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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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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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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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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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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피사&로버트-조우 (4)

DUMMY

카롤의 작전은 이러했다. 우선 피사가 앞장서서 마법 함정을 탐지하고 일행은 함정을 피해 전진한다. 함정 해체 시 알람이 발동하게끔 설계되었을 수도 있으니 해체하지 않는다. 최대한 적에게 접근한 후 카롤이 아이템을 사용해 피사를 투명화시킨다. 투명화된 피사가 마법사에게 접근하여 그를 처리하고, 그 동안 나머지 인원은 마법사를 지나쳐 3인 1조로 창수들을 공격한다. 카롤은 마법사의 조수를 견제한다. 적을 모두 섬멸한 후 5개 조는 동굴 입구에 매복해 동굴로 들어오는 사람을 기습한다. 카롤의 작전을 들은 일행은 아무 이견 없이 그 작전을 따르기로 했다.


카롤이 자신의 중지에 끼워져 있던 푸른색 반지를 피사에게 주며 말했다.


“반지를 어루만지며 ‘투명화’ 라고 말하면 된다.”


피사는 새삼스러운 눈으로 카롤을 바라보았다.


“아니, 대장. 언제 이런 걸 다 준비했대요?”


“내 목숨을 한 번은 살려줄 녀석으로 아껴두고 있었지.”


“그런걸··· 제가 사용해도 되겠어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니, 훨씬 값지게 쓰이는 것이지. 후후후. 아, 피사. 아까는 말하지 못했는데, 마법사의 조수라면 그 역시 마법사일 확률이 높다. 조심해라.”


“네, 대장.”


일행은 서서히 전진했다. 미리가 보낸 정찰기가 일행보다 50m 앞서가며 혹시 모를 적의 접근을 경계했다. 4개의 함정을 무사히 건너뛴 일행은 곧 미리가 계산해 둔 ‘적의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최대한 가까운 거리’까지 도달했다. 앞서 걸어온 거리보다 훨씬 짧은 거리를 이동했지만, 일행 모두 땀에 절어 있었다. 절대 소리를 내지 말라는 카롤의 말이 없었다면 한껏 숨을 몰아쉬었으리라.


“4개의 함정을 일정 간격으로 설치하는 것 또한 제국 군대식이다. 최초 1개는 탐지, 나머지 3개는 시간끌기용이지. 아무리 봐도 이 무리는 군대 출신인 것 같군.”


카롤의 속삭임에 피사가 눈을 빛내며 작게 대답했다.


“딱 한 놈만 살려서, 물어보도록 하죠.”



***



“스승님, 다녀오겠습니다.”


아이를 마저 납치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던 로버트가 스승에게 인사했다. 스승은 고개를 들어 로버트를 바라보았다. 퀭해진 얼굴이 그의 현재 상태를 대변하는 듯했다. 스승이 잔뜩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5일 내로 최소 150명은 채워야 할 것이다.”


“예.”


로버트의 얼굴에 깊게 드리워진 그늘을 본 스승은 잠시 제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책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어디 휴양지라도 같이 가자꾸나.”


이 동굴에 들어온 지 보름이 넘었지만, 그동안 두 사람이 한 대화는 이전에 로버트의 방에서 하루 동안 나누었던 대화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로버트는 결코 평탄하다고 말할 수 없었던 보름 이전의 삶이 무척 그리웠다. 그러던 차에 들른 스승의 말이 로버트의 가슴을 울렸다. 실험을 무사히만 마치면···. 로버트는 그렇게 다짐하며 입구로 향했다.



***



투명화 상태로 오러탄환 사정거리까지 다가간 피사는 두 사제간의 대화를 들었다. 휴양지 어쩌고저쩌고 할 때는 또 울컥해서 그대로 유리벽돌을 던질 뻔했지만, 곧 제자가 실험실을 나서는 것을 보고 잠시 고민했다.


지금 그를 보내면 마법사를 처리한 직후 공격당할 위험이 없어진다. 대신 그가 밖으로 나가면 3인 1조로 움직일 10개 조의 움직임이 꼬일 가능성이 크다. 피사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고, 제자가 실험실을 완전히 나서기 직전 미리에게 외쳤다.


[미리, 지금!!]


유리벽돌이 주변 마나를 맹렬하게 회전시켰고, 그 상태로 마법사의 오른쪽 날갯죽지 사이에 명중했다.



***



로버트는 자신이 왜 엎어져 있는 것인지 몰랐다. 그냥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자신의 얼굴이 땅에 맞닿아 있었다. 입으로 모래가 조금 들어온 것 같았고 귀는 먹먹했다. 로버트는 몸을 반쯤 일으켜 주변을 돌아보았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놀란 얼굴로 스승을 바라보고 있··· 스승이 있어야 할 곳이 움푹 패어져 있었고, 그곳에는 스승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하지만 6써클 마법사인 로버트는 그것이 기습당할 경우를 대비해 자동으로 시전되게 만들어둔 환영임을 바로 알아챘고, 반사적으로 그보다 조금 뒤쪽을 바라보려고 했다. 그때 긴 통로 쪽에서 어지러운 발소리와 함께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피사! 오도(Mislead) 마법이다! 환영을 베어 버려!”


놀란 얼굴로 스승의 환영을 바라보던 청년이 환영 쪽으로 달려갔다. 순간 로버트는 후회했다. 매직미사일을 메모라이즈 했으면 좋았으련만···. 이를 악문 로버트는 청년에게 자신이 메모라이즈한 공격마법 중 시전시간이 가장 짧은 마법을 시전했다.


“화염 광선(Scorching Ray)!”


로버트의 캐스팅이 끝나자마자 시차 없이 발사된 화염 광선이 청년의 몸에 적중할 찰나 청년은 몸을 돌려 광선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큰 소리와 함께 광선은 끊어졌다. 그의 검은 푸른 빛을 머금고 있었다.


“오러!”


로버트가 놀라서 외쳤다. 오러검사는 잠시 멈칫하더니 로버트부터 처리하기로 했는지 로버트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놀라운 도약력으로 로버트를 향해 돌진했다. 로버트는 이를 악물고 1써클 ‘방패(Shield)’를 캐스팅했다. 오러검사의 검이 그의 방패를 횡으로 훑었고, 그 일격으로 방패가 깨어졌다.


“헉!”


로버트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오러유저와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 경험이 없던 그는 방패 마법만으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선수를 뺏겼다. 오러검사는 그가 정신을 수습할 여유를 주지 않고 다시 한번 베어왔다. 찰나가 부족하여, 로버트는 다른 방어주문을 완성하기 전에 검에 가슴을 베였다.


“크윽-“


신음을 흘리며 다시 한번 뒷걸음질 친 그를 오러검사가 찔러왔다. 천운으로 간신히 피했지만, 다리가 꼬여버려 로버트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오러검사는 머리 위로 검을 들어 올렸고, 로버트는 죽음을 예감하며 눈을 감았다. 그때 스승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케인 스워드(Arcane Sword)!”


아케인 스워드. 허공에 떠오른 한 자루 검. 그 강력함 때문에 일반마법사와 대마법사를 구별하는 지표가 된 7써클 소환마법이 시전되었다. 이 마법으로 생성된 검은 그 스스로 오러유저이며 절정의 검술로 적을 공격한다. 검을 휘두르는 이가 존재하지 않기에 검이 부러지지 않는 한 모든 물리적인 타격이나 마법에 면역이다. 누군가는 이 마법을 성녀가 여느 왕국의 기사단장에게 절대 면역 권능을 발현한 것에 비유한다. 2분 남짓만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강력한, 그런 아케인 스워드가 놀라운 속도로 청년에게 향했다. 청년은 들어 올린 검을 내려치지 못하고 자신을 방어하는 데 사용해야 했다.


쾅-


오러와 오러가 부딪치는 소리는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와 명확히 달랐다. 생전 처음 보는 오러의 파편들을 넋 놓고 쳐다보던 그는 곧 들려온 스승의 외침에 고개를 돌렸다.


“도망쳐라!”


환영이 공격을 받았는지, 스승님의 모습은 드러나 있었다. 스승은··· 오른쪽 팔과 가슴이 사라진 상태였다. 땅에 엎드린 채로 그는 자신의 하나뿐인 제자를 보고 있었다. 스승의 눈빛은 동굴에 들어온 이래 가장 맑았다. 스승의 상태에 놀란 로버트가 소리 질렀다.


“스승님!”


“썩 도망쳐라! 조직으로 돌아가지 마라. 제국을 떠나 십 년을 숨어지내라!”


“혼자 갈 수는 없어요! 같이···”


스승은 품에서 스크롤 하나를 꺼내 입에 물어 찢으며 제자를 가리켰다.


“순간이동(Teleport)!”


그 순간 로버트는 빛이 되어 사라졌다. 노마법사, 게라한은 그제야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그의 제자는 그가 반평생에 걸쳐 비밀리에 준비해둔 그곳으로 갔으리라. ‘원래라면 내가 가서 유유자적한 삶을 즐겼어야 할 텐데···’라고 생각하며 게라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거의 평생을 이름 없이 살았다.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이용했다. 그런 것 치곤 꽤 유쾌한 말년을 보냈다. 아이들을 가지고 실험하지 못한 것도··· 인제 보니 썩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게라한은 웃으며 떠나갔다.



***


피사는 눈앞에서 자신을 공격하는 검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피핀과의 가상현실 대련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피핀은 오러유저 중에서도 상위로 평가될만한 기사였다. 웬만한 왕국의 기사단장 수준이라는 아케인 스워드도 피핀만큼 날카롭게 검을 찌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 피핀과 수십 차례나 대련해온 피사는 2분여간의 아케인 스워드의 공격을 받아넘겼다. 아케인 스워드는 피사에게 상처 하나 주지 못하고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헉헉.”


피사는 한쪽 무릎을 꿇고 검에 몸을 기댔다.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엄청나게 지쳤지만, 몸 한구석에서부터 쾌감이 솟아올랐다. 잠깐동안 그 쾌감을 만끽하던 피사는 똑바로 서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노마법사의 숨은 끊어져 있었고 그와 싸우던 조수-카롤대장의 말대로 그 역시 마법사였다-는 도망쳤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피사는 노마법사가 앉아있던 곳으로 가서 유리벽돌을 주워들었다.


동굴의 여기저기서 아직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피사는 돌아다니며 적의 창을 끊어버렸고 곧 전투가 끝났다. 아이들이 갇혀있는 감옥 앞에 발굴단 전원이 모였다. 잘 계획된 기습이었음에도 반격이 거셌던지 5명이나 죽었다. 창수들의 실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아무리 찾아도 감옥열쇠가 보이지 않아, 피사는 아이들을 뒤로 물러나게 한 후 오러를 이용해 감옥 창살을 파괴했다. 울면서 우르르 몰려나오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뿌듯해하다가 곧 들려온 목소리를 듣고 피사는 깜짝 놀랐다.


“아앙~ 피사삼촌!!”


“엉? 어엉? 파일이 아니냐? 너..너도 납치됐었··· 뭐, 뭐야?! 우리 마을 아이들도 많았잖아!”


이미 자신의 손으로 금지된 연구를 자행하려 했던 마법사를 없앴지만, 그래도 분노가 치밀었다. 혹 우리가 그냥 지나치려 했다면, 그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 난 앞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피사는 그렇게 생각하며 몸서리쳤다.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아 감기에 걸린 아이가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픈 아이들은 없었다. 동굴 탐색을 마친 카롤이 아이들을 출신 마을 별로 서게 했다. 그리고 발굴단을 5개 조로 나눠 3개 조는 아이들을 각 마을에 데려다주게 하고, 다른 한 조는 상회에 사건을 보고하게 했으며, 자신은 베볼 영주를 만나 이 일을 알리기로 했다. 피사는 피크닉 마을로 향하는 호위조에 속하기로 했다.


피크닉 마을로 향하는 길은 순탄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금방 기운을 되찾았고 다시 피사에게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피사는 그것이 그렇게 유쾌할 수가 없었다. 미리는 한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다가 피크닉 마을에 도착하기 하루 전부터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디 아픈가 싶어 많이 걱정했던 피사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마법을 어느 정도 이해했어요.]


[으잉?]


[마법···. 휴우~ 정말 굉장한 학문이에요. 어쩜 이렇게 치밀하게 구성했을까요? 정말 인간이 만든 것일까요?]


[···너 뭐야? 전엔 오러를 분석해내더니, 이제 마법도 할 줄 알아?]


[뭐, 네···. 오도라는 마법과 검을 나타나게 하는 마법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불을 발사하는 마법은 다 이해했어요. 그렇지만 이건 못 가르쳐 드리겠네요. 주인님께는 너무 어려워요.]


[이게 또 나 무시하네. 나 아케인 스워드와도 비등하게 싸운 몸이야.]


[그럼 “a, b, c가 양의 정수이고 n이 3 이상의 정수일 때 a의 n승 더하기 b의 n승은 절대 c의 n승이 될 수 없다.” 이게 참인지 거짓인지 맞춰보고 한 번 증명해보세요.]


[···나 바빠. 오러 훈련할 시간도 부족해.]


미리의 비웃음을 들으며 피사는 고향마을에 도착했다.


작가의말

. 오도(Mislead) : 마법사와 똑같이 생긴 형상을 만들고 자신은 투명화시키는 마법. 생성된 형상은 환영이 아니며 무기나 마법에 피해를 입는다. 형상이 부숴지기 전까지는 투명화가 유지된다. 


. 화염광선(Scoching Ray) : 불꽃 광선이 적을 향해 일직선으로 발사되는 마법


이번에도 마지막 편의 분량조절을 실패했습니다 ㅜ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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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피사-정착 (6) 17.08.02 469 10 12쪽
48 피사-정착 (5) 17.08.01 439 11 9쪽
47 피사-정착 (4) +4 17.07.31 492 13 14쪽
46 피사-정착 (3) +2 17.07.30 516 11 9쪽
45 피사-정착 (2) +4 17.07.29 536 11 9쪽
44 피사-정착 (1) +8 17.07.28 570 12 8쪽
43 로버트-귀환 (3) +3 17.07.27 528 12 12쪽
42 로버트-귀환 (2) +3 17.07.26 535 11 10쪽
41 로버트-귀환 (1) +2 17.07.25 592 13 7쪽
40 피사-탈출 (6) +2 17.07.24 590 11 8쪽
39 피사-탈출 (5) +4 17.07.22 566 11 9쪽
38 피사-탈출 (4) +4 17.07.21 605 13 9쪽
37 피사-탈출 (3) - 1권 끝 +4 17.07.20 625 15 11쪽
36 피사-탈출 (2) +2 17.07.19 655 14 10쪽
35 피사-탈출 (1) 17.07.18 671 13 12쪽
34 피사&로버트-습격 (9) 17.07.17 678 19 9쪽
33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6 16 8쪽
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1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2 16 8쪽
27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1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7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3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0 13 8쪽
20 로버트-성장 (2) +2 17.07.05 934 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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