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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후 유튜브하는 천재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안신아
작품등록일 :
2023.11.01 00:00
최근연재일 :
2023.12.27 00:00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137,866
추천수 :
3,926
글자수 :
313,088

작성
23.11.07 23:55
조회
3,683
추천
94
글자
11쪽

당일 알바

DUMMY

“Yieh~”



소식을 들은 루시는 말 그대로 방방 뛰며 좋아했다. 조회수 0과 1만 보다가 이렇게 많은 숫자를 보니 얼마나 기쁠까.



“이 정도 조회수면 굉장히 좋은 출발이야. 꾸준히 영상을 올리다 보면 구독자 수도, 조회수도 같이 계속 올라갈 거야.”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탕 묻은 토마토 조각을 입에 넣었다.



“난 오늘 서울 가봐야 해서. 점심은 꽃집에서 어머니랑 같이 먹든 해.”



그 말에 바나나를 먹던 어머니가 나에게 눈동자를 돌렸다.



“아마 밤에는 올 수 있을 거예요. 혹시 못 올 것 같으면 미리 말씀드릴게요.”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곤 화이팅하라며 엄지를 들어 올려 보였다.



“나도 가고 싶습니다.”


“따라오게? 뭐 상관은 없을 텐데 심심할 거야.”


“나 서울 가본 적 없습니다.”



나는 무덤덤하게 말하는 루시의 말에 놀랐다.



“너 그럼 공항에서 바로 여기로 온 거야?”


“난 당신 만나기 위해 한국 왔습니다. 관광 목적 아니었습니다.”



그 말에 어머니가 감동에 젖은 눈빛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 뭐 어디 데려가서 보여주고 할 시간이 없는데······.”


“괜찮습니다.”



저쪽에서 어머니의 스마트폰 화면이 반짝거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오늘 밤 안 들어와도 돼.



“어머니! 진짜!”



어머니는 제발~ 이라는 표정으로 양손 깍지까지 끼었다. 하루빨리 아들내미가 진도를 빼길 바라는 모양이다.


그렇게 루시와 함께 도착한 서울.



“오, 편집자님 오셨어요? 무리한 부탁이었는데 수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서로 돕고 사는 거죠.”



나를 서울로 부른 것은 새 사장님, 초보 싱어송라이터 박재혁이었다. 우리는 악수를 나눴다.



“아, 이쪽 분이 그······.”


“예. 루시, 여기가 내가 그때 말씀드린 아티스트 사장님. 사장님, 이쪽이 루시입니다.”



내가 아티스트라고 그를 소개하자, 박 사장이 멈춰서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뭐라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표정이었으나,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은 호의였다. 그는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실물을 뵙는 건 처음이군요. 반갑습니다. 박재혁입니다.”



둘도 짧게 인사를 나누었다.



“나 루시 포터입니다. 사장님 음악 고맙습니다. 충성 충성!”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지나가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우리를 쳐다보았다. 박 사장은 재미있다는 듯 껄껄 웃었다.



“그런 건 어디서 배웠어요? 유튜브 막 시작한 거 맞아요? 벌써 프로 같네요. 한국말도 엄청 잘하시고.”


“나는 천재입니다.”



루시의 당당한 개소리에 사장님이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



이런 타입의 대화는 처음인지, 박 사장은 다음 말을 쉽사리 잇지 못하고 있었다.



“일하러 가시죠. 루시, 여기 지갑. 뭐 먹고 싶으면 그걸로 사 먹어.”



그러자 그녀는 만세를 부르며 뒤도 안 돌아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셀카봉을 꺼내 드는 걸 보면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찍을 생각인 것 같았다.



“성격이 조금······ 독특하시네요.”


“저게 조금이요? 말씀을 참 착하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박 사장은 내 말에 소리를 내어 웃었다.



“동생 놈이 갑자기 앓아누워서······ 오늘 장사는 그냥 접을까 했었습니다.”


“동생분은 괜찮습니까?”


“예. 그냥 감기 몸살입니다.”



그가 트럭의 윙을 올리자, 웬 커다란 드럼통 같은 것이 나타났다. 흔히들 군고구마 굽는 통이라고 부르면 알아듣는, 드럼통에 굴뚝이 하나 박혀있는 한국 전통(?) 기계다.


박재혁. 그는 동생과 팍스뮤직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형제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모아둔 돈으로 푸드트럭을 구매해 노점상을 시작했다고.


먹을 것을 파는 동시에 버스킹도 간간이 하면서, 이 늦은 나이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편집자님이 시골에 사신다는 게 생각나더군요. 혹시 경험이 있으실까 하여 조심스럽게 연락드렸는데 먼 길 와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그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나에게 연신 허리를 굽혔다.



“그러지 마십시오. 저도 다 여유가 있어서 오는 것입니다. 기름값에 일당도 다 주시지 않습니까.”


“어유 아닙니다. 저번에 빵꾸났을 때 멋모르고 아무 애들이나 썼다가 다 태워먹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차로 가서 트렁크를 열었다.



“부탁하신 장작입니다.”


“이야, 어떻게 이렇게 때깔이 곱습니까? 시골 나무라 그런가, 아주 천지 차이네.”


“그리고 이것도 받으세요.”



나는 안에서 박스 하나를 더 꺼내어 그에게 건넸다.



“이건······.”



내가 그에게 건넨 것은 어머니가 직접 키운 고구마였다. 그리고 많진 않지만 비닐 봉지에 햇밤도 담겨 있었다.



“어이고, 이건 얼마입니까? 고구마 알이 참 굵습니다.”


“예? 아. 이건 그냥 드리는 겁니다.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내어주신 것입니다.”



박 사장은 어찌할 줄을 몰라 하면서 고마워하며 박스를 받았다.



“이게 시골 사람의 정인가 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편집자님. 저도 언젠가 시골에 내려가 조용히 음악 하는 게 우리 형제의 꿈입니다.”


“하하. 그때 되시면 연락하시죠. 이 고구마는 어머니께서 밭에서 직접 기른 것인데 달콤하고 맛있습니다. 밤도 전부 올해 우리가 뒷산에서 주운 것이구요. 벌레 먹은 것은 골라내어 왔습니다.”



나는 검은 봉지를 젖혀 안의 햇밤들을 보여주었다.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질이 좋아보였다.



——화르르륵!



가스 토치로 불이 붙은 잔가지 묶음을 장작 사이로 밀어 넣었다. 곧이어 굴뚝으로 연기가 새어 나오며 열기가 올랐다.



“저희가 가져온 고구마랑 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파셔도 되고, 드셔도 됩니다. 사장님 마음입니다.”


“가져다주신 게 얼마나 고마운데 저도 일단 먹어봐야죠. 그리고 동생 놈한테도 조금 가져다주고 싶습니다. 나머지는 팔아보죠? 반응이 좋으면 편집자님 댁에서만 구매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밤은 팔만한 양은 아닙니다. 손님들에게 두 개 정도 서비스로 드리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은 생각이군요. 그렇게 합시다.”


“예. 그런데······ 은박지는 혹시 없습니까?”



내 말에 버스킹 준비를 하던 박 사장이 기타를 놓고 다가왔다.



“은박지는 왜 찾으십니까?”


“저희 것도 그렇고, 사장님 것도 그렇고 밤고구마라 구울 때 은박지를 쓰는 게 좋습니다. 촉촉해져서 단 맛이 더 살아납니다.”


“!”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짓던 박 사장은 어디선가 쿠킹호일을 잔뜩 사 들고 돌아왔다.



“제가 가도 됐는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방금 알려주신 비결 값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비결이라뇨······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



사람이 참 좋았다.


박 사장은 넉살 좋게 웃어 보이고는 다시 기타를 들고 앰프를 만지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가 가져온 고구마 박스를 열었다. 땅에서 캔 지 별로 되지 않아 흙도 묻어있고 아주 싱싱하다. 강 사장의 고구마가 탁한 빛을 띄고 있다면, 우리 것은 진한 자주색이었다.


그런데······.



“사장님, 혹시 이 고구마들 그대로 넣어 구우셨습니까?”


“예? 예. 그냥 대충 툭툭 털어서 불통에 넣으시면 됩니다.”



고구마는 굽기 전에 씻는 것이 좋았다. 물론 노상에서 판매하는 것이라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가끔씩 흙 알맹이 같은 것이 씹히는 것은 결코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 게다가 은박지와 더해, 껍질이 쉽게 타는 것을 막아준다.


슬쩍 그쪽을 바라보니 박 사장은 이번 버스킹을 촬영할 카메라를 만지고 있었다.


표정을 보니 저 일을 참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꿈을 좇는 자의 얼굴은 언제나 아름답다.



‘음······.’



알바생으로 온 주제에 박 사장에게 뭔가 또 시키기에 미안했다.



“몇 분 안에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나는 근처 슈퍼마켓에서 생수 한 묶음과 작은 플라스틱 대야 하나를 사 왔다.



“사장님! 제가 팔아본 적은 없어서 그런데, 하루에 몇 박스 나갑니까?”


“요즘 잘들 안 사가서······ 많으면 한······.”



이윽고 이어지는 대답을 듣고 계산이 선 나는 고구마 몇 개를 씻어 은박지에 감싸 불통에 넣었다.


밤에는 칼집을 내고 넣었다. 그렇지 않으면 밤이 저 안에서 총알이 된다.



——♪♬~



경쾌한 통기타 소리가 오후 공기를 파고들었다.


지금은 박 사장의 동생이 없었지만, 이 형제는 번갈아 가면서 일을 하며 버스킹을 했다. 합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손님이 없을 때 그러는 것 같았다.



‘생음악 들으면서 일하는 것도 괜찮네.’



버스킹하는 사람 옆에서 군고구마 굽기.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꽤 많은 곡이 지나갔다. 그리고 손님이······.



‘정말 없네.’



일당을 받는 게 미안해질 정도였다.


박 사장의 기타와 노랫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듣는 시민은 여럿 있었지만, 그것이 군고구마 구매자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곳 거리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지나다녔다.


박 사장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런 쪽으로는 눈이 영 없는 것 같았다.


나였다면 버스킹을 즐기며 먹기 좋은 간편한 음식을 팔았을 것이다.


뭐 고구마를 쓰고 싶다면 맛탕? 아니면 더 간편하게 그냥 커피 같은 것을 팔아도 될 것 같다.


날이 추워지는데 가만히 서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따뜻한 것을 찾고 싶어지는 법이다.



“노래해 보고 싶으신 분 계세요? 반주 맞춰드립니다!”



갑자기 사장님의 고함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저쪽 일도 쉽지 않네. 난 저렇게 용기 있게 말 못 할 거야.’


“······.”



하지만 나서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불을 곁눈질 하며 대중들을 보았다.



‘이거 편집각이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역시 나서는 이는 없다.


대중들 역시 누구 있나, 하면서 서로 고개를 돌리며 두리번거릴 뿐이다.


그렇게 박 사장이 머쓱해하고 있는데, 어디서 누가 손을 번쩍 드는 것이 보였다.


그 사람은 손을 높게 든 채,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튀어나왔다.


외국인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엥?”



나는 당황스러워서 소리를 냈다.


언제왔는지 떡꼬치를 입에 물고 있는 루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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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화해 요정 +3 23.12.23 793 41 12쪽
53 집구경 +1 23.12.22 867 38 12쪽
52 불화 +3 23.12.21 910 46 12쪽
51 영국에서의 첫날 +7 23.12.20 948 47 12쪽
50 휘황찬란한 가족사 (2) +5 23.12.19 964 40 12쪽
49 휘황찬란한 가족사 (1) +4 23.12.18 1,024 42 12쪽
48 전문 분야 +4 23.12.17 1,054 45 12쪽
47 첫 생방 23.12.16 1,070 45 11쪽
46 무탈 +10 23.12.15 1,094 48 11쪽
45 닥치고 내 돈 받아 +2 23.12.14 1,140 50 11쪽
44 두 번째 컴퓨터 +5 23.12.13 1,157 46 12쪽
43 낚시 끝 +2 23.12.12 1,232 54 12쪽
42 물고기 잡으실 거 맞죠? +1 23.12.11 1,260 54 11쪽
41 이게 더 좋은데? +2 23.12.10 1,302 50 11쪽
40 새 사장님? +3 23.12.08 1,351 44 12쪽
39 최초공개 +8 23.12.07 1,397 54 12쪽
38 계획대로 +6 23.12.06 1,434 52 12쪽
37 자기 전에는 카모마일 +5 23.12.05 1,472 54 11쪽
36 시청자가 보내준 선물의 맛 +5 23.12.04 1,499 56 12쪽
35 인정받았다 +3 23.12.03 1,513 56 12쪽
34 부모의 마음이란 +5 23.12.02 1,576 55 13쪽
33 Sir? +9 23.12.01 1,585 66 11쪽
32 간다 +3 23.11.30 1,596 54 12쪽
31 소낙비 +5 23.11.29 1,692 50 11쪽
30 떡볶이엔 계란과 튀김이지! +4 23.11.28 1,797 55 12쪽
29 그땐 그랬었지~ +7 23.11.27 1,831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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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앞으로, 앞으로 +5 23.11.23 2,028 59 12쪽
24 범재호소인 +5 23.11.22 2,069 58 12쪽
23 웬수덩어리 +3 23.11.21 2,115 58 12쪽
22 멧돼지 잡기 +2 23.11.20 2,224 51 12쪽
21 실시간 방송을 해보고 싶다고? +5 23.11.19 2,324 63 11쪽
20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3 23.11.18 2,393 60 13쪽
19 의뢰 +10 23.11.17 2,513 72 12쪽
18 재도전의 가능성 +4 23.11.16 2,657 66 11쪽
17 과거의 몽상가 +5 23.11.15 2,737 82 11쪽
16 전해지는 마음 +6 23.11.14 2,802 78 14쪽
15 아플 땐 호박죽 +5 23.11.13 2,860 84 12쪽
14 느리게, 하지만 확실하게 +7 23.11.12 2,994 70 13쪽
13 어머니가 계셨구나? +8 23.11.11 3,103 90 12쪽
12 귀농하길 정말 잘했어 +2 23.11.10 3,418 78 13쪽
11 불닭볶음면 +7 23.11.09 3,520 95 14쪽
10 반갑지 않은 재회 +9 23.11.08 3,649 96 13쪽
» 당일 알바 +3 23.11.07 3,684 94 11쪽
8 자, 이제 시작이야! +5 23.11.06 3,967 100 12쪽
7 마법을 배우다 +3 23.11.05 4,285 99 11쪽
6 비 내리는 날은 쉬어요 +6 23.11.04 4,508 119 12쪽
5 그거 맞아? +7 23.11.03 5,249 111 12쪽
4 마법처럼······ +13 23.11.02 6,208 125 13쪽
3 드디어 우리 아들도! +9 23.11.01 7,137 152 12쪽
2 시골 사람들 +14 23.11.01 7,555 169 14쪽
1 앞이야기 +20 23.11.01 9,173 1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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