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45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8.01 09:00
조회
439
추천
11
글자
9쪽

피사-정착 (5)

DUMMY

오라클 왕국은 중상을 입은 피사의 쾌유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왕국 내에 머물러 있는 고위 성직자를 찾아가 피사의 치유를 부탁할 정도였다. 덕분에 피사는 이전 싸움만큼 심하게 다쳤음에도 삼 일 만에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피사가 몸을 일으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왕국에서 피사와 알렉스를 호출했다. 부른 장소는 알현장이 아니라 대회의실이었다.


대회의실에서 피사와 알렉스는 오라클 왕국의 여왕, 캐서린을 처음 만났다. 국왕이라고 하여 근엄하게 수염을 기른 노인을 생각했던 피사와 알렉스는 자기들과 비슷한 연배의 여성 국왕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야. 너도 몰랐냐?”


“···그래. 오라클 왕국의 정보는 세간에 거의 알려져있지 않으니까.”


회의는 두 사람이 모르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전혀 모르는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졌다. 덕분에 집중력을 잃은 두 사람은 몰래 잡담을 하며 자신들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캐서린 국왕이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럼 마지막 안건이오. 더 오라클이 확보한 제국의 흑막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겠소. 라붐?”


국왕의 호명에 국왕의 바로 오른쪽에 앉아있던 라붐이 일어나 맨 끝자리에 앉아있던 피사와 알렉스를 가리켰다.


“먼저 두 사람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른쪽 젊은이는 알렉스. 이십여 년 전 멸문한 데민 공작가의 후손입니다. 데민 공작가는 멸문하기 전까지 흑막의 두 리더 중 하나였습니다.”


라붐은 잘 정리된(클로저 사무치의 작품이었다) 자료를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에게 읽어주었다. 흑막이 스스로를 조직이라고 부른다는 것과 황제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또 구성원 중 숨겨진 오러마스터가 한 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했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나이 많은 대신이 물었다.


“그..그럼 우리가 상대해야 할 오러마스터가 세 명이나 된다는 말이오?”


라붐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웅성거림이 커질 즈음 캐서린 국왕의 왼편에 앉아있던 노인이 일어나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라붐. 그럼 우리의 복수는 또다시 미뤄야만 하겠군?”


복수. 그것은 오라클 왕국의 건국 목적이었다. 라붐은 자신에게 물은 노인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캐서린 국왕을 향해 말했다.


“아니오. 우리는 우리 세대에 8백 년간 묵혀둔 복수를 실행할 수 있소.”


“그대의 논리는 툴리왕국과 손을 잡고 두 오러마스터가 제국의 두 오러마스터를 상대한다였지. 변수는 마탑주였는데, 그건 해결됐다 치더라도 오러마스터 한 명이 비네.”


노인은 여전히 라붐을 보며 물었다. 라붐이 웃음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에 대한 해답 또한 가져왔소. 여러분, 저기 왼쪽에 서 있는 젊은이의 이름은 피사, 인류 역사 최초의 마검사입니다.”



***



“아아, 정말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회의였어. 그렇지 않아요, 라붐?


캐서린의 말에 라붐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그 재미있고 재미없는 기준은 뭡니까?”


“당연히 두 분 중 하나가 당황해하는 게 재미있는 거지요. 알면서 왜 물어요?”


격의 없는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피사와 알렉스는 당황했다. 회의시간에 봤던 뭔가 형식적이고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던 국왕은 온데간데없었다. 캐서린은 두 사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알렉스는 재빨리 표정을 바로 했지만, 피사는 한발 늦었다.


“흐음~ 흐음~”


캐서린은 깡총깡총 뛰어 피사 앞으로 오더니, 피사 주위를 돌며 피사를 관찰했다. 갑자기 맡아지는 기분 좋은 꽃향기에 피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캐서린은 까르르 웃으며 말했다.


“뭐에요. 왜 그렇게 쑥스러워해요? 나한테 반한 거예요? 아니, 성녀는 어쩌고?”


성녀라는 단어를 듣고 피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아뿔싸. 완전히 잊고 있었다. 걱정을 많이 할 텐데.


캐서린은 비로소 원하는 표정을 보았다는 듯이 만족해하더니 이번에는 알렉스를 뚫어지게 보았다. 하지만 알렉스는 달랐다. 그 역시 캐서린을 뚫어지게 보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그대로 눈싸움을 시작했다. 옆에서 젊은이들의 인사를 지켜보던 라붐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유치한 짓은 그만두시죠, 전하?”


라붐의 말에 캐서린은 체하고 혀를 차며 먼저 고개를 돌렸다. 알렉스는 미동도 하지 않고 캐서린을 쳐다보았다. 그런 알렉스를 홀겨본 캐서린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책상 위에 펼쳐진 커다란 종이를 보며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피사를 제5군단장에 임명한다.”


성녀한테 어떻게 연락할 수 있을까를 고심하던 피사는 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정신을 놓았다.


“네?”


“자. 여기 임명장.”


캐서린은 즉석에서 도장을 찍더니 종이 한 장을 피사에게 날렸다. 얼떨결에 받아든 피사는 종이에 씌여진 ‘제5군단 사령관 피사’라는 글을 읽고 그대로 굳었다.


그런 피사를 본체만체하며 캐서린은 다시 생각에 잠겼고, 곧 고개를 들어 알렉스를 쳐다보았다.


“알렉스는 바로 일을 하나 해줘야겠다.”


“예?”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는 듯 알렉스가 눈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툴리 왕국으로 가서 동맹을 맺고 와라.”


이번에는 알렉스뿐만 아니라 라붐마저 놀람에 동참했다.


“네?”


“예?”


“뭘 그리 놀라느냐? 그 정도 능력은 충분히 되는 것 같아 시키는 거다만.”


라붐이 잠시 주저하다 말했다.


“하지만 전하. 알렉스가 오라클 왕국의 소속이 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습니다.”


“뭐, 기간이 중요한가?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능력도 충분한데 뭘.”


“······.”


“그런 의미에서 묻는데, 알렉스. 그대는 내 밑에서 일하기 싫은가?”


“······.”


알렉스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여섯 살 이후 평민으로 살아왔다. 일국의 왕인 그녀의 명령을 듣지 못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의 또 다른 이름, 일렉사리온 데민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없다. 그녀는 기껏 해봐야 제국으로부터 도망친 도망자의 후손이다. 자신 또한 도망자임은 매한가지지만, 그는 데민가의 후손, 제국을 지배했던 가문 중 하나다. 가문의 입장에서는 근본도 모를 그녀의 명령을 들을 수 없었다.


갈등에 빠진 알렉스를 보며 캐서린이 말했다.


“우리 오라클 왕국은 제국에 대한 복수 그 하나만으로 건국되고 유지되어온 나라다.”


“······.”


“구성원 중엔 당신처럼 귀족 출신도 있고, 제국 병사에게 부모를 잃은 평민 출신도 있다. 노예 출신도 있지. 그런 다양한 군상들이 오직 복수의 일념 하나만으로 모여들었어. 그래서 오직 그 능력만을 가지고 평가받는다.”


“······.”


“과거에 어땠냐가 중요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의 오라클에서는 아니다. 만약 그것에 얽매여 일을 못 할 지경이라면 그냥 오라클을 떠나는 것이 낫다. 혹은 머무르되 직접 복수할 생각은 버리던가.”


“······.”


“동맹의 일을 맡을지 여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 내일까지 후회 없이 고민하고 모레 아침에 결심을 말해주었으면 좋겠어.”


말을 마친 캐서린은 자기 집무실에 들어온 세 손님을 내쫓았다.


“···화끈하신 분이네요.”


피사가 자신의 손에 들린 종이를 보며 말했다. 알렉스는 아무 말 없이 걷고 있었는데 그 얼굴에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고민이 묻어 있었다. 알렉스의 마음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던 피사는 대부분의 오랜 친구가 하는 방식대로 하기로 했다. 그냥 곁에 머물며 내버려 두는 것.


라붐이 피사의 말에 대답했다.


“뭐. 좀 많이 신나긴 하셨네. 어린 나이에 즉위하시어 늘 미뤄두기만 했거든.”


“네? 뭐를요?”


“우리 세대에 제국에게 복수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을.”


라붐이 ‘아차, 중요한 것을 설명해주지 않았구먼.’이라고 중얼거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의 구조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매파와 비둘기파가 서로 주장하고 가장 중립적인 국왕이 결정하는 구조지.”


국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알렉스도 고민을 멈추고 라붐을 바라보았다.


“초대 국왕 폐하께서 제국에서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다만 건국 초기 주요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자신들 중 가장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람을 뽑아 왕으로 세웠지. 그리고 그에게 결정권을 부여했네. 당대에 제국에게 복수할지 말지를 결정할 권한을.”


“···당대라 함은?”


“국왕의 재위 기간일세. 즉 우리 폐하는 지금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미뤄오다 이제야 결정할 수 있게 된 거지. 자네들이 가져온 정보와 자네들이라는 전력 덕분에.”


“···매파와 비둘기파라면, 각하께서 매파이고 그 맞은편에 앉아있던 분이 비둘기파겠군요.”


“그가 바로 비둘기파의 수장 올리버 크롬웰일세.”


라붐의 말에 알렉스가 깜짝 놀랐다. 크롬웰. 조직을 세운 세 가문 중 하나였다. 그들도 오라클 왕국에 와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피사-정착 (6) 17.08.02 469 10 12쪽
» 피사-정착 (5) 17.08.01 440 11 9쪽
47 피사-정착 (4) +4 17.07.31 492 13 14쪽
46 피사-정착 (3) +2 17.07.30 516 11 9쪽
45 피사-정착 (2) +4 17.07.29 536 11 9쪽
44 피사-정착 (1) +8 17.07.28 570 12 8쪽
43 로버트-귀환 (3) +3 17.07.27 528 12 12쪽
42 로버트-귀환 (2) +3 17.07.26 535 11 10쪽
41 로버트-귀환 (1) +2 17.07.25 592 13 7쪽
40 피사-탈출 (6) +2 17.07.24 590 11 8쪽
39 피사-탈출 (5) +4 17.07.22 566 11 9쪽
38 피사-탈출 (4) +4 17.07.21 605 13 9쪽
37 피사-탈출 (3) - 1권 끝 +4 17.07.20 625 15 11쪽
36 피사-탈출 (2) +2 17.07.19 655 14 10쪽
35 피사-탈출 (1) 17.07.18 671 13 12쪽
34 피사&로버트-습격 (9) 17.07.17 678 19 9쪽
33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6 16 8쪽
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1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2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1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7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3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0 13 8쪽
20 로버트-성장 (2) +2 17.07.05 934 17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