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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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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7,408

작성
17.08.0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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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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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피사-정착 (6)

DUMMY

“지난 팔백 년 동안 그 어떤 국왕께서도 복수하자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셨지. 복수를 시도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있었던 적이 없었거든.”


복수를 반대하는 비둘기파의 논리는 단순했다.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낼 수 있다면 찬성한다. 첫째, 어떻게 제국까지 갈 것인가? 제국까지 직선으로 진격한다고 했을 때 제국과 오라클 왕국 사이에는 세 개의 나라가 있다. 하나하나 만만한 나라가 없고 모두 친 제국적이다. 이들에게 길을 양보받거나, 제국을 칠 전력을 유지한 채 일순간에 정복할 수 있는가?


둘째, 제국과의 병력 차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더 오라클의 정보에 따르면, 제국의 병사는 물경 오십만. 반면 오라클 왕국은 오만이 채 되지 않는다.


셋째, 제국이 보유한 오러마스터와 고위마법사를 막을 방도가 있는가? 제국은 대부분의 시대에 두 명 이상의 오러마스터를 보유해왔다. 데민 공작가나 데이지 후작가, 카펜더스 백작가 등 명가들의 존재가 컸다. 또 마탑이 위치한 곳답게 7써클 이상의 마법사가 없었던 적이 없었다. 오라클 왕국 또한 고위 마법사는 끊이지 않았지만, 오러마스터만큼은 제국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오라클 왕국에는 데이지가나 카펜더스가 같은 검의 명가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대에는 나라는 오러마스터가 탄생한 거지. 그땐 나 말고 오러마스터가 한 명 더 있었는데, 그래서 난리가 난 거야. 오라클 왕국에 두 명의 오러마스터가 동시대에 존재했던 건 팔백 년 역사에도 없던 일이었으니까. 모두가 ‘이번 세대에는 드디어!’라고 생각할 때, 내 선임이 오라클 왕국을 버렸지.”


“율리안 크롬웰.”


라붐의 말을 뺏듯 알렉스가 말했다. 율리안 크롬웰. 성국의 성기사단장이자 대륙의 다섯 오러마스터 중 하나. 라붐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네. 유명한 이야기지. 그가 빠지면서 당대에 복수할 수 있을 거라는 가망이 없어졌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한 번 가진 기대감을 어떻게든 다시 충족하려고 애썼다네. 그래서 제국과 적대하는 툴리왕국에 새로운 오러마스터가 탄생했다는 소식에 동맹의 이야기가 나왔고, 마탑이 제국의 전력인지 확인하기 위해 더 오라클의 절반이 제도로 투입됐지.”


세 사람은 어느덧 더 오라클 본부에 도착해있었다. 라붐이 입술을 한번 핥은 후 말을 이었다.


“툴리왕국과는 그간 몇 차례 접촉이 있었네. 하지만 그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 마탑이 제국을 수호하지 않는다는 소식은 알렉스 자네가 가져다주었지만, 숨겨진 오러마스터의 정보 또한 주었지. 그런데 그 옆에는 오러마스터 수준의 전력인 마검사가 있고 말이야. 허허”


“······.”


“······.”


“정리해볼까? 제국에는 세 명의 오러마스터가 있어. 우리나라에는 나와 피사, 그리고 연합이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툴리의 오러마스터까지 셋이 있지.”


“······.”


“······.”


평소보다 많은 말을 한 탓인지 목소리 끝이 갈라졌다. 목을 가다듬으며 라붐이 말을 맺었다.


“오라클 왕국이 건국된 지 팔백 년···. 처음으로 제국과 동등한 수의 마스터를 보유할 수도 있게 되었네. 드디어 비둘기파의 세 번째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된 거지.”


피사가 라붐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에에···. 하지만 그래 봤자 세 가지 질문 중 한 개밖에 대답하지 못한 거잖아요. 아직 두 개가 남았는데요?”


라붐에게 한 질문이었지만 대답은 알렉스에게서 나왔다.


“다른 두 개 질문은 전략과 전술 차원의 문제니까. 논리적으로 말만 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을 거다. 예를 들어, 제국에 접근하는 문제는 세 나라를 거치는 게 아니라 툴리왕국으로 돌아간다거나···.”


라붐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맞네. 다른 두 질문은 그런 식으로 넘어갈 수 있지. 하지만 마스터급 전력을 어떻게 막느냐는 논리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으니, 오직 최소 동수의 마스터를 보유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지. 그건 그렇고 놀랍군, 알렉스. 폐하께서 자네에게 툴리왕국의 일을 맡긴 이유를 알겠어.”


알렉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아직 결심이 서지 않았습니다. 툴리왕국으로 갈지, 아니면 이곳에서 만물상을 차릴지···. 방에 가서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알렉스가 자기 방으로 털레털레 걸어갔다. 피사는 쫓아갈까 하다가 가봤자 도움이 안될 거로 생각하고는 가만히 있었다. 라붐이 그런 피사를 은근한 눈빛으로 보더니 질문했다.


“성녀에게 자네 소식을 전해줄까?”


“헉! 네. 부탁드립니다!”


라붐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나랑 한 판 더 하자.”


피사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



복잡한 표정으로 자기 방으로 들어선 알렉스는 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제 왔구먼.”


“···올리버 크롬웰님.”


비둘기파의 수장, 올리버 크롬웰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미 내 이름을 아니 따로 소개할 수고를 덜었군. 더 오라클 본부에는 딱히 기다릴 곳이 없어서 그냥 자네 방에 허락 없이 들어왔네. 미안하네.”


“···아닙니다.”


“그래, 폐하를 이야기를 나눠보니 기분이 어떻던가?”


“······.”


대답을 망설이는 알렉스를 보며 올리버 크롬웰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뛰어난 분이시지. 난 전대 폐하도, 전전대 폐하도 모셨지만, 지금의 폐하가 앞의 두 분보다 훨씬 영명하시지. 그래서 폐하의 판단을 신뢰하지만, 이번 건은 그것을 뛰어넘는 파격이라서 말이야. 자네를 한번 보고 싶었네.”


“···아시는 겁니까? 오라클 국왕이 저에게 무엇을 지시했는지.”


올리버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제 날 부르시어 말씀하시더군. 자네를 툴리 왕국으로 보내겠다고.”


“······.”


“자네가 할 마음이 있다면··· 하고 전제를 깔긴 했지만 말이야.”


“···저도 닥치기 전에는 몰랐던 제 마음을, 국왕은 다 예상했었군요.”


“말했듯이 아주 뛰어난 분이시지.”


알렉스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올리버 크롬웰은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곧 고개를 든 알렉스가 입을 열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하시게.”


“저는 크롬웰 공작가를 멸문시킨 두 집안 중 하나의 후손입니다. 저를 원망하지 않으십니까?”


“수백 년 전 일일세. 거기다 나는 제국에 발을 디뎌본 적도 없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제국이나 조직에 개인적인 원한을 품은 적은 없네.”


“······.”


“그래서 자네를 보고 싶었네. 내 선조를 망하게 한 집안의 사람을 보면 내 생각에 변화가 있을까 해서 말이야. 하지만 별로 그런 건 없구먼.”


“···그래서 비둘기파가 되신 겁니까?”


올리버 크롬웰이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오라클 왕국으로 망명 온 이후로 크롬웰 가문은 언제나 매파였지. 나 또한 앞의 두 폐하를 모실 때까지는 매파에 속해 있었네. 아니, 그냥 속한 정도가 아니라 선봉장이었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내 아들이 매파의 기둥이었으니 말일세. 허허허.”


“······.”


“그런데 아들이 나라를 버리고 사랑을 택하고부터, 모든 게 허무해지더군. 주변 사람들의 위로도, 왜 말리지 못했냐는 원망도,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 그저 허무하더군.”


“······.”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어 그냥 내 안의 허무를 묵상하기 시작했네. 그 끝에서 삶에 대한 허무는 극복했지만, 평생을 지고 살아온 목표는 잃어버렸지.”


“······.”


“왜 굳이 복수해야 하는가. 팔백 년이나 지났는데. 게다가 지금 우리는 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잘살고 있고, 제국이 쳐들어오려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고 비둘기파로 전향했다네.”


듣고만 있던 알렉스가 입을 열었다.


“제가 툴리왕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저를 찾아오신 것입니까?”


올리버 크롬웰이 싱긋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가 엉덩이를 털며 말했다.


“우리나라 동쪽 끝으로 가면 바다가 나오지. 그곳에 유명한 고대유물이 하나 있네. 횃불을 들고 있는 석상의 손인데, 머리부터 발까지 모든 부분은 물에 잠겨 보이지 않지만, 횃불을 든 손만 물 밖으로 나와 있지. 고대인들은 그 석상을 ‘자유의 여신’이라고 불렀다더군.”


“······.”


“오라클 왕국은 자유로운 나라일세. 자네 뜻대로 하게나.”



***



피사는 대자로 뻗었다.


“헉헉.”


“······.”


라붐은 자신의 단검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싸움을 시작하자마자 피사는 세 개의 투명화된 검기를 연거푸 날렸다. 라붐은 눈에 오러를 집중하여 세 개의 검기를 전부 피해냈지만, 그가 피하는 것이 피사의 노림수였다.


라붐을 의도했던 방향으로 몰아넣은 피사는 보법을 발휘하며 라붐에게 접근했다. 눈앞에서 네 명으로 불어난 피사를 보며 라붐은 다시 한번 오러를 집중하여 진짜 피사를 찾으려고 했지만, 보법에 의한 환영은 마나를 보는 눈으로도 그 진위를 구별해낼 수 없었다.


진짜 피사를 찾느라 찔러오는 검을 막을 타이밍을 놓친 라붐은 할 수 없이 체내의 모든 오러를 한순간에 방출해 방어했고, 피사는 갑자기 불어난 라붐의 오러에 검을 놓치고 튕겨나갔다. 라붐은 텅빈 몸에 다시 오러를 채우느라 피사가 일어나 검을 줍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그 뒤로는 라붐의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라붐은 오러를 주입해 삼 미터 길이로 늘어난 단검을 채찍처럼 휘두르며 공격했고, 피사는 보법과 마법을 병행해가며 오러마스터의 공격을 무려 5분이나 버텨냈다. 물론, 그게 한계였지만.


“자네는··· 정말 희한한 수를 많이 쓰는군.”


라붐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러마스터가 되기 전이나 후나, 그는 수없이 많은 실전을 경험했다. 더 오라클의 리더가 된 이후로도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임무에 나섰다. 그런 라붐이 보기에도 피사는 정말 싸우기 까다로운 존재였다. 상대방이 지닌 기술이 다양하면 그만큼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지고, 그것 하나하나가 자신의 스타일로 싸우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오러마스터를 상대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웬만한 오러유저 서넛은 충분히 쌈 싸 먹겠어.”


라붐의 칭찬에 피사는, 그리고 미리는 뿌듯하게 웃음 지었다.


휴식을 취하며 피사가 라붐에게 물었다.


“저, 각하. 그런데요. 저 이제 사령관이 된 거잖아요. 그럼 부하가 몇 명이나 생기는 건가요?”


라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마를 치며 말했다.


“아차! 그것도 말 해주지 않았군. 자네 밑으로 붙는 부하는 없네.”


“네?”


뜻밖의 대답에 놀란 피사에게 라붐이 말했다.


“자네가 사령관 수준의 무력을 지녔기에 사령관으로 임명된걸세. 사령관에게는 부대창건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유지비가 지원되지만, 어떤 부대를 꾸릴지는 오로지 사령관의 뜻에 달렸네.”


“···아!”


“어떤 부대를 만들지 잘 구상해 보게나. 하하.”


‘나도 상대해줘야 하고 부대도 만들어야 하고 자네 참 바쁘겠군.’이라고 말하며 라붐이 먼저 연무장을 떠났다.


“하아! 정말 강하구나. 오러마스터는···.”


병상에 누워 지낸 사흘 동안 피사는 미리가 만들어준 가상현실 안에서 라붐과 수십 차례 싸웠다. 그래서 도출한 최선의 결과가 아까 그 싸움. 하지만 역시 이길 수 없었다.


[뭘요~ 기죽지 마세요. 제가 주인님을 훨씬 더 강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피사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미리. 너만 믿는다.”


[네! 그건 그렇고 주인님.]


“응?”


[그 부대창설 말이에요. 제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요.]


“좋은 아이디어? 그게 뭔데?”


지금까지 자신을 실망하게 한 적 없는 미리다. 피사는 기대에 차서 물었다.


[마나를 사용하는 부대, 마법 군단을 만들어 보아요.]


작가의말

늦었습니다(__)

내일부터는 다시 로버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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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피사-정착 (4) +4 17.07.31 492 13 14쪽
46 피사-정착 (3) +2 17.07.30 516 11 9쪽
45 피사-정착 (2) +4 17.07.29 536 11 9쪽
44 피사-정착 (1) +8 17.07.28 571 12 8쪽
43 로버트-귀환 (3) +3 17.07.27 528 12 12쪽
42 로버트-귀환 (2) +3 17.07.26 535 11 10쪽
41 로버트-귀환 (1) +2 17.07.25 592 13 7쪽
40 피사-탈출 (6) +2 17.07.24 590 11 8쪽
39 피사-탈출 (5) +4 17.07.22 566 11 9쪽
38 피사-탈출 (4) +4 17.07.21 605 13 9쪽
37 피사-탈출 (3) - 1권 끝 +4 17.07.20 625 15 11쪽
36 피사-탈출 (2) +2 17.07.19 655 14 10쪽
35 피사-탈출 (1) 17.07.18 671 13 12쪽
34 피사&로버트-습격 (9) 17.07.17 678 19 9쪽
33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6 16 8쪽
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1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2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1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7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3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1 13 8쪽
20 로버트-성장 (2) +2 17.07.05 934 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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