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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무새 님의 서재입니다.

왕의 어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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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상상무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1
최근연재일 :
2024.05.31 17:3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89
추천수 :
2
글자수 :
122,627

작성
24.05.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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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5화. 그 사건?

DUMMY

경악한 목소리가 천막을 가득 채웠다. 나는 또다시 망치로 책상을 두드리며 그들의 소란을 진정시켰다.


“자자, 여러분 정숙해주세요. 조슈아, 네 스키 스톡의 지름이 상처와 아주 흡사하다는 결과가 나왔어. 할 이야기가 있어?”


“당연하지. 스키 스톡의 지름과 상처의 지름이 흡사해서 참 공교롭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건 우연의 일치일 뿐이야.”


“하...! 우연의 일치라고?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아. 흉기인 ‘스키 스톡’은 어디에 숨겨뒀지?”


“흉기가 아니고, 애초에 숨긴 적 없어. 스키 스톡은 별장에 두고 왔다고.”


“재판장! 별장에 두고 왔다는 말도 거짓말일 수도 있어.”


“황당하군. 아까 사람을 보내서 확인해보라고 했잖아? 5일 뒤에 결과가 나올 거야. 내 스키 스톡은 별장에 있고, 혈흔 같은 건 묻어 있지도 않을 거라고.”


“별장 관리인들의 말을 어떻게 믿지? 그들은 네 아랫사람이야. 네가 그들을 협박하거나 입막음이라도 한다면, 그들은 너의 죄를 함구하겠지!”


“장난쳐?!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자들이야! 그들을 모욕하지 마!”


“자자, 두 사람 다 언성을 낮추세요. 일단, 별장 관리인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5일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면... 법정을 휴정했다가 5일 뒤에 다시 열까요?”


“아니. 그러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미안하지만 난 여기 오래 머무를 수가 없는 입장이거든.”


테오가 다급하게 말했다.


“여행자가 뭐 그리 바쁘나? 여유롭게 세상을 떠돌면 될 텐데.”


조슈아가 비아냥거렸다.


“여행의 목적은 누구나 있는 법이야. 시간을 여기서 많이 쓸 수는 없다고. 그러니 존경하는 재판장! 나는 관문 근처의 수색을 요청하고 싶어. 내 추리가 옳다면 분명 한스를 죽인 진짜 흉기, ‘스키 스톡’이 이 근처에서 발견 될 거야! 그러면 저 병아리가 범인이란 진실이 밝혀지겠지.”


“...흐음”


“형, 나를 믿지 않는 거야?”


“아니야. 믿어. 관문 근처를 수색해도 ‘스키 스톡’ 같은 건 나오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러니까 수색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형!”


“피고인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어. 그러니 그의 결의를 봐서라도 재판장에서 내뱉는 의견은 존중해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해. ...괜찮지?”


결백하다면.


뒷 말은 삼켰지만, 조슈아가 내 뜻을 알아차린 건지 심호흡을 하면서 자세를 바로 잡고 눈을 감았다.


“알겠어.”


“고맙군! 재판장!”


“경비병 여러분,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관문 근처를 수색할 것을 명합니다. 관문 근처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면 반드시 가지고 오셔서 보고하시길 바랍니다.”


““예!””


경비병들이 우르르 나가버렸다.


“이제야 모든 진실들이 밝혀지겠군! 하! 노란 병아리인 줄 알았는데, 속이 시꺼먼 병아리인줄이야”


테오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어. 설레발 치지 마.”


“하지만 내 검은 흉기가 아니었어. 하지만 스키 스톡이 발견된다면 내 추리야 말로 진상이 되겠지.”


피고인의 당당한 태도에 방청석이 많이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들에게 잠시 조용히 하고 나에게 집중해달라고 부탁한 뒤, 입을 열었다.


“그럼, 수색 보고가 오기 전까지 피고인의 추리를 들려주세요. 조슈아, 피고인의 추리를 듣다가 할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발언하도록 해.”


여태까지 막 발언하긴 했지만.


“알겠어.”


“좋아! 재판장. 내 추리를 들려주지.”


테오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동기는 알 수 없지만 조슈아는 영지민인 한스를 관문 밖에서 죽였어.”


“내가 왜? 나에겐 그럴 동기가 없어.”


테오가 한 마디 떼자마자 조슈아가 바로 태클을 걸어왔다.


“평소 한스와 아는 사이었던 거지.”


“아니. 난 그의 이름조차도 몰랐는데.”


조슈아의 말에 테오가 조금 민망한 표정이 되었다.


“그, 그럼 뭔가 접점이 있었다거나...? 관문 앞에서 기다리는 도중에 그대를 놀렸다거나...?”


조슈아가 굉장히 하찮아 하는 눈빛으로 테오를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저어,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만, 경비 대장으로서, 조슈아님이 이방인을 체포하면서 소리를 지르기 전까지는 관문 밖에서 어떠한 소란도 있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다투는 목소리 같은 것도 없었다는 거지요.”


“젠장...! 외부인인 나에게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너무 불리하잖아! 재판장! 평소에 조슈아와 한스가 아는 사이었어?! 명확하게 이야기 해 줘!”


난 일주일 전에 이 소설 속 세상에 빙의한 사람이라서 잘 모르는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조슈아와 한스의 관계에 대해서 아는 분이 있으십니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볍게 한 이야기였는데, 방청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천막 안에서 수군수군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모이고 커져서 웅성웅성하는 거대한 소리로 변했다.


어라?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한데?


“혹시 아는 분이 있으시다면, 손을 들어 주십시오. 법정에서는 솔직해야 합니다. 신성한 법정에서 거짓을 말하면 벌금 100실버 혹은 태형 10대의 형벌을 받게 됩니다.”


내 발언에 방청석이 크게 술렁거리더니,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선의 마지막에는 조슈아에게 닿았다.


설마, 조슈아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건가?


쿵쿵-!


“지금 솔직하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저를 속이셨으므로 귀족 능멸죄까지 적용해서 처벌하겠습니다. 귀족을 능멸한 자는 사형에 처합니다. 어서, 조슈아와 한스의 관계를 아는 분이 있다면 손을 들어주세요!”


내가 망치로 책상을 내리치며 크게 소리치자,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더니 더 크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결국 한 두 명 씩 조심스럽게 손을 들기 시작했다.


“무슨...!”


“뭐야...?!”


나와 테오의 입에서 당황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청석에 앉아 있는 거의 대부분의 영지민들이 조슈아와 한스의 관계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다고 손을 들었다. 그걸 본 조슈아는 조용히 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팔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


나는 방청석에서 성실하게 재판을 보고 있던 어느 영지민을 지목해서 내 앞에 세웠다.


“방청인, 갑자기 이렇게 불러서 미안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는 불안한 표정으로 힐끗힐끗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있던 조슈아가 한숨을 푹 쉬고 눈을 뜨자 소시민은 몸을 움츠리며 조슈아를 외면하듯이 고개를 돌렸다.


“이름과 나이를 말해주시겠습니까?”


“보리스입니다. 19살이고, 영지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도자기요? 기술자셨군요. 대단합니다.”


“아, 아닙니다. 아직은 많이 미숙한 초보입니다. 언젠가, 제가 만든 식기를 도련님과 영주님께서 꼭 사용해주실 날만을 기다리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나면 보리스 씨가 일하는 공방에 꼭 들리겠습니다. 그동안 만든 작품을 구경시켜주세요.”


“공자님께서 오신다면, 정말 영광일 겁니다!”


다행히 나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긴장이 좀 풀렸는지 굳어있던 표정이 많이 풀렸다.


“보리스 씨, 조슈아와 피해자는 평소에 아는 사이었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제가 아는 것은 평소의 친분 관계가 아니라... 두 분 사이에 있었던 ‘그 사건’만 알고 있습니다. 아마, 뒤에 앉아 계신 분들도 모두 ‘그 사건’을 알고 있기에 손을 들었을 거예요.”


“‘그 사건’이요?”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일이 있었나보군! 어서, 어서 들려주십시오!”


테오가 보리스를 재촉했다.


“그건 지금으로부터 열흘 전에 있었던 ‘눈 축제’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축제에서 만든 얼음 동상과 눈 조각들을 보셨지요?”


“관문 밖에 있는 독수리 동상과 눈사람들 말인가요?”


“네. ‘독수리 동상’을 조각한 사람이 바로 한스 형님이었습니다.”


“그랬군요.”


“피해자가 만든 동상이었군. 지금은 녹아버린 모습이긴 했지만 다리와 발톱의 묘사가 아주 훌륭했어. 실력이 꽤 뛰어난 조각가였나보네.”


테오가 짧은 감상평을 얹었다.


“네. 한스 형님이 원래 조각 실력은 정말 뛰어나셨습니다. 섬세하고 우아한 작품이 많이 탄생했지요. 다만 실력과 다르게 성격이... ‘불’과 비슷하셨죠.”


“다혈질이었다는 말인가요?”


“예. 거친 성격 때문에 평소에도 사람들과 마찰이 잦았습니다. 스승님과 싸우고 빈손으로 화실을 나오게 되자 여기저기에서 돈을 빌리기도 하고, 외상값도 많이 달아뒀습니다. 그래서 영주님이 ‘눈 축제’를 열겠다고 하셨을 때, 한스 형님은 영주님의 눈에 띄고 싶어서 조각가로 참여하셨습니다. 혹시나 영주님이나 그 자제분들께서 형님의 실력을 알아보시고 의뢰를 하나라도 맡겨 주신다면 돈을 벌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런데, 거기서... 사건이 터진 겁니다.”


“조슈아와 관련된 ‘그 사건’ 말인가요?”


“네. 조슈아님께서 한스 형님을 마구잡이로 구타하셨습니다. 그것도 영주님이 있는 자리에서요. 축제 초반에 참여했던 영지민의 대부분이 그 광경을 봤습니다.”


!


“공자님, 아, 재판장님도 그 자리에 있으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가요?!”


“아, 아니셨나요?! 죄송해요! 잠깐 헷갈렸나봅니다. 고, 고의로 거짓을 말한 게 아닙니다. 벌금 100실버만큼은 제발...!”


보리스가 양 손으로 기도하듯이 깍지를 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100실버가 얼마인지 잘 모르겠지만, 꽤 많은 금액인가보다.


“위증죄는 그렇게 쉽게 적용하지 않으니, 너무 겁내지 마세요.”


“가, 감사합니다... 조금 더 신중하게 말하겠습니다.”


“보리스. 둘째 공자님이 왜 영주 앞에서 피해자를 구타했는지 알고 있어요?”


테오가 부드럽게 말했다.


“소문으로 듣기엔, 한스 형님이... ...첫째 공자님을 모욕했다고 합니다.”


첫째 공자...라고?


“저요?”


나의 되물음에 보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저는 실제로 보지 못했습니다만, 축제의 처음부터 함께했던 분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때, 한스 형님은 축제에서 독수리 조각상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라인베르크의 상징이라고 하면 바로 독수리가 아니겠습니까? 백작님과 백작부인, 그리고 첫째공자님과 둘째공자님, 그리고 막내인 앨리스 공녀님을 상징하는 다섯 마리의 독수리를 조각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첫째 공자님을 상징하는 독수리 조각상의 모양이... 좀 이상했다고 합니다.”


“뭐가 이상했단 거죠?”


“다른 독수리들은 모두 늠름하고 고고한 모습이거나, 멋지게 비상을 하는 모습이었는데... ...첫째 공자님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독수리 상만 좀 이상하게 조각을 했었대요. 보는 구도에 따라서 다리 한 쪽이 없는 것처럼 보이고, 날개가 기이하게 접혀 있는 것처럼 보여서... 마치 날개가 꺾여버린 독수리처럼 보였다고 해요. ...저는 축제에 늦게 참여한 탓에 다섯 개의 독수리상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 조각상을 본 조슈아님이 화가 나서 5개의 독수리 얼음상을 전부 부숴버렸고, 자신의 작품이 박살나자 한스 형님이 불같은 성미를 이기지 못하고 화를 냈답니다. 그래서 싸움이 터졌고, 그대로 조슈아님께서 한스 형님을 무자비하게 구타하셨대요.”


내가 빙의하기 전에 그런 일이 있었구나...


천막 내부의 공기가 조금은 무거워졌다. 방청객과 보리스는 내 눈치를 살폈고, 조슈아는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있었다.


테오는 미간을 좁히며 나와 조슈아를 번갈아보고 있었다.


“...조슈아.”


“응.”


내가 부르자 그제야 조슈아가 눈을 떴다.


“보리스의 진술에서 틀린 점이 있거나, 소문이 과장되어 해명을 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말해주겠어?”


“딱히 없어.”


“없다고?”


“그래. 그가 한 말은 대부분 과장되지 않은 사실이야. 한스는 감히 어쭙잖은 재주로 귀족을 능멸했어. 처벌 받아 마땅한 자였지.”


“그래서... 죽인 건가?”


테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


조슈아는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손가락만 움직여 팔뚝을 툭툭 쳤다.


너, 왜 대답을 안 해?!


속이 바짝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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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원점? +1 24.05.27 7 1 13쪽
16 16화. 관문에 대해서 24.05.24 5 0 14쪽
» 15화. 그 사건? 24.05.23 7 0 13쪽
14 14화. 흉기 24.05.22 8 0 12쪽
13 13화. 조사 결과 24.05.21 8 0 13쪽
12 12화. 체포한 근거 24.05.20 5 0 12쪽
11 11화. 개정! 24.05.17 6 0 13쪽
10 10화. 의심과 단서 24.05.16 5 0 13쪽
9 9화. 조사 시작 24.05.15 8 0 12쪽
8 8화. 이방인의 정체 24.05.14 9 0 13쪽
7 7화. 진실을 밝혀봅시다. 24.05.13 11 0 13쪽
6 6화. 억울한 사람 24.05.10 8 0 14쪽
5 5화. 마중을 나가다 24.05.10 10 0 15쪽
4 4화. 소설 속 세상에 적응하기 24.05.09 13 0 13쪽
3 3화. 왜 그랬을까요? 24.05.09 11 0 11쪽
2 2화. 후회와 의문 24.05.08 14 0 12쪽
1 1화. 후회와 빙의 24.05.08 3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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