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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방

귀농 후 유튜브하는 천재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안신아
작품등록일 :
2023.11.01 00:00
최근연재일 :
2023.12.27 00:0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137,476
추천수 :
3,869
글자수 :
313,088

작성
23.12.14 00:00
조회
1,133
추천
49
글자
11쪽

닥치고 내 돈 받아

DUMMY

——Gyaakk!!!



요란한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장담컨대, 저기엔 분명 어머니의 소리 없는 비명도 섞여 있을 것이었다.



“······죽었어?”



나는 방문을 열고 꺼져 있는 스위치를 올렸다.


루시는 조이스틱을 내던진 채 침대에서 어머니와 서로 껴안고 울고 있었다.



“이거 드시고 하세요.”



한 몸이 된 둘에게 포도송이를 내밀었다. 박 사장들이 선물해준 샤인 머스캣이었다.



“Oh?”



루시는 언제 울었냐는 듯 활짝 웃으며 쟁반을 받아 들었다.



“어머니도 이런 거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는 어머니를 보다가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Game Over 텍스트가 아주 또렷하게 떠 있다.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포도알 몇 개를 따곤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엄마 자러 갑니까?”



루시의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꿈에 나올까 무섭다는 표정이다.



“Eek······ 다정 나 속였습니다. 이거 엄청 무섭습니다.”



녀석은 포도를 몇 알 따먹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포도에서 나는 망고 향이 산뜻하다.



“진다정 씨가 추천해준 거야?”



달콤한 과육을 씹으며 루시를 바라보았다.



“게임 초보자가 하기 좋다고 했습니다. 영화 보는 느낌으로 하기 좋다고 했습니다. 다 거짓말입니다.”



게임을 저장하고 타이틀로 들어가 보았다.



“아, 이거······.”



나는 혹시 하는 마음에 옵션에서 난이도 쪽을 찾아가 보았다.



“······젤 어려운 걸로 해놨는데?”



그러자 루시가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난 천재입니다. 당연히 제일 어려운 것 도전합니다.”



초반부에서 바로 게임 오버 당한 플레이어의 기묘한 한 마디였다.



“너무 오래 하지는 말고. 밤에는 비명 지르면 안 된다.”


“당신 자기 전에 클리어합니다.”



루시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다음 날 아침.



“······Aㅏ.”



여전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루시와 눈이 마주쳤다.


아침 먹으라고 깨우러 갔더니 아직도 조이스틱을 붙잡고 있다.



“너 진짜······.”



마법에서 떼어놓으려고 게임을 시켰더니 그거에 푹 빠져서 밤을 새운다.


대체 이 녀석을 어떻게 하지?



“······Coffee Please.”



루시는 퀭한 얼굴과 부스스한 머리로 커피를 부탁했다. 이 녀석은 지금까지 아침에 커피를 마신 적이 없었다.



“엄마는 갔습니까?”


“일 나가셨지.”


“이럴 수가······ 엄마 마중 못 나갔습니다······ 나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녀석이 자괴감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참 표정이 풍부하다.



“안 되겠습니다. 빨리 클리어하고 없애버립니다.”



루시가 눈썹을 세웠다.



“쉬고 좀 나중에 하지 그래?”


“아닙니다. 빠르게 내 리스트에서 삭제할 것입니다.”



녀석은 이런 데에 고집이 셌다. 한다고 마음먹었으면 그만두지 않는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곤 루시에게 베이컨과 계란 프라이를 가져다주었다.



——드르르륵!



그리고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



“EEkk!!! 추움!”



담요를 주워 녀석 어깨 위에 덮어주었다.



“다 먹으면 문 닫고 식탁 위에 올려놔.”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클리어 기원한다.”



잠시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던 루시는 활짝 이를 보이며 웃었다.



——우우우웅!



스마트폰이 울렸다.


우리가 같이 있는 가족 톡방이었다.



『엄마 마중 못해서 미안합니다 다음엔 안그럽니다』



이어서 올라오는 것은 양손을 모으고 있는 루시의 얼굴 사진이었다.


어머니는 루시의 메시지와 사진에 하트를 보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이래서야 참 미워할 수가 없다.



——철컹!



나는 밖으로 나왔다.


문 앞에서 앉아 있던 아롱이와 콩이가 나를 반겼다. 이 녀석들은 해가 뜨는 날이면 항상 현관문 앞에서 볕을 쬐며 시간을 보냈다.



“아.”



나는 습관적으로 담배를 찾다가 이내 그것을 모두 태워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습관이란 참 무섭다. 알고 있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행한다.


후회는 없었다.


루시는 직설적으로 담배 냄새가 안 나서 좋다고 얘기해주었고, 어머니도 그것을 반기는 눈치였다.


나는 녀석들의 물그릇과 밥그릇을 채워주곤 집 안으로 들어왔다.



——Play!



방 안의 침대에 누운 나는 서버를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지금은 굳이 필요 없었지만, 그것을 여는 데에 루시의 스태프를 사용했다. 녀석이 내가 작업할 때 몰래 갖고 나가려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버와 인터넷이 연결되면 참 좋을 텐데······.’



그게 실현된다면 말 그대로 혁명이 될 것이었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전뇌 활동 비스므리한 것도 꿈이 아니다.


인터넷 관련해서도 조금씩 공부를 해봐야겠다.


나는 그렇게 마음먹으며 작업물을 로드했다.


이번에 만드는 것은 저번 것과 정반대의 분위기로, 현실을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물이었다.


멸망 이후를 다룬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를 설계 중이다. 지금은 우선 배경 작업부터 하고 있었다.


인간 입장에서 인류가 사라진 지구를 상상하는 일은 기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루시가 있었으면 배경 음악도 틀 수 있었을 텐데······.’



작업 중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었다.


루시와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루시의 순간 기억 능력이 일반인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레벨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작업할 때 음악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자, 유튜브에서 추천 플레이 리스트를 온종일 틀어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더니 다음 날에는 그것을 서버로 완전히 구현해냈다. 나는 끽해야 좋아하는 노래 하나를 구현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루시가 잘하는 것이 있듯 나도 잘하는 것이 있었다.


마치 현실처럼 느껴지는 세밀한 구현력은 루시도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나는 그러한 장점을 살려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작업이 있었다.



——슈우우우······.



나는 인코딩을 걸고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작업한 것을 대충 간추려서 차기작 활동을 위한 후원을 받아볼 생각이었다.


주면 좋고, 아님 말고.


강한나가 만들어준 마도구가 반짝거리며 데이터를 변환하고 있었다.



‘한나 씨한테도 뭐라도 하나 해드리고 싶은데.’



하지만 강한나는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언젠가 직접 찾아가서 마음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까다롭긴 하지만 훌륭한 거래 상대였다. 마법 학교에서 탐을 낸 이유가 납득이 간다.


마력석을 제공해준 바미에게도 말을 해봤지만 자기는 딱히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밥 줘야겠네.”



루시의 방문은 아직도 닫혀있었다.


나는 기지개를 한 번 켜곤 냉장고를 열었다. 가볍게 쇠고기뭇국을 해줄 생각이었다. 루시가 좋아했다. 가정 백반 중에서도 하기 쉬운 요리로 손꼽힌다.



——송, 송, 송, 송!



일단 무를 얇게 나박나박 썰어준다.


두껍게 먹는 게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손톱보다 조금 큰 느낌의 사각형이 좋았다. 얇기 때문에 빨리 익는 것도 장점이다.



——딱딱딱딱딱!


——화르륵!



가스레인지가 딱딱거리며 불을 뿜어냈다.



——치이이익!



우선 중불에 참기름을 넣고, 소고기를 볶아준다.


그리고 고기가 살짝 익었다 싶으면, 국간장을 조금 넣어준다.



——지글지글······.



조금 볶다 보면 고기가 익어 빛깔이 변한다. 그때 무를 넣고 또다시 볶아준다.


이후에는 물을 천천히 부어주며 마늘과 파를 넣고 푹 끓이면 끝이다. 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간장이나 소금으로 맞춰주면 된다.


완성된 쇠고기뭇국의 향기가 침샘을 자극했다. 내가 했지만 참 맛있다.



“루시······.”



나는 루시를 부르며 그녀의 방문을 열었다.



“커허어······.”


“······.”



녀석은 의자에 늘어진 채 뻗어있었다. 등받이 뒤로 젖힌 머리가 불안불안하다. 녀석의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뚝뚝 떨어졌다.



“어이가 없네.”



나는 헛웃음을 치며 루시에게 다가갔다.


모니터에는 -The End-가 떠 있었다. 마침내 엔딩을 보고, 힘겹게 잡고 있던 정신줄을 놓아버린 것 같았다.



——찰칵!



순간 재미있는 구도가 생각이 나서 사진을 찍었다. 녀석이 뻗어버린 것을 배경으로, 내가 따봉을 날리는 사진이었다.


이후에 나는 조심스럽게 녀석을 안아 들어 침대에 뉘어주었다. 기대와 달리 제법 가볍다.


전기장판에 불을 켜주고, 이불을 덮어준 뒤 뺨을 살짝 꼬집었다. 녀석은 잠시 잠꼬대를 할 뿐, 잠에 깊게 빠져 일어나지 않았다.



“······.”



컴퓨터를 끌까 하다가 그대로 두기로 했다. 잠에서 깨어 일어나 다시 보는 -The End-는 분명 감격스러울 것이었다.



——찰칵!



나는 침을 흘리며 자는 녀석의 얼굴을 찍었다.


곤히 잠에 빠진 루시를 보고 있자 하니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게 방문을 닫고 나왔다.



“음?”



나는 내 방에서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마도구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인코딩 중에는 하얗게 반짝거리고, 인코딩이 완료되면 초록색으로 계속 빛난다.



“분량이 적어서 그런가, 금방 끝났네.”



난 그것을 유튜브에 업로드 한 뒤,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작성했다.



“다음······ 작은······ 아포칼립스······.”



딱히 내용은 없었다. 오늘까지 작업한 것들을 보여주고, 마음에 들면 후원해달라는 내용이 끝이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얼려놓은 밥을 냉동고에서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나름 꿀팁인데, 밥이 남으면 소분해서 냉동고에 얼려놓으면 갓한 밥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띠링!



벌써 전자레인지 시간이 다 되었나 했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열심히 음식을 데우는 중이었다.



——우우우웅!



뒤이어 울리는 진동 소리와 알람음들.


순간 유튜브 댓글 알람인가 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나는 유튜브 알림을 꺼두었다.


이상했다.



‘버근가?’



가끔 뭐가 꼬였는지 알람을 꺼두어도 오고 그럴 때가 있었다.


갓 만든 쇠고기뭇국을 그릇에 뜨고, 뜨근뜨끈한 쌀밥을 전자레인지에서 꺼냈다.


루시나 어머니와 같이 먹을 때야 이것저것 반찬을 내놓거나 해 먹지만, 나 혼자 먹을 때는 딱히 차려 먹지 않았다. 그냥 국 하나면 충분하다.



——우우우웅!



나는 식탁에 앉아서야 겨우 스마트폰을 잡았다.



“어?”



순간 숫자를 잘못 봤나 싶었다.



“일십백······ 천만 원?”



처음 받아보는 액수에 입을 벌리고 있는 사이, 그 와중에도 후원 문자가 끊임없이 알림 소리와 진동을 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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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전문 분야 +4 23.12.17 1,049 44 12쪽
47 첫 생방 23.12.16 1,067 44 11쪽
46 무탈 +10 23.12.15 1,090 47 11쪽
» 닥치고 내 돈 받아 +2 23.12.14 1,134 49 11쪽
44 두 번째 컴퓨터 +5 23.12.13 1,154 45 12쪽
43 낚시 끝 +2 23.12.12 1,228 53 12쪽
42 물고기 잡으실 거 맞죠? +1 23.12.11 1,256 53 11쪽
41 이게 더 좋은데? +2 23.12.10 1,298 49 11쪽
40 새 사장님? +3 23.12.08 1,347 43 12쪽
39 최초공개 +8 23.12.07 1,394 53 12쪽
38 계획대로 +6 23.12.06 1,429 51 12쪽
37 자기 전에는 카모마일 +5 23.12.05 1,468 53 11쪽
36 시청자가 보내준 선물의 맛 +5 23.12.04 1,496 55 12쪽
35 인정받았다 +3 23.12.03 1,507 55 12쪽
34 부모의 마음이란 +5 23.12.02 1,571 5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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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떡볶이엔 계란과 튀김이지! +4 23.11.28 1,791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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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앞으로, 앞으로 +5 23.11.23 2,024 58 12쪽
24 범재호소인 +5 23.11.22 2,065 57 12쪽
23 웬수덩어리 +3 23.11.21 2,110 57 12쪽
22 멧돼지 잡기 +2 23.11.20 2,219 50 12쪽
21 실시간 방송을 해보고 싶다고? +5 23.11.19 2,319 62 11쪽
20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3 23.11.18 2,389 59 13쪽
19 의뢰 +10 23.11.17 2,507 71 12쪽
18 재도전의 가능성 +4 23.11.16 2,654 65 11쪽
17 과거의 몽상가 +5 23.11.15 2,733 81 11쪽
16 전해지는 마음 +6 23.11.14 2,797 77 14쪽
15 아플 땐 호박죽 +5 23.11.13 2,855 83 12쪽
14 느리게, 하지만 확실하게 +7 23.11.12 2,988 69 13쪽
13 어머니가 계셨구나? +8 23.11.11 3,099 89 12쪽
12 귀농하길 정말 잘했어 +2 23.11.10 3,412 77 13쪽
11 불닭볶음면 +7 23.11.09 3,513 94 14쪽
10 반갑지 않은 재회 +9 23.11.08 3,643 95 13쪽
9 당일 알바 +3 23.11.07 3,677 93 11쪽
8 자, 이제 시작이야! +5 23.11.06 3,961 99 12쪽
7 마법을 배우다 +3 23.11.05 4,277 98 11쪽
6 비 내리는 날은 쉬어요 +6 23.11.04 4,499 118 12쪽
5 그거 맞아? +7 23.11.03 5,236 110 12쪽
4 마법처럼······ +13 23.11.02 6,189 124 13쪽
3 드디어 우리 아들도! +9 23.11.01 7,119 151 12쪽
2 시골 사람들 +14 23.11.01 7,530 168 14쪽
1 앞이야기 +20 23.11.01 9,135 1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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