이고 제국 바깥까지, 온 대륙의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지. 우리 전단은 아마 그들에게만 뿌려졌을 거야.”


“에? 왜?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더 잘 잡을 수 있게 해주지 않나?”


“우리는 제국의 죄인이 아니니까. 우리를 쫓는 것은 제국이 아니라 조직이야.”


“에에. 그럼 더 이상한 거 아냐? 정보부는 제국에 속한 기관이라며?”


“정보부를 처음 수립한 게 바로 조직이다. 피사.”


“···조직은 정말 대단하구나. 난 사실 아직도 조직과 제국을 구별하지 못하겠어. 조직이 제국 그 자체 같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하지만 우리의 목적을 위해 두 개를 분리해야 해. 우리의 목적은 제국의 멸망이 아니라 조직의 패망이다.”


피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어···. 솔직히 말하면 난 제국이니 조직이니 하는 것은 잘 모르겠고 관심도 없어. 그냥 우리 부모님을, 마을 사람들을 죽인 녀석들에게 똑같이 갚아주고 싶은 마음 뿐이야.”


“결국 같은 이야기다. 피사. 직접 살해를 행한 이에게만 복수할 것인가, 아니면 그에게 살해를 명령한 사람까지도 복수의 대상으로 둘 것인가. 이 차이야. 후자라면, 우리의 목적은 같은 거야.”


피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간의 침묵 후에 피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리는 오라클 왕국으로 가야 한다고 했잖아. 제국 정보부의 눈을 피해 그곳까지 갈 수 있을까?”


알렉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너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잊은 거냐? 난 한때 조직을 지배했던 데민가의 후손. 조직의 눈인 정보부의 움직임 정도는 사전에 다 파악하고 있다.”


동굴에 몸을 숨긴 지 두 달째, 피사 일행은 오라클 왕국으로 출발했다. 정보부의 눈을 피해가며 움직여야 했기에, 오라클 왕국까지의 경로는 알렉스에게 일임했다. 알렉스는 최대한 사람의 눈을 피해가면서 움직일 것이라는 피사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첫날부터 마을에 들렸다. 둘째 날도, 셋째 날도···. 피사는 그의 대담함에 혀를 내둘렀다.


“너도 참··· 난 놈이다. 아니, 아무리 다 안다고 해도 그렇지. 안 불안하냐?”


“아는 데 왜 불안하지?”


“···미리야, 이런 경우에 쓸만한 고대의 격언 같은 거 없냐? 재수 없는 새끼한테 쓸만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니 노여워하지 말라” 푸쉬킨의 시의 한 구절이죠.]


“···그건 재수 없는 새끼한테 할 말이 아니라 재수가 없는 사람한테 쓸만한 말이잖아. 인마.”


제국의 눈을 피해 도망치는 무리답지 않은 대화를 나누며 제국을 횡단하던 그들은 카몸강과 프라야강을 잇는 운하 도시, 키리아에 도착했다.



***



카몸강은 대륙의 수많은 강 중 가장 크고 긴 강이다. 대륙의 한가운데 위치한 성산 클리프에서 양 갈래로 흘러나와 대륙의 동쪽 바다와 서쪽 바다에까지 미친다. 그래서 대륙전도를 보면 카몸강에 의해 대륙이 남과 북으로 쪼개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프라야강은 제국 내에서 두 번째로 큰 강으로 제국의 북에서 남으로 흐른다. 즉, 제국은 동과 서를 잇는 젖줄과 남과 북을 잇는 젖줄 모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젖줄을 잇는 시도를 최초로 한 이는 바로 중앙대로를 건설했던 3대 황제였다. 하지만 그는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 중앙대로를 건설하는 데 초대황제가 모아놓은 금은보화를 거의 다 써버렸기 때문이었다.


두 강이 연결된 것은 그로부터 2백 년 후, 12대 황제 때였다. 필요성은 늘 대두되었으나 그 막대한 비용 때문에 아무도 손대지 않았던 일이 처리된 계기는 바로 가뭄이었다. 12대 황제 시절 몇 년간 지속된 지독한 가뭄으로 저 거대한 프라야강 조차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엄두를 못 내고 전전긍긍하던 제국을 도운 것은 바로 성국. 당시의 성녀는 가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며 카몸강과 프라야강 사이의 거리가 가장 짧은 곳에서 7레벨 권능 '지진’을 일으켰다. 성녀가 섰던 곳의 지반이 크게 흔들리며 내려앉았고 두 강의 물줄기가 낮아진 땅으로 떨어져 서로 연결되었다. 성산 클리프의 끊이지 않는 물줄기가 프라야강까지 채우는 순간이었다.


7레벨 권능을 발현하고 순교한 성녀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제국은 성녀를 기리며 그녀의 이름 키리아를 딴 도시를 성녀가 두 강의 물줄기를 이은 바로 그곳에 건설했다. 건국 시절부터 성국과 적대관계였던 제국이 제국 내에서 성직자들의 활동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도 이 일 덕분이었다.


[아아~ 그래서 이 도시 이름이 키리아군요!]


“그래. 그리고 이 도시는 키리아라는 이름만큼 유명한 별칭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운하 도시지.”


[아, 최초의 운하가 건설된 도시라서요?]


“최초이면서 최후의 운하 도시라서. 이 운하가 만들어진 후 대륙 동쪽의 많은 나라가 자기들 영토 내의 카뭄강과 다른 강을 서로 연결하는 공사를 시작했지. 하지만 그들은 3대 황제의 실패를 답습했지. 거의 죄다 실패했어. 돈이 딸려 공사를 중단하거나, 달리는 돈을 끌어들이다가 운하의 소유권을 일개 상인에게 빼앗기거나, 혹은 나라가 파산해 망해버리거나. 그렇게 유행처럼 번졌던 운하 건설은 나라 몇 개를 없애버리고 사라져 버렸지. 우리 목적지인 오라클 왕국도 그때 망해버린 나라를 대신해서 건국된 나라야.”


[아아~]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맥주를 마시던 피사가 알렉스에게 물었다.


“야. 그런데 우리가 오라클로 간다고 해서, 거기서 받아줄까? 사실 우리는 도망자잖아.”


알렉스가 대답했다.


“음···. 전에도 한번 말했는데, 오라클은 대륙에 몇 안 되는 제국과 적대관계의 나라다. 운하 건설에 실패해 원래 있던 나라가 망해버려 아수라장이 된 그 땅에 가장 많이 모여든 이는 바로 제국에게 쫓기는 도망자들이었어. 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니까 도망자들이 그곳에 모이는 것은 당연했지. 그 도망자 중에는 권력 쟁탈전에서 패배해 밀려났던 능력 있는 귀족들도 꽤 있었다더라. 오라클 왕국을 건국한 것이 바로 그들이야.”


“헤에- 그런데 그건 팔백 년 전의 이야기잖아. 지금까지도 제국에 원한을 갖고 있을까?”


알렉스가 희한하네 날이 갈수록 똑똑해지네 하고 중얼거리며 피사에게 대답했다.


“원한이 아니다. 피사. 지금의 오라클 왕국에 제국은 복수의 대상이 아니라 수복의 대상이야. 그래서 그들은 제국을 정복하기 위해 지금도 제국과 반목하며 힘을 기르고 있지. 그리고 그들이 힘을 기르려고 사용하는 방법 중에는 권력이 있는 곳이라면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권력다툼에서 패배한 제국의 귀족들을 흡수하는 것도 포함돼있지. 그들을 받아들이면 권력다툼을 할 만큼 능력 있는 사람들을 포섭함과 동시에 적의 내부사정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


엄청난 이야기를 들은 피사와 미리는 입을 벌렸다. 미리가 물었다.


[그럼 알렉스님도···?]


알렉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내가 열다섯 살 때인가, 그들이 찾아왔다. 진짜 나무꾼과 약초꾼으로 보이는 사람이 “데민 공작님”하고 불렀을 때 아버지는 기절초풍하셨지. 그때 그들과 지금도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적어도 문전박대당하지는 않을 거야.”


[대..대단하네요. 제국의 정보부도 알아내지 못했던 알렉스님의 위치를 대륙의 끝에 있는 그들이 알아내다니···.]


알렉스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대단하지. 그들이 바로 대륙 최고의 정보단체, 더 오라클이다.”


작가의말

매 글마다 추천을 남겨주시는 분이 계시네요. 누구신지 알 방법은 없지만 정말 감사드립니다.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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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2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1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6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3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0 1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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