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42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18 09:25
조회
670
추천
13
글자
12쪽

피사-탈출 (1)

DUMMY

“믿을 수가 없군.”


“······.”


“홀로 조직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래 최악의 실패야.”


“···송구합니다.”


“아니아니, 자네를 야단치는 게 아니라···.”


말을 채 끝내지 못하며 볼드윈 공작이 몸을 일으켰다. 말투는 평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가 몹시 화가 났다는 것을 알기란 어렵지 않았다. 공작의 발밑에는 평소 그가 아꼈던 장미꽃들이 짓이겨진 채로 버려져 있었다.


“정체를 몰랐던 오러유저야 그렇다 치고, 로버트라는 아이는 불과 한 달 전까지 우리가 데리고 있던 아이이지 않나. 그 아이가 7써클 마법사와 완숙의 경지에 이른 오러유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


보윈과 이세벨로부터의 연락이 끊겼다. 돌아오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뭔가 착오가 있나 싶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조직은 그들이 로버트와의 싸움에서 패해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두 사람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으나, 그들의 시신을 포함하여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로버트가 실력을 숨겼거나,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제삼자가 개입했거나.”


다니엘 피트가 공작에게 대답했다. 공작은 변함없는 목소리로 장미 한 송이를 꺾으며 말했다. 꺾인 장미가 공작의 주먹 속에서 으스러졌다.


“첫 번째는 우리가 바보 멍청이라는 뜻이지. 보윈이 7써클이었고 그 옆에는 오러유저가 있었으니, 그럼 그 아이가 적어도 8써클 마법사라는 말인데, 그걸 몰랐다면 바보 멍청이지. 우리가 바보 멍청이일 가능성은?”


바보 멍청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연달아 들은 다니엘은 고개를 더 숙이며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랬다면 애초에 스승이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가 사실은 남몰래 게라한을 증오했고, 동굴에서의 실패가 그 상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로버트가 꾸민 일이었다면?”


“···당시 일을 방해했던 오러유저가 실존합니다.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렇지. 맞아. 우리가 비보 멍청이는 아니군. 그럼 두 번째 가능성. 제삼자의 개입. 움직인 자가 있었나?”


다니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습니다.”


“······.”


“다섯 명의 오러마스터, 마탑의 가민 소피아. 모두 제자리에 있었습니다.”


“가민 소피아의 경우에는 확답할 수 없지 않나? 텔레포트 스크롤이라도 사용했다면 우리가 알 수 없잖아.”


“···그건 그렇지요.”


공작은 비닐하우스를 서성거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다니엘은 고개를 숙이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 멈춰선 공작이 다니엘에게 말했다.


“일단, 가민 소피아를 감시해. 자네가 직접. 그녀가 움직인 것이 맞았다면 곧 티가 날 것이야. 로버트가 마탑에서 나타나든, 아니면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로버트에 대해 알게 되든.”


말을 마친 공작이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다니엘은 고개를 들었다. 공작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기습적으로 질문했다.


“무명의 오러유저를 놓친 팀은 어떻게 처리할 텐가?”


다니엘 피트가 입술을 깨물었다.


“···도일과 라일은 뛰어난 인재입니다. 저도 그와 관련된 일에 실패했는데, 한 번 만 용서해 주시지요.”


“······.”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다니엘 피트가 공작 앞에 엎드렸다. 면죄부를 가진 그가 굳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낮출 필요는 없다. 그만큼 두 사람이 앞으로도 필요하다는 뜻. 공작은 다니엘의 뜻을 이해했다. 동시에 세상에 여섯 명밖에 없는 절대 강자, 오러마스터 중 하나가 자신에게 절대복종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 그의 기분을 풀어줬다..


“조직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지.”


“······.”


“두 사람이 있던 곳에 자네도 있었던 것으로 하지. 두 사람은 자네의 명령을 듣고, 무명의 오러유저와 싸운 거야. 그가 둘을 격파하고 자네가 나섰지만 끝내 놓친 거지. 그럼 그 두 사람도 자네의 면죄부에 포함될 것 같군.”


다니엘이 다시 한번 몸을 바싹 엎드리며 말했다.


“예, 감사합니다.”


“그래. 아! 노파심에 말하는데, 그날의 목격자는 없는 거야.”


“네, 병사들은 제가 실수 없이 처리하겠습니다.”


“······.”


“그럼 이만.”


다니엘은 몸을 일으켜 비닐하우스의 출구로 걸어갔다. 거의 다 갔을 때 공작이 물었다.


“정말 놓친 건가?”


“······.”


“데민가의 꼬마 말이야.”


“···예, 설마 그가 마법사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랬겠지. 전통의 기사가문인 데민가에서 마법사라니···.”


“······.”


“마법사라···. 역시 쉽지 않아. 그 가문의 핏줄은. ···다음에는 절대 놓치지 말게나. 또다시 놓친다면···.”


“······.”


“난 자네를 오해할 수밖에 없을 거야.”


뒤에 숨겨진 말이 있지만 공작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니엘은 분명히 알아들었다.


“예.”



***



베로니카는 자신의 방에서 기도 중이었다. 그녀의 방은 작았다. 가구는 작은 침대와 앉은뱅이 탁자뿐이었는데 방이 꽉 찬 것 같았다. 벽에는 십자가와 반신 거울이 붙어있었고, 거울 반대편에는 방의 크기에 알맞은 작은 문이 달려 있었다. 거울에 비치는 그녀의 퀭한 얼굴이 최근 그녀가 얼마나 마음고생 했는지를 말해주었다.


문 바깥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 소리는 문 앞에서 멈췄고, 곧 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베로니카님···. 제라드님께서 뵙기를 청합니다.”


베로니카가 기도를 멈추고 눈을 떴다.


곧 제라드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


한 달 전, 베로니카는 피사가 나오는 꿈을 꿨다. 꿈속의 피사는 피투성이였고 몹시 지쳐있었으며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다. 이런 종류의 꿈을 꾼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때마다 베로니카는 꿈속의 인물을 그린 후, 사람들에게 그 사람을 찾게 하여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그녀가 아는 얼굴이 꿈 속에 나온 적은 처음이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베로니카는 피사를 알고 있는 성기사 제라드에게 피사의 상황을 살피고 도움이 필요할 경우 도와주라고 제국으로 파견했다.


피사가 나오는 꿈은 간헐적으로 계속됐다. 마치 재촉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는지라 베로니카의 걱정은 더해져갔다. 그리고 오늘, 제라드가 돌아온 것이다. 좋지 않은 소식을 가지고.


“상회에 먼저 방문해 봤으나, 그사이 폐업했습니다. 상회의 대표상인이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베볼영지 내에서는 고대유적을 함부로 발굴해 저주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


“그다음에 전에 들었던 피사의 마을로 찾아갔습니다만···.”


제라드가 말끝을 흐렸고 성녀는 재촉했다.


“거기에도 없었나요?”


“···그런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마을이··· 사라졌습니다. 마을이 있던 자리에는 불에 탄 폐허만 남아있었습니다. 주변 마을을 더 찾아봤지만 피사 형제는 커녕 그 마을 출신이라는 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베로니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베볼시로 돌아가 영지 관리자에게 물어봤는데, 마을에 전염병이 돌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전염병이 다른 영지로 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신들과 함께 마을을 불태웠다고 하더군요.”


“······.”


“다시 마을로 돌아가서 더 조사해보니··· 싸움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싸움이요?”


“예. 그 흔적을 따라갔으나 중간에 끊겼습니다.”


“······.”


“···괜찮으십니까?”


“예···. 그냥 좀··· 피곤하네요. 고마워요. 제라드님.”


베로니카는 피사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뭔가 어리숙해 보이는, 인상 좋은 사람. 그래서인지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끌렸다. 성녀로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대단한 모험과 싸움을 함께 하면서 더 좋아졌다. 의지할만했고, 위기상황에서 오히려 그의 선함이 더욱 드러났다. 성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렸다. 역대 성녀 중 남자친구나 남편을 가졌던 이들이 남긴 남자친구 사귀는 법 같은 책도 읽으며 설레했다.


그랬던 그가 행방불명됐다. 아니, 아마 죽었을 것이다. 베로니카는, 성녀는 알았다. 제라드의 말은 제국 내 공권력이 개입했다는 뜻이다. 그것이 황제든, 영주든, 아니면 ···마탑이든. 그들의 이런 식의 일 처리는 낯설지 않다.


성녀는 복수할 수 없다. 복수는, 악을 스스로 갚는 행위는 신이 허락하지 않는다. 복수는 신의 영역이다. 한 번도 그 사실을 부인해본 적 없던 베로니카는 성녀로 부름을 받은 이래 처음으로 스스로 복수하고픈 충동을 느꼈다.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깨무는 성녀의 모습에 제라드가 걱정스러운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



가민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대륙의 수많은 도시 중 가장 큰 도시 제도. 그곳에서 가장 높은, 황제가 기거하는 황성보다도 높은 마탑의 가장 꼭대기에서 그녀는 양팔을 벌리고 고개를 있는 힘껏 뒤로 젖힌 채 크게 소리 질렀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백 세가 훌쩍 넘은 노인의 외침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우렁찬 고함소리. 세상 모든 마법사의 정점다운 존재감을 그녀는 뿜어댔다. 그런 그녀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화가 좀 풀리세요, 탑주?”


가민이 고함을 지른 그 자세를 유지한 채 대답했다.


“내가 언제 화를 냈다고 그러니, 아델?”


아델, 죽은 보윈과 함께 부탑주인 그녀가 자신의 유일한 상관에게 말했다.


“보윈이 죽어서 화났잖아요.”


아델 그녀가 가민의 제자이듯이, 보윈 역시 가민의 제자였다. 아델과 보윈의 나이 차이가 반백 년이나 나는 것을 고려하면, 가민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위대한 가민이 아델의 말에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훌쩍, 머..멍청한 자식. 그렇게 이야기해도 듣지를 않더니 끝내 그렇게 객사해버리고 말이야. 그러게 왜 흑막 같은 거에 연루돼서···. 병신새끼.”


가민은 계속 훌쩍거렸고 아델은 그런 스승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버린 자식 같은 작자였잖아요. 진정해요.”


“너는 아직 제자를 안 들여서 이 기분 몰라. 가시나야.”


“지금의 탑주를 보고 있자면 평생 제자 없이 살고 싶은데요?”


가민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은 마치 하늘을 노려보는 것 같았다.


“···복수할 거야.”


“누구한테요? 흑막에게요? 아니면 보윈을 죽인 이에게? 그도 아니면 저 하늘에게?”


“하늘은 생명이 아니니 복수의 의미가 없어. 보윈을 죽인 이는 누군지 몰라. 복수는 흑막에게 할 거야.”


“하! 흑막이 괜히 흑막이에요? 누군지 모르니까 흑막이죠. 아서요, 탑주. 듣자 하니 황제 폐하도 어쩌지 못한다고 하고 역사도 거의 제국 초창기부터 있었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없어질 때 된 거지.”


“그게 말처럼 쉽다면 역대 마탑주들이 왜 가만히 두고 보기만 했겠어요?”


“다들 세상에 관심이 없었던 양반들이었으니 그랬지. 나도 그랬는데 뭘.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어. 그들이 내 제자를 죽음으로 내몰았어. 당대의 흑막은 나 백년마탑주 가민 소피아의 관심을 감당해야 할 거야.”


이제는 전설이 된 일백 년 전 라한 전투. 그 전투에서도 대마법사로 활약했던 그녀, 백년마탑주 가민 소피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각할 줄 아는 거의 모든 사람이 그 존재를 의심하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조직을 향해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피사-정착 (6) 17.08.02 469 10 12쪽
48 피사-정착 (5) 17.08.01 439 11 9쪽
47 피사-정착 (4) +4 17.07.31 492 13 14쪽
46 피사-정착 (3) +2 17.07.30 516 11 9쪽
45 피사-정착 (2) +4 17.07.29 536 11 9쪽
44 피사-정착 (1) +8 17.07.28 570 12 8쪽
43 로버트-귀환 (3) +3 17.07.27 528 12 12쪽
42 로버트-귀환 (2) +3 17.07.26 535 11 10쪽
41 로버트-귀환 (1) +2 17.07.25 592 13 7쪽
40 피사-탈출 (6) +2 17.07.24 590 11 8쪽
39 피사-탈출 (5) +4 17.07.22 566 11 9쪽
38 피사-탈출 (4) +4 17.07.21 605 13 9쪽
37 피사-탈출 (3) - 1권 끝 +4 17.07.20 625 15 11쪽
36 피사-탈출 (2) +2 17.07.19 655 14 10쪽
» 피사-탈출 (1) 17.07.18 671 13 12쪽
34 피사&로버트-습격 (9) 17.07.17 678 19 9쪽
33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6 16 8쪽
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1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2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1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6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3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0 13 8쪽
20 로버트-성장 (2) +2 17.07.05 934 1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