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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47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06 08:55
조회
870
추천
13
글자
8쪽

로버트-성장 (3)

DUMMY

스승이 로버트에게 종이 쪼가리 하나를 건넸다. 종이에는 간략한 약도와 주소 하나가 적혀 있었다.


“······?”


“가서, 죽이고 와라.”


“네?”


“죽이고 오라고. 네 첫 임무다.”


6써클이 되고 꼭 한 달 후, 로버트에게 첫 임무가 떨어졌다. 해야 할 일은 암살, 주소로 보건데 대상은 빈민가에 사는 하층민일 것 같았다.


6써클에 도달한 날, 스승은 로버트에게 그가 이 방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를 말해줬다. 오 년. 가문에서 쫓겨났던 것이 열다섯 살이었으니 이제 스무 살이 된 것이다. 5년 동안 로버트는 일만에 가까운 생명을 자기 손으로 끊었다. 그중에는 사람도 백 명이 넘게 포함되어 있었다. 로버트는 첫 임무 그 자체에 긴장했을 뿐,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부담감도 느끼지 않았다.



***



약도가 꽤 정확했기에 로버트는 단번에 대상이 사는 집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변의 모든 집의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한 후 자신을 투명화하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 가까이 다가가자 기침 소리가 들렸다. 기침 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쇠 긁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지금 죽이지 않아도 곧 죽을 사람이구나 하고 로버트는 생각했다.


들어가서 대상의 얼굴을 확인한 로버트는 놀라서 잠깐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누워서 기침하던 노인이 꿈에서도 잊지 못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을 속이고 죽이려 들었던 피트 가문의 집사장이었다. 로버트는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집사장을 흔들어 깨웠다.


“으음···.”


“일어나.”


“누···. 누구요? 쿨럭쿨럭!”


“당신이 왜 여기 누워있지?”


집사장은 몸을 일으켜 로버트를 응시하다가 곧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 너는?!”


“피트백작가에 있어야 할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것인가?”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


“쿨럭쿨럭! 과연, 그래서··· 날 살려둔 것이었구나. 크크크크···.”


“······.”


“네놈과의 일 직후 나는 버려졌다. 아마도 작은 어르신, 그 빌어먹을 작자가 백작에게 일렀겠지. 바로 내 목숨을 취할 줄 알았건만, 매질하고 굳이 살려서 이곳에 가져다 놓더군. 정기적으로 딱 굶어 죽지 않을만한 음식만 보내주고 말이야. 괴롭게 살다 가라는 의미인 줄 알고 그 잔인함에 치를 떨었건만, 그보다 더 잔인했어. 크크크. 나를 이 꼴로 만든 놈의 손에 죽으라는 뜻이었다니···.”


“···당신의 몰락은 당신의 탓 아닌가? 나를 속이려 들었다가 생긴 일이니.”


“인제 와서 잘잘못을 따질 필요가 있더냐?? 네놈은 그냥 나를 죽이면 되는 것이고, 난 네놈을 저주하며 죽으면 될 것을. 어서 나를 죽여라.”


“······.”


“귀신이 되어 네놈을 쫓아다니마. 네놈이 가는 길마다 먼저 가 가시덩굴을 마련해두겠다. 가시에 찔리며 뚫은 길 끝에는 펄펄 끓는 쇳물로 가득 찬 낭떠러지를 만나게 되리라.”


집사장은 콜록거리며 저주를 내뱉었다. 등골이 오싹해진 로버트는 더 버티지 못하고 칼로 그를 찔렀다. 집사장은 몸을 떨다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5년 만에 처음 바깥세상에 나왔기에, 방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세상 구경을 좀 할 참이었다. 하지만 오싹함이 가시질 않아 그는 갔던 길 그대로 돌아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그의 스승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녀왔느냐?”


“······.”


“복수한 기분이 어떻더냐?”


스승은 그의 표적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원하던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마법조차 사용하지 못했어요. 제가 죽였지만, 제가 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는 자유로워졌고요···.”


스승은 잠시 침묵하다가 로버트에게 말했다.


“그게 조직의 메시지다.”


“···네?”


“조직은 너의 감정적인 부분을 원하지 않아. 넌 그저 팔다리일 뿐이니···. 너의 생각을 품지 마라. 시키는 대로만 해라. 명심해라. 네가 부여받은 임무에 네 생각이나 감정이 영향을 끼치면 조직은 널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스승이 말에 로버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첫 번째 임무가 있고 난 뒤, 거의 매주 로버트에게 임무가 떨어졌다. 태반이 암살 임무였다. 오십 대의 뚱뚱한 상인, 어느 술집에서 몸을 팔던 여성, 어느 백작가의 망나니 둘째 아들, 은퇴한 귀족 노부부 등, 그 대상은 천차만별이었고 대부분이 저항할 힘도 없는 민간인이었다.


로버트는 모든 임무를 실수 없이 수행했다. 매사에 감정을 없애려 노력했다. 그가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출하는 대상은 오직 그의 스승뿐이었다.


첫 임무 이후 변한 게 또 있다. 더는 방으로 몬스터가 들어오지 않았다. 스승이 방에 온 날부터 들어오지 않았던 고문관처럼 어떤 조짐도 없이 뚝 끊겼다. 대신 로버트는 매일 그의 스승과 대련했다. 마법사를 상대로 싸워본 적이 없던 로버트였지만, 대마법사인 스승과 자신의 천재적인 오성 덕분에 한 달도 안 돼 웬만한 마법사는 상대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러던 어느 날, 편지를 읽던 스승이 그에게 말했다.


“마지막 임무가 떨어졌구나.”


처음에는 그것이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떨리는 스승의 표정을 보고, 그것이 스승의 마지막 임무임을 눈치챘다.


“같이 가자꾸나.”


그렇게 짐을 싸 스승과 함께 길을 나섰다.



***



조직이 부여한 스승의 마지막 임무는 마지막답게 가장 어렵고, 또 가장 잔인했다.


사람의 몸에는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최초의 에너지가 존재한다. 고대인들은 이것을 '진원지기’라고 불렀다. 임무는 진원지기를 특정 매개체에 모아 그 힘으로 진원지기를 빼앗긴 사람을 원하는 대로 조정하는 메스 단위의 매혹마법을 완성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스승이 조직에 들어온 이후부터 계속 연구했으나 실패한, 스승의 역린과도 같은 일이었다.


여러모로 마지막 도전이었다. 실패하면 조직으로부터 죽임당할 것이다. 성공하면 은퇴하기에 더 이상 실험은 없다. 이런 극단적인 양 갈림길은 스승을 극단적인 쪽으로 몰아갔다. 그는 지금까지 차마 하지 못했던 실험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가서 아이들을 생포해오거라.”


“······.”


“최초의 에너지가 발생한 지 오 년 내여야만 하니, 나이가 다섯 살을 넘기면 안 된다. 최소 이백은 있어야 한다.”


지난 육 년 간, 로버트는 살인에 익숙해졌고, 죽이는 것이나 인체실험을 하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으며, 개인적인 감정을 조직의 일에 반영하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번 스승의 명령은 그를 망설이게 했다. 로버트는 스승에게 질문했다.


“···꼭 해야 합니까?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거칠지만 늘 이성적이었던 스승은 전혀 이성적이지 못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무얼 들었더냐? 이번이 마지막이다. 내가 죽든! 이 빌어먹을 일을 끝내든! 가장 확실하게 처리해야 해서 내게 맡겼거늘 재수 없게 초장부터 초를 치느냐?! 당장 나가서 하지 못하겠느냐!!”


로버트는 대꾸하지 않고 물러났다. 그리고 그들이 자리 잡은 동굴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시리도록 맑고 푸르렀다.


마법에 재능이 있는 것을 알았을 땐 얼마나 기뻤던가. 하지만 마법에 익숙해질 무렵 어머니를 여의었다. 첫 전투를 무사히 마쳤지만 사기당해 죽을 뻔 했다. 오러마스터를 따라나설 때만 해도 자신의 천재성이 눈에 띄어 그의 제자라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날부터 3년간 보이는 모든 것을 죽이며 고문당했다. 어머니 이후 처음으로 의지할 사람을 만났지만, 이번에는 그가 죽을 위기에 처했다.


좋은 일 뒤엔 항상 나쁜 일이 뒤 따른다. 날씨가 좋으니 이제 곧 나쁜 일이 생길 차례다. 그는 마지막 남은 한 가닥 양심을 끊어버리려 노력하며 그 길로 근처 마을로 향했다. 이곳은 베볼 영지 어딘가에 있는 한 동굴이었다.


작가의말

이번 편으로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도입부가 끝났습니다. 전체 글의 약 15% 정도 분량입니다. 도입부에서의 목표는 세계관과 주인공의 성격이나 처한 상황 등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해보는 것이었는데, 잘 된건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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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2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1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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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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