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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방

귀농 후 유튜브하는 천재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안신아
작품등록일 :
2023.11.01 00:00
최근연재일 :
2023.12.27 00:0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137,863
추천수 :
3,926
글자수 :
313,088

작성
23.11.15 23:59
조회
2,736
추천
82
글자
11쪽

과거의 몽상가

DUMMY

——휘이이잉!



건강한 생활 습관 꿀팁.


아침에 일어나면 환기가 기본이다.



“으흐으윽, 춥습니다······.”


“일어났어?”



고개를 돌리니 파자마 차림의 루시가 겨드랑이를 잔뜩 움츠리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커피?”



난 방금 내린 커피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루시는 그것을 받아 들고 잔을 뺨에 부볐다.



“갑자기 온도가 추락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전설이 있어.”


“Huh?”


“수능 날만 다가오면 귀신같이 날씨가 추워진다는······.”



루시는 커피를 입에 대었다가 바로 표정을 찡그리며 혀를 뗐다. 그리곤 설탕을 찾아 가득 넣기 시작한다.



“수능 날이 무엇입니까?”


“수능이라고 해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매년 이맘때쯤 큰 시험을 봐. 주로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들이 보지.”


“Hmm······ 13학년?”



유학 경험이 없는 나에게는 생소한 단어다.



“13학년? 그게 영국에서 가장 높은 학년이야? 한국은 고3이라고 해서, 대부분 고등학교 3학년 애들이 그 시험을 봐.”



루시가 대충 추임새를 넣으며 커피를 마셨다.



“그러고 보니까 넌 학교를 어떻게 다녔어? 마법사라면서? 그냥 일반 학교를 다닌 거야?”


“No, No. 마법 학교가 따로 있습니다. 거기 다니면 보통 학교 안 다녀도 됩니다.”


“마, 마법 학교?”



영국에 마법 학교라면······.


나는 고성으로 이어진 철로를 달리는 기차와, 우편물을 나르는 부엉이 같은 환상적인 장면을 떠올리며 입을 벌렸다.



“호그와트 아닙니다.”



루시가 내 마음속을 읽었는지 깔깔 웃었다.



“생각 안 했거든······.”



나는 괜스레 뺨을 긁으며 시선을 돌렸다.



“보고 싶습니까?”


“응?”


“내 학교. 보고 싶습니까?”


“진짜? 어떻게?”



나는 흥분해서 루시에게 되물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그중에서도 판타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희망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당신 마법 수준 꽤 올라왔습니다. 이제 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할 일 끝나면 시도합니다.”


“!”



커피를 마시며 하는 루시의 말에 나는 순간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ㅈ, 진짜지 너!”



내 반응에 루시가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귀엽습니다. 당신 눈동자 아이처럼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얼른 일 끝냅니다하으읏······ 추습니다······.”



그러고는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며 커피를 가지고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의지가 충만해짐을 느꼈다.


바로 노트북 앞에 앉아 여태껏 없던 속도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하암······.”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가 기지개를 켜며 작업을 마무리했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앗! 드디어 끝났습니다!”



내가 방문을 열자마자 루시가 나를 반겼다.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기다려. 먹을 거 금방 해줄게.”


“아닙니다. 오늘은 내가 합니다. 저번의 내 고향 요리는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ㄱ, 괜찮아······ 내가 해줄게······.”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다.


이 녀석의 요리는 정말 끔찍하게 맛이 없었다. 혜자 여사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정도로 절망적인 요리 실력.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시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검지를 쭉 뻗어 내민다.



“No, No, No! 나는 은혜를 갚습니다! 거기 앉아 있습니다!”



이 녀석,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하지만 난 당신이나 엄마처럼 맛있는 음식 못합니다······ 라면으로 만족합니다!”


“라, 라면 좋지! 맛있지!”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루시는 라면조차 잘 끓이지 못했다, 물 조절을 전혀 못 해서 항상 한강 물이 되거나, 엄청나게 짜거나. 그 둘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루시 전용 물컵과 타이머를 만들어서, 이 냄비에, 이 정도의 물을, 정확히 이 정도의 시간 동안 끓일 수 있게 했다. 물컵에는 선을 그어 두었고, 타이머는 미리 시간을 다 맞춰 두었다.


그 이후로 루시의 라면은 먹을만한 정도가 되었다. 루시가 제대로 끓인 라면을 맛본 어머니가 찔끔 눈물을 흘렸던 것이 기억난다.



“······.”



루시는 조용히 냄비 속의 물을 노려보고 있었다. 쉬이이이, 하고 가스 불이 올라오는 소리가 정적을 채운다.



——뽀글!



기포 하나가 올라오고, 뒤이어 두 개, 세 개······.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루시는 재빨리 봉지를 까서 면과 스프를 넣고 다시 냄비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타이머 눌러······.’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Ah.”



다행히 루시가 퍼뜩 고개를 들고 삑, 소리를 내며 타이머를 눌렀다.


나는 깊은숨을 내쉬고 소파에 머리를 기댔다.



‘아니, 라면 끓이는 게 뭐라고 대체······.’



그렇게 긴장감 넘치는 4분이 지나갔다.



——삐비비빅! 삐비비빅!



줄곧 냄비를 노려보던 루시가 재빨리 냄비의 불을 끄고 타이머를 정지시켰다.



——짝, 짝, 짝, 짝!



나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서 물개박수를 쳤다.


장하다 영국여자. 장하다 루시.



“후후후. 나를 더욱더 찬양합니다.”



루시의 콧대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았다.



“계란은 다음에 넣습니다. 고난이도 스킬입니다.”



당신께는 아직 어려운 기술입니다만, 언젠가는 분명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고마워.”



나는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고, 식기를 꺼내어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루시가 싱글벙글 웃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를 받침대 위에 올려두었다.



“······.”



그런데······.



“루시.”


“? 왜 그럽니까? 빨리 먹습니다.”


“······너 라면 하나만 끓였어?”


“Aㅏ.”



루시가 가만히 서서 눈을 몇 번 깜박였다.


그렇게 루시는 다시금 라면과 4분의 혈투를 벌였다. 녀석을 기다리느라 내 라면은 퉁퉁 불고 말았다.



“뭐 합니까? 빨리 먹습니다.”


“괜찮아······ 난 불은 거 좋아해······.”


“입맛 참 특이합니다.”



나는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식사 후 티타임을 가져 불은 라면으로 인한 공허한 마음을 달랜다.



“준비됐어!”



나는 설렘이 가득한 목소리로 루시를 불렀다.



“당신이 이렇게 좋아하는 것은 처음 봅니다. 이유라도 있습니까?”


“난······.”



그렇게 티가 났나?


저렇게 대놓고 물어보니 갑자기 부끄럽다.



“······.”



루시가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이 녀석은 항상 나에게 솔직히 바라는 것과 감상을 말했다. 사람은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대부분 그것을 알아챌 수 없다면서.


하지만 난 여전히 부끄러웠다. 이 나이 먹고 그런 걸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안 웃을 거지?”


“?”



루시는 눈썹을 들어 올리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용기를 냈다.



“이거······ 내 채널이거든. 예전에.”



나는 루시를 내 곁으로 불러 화면을 보여주었다.



“채널이 또 있습니까?”


“그건 편집자용 채널이야. 딱히 뭘 올리거나 그러진 않았지.”


“Oh.”



처음으로 내 근처 사람에게 보여주는 채널이었다. 그곳에는 내 예전 작업물들이 올라가 있었다. 물론 조회수는 처참하다.



“난 판타지 영화 감독이 꿈이었거든. 하지만 오래전에 접었어. 이건 그 잔재들이고.”


“왜 포기했습니까?”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지······.”



서글픈 과거가 뇌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열정으로 밥도 굶어가며 꿈을 향해 달려갔던 시절. 그때는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다.



‘······하지만 분명 행복했었지.’


“이 그림은 당신이 그린 것입니까?”



루시가 화면을 콕 찍었다. 그것은 내가 예전에 구상했던 콘티들이었다.



“그림이라기에도 좀 그런 수준이지. 아. 이거 기억나. 이건 내가 예전에······.”



나는 지난 작업물들을 루시에게 보여주며 꿈을 좇던 아름다운 발자취를 되짚어 걸었다.


그때 내가 어떤 감정을 품고 이것들을 만들었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어제 겪은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때는······ 그리고 또 이건······.”



내가 문득 정신을 차린 것은 루시의 커다란 초록색 눈동자가 날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다.



“ㅁ, 미안······ 내 얘기만 했지. 이런 거 몰라서 별로 재미없을 텐데.”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내 말에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나는 당신이 말하는 영화에 대한 것은 전혀 모릅니다.”



그러더니 살짝 입술을 당겨 웃으며 이를 보였다.



“하지만 당신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나는 그것이 기쁩니다.”



그 말에 순간 가슴이 뛰었다.



“너······.”



나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손으로 눈을 감싸고 시선을 피했다.



“······.”



슬쩍 손가락 사이를 벌려 루시의 얼굴을 보았다.


오늘따라 루시의 미소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새삼 참 예쁜 얼굴이라는 생각이 든다.


큰일 났다. 너무 예쁘게 보인다.



“후후. 반했습니까? 결혼합니까?”


“아니······ 거든······.”



나는 필사적으로 루시의 말을 부정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더니, 이내 진지한 얼굴로 돌아와 직접 내 작품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훌륭합니다. 이걸 보니 당신이 마법 진도 빠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는 우리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상상하는 재능이 있습니다.”


“그거 위로야? 마법사들이 처음 스태프를 빛내는 게 한 달 정도 걸린다며? 난 그보다 2주는 더 걸렸어.”



심지어 루시는 그것을 잡자마자 빛나게 했다고 했다.


나는 새삼 내가 범재라는 것을 깨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참 씁쓸하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체 뭐가 빠르다는······.”


“당신은 막 스태프를 빛나게 한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만의 서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게 왜?”


“당신, 마법 학교 학생들에게 그 말 하면 돌 맞습니다.”



루시의 말이 점점 아리송해져 간다.



“고유 서버 개설은 마법 학교의 최종 졸업 시험입니다. 항상 많은 실패자가 나옵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내 표정을 읽었는지 루시가 내 양 뺨을 손가락으로 쭉 잡아당겼다. 녀석의 표정에는 묘한 질투감이 섞여 있었다.



“당신은 막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수능 만점 받고 졸업한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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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화해 요정 +3 23.12.23 793 41 12쪽
53 집구경 +1 23.12.22 867 38 12쪽
52 불화 +3 23.12.21 910 46 12쪽
51 영국에서의 첫날 +7 23.12.20 948 47 12쪽
50 휘황찬란한 가족사 (2) +5 23.12.19 964 40 12쪽
49 휘황찬란한 가족사 (1) +4 23.12.18 1,024 42 12쪽
48 전문 분야 +4 23.12.17 1,054 45 12쪽
47 첫 생방 23.12.16 1,070 45 11쪽
46 무탈 +10 23.12.15 1,094 48 11쪽
45 닥치고 내 돈 받아 +2 23.12.14 1,140 50 11쪽
44 두 번째 컴퓨터 +5 23.12.13 1,157 46 12쪽
43 낚시 끝 +2 23.12.12 1,232 54 12쪽
42 물고기 잡으실 거 맞죠? +1 23.12.11 1,260 54 11쪽
41 이게 더 좋은데? +2 23.12.10 1,302 50 11쪽
40 새 사장님? +3 23.12.08 1,351 44 12쪽
39 최초공개 +8 23.12.07 1,397 54 12쪽
38 계획대로 +6 23.12.06 1,434 52 12쪽
37 자기 전에는 카모마일 +5 23.12.05 1,472 54 11쪽
36 시청자가 보내준 선물의 맛 +5 23.12.04 1,499 56 12쪽
35 인정받았다 +3 23.12.03 1,513 56 12쪽
34 부모의 마음이란 +5 23.12.02 1,576 55 13쪽
33 Sir? +9 23.12.01 1,585 66 11쪽
32 간다 +3 23.11.30 1,596 54 12쪽
31 소낙비 +5 23.11.29 1,692 50 11쪽
30 떡볶이엔 계란과 튀김이지! +4 23.11.28 1,797 55 12쪽
29 그땐 그랬었지~ +7 23.11.27 1,831 60 12쪽
28 좋은 친구 +11 23.11.26 1,932 55 12쪽
27 부부가 쌍으로 긁네 +6 23.11.25 2,105 62 12쪽
26 시제품 +4 23.11.24 2,001 58 12쪽
25 앞으로, 앞으로 +5 23.11.23 2,028 59 12쪽
24 범재호소인 +5 23.11.22 2,069 58 12쪽
23 웬수덩어리 +3 23.11.21 2,115 58 12쪽
22 멧돼지 잡기 +2 23.11.20 2,224 51 12쪽
21 실시간 방송을 해보고 싶다고? +5 23.11.19 2,324 63 11쪽
20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3 23.11.18 2,393 60 13쪽
19 의뢰 +10 23.11.17 2,513 72 12쪽
18 재도전의 가능성 +4 23.11.16 2,657 66 11쪽
» 과거의 몽상가 +5 23.11.15 2,736 82 11쪽
16 전해지는 마음 +6 23.11.14 2,802 78 14쪽
15 아플 땐 호박죽 +5 23.11.13 2,860 84 12쪽
14 느리게, 하지만 확실하게 +7 23.11.12 2,994 70 13쪽
13 어머니가 계셨구나? +8 23.11.11 3,103 90 12쪽
12 귀농하길 정말 잘했어 +2 23.11.10 3,417 78 13쪽
11 불닭볶음면 +7 23.11.09 3,520 95 14쪽
10 반갑지 않은 재회 +9 23.11.08 3,649 96 13쪽
9 당일 알바 +3 23.11.07 3,683 94 11쪽
8 자, 이제 시작이야! +5 23.11.06 3,967 100 12쪽
7 마법을 배우다 +3 23.11.05 4,285 99 11쪽
6 비 내리는 날은 쉬어요 +6 23.11.04 4,508 119 12쪽
5 그거 맞아? +7 23.11.03 5,249 111 12쪽
4 마법처럼······ +13 23.11.02 6,208 125 13쪽
3 드디어 우리 아들도! +9 23.11.01 7,137 152 12쪽
2 시골 사람들 +14 23.11.01 7,555 169 14쪽
1 앞이야기 +20 23.11.01 9,172 1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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