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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후 유튜브하는 천재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안신아
작품등록일 :
2023.11.01 00:00
최근연재일 :
2023.12.27 00:0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137,862
추천수 :
3,926
글자수 :
313,088

작성
23.12.01 23:59
조회
1,584
추천
66
글자
11쪽

Sir?

DUMMY

——!!!



어머니는 비상이 됐다. 루시의 할아버지가 찾아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그녀는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며 집 안을 빠르게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진정하세요. 밤에 입국하실 것 같다는데, 공항 호텔에서 주무시고 일 보시다가 오후에 오신대요.”



내 말에 그녀가 운전대를 잡고 움직이는 시늉을 했다.



“예. 제가 모시고 오려고요. 루시가 국제 면허가 없대요. 오늘 준비할 건 최대한 다 해놓죠.”



어머니가 눈썹을 세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할아버지 별로 격식 같은 거 안 차립니다.”


“그래도 멀리서 오시는데 최대한 신경 써드려야지.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건 없으셔?”


“저번에 나에게 해준 음식 모두 좋았습니다! 그거 그대로 해도 할아버지 분명 좋아합니다.”



루시의 말에 우리는 화색이 되었다. 특히 비프 웰링턴은 정식 요리였기 때문에, 대접에 자신감이 붙기도 했다.



“제가 루시랑 같이 장 봐올게요. 어머니는 친구분들한테 에어 프라이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머니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만들었다. 집에 오븐이 없어서, 에어 프라이어 여러 개를 써야 동시에 음식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품마다 사양이 조금씩 달라서 열기와 시간을 전부 다르게 조절해야 하던 탓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렇게 고생한 노력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음식을 대접받은 루시는 행복해하며 좋아했다.


음식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먹는 이가 즐거워하며 먹어주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다.


우리는 그렇게 손님맞이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저녁을 보냈다.


다음 날 오후.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


“엄마. 우리 살아 돌아옵니다.”



우리는 비장한 표정으로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다.


그녀는 음식은 걱정하지 말라며, 활짝 웃으면서 우리를 마중했다.



“후우. 어떻게든 끝냈네.”



나가기 직전까지도 우리는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여러 번 해봤다고 저번보다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그런데 조금 걱정이네.”


“뭐가 말입니까? 우리 수련 열심히 했습니다. 안 죽습니다.”



루시는 끝에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마도.”



내 걱정은 그쪽이 아니었다.



“다른 게 아니라······ 차가 너무 초라해 보여서.”



내가 타고 다니는 차종은 차로에서 굴러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 어머니의 차종도 오래되어 낡은 것은 매한가지였다.



“갑자기 왜 그럽니까? 당신 내가 그런 거 부끄러워한 적 있습니까?”



루시가 예상치 못하게 화를 냈다.



“내가 그랬듯, 할아버지도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나 할아버지가 당신을 싫어하더라도 뭘 어쩔 것입니까? 내가 좋다는데.”


“너······.”



투퉁, 퉁, 퉁퉁.


루시는 국뽕 비트로 자기 가슴을 탕탕 치며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당신과 함께라면 볼드모트가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루시의 응원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대머리는 안 되지.”


“나는 당신이 대머리가 되어도 사랑한다고 했는데, 당신은 내가 대머리가 되면 버립니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인지 얼핏 진지해 보이던 루시의 얼굴에 미소가 진해졌다.



“당신은 그 표정을 지을 때가 가장 멋있습니다. 어서 출발합니다!”



나는 힘을 얻어 마음을 다잡고 자동차 키를 꽂아 돌렸다.


몇 시간 후.



“Grandpa! Here!”



공항 앞 호텔.


루시가 누군가를 향해 손을 번쩍 들고 흔들었다.



“헉.”



나는 그쪽을 보고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정장을 빼입은 장신의 노신사가 있었다.


그 소화하기 힘들다는 하얀 정장이었다.


올백으로 넘긴 백발에, 이마 사이로 한 가닥 내려온 머리칼이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소위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하던가.


온몸으로 프레셔를 발산하는 모습에 나는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았다.


정갈히 접혀 한 손에 들고 있는 우산과 함께하는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Hmm······.”



마치 영화 속 해리포터와 같이 동그랗고 까만 안경을 쓴 그의 얼굴은 윤곽이 굉장히 뚜렷했다.


루시의 기억에서 봤던 동상 속 얼굴 그대로였다. 굉장한 위엄이 느껴진다.


다만 한 번 정리했는지, 동상과 달리 깔끔하게 다듬어진 수염이 그의 날렵한 하관을 덮고 있었다.



“Lucy.”



묵직한 저음이다. 까불까불하던 루시가 한순간에 굳어서는 차려 자세를 했다.



“······.”


“······.”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가 무시무시한 시선으로 루시를 노려보자, 루시는 힉, 하고 딸꾹질이 들린 듯한 소리를 내더니 움찔움찔거리며 나를 그에게 소개해 주었다.



“G, Grandpa······ This is my fiancé, Kiin Kim. 기인, 여기 우리 할아버지 Sir Harry James Potter.”


“웨, 웰컴······.”


“한국어로 하지.”



그는 잠시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목을 고르려는 듯 헛기침을 작게 했다.



“반갑네.”



그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거의 완벽한 한국어 발음에 눈을 크게 떴다.



“한국어를 할 줄 아십니까?”



나는 허리를 숙이고 그의 악수를 받았다.



“공부할 시간이 조금 있었네.”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가지. 이건 자네에게 주는 작별 선물이네.”



그가 나에게 포장된 술병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나는 작별이라는 말에 흠칫 놀랐다.



“Grandpa! 작별 그렇게 쓰는 말 아닙니다!”


“그런가? 내가 실수했군. 미안하네.”



무뚝뚝한 표정과 매서운 그의 눈빛으로 볼 때, 어쩌면 실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쪽입니다, 어르신.”


“Sir을 붙이게. 나는 여왕께서 하사하신 기사 작위가 있는 몸일세. 한국어로는 뭐라고 말하지?”


“그러면 포, 포터 경이라고 칭하면 되겠습니까?”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무심하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루시를 바라보았으나,



“······.”



루시도 잘못한 것이 있는지라 내 시선을 은근슬쩍 피하며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길 같이 살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말도 하지 않고 한국으로 날아왔다고 했다. 아마 내가 옆에 없었다면 루시가 된통 혼이 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을 것이다.



“모시겠습니다. 이쪽입니다.”



나는 자동차의 뒷문을 열었다. 저 위엄 넘치는 인물이 이 허름한 자동차에 타려고 하기는 할까 긴장이 되었다.


내가 기가 죽어 있자, 루시가 내 팔을 꼭 잡아주는 것이 느껴졌다. 고마웠다.



“······.”



잠시 자동차를 바라보던 그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나를 보고 입을 열었다.



“갑자기 살 것이 생각나서 그런데, 미안하지만 잠시 이곳에서 기다리겠나?”


“제가 같이 가서 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그가 손을 들어 나를 제지했다.



“금방 돌아오도록 하겠네. 이 우산만 좀 맡기지.”



루시의 할아버지가 나에게 우산을 건네고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나와 루시는 쌍으로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서로 옆을 돌아보며 시선을 맞췄다.



“네 할아버지 멋있는데 너무 무섭다······.”



나는 트렁크를 열어 받은 술과 우산을 넣었다. 얼핏 봐도 고급지고 비싸 보인다. 술도, 우산도.



“원랜 저렇게까지 안 무서운데······ 할아버지 내가 말도 없이 집 나가서 화가 많이 났습니다······ 나의 선애교 필승 전략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활발하게 그에게 손을 흔든 게 나름 필살 전략이었나보다.


가당치도 않았다. 루시가 당장에 귀가 붙잡혀 영국으로 끌려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그런데 할아버님도 한국어를 잘하시네. 한국에 오신 적이 있었어?”



나는 그의 깔끔한 발음을 떠올리며 루시에게 물었다. 그의 한국어 발음은 지금 루시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아마도 아닙니다. 그런데 한 달 전에 나 한국 있는 거 알았으니까 공부할 시간 충분했습니다. 한 달 정도면 완전 널럴입니다.”



여기 한 달 만에 한국어를 마스터했다는 사람이 또 있었다. 천재 유전자가 어디서 왔는지 알 것 같다.



“Aㅏ. 할아버지 나왔습니다.”


“벌써?”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


하지만 아까 보이던 화려한 백 정장의 인영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저기 있습니다!”


“······아니!?”



이윽고 루시의 손가락을 따라 그를 찾아낸 나는 놀라서 혼잣말을 하고 말았다.


아까와는 정반대의 옷차림이었다. 하얀 정장은 어디 가고 편한 티셔츠 차림 위에 숏패딩을 걸치고 있었다. 바지는 청바지로 바뀌었고, 얼굴에는 선글라스까지. 머리도 조금 헝클어져 있었다.


범접할 수 없던 분위기의 노신사는 그렇게 순식간에 친숙한 이웃집 아저씨가 되었다.


그러한 그의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그가 루시의 할아버지인 것을 떠나 인생의 선배로서 존경스러워졌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Grandpa? 갑자기 옷은 왜 삽니까?”



아직 나이가 어린 루시는 그의 배려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



루시의 할아버지는 루시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무서운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것에 루시가 깨갱하곤 또다시 굳어서 경직된 표정을 하고 내 옆에 붙었다.


녀석도 자기 할아버지 앞에서 긴장을 많이 했는지 눈을 빠르게 깜박이고 있었다.



“루시. 날이 춥구나. 어디 가서 따뜻한 차 좀 사 오너라.”



그의 말에 나와 루시의 시선이 맞았다. 우리 둘을 떼어두고 심층 면접(?)을 볼 요량이라는 것을 우리 둘 다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가, 같이 갑니다······.”



루시가 어색하게 웃으며 일말의 저항을 해 보였지만,



“Tea, Lucy.”


“Yes, Grandpa······.”



그의 엄격한 목소리에 바로 꼬리를 내리고 도망갔다.



“······.”


“······.”



우리는 어색한 침묵 속에 루시가 카페를 향해 멀어져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가게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자,



“!”



루시의 할아버지는 갑자기 허리를 굽히더니, 간절한 표정으로 내 손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Please, 제발 우리 손녀딸과 헤어지지 말아 주게. 예절도 모르고 위아래도 모르고 성격도 좀 지랄맞긴 한데 같이 못 살 정도는 아니야······.”


“포, 포터 경······?”


“우리 사이에 딱딱하게 포터 경은 무슨! 해리라고 부르게!”



······뭔가 이상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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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밥 먹으라 부르는 소리 +3 23.12.24 784 42 13쪽
54 화해 요정 +3 23.12.23 793 41 12쪽
53 집구경 +1 23.12.22 867 38 12쪽
52 불화 +3 23.12.21 910 46 12쪽
51 영국에서의 첫날 +7 23.12.20 948 47 12쪽
50 휘황찬란한 가족사 (2) +5 23.12.19 964 40 12쪽
49 휘황찬란한 가족사 (1) +4 23.12.18 1,024 42 12쪽
48 전문 분야 +4 23.12.17 1,054 45 12쪽
47 첫 생방 23.12.16 1,070 45 11쪽
46 무탈 +10 23.12.15 1,094 48 11쪽
45 닥치고 내 돈 받아 +2 23.12.14 1,140 50 11쪽
44 두 번째 컴퓨터 +5 23.12.13 1,157 46 12쪽
43 낚시 끝 +2 23.12.12 1,232 54 12쪽
42 물고기 잡으실 거 맞죠? +1 23.12.11 1,260 54 11쪽
41 이게 더 좋은데? +2 23.12.10 1,302 50 11쪽
40 새 사장님? +3 23.12.08 1,351 44 12쪽
39 최초공개 +8 23.12.07 1,397 54 12쪽
38 계획대로 +6 23.12.06 1,434 52 12쪽
37 자기 전에는 카모마일 +5 23.12.05 1,472 54 11쪽
36 시청자가 보내준 선물의 맛 +5 23.12.04 1,499 56 12쪽
35 인정받았다 +3 23.12.03 1,513 56 12쪽
34 부모의 마음이란 +5 23.12.02 1,576 55 13쪽
» Sir? +9 23.12.01 1,584 66 11쪽
32 간다 +3 23.11.30 1,596 54 12쪽
31 소낙비 +5 23.11.29 1,692 50 11쪽
30 떡볶이엔 계란과 튀김이지! +4 23.11.28 1,797 55 12쪽
29 그땐 그랬었지~ +7 23.11.27 1,831 60 12쪽
28 좋은 친구 +11 23.11.26 1,932 55 12쪽
27 부부가 쌍으로 긁네 +6 23.11.25 2,105 62 12쪽
26 시제품 +4 23.11.24 2,001 58 12쪽
25 앞으로, 앞으로 +5 23.11.23 2,028 59 12쪽
24 범재호소인 +5 23.11.22 2,069 58 12쪽
23 웬수덩어리 +3 23.11.21 2,115 58 12쪽
22 멧돼지 잡기 +2 23.11.20 2,224 51 12쪽
21 실시간 방송을 해보고 싶다고? +5 23.11.19 2,324 63 11쪽
20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3 23.11.18 2,393 60 13쪽
19 의뢰 +10 23.11.17 2,513 72 12쪽
18 재도전의 가능성 +4 23.11.16 2,657 66 11쪽
17 과거의 몽상가 +5 23.11.15 2,736 82 11쪽
16 전해지는 마음 +6 23.11.14 2,802 78 14쪽
15 아플 땐 호박죽 +5 23.11.13 2,860 84 12쪽
14 느리게, 하지만 확실하게 +7 23.11.12 2,994 70 13쪽
13 어머니가 계셨구나? +8 23.11.11 3,103 90 12쪽
12 귀농하길 정말 잘했어 +2 23.11.10 3,417 78 13쪽
11 불닭볶음면 +7 23.11.09 3,520 95 14쪽
10 반갑지 않은 재회 +9 23.11.08 3,649 96 13쪽
9 당일 알바 +3 23.11.07 3,683 94 11쪽
8 자, 이제 시작이야! +5 23.11.06 3,967 100 12쪽
7 마법을 배우다 +3 23.11.05 4,285 99 11쪽
6 비 내리는 날은 쉬어요 +6 23.11.04 4,508 119 12쪽
5 그거 맞아? +7 23.11.03 5,249 111 12쪽
4 마법처럼······ +13 23.11.02 6,208 125 13쪽
3 드디어 우리 아들도! +9 23.11.01 7,137 152 12쪽
2 시골 사람들 +14 23.11.01 7,555 169 14쪽
1 앞이야기 +20 23.11.01 9,172 1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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