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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54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17 09:13
조회
678
추천
19
글자
9쪽

피사&로버트-습격 (9)

DUMMY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리는 피사를 보며 알렉스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일어나 동굴 입구로 갔다. 입구에 서서 억수로 내리는 폭우를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어제 네가 죽임당하기 직전에 어떻게 그렇게 타이밍 좋게 내가 개입할 수 있었을까?”


“···응?”


알렉스가 입술을 깨물고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병사들이 마을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할 때, 나는 숨어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죽임을 당할 때도.”


“···!”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나는 이뤄야 할 가문의 유지를 지고 있다.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 여기서 죽으면 안 된다 하고 말이야.”


“······.”


“그런데 어디에선가 갑자기 네가 나타나더니 적들을 무찌르더군. 네가 칼질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는데, 감탄스럽더라.”


“······.”


“적 오러유저를 해치우고 도망친 것도 현명한 판단이었어. 그 오러유저를 죽이더라도 죽은 마을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니···. 아무튼 병사 일부와 두 오러유저가 너를 쫒아갔고, 나도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놈들은 없애지 않는 한 끝까지 쫓아올 자들, 여기서 죽이는 게 내 유일한 살 길이었으니까. 그리고 네가 죽을 위기에 처할 때까지 기다린 후 마법으로 그들을 공격했지. ”


“······.”


“피사, 난 말이야. 네가 죽을 위기에 처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혹 네가 적의 공격에 바로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때가 두 오러유저가 방심할 유일한 순간이라고 생각했거든.”


그제야 피사는 그를 구했을 때 마법을 본 것을 기억해냈다.


“···너, 마법사였냐?”


“···그래. 난 마법사, 5써클 마법사다. 그것도 평생 친구인 너에게 숨겨왔지.”


“······.”


“네가 동굴에 가지 않았다면, 아니 거기서 이상한 실험을 하려던 마법사를 제거하지 않았다면? 마을에서 납치당했던 수많은 아이들은 그 영혼까지 오염되어 곱게 죽지도 못했을 거다. 네가 한 행동은 누구에게 사과할 행동이 아니야. 적어도 내 행동에 비하면.”


“······.”


“평생 사귄 친구가 죽건 말건, 나 하나 완벽하게 살자고 상관하지 않고 참는, 내가 한 행동이 사과해야 할 일이다.”


고개를 숙여 듣고 있던 피사가 잠깐의 침묵 후에 대답했다.


“···뭘, 네 덕분에 이렇게 내가 살 수 있었잖아. 모든 걸 알 것 같던 미리 녀석도 내가 살 방법을 찾지 못했는데 말이야.”


[···왜 조용히 듣고 있는 저를 들먹이시는 거에욧!?]


소리치는 미리를 무시하며, 피사가 알렉스를 바라봤다.


“그러니, 그런 말 마.”


가만히 피사를 보던 알렉스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피사 앞에 앉았다. 그리곤 말했다.


“말 나온 김에, 숨겨온 진실 좀 더 불어볼까?”


“···더 있냐? 남자가 왜 그리 비밀이 많아?”


“사실 난 여자다.”


“!!!!!!!!!!”


[!!!!!!!!!!]


“···농담이다. 병신아.”


“허억- 허억- 허억-“


[아, 셧다운 되는 줄.]


“큭큭큭큭.”


낮게 웃으며 알렉스가 말했다.


“내 본명은 일렉사리온 데민. 20년 전 멸문당한 제국 공작가의 후손이다.”


여자라는 끔찍한 농담에 이미 많이 놀라버린 피사는 귀족, 그것도 공작가의 후손이라는 친구의 말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아, 그러하냐?”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로군. 아무튼, 내 정체 역시 우리 마을을 습격한 이들과 관련 있다.”


심드렁했던 피사의 표정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친구와 시시덕거리고 있지만, 그는 부모님의 원수를 잊지 않았다.


“누구냐, 우리를 습격한 이들이?”


알렉스는 피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질문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누구냐?”


“황제폐하지?”


“그렇지. 황제폐하가 가장 높았지. 5백 년 전까지는···.”


“응?”


“5백 년 전, 당시 황제의 오른팔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황제를 공격했다. 그의 이름은 티윈 데민 자작. 내 선조다.”


“······.”


“야망이 넘쳤던 그는 사실 자신이 황제가 되고 싶었지만, 차마 그 자리에 앉을 수는 없었다. 자작에 불과했던 그의 위로 수많은 귀족이 그가 황제가 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게 뻔했으니까. 그래서 그는 당시 자신처럼 작위는 낮지만, 황제의 신뢰를 받고 있던 두 가문과 손잡고 황제를 죽인 후, 새로운 황제 뒤에서 제국을 지배하고자 했지.”


숨겨진 역사, 그것이 알렉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비밀리에 자신들을 신뢰하던 황제를 암살한 세 사람- 데민자작, 크롬웰 자작, 그리고 볼드윈 남작-은 자신들의 손발이 될 ‘조직’을 만들었다. 그들은 조직을 활용해 그들을 의심하던 이들을 암살했고, 자신들의 정책에 반대하던 정적들을 제거했다. 몇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끝내 세 사람과 조직은 여러 정쟁에서 승리했고 조직은 건재했다. 세 사람은 후작이 되었다.


조직은 대를 이어서도 존재했다. 세 사람의 후손은 조직을 통해 함께 제국을 지배했다. 가끔 자신의 권리를 조직으로부터 되찾으려는 황제가 출현했지만, 그런 황제들은 소리소문없이 죽임당했다. 세간에는 요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세 가문 사이에 균열이 일어난 것은 크롬웰 후작가에서 오러마스터가 탄생하고부터였다. 오러마스터가 된 크롬웰 후작은 제국을 지배하는 유일한 세력이 되고자 했다. 두 후작가는 힘을 모아 크롬웰 후작가와 대적했고 끝내 승리했다. 크롬웰 후작가는 멸문했고 그 후손들은 죽임당했다. 두 후작은 공작이 되었다..


셋과 둘은 달랐다. 지배자가 셋일 때에는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졌지만, 둘이 되고부터는 오직 대적, 대적뿐이었다. 조직은 파벌로 갈라졌고 크고 작은 모든 이슈에서 두 가문은 부딪쳤다. 그리고··· 다시 한 가문에서 오러마스터가 탄생했다.


“다니엘 피트. 피트가문의 서자였던 그를 가문에 데려온 것은 우리 아버지셨어. 당시 소가주였던 아버지는 자신의 친우가 검의 천재인데, 서자라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당시 가주인 할아버지께 말씀하셨지. 할아버지는 그를 아들을 지키는 기사로 키우기 위해 가문으로 데려오는 것을 허락했지. 가문에 온 지 십 년 만에, 그는 오러마스터가 되었어.”


“······.”


“할아버지는 몹시 기뻐하셨다고 하더군. 검의 명가인 데민공작가였만, 오러마스터를 배출한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었거든. 그가 오러마스터가 된 날, 가문 내 사람들만 참석하는 파티를 여셨어. 그 자리에서 다니엘 피트를 모든 가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당신의 딸, 나에게는 고모가 되는 분과 혼인시키겠노라고 선포했지.”


“······.”


“약혼 소식에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취했어. 특히 할아버지는 만취하셨다더군. 가문에 오러마스터가 나타났으니··· 사사건건 부딪치는 볼드윈 공작을 압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 봐.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니엘 피트가 할아버지를 죽였다.”


“헉!”


“모두가 깜짝 놀라 소리 지를 그때 갑자기 병사들이 들이닥쳤어. 황명을 선포했다더군. 반역죄. 병사들은 가문의 사람들을, 그저께 마을에서처럼 학살했지. 싸움 좀 하는 기사들은 다니엘 피트에게 죽임당했고. 아버지는 가신들의 도움을 받아 나만을 안고 간신히 탈출했다고 하시더군.”


“······.”


“얼마 전에 신산상회가 문을 닫았다. 솔로도··· 다른 대표상인들도 목숨을 잃었어.”


“헉!”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피사는 깜짝 놀랐다.


“그곳에서 다니엘 피트를 만났어. 그는 단번에 내 정체를 알아차리고 날 죽이려고 하더군. 그나마 양심에 가책을 받아서인지 죽이기 전에 여러 이야기를 해줬다. 그중에 하나가 다른 일을 조사하다가 우연히 나를 발견했다고 했는데, 그 다른 일이 아마도 동굴에서의 일이었나 보다.”


“······.”


“결국, 동굴에서 사악한 실험을 하려고 했던 이들은 바로 조직일 거다. 그 일로 신산상회를 무너뜨리고 우리 마을을 습격한 이들도 조직이고. 그리고 그 조직의 중심에는 제국의 공작 볼드윈과 우리 가문의 배신자 다니엘 피트가 있다.”


조용히 듣고 있던 미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적은 제국 그 자체이군요.]


“······.”


“······.”


미리의 말에 피사와 알렉스 모두 입을 닫았다. 미리가 다시 말했다.


[그래서 다음 계획은 뭔가요, 알렉스님?]


알렉스는 피식 웃으며 피사에게 말했다.


“정말··· 미리는 너한테 과분하다. 이런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음을 이야기하다니···. 나한테 넘겨라. 피사.”


“···줄 때 받았어야지. 지금은 늦었어.”


다시 한번 피식 웃으며 알렉스가 피사와 미리에게 말했다.


“국경을 넘어 오라클 왕국으로 간다. 반 제국의 기치를 내건, 대륙에 몇 안 되는 나라 중에서 제국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 나는 그곳으로 가서 그 왕국의 힘을 빌려 조직을 처치하려고 한다.”


알렉스가 피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함께 가자. 피사.”


작가의말

습격 편이 끝났습니다.

요즘 글보다 호흡이 느린 글인데 꾸준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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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사&로버트-습격 (9) 17.07.17 679 1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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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2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2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1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7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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