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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무새 님의 서재입니다.

왕의 어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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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상상무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1
최근연재일 :
2024.05.31 17:3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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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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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122,627

작성
24.05.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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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7화. 진실을 밝혀봅시다.

DUMMY

“이 분의 결박을 풀어주세요.”


내 말에 경비병과 조슈아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예?!”

“뭐라고?!”


“이렇게 순순히 믿어 주는 건가? 날... 풀어주는 건가?!”


그렇게 말하는 테오도 얼떨떨한 목소리였다.


“아뇨, 풀어주는 것은 아직 안됩니다. 손이 뒤로 묶여 있는 상태로 오래 있으면 몸이 망가지니, 손을 앞으로 해서 다시 묶죠.”


“허...! 언제는 믿어줄 테니 진실을 말하라며!”


“테오 님, 당신은 결백을 주장하셨습니다. 저도 당신을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 동생은 당신을 범인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조슈아가 아무 이유 없이 타인을 체포할 사람이 아니에요. 필시 그럴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믿습니다.”


조슈아가 옆에서 민망하다는 듯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후우, 결국은 혈육을 믿는다 이거지?”


손을 앞으로 다시 결박당한 테오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혈육이라서 믿는 다기 보단, 그가 소설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믿는 거다. 이 세상은 억울한 사람으로 가득 차있고, 주인공은 억울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니까. 아직 각성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주인공이 설마 억울한 사람을 만들겠어?


“저는 두 사람의 말을 모두 믿고 싶습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진실을 밝혀봅시다. 어떻습니까?”


“뭐?”


“결백하시다면서요. 거짓말이었습니까? 살인범이라서 진실이 드러날까 두려우십니까?”


“아니야.”


“그렇다면 당당하게 협조해주십시오. 지금부터 살인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밝혀봅시다.”


“협조라고?”


고개를 끄덕인 뒤, 나는 경비대장을 찾아 그에게 말을 걸었다.


“경비대장님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관문이 다섯 시간 동안 닫혀 있었다고 하는데, 문을 닫기 전에 혹은 그 직후에 관문 근처에 있었던 영지민이 있었나요?”


“아뇨. 아무도 없었습니다.”


“확실한가요?”


“확실합니다. 관문 밖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관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경비대는 관문 안에서 경계를 서고 있었죠. 나무를 하려고 관문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저렇게 모였긴 하지만, 저들을 내보내지는 않았습니다. 저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시신이 발견되었고, 그 자리에 살아 있는 사람은 오직 저 이방인뿐이었습니다. 조슈아님은 이방인을 체포하셨고요.”


흐음...


“관문 밖에서 시신이 발견 되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오직 이방인뿐이었어. 그럼 범인은 뻔 하잖아.”


그러네. 테오 밖에 없단 이야기가 되는데?


내 눈빛을 읽은 건지, 테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정말 억울하다니까! 믿어줘! 범인이 아니라고!!”


“이런 상황인데도 아니라고 주장하네.”


“돌머리인가보지. 아니면, 뻔뻔하거나.”


조슈아가 짧게 말했다.


“둘 다 일수도 있고요.”


경비 대장이 조슈아를 거들었다.


“뭐든 고문을 하면 털어놓을 겁니다.”


“묶어놓고 불을 질러보자니까 그러네. 신이 구원해주실지도 모르잖아.”


정작 그렇게 말하는 조슈아는 신을 독실하게 믿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잠깐, 그렇다면 그냥 죽이자고 말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잖아? 너 주인공이라고!


“그러지 말고 저렇게나 억울하다고 하니, 명명백백하게 억울한 점이 남지 않도록 진상을 밝혀봅시다. 저희들이 정말 무언가를 놓쳤을 수도 있고요.”


“으음... 공자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저기 있는 영지민들도 붙잡아두겠습니다. 이방인이 정말 결백한 사람이라면 진짜 범인은 저 사람들 사이에 숨었을 겁니다. 여기 있는 자들 중에서 시장으로 되돌아간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저 분들에게 시간을 내어달라 부탁할 수 있어요?”


“공자님께서 원하신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탐문을 좀 하면 금방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렇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여러분, 집중하십시오! 지금부터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집으로 귀가할 수 없습니다!”


“네에에에?!”

“이게 무슨 짓이에요?!”

“나무하러 가야 하는데...!”


주변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당황해서 어버버 하고 있는 사이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경비병들이 순식간에 사람들이 도망갈 수 없도록 포위했다.


“만약 저 외부인이 범인이 아니라면,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범인이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경비대의 활동에 협조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협조하지 않을 시에는 왕의 이름하에 태형 10대의 처벌을 받습니다.”


앗, 방금 내가 한 말을 들으셨나보다.


경비병의 고함소리에 영지민들의 삼삼오오 모여서 웅성거렸다.


“설마, 공자님께서 ‘그걸’ 하시려는 건가?! 그래서 우리를 못 가게 잡아두시는 거야.”

“맙소사. ‘그걸’ 한다고?”


‘그거’가 뭐지?


“형. 영지민들까지 붙잡아둬야겠어? 저들 중에서 범인이 있다고 생각해?”


조슈아가 말했다.


“테오 님이 정말 결백하다면, 그리고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됐다면, 그리고 경비대장이 사실을 말했다면, 범인은 저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나도 시장에서 이쪽으로 오는 동안, 관문에서 시장으로 달려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 만약 진짜 범인이 따로 있다면, 저들에게 섞여 있을 거란 경비대장의 말에 신빙성이 있다는 거지.”


“알았어. 형의 뜻이 그렇다면야 ‘그걸’ 준비할게”


“그거?”


하지만 조슈아는 내 물음을 듣지 못했는지, 경비병들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손이 남은 경비병들이 후다닥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한 무리는 시신을 향해, 다른 한 무리는 길을 따라 어디론가 뛰어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저런 이방인 때문에...! ”

“아이고! 오늘 하루 종일 덜덜 떨게 생겼구만...!”


테오도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지 당황했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데, 무슨 일을 하려는 건데?!”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대답을 해주지 않았기에, 답답했는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대,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지?”


“아, 저도 잘ㅡ”


“형에게서 떨어지라고 했지?”


어느덧 경비병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온 조슈아가 테오와 나 사이에 끼어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설명해줬으면 좋겠어. 병아리.”


“병아리라고 하지 마! 형은 당신의 결백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거야. 차기 백작으로서 ‘그걸’ 하겠단 거지.”


“차기 백작으로서 ‘그거’? 아! 하... 하하...! 하하하! 고마워! 정말 고마워! 트로이안이라고 했나?! 세상에 이방인을 믿어주는 자를 이렇게 만날 수 있을 줄이야...! 오늘은 신에게 감사 기도를 드려야겠어!”


테오는 감격했다는 듯 소리쳤다. 감정이 격해진 테오를 내버려두고, 잠깐 조슈아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목소리를 낮췄다.


“저기, 조슈아. 잠깐만. 지금 뭔가 상황이 돌아가는 게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왜?”


“‘그거’가 대체 뭐야? 내가 뭘 한다는 건데?”


“지금 이 자리에서 ‘재판’을 하겠단 말 아니었어?”


“아니, 난 재판처럼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말이었어.”


“그게 그거잖아.”


“아니라니까?”


방금처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허상을 제거하는 일을 하면 오직 진실만이 남아서 빛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만화 속에 나오는 탐정처럼 탐문을 하고 증거를 검토해보겠단 의미였지 ‘재판’을 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이 소설도 원래 탐문을 하고, 주인공인 조슈아가 명탐정처럼 뛰어난 관찰력과 추리력을 이용해 순식간에 진상을 밝히는 내용이었다.


“무슨 소리야? 왜 모르는 척 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의 결백을 밝히려면 당연히 법적인 판결이 필요해. 그걸 형이 대신해주겠다는 말 아니었어?”


“뭐?! 아니야! 내가 재판을 왜 하는데?!”


애초에 재판은 ‘영주’의 권한이잖아! 잘못하다간 백작님이 하극상이라 생각하고 나를 미워하시게 될 지도 모른다고!


낯선 땅에서 권력자의 미움을 사는 건 절대 사양이다!


내가 놀라서 펄쩍 뛰자, 감격을 하던 테오의 표정이 변했다.


“아니, 그대! 이보쇼! 언제는 내 결백을 믿는 다더니?! 역시 형제 둘이서 나를...! 아오! 잠깐만! 내가 소도 아닌데 이렇게 강제로 끌고 가기 있어?!”


테오가 화들짝 놀라며 경비병들에게 태클을 걸었다.


“그건 당신이 자꾸 공자님들에게 들이대니까 그러지! 공자님들께 떨어져라! 이방인! 안전거리를 유지해!”


경비병이 테오를 강제로 붙들고 질질 끌고 가며 소리쳤다.


“조슈아, 지금 이런 상황에 고백해서 정말 미안한데... 실은 네가 저택을 떠나온 사이에 나에게 많은 일이 있었거든. 그래서 네가 아는 내 모습과 조금 다를지도 몰라.”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나, 일주일 전에 기억상실증이라고 진단 받았어.”


“...기억상실? 그... 연극에서나 나오던 병을 말하는 거야?”


“응.”


“농담이지?”


“진짜야! 그래서 지금 하려는 재판이 어떻게 진행 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설명해줘. 아니, 기왕이면 재판 제도에 대해서 간략하게 요약 좀 해줘! 재판이 뭔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뭐?!”


“빨리...! 부탁할게! 나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는 거야?”


“열 살짜리 아이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해. 정말 아무것도 안 떠올라서 그래. 앨리스를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고...!”


“맙소사...! 알았어. 원래 재판은 세 개의 필수 요소가 있어야 성립해. 각 영지에 설립되어 있는 ‘재판소’에서, 영주인 ‘재판장’이 참여하여, 법률에 따라 ‘피고인’을 심판하지. 그 셋 중 하나라도 없으면 재판이 성립되지 않아. 원칙은 그렇지만 백작 이상의 대귀족들은 ‘상급 재판권’이라고 해서 ‘재판소’라는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는 특권을 누리고 있어. 대귀족이 있는 장소야말로 재판소가 된다고 보거든. 그리고 대귀족의 후계자에겐 상급 재판권이 소급 적용돼.”


!


“그럼... 내가 영주님을 대신해서 재판장이 될 수 있다는 거야?”


“그래. 형은 당장 이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판결을 내리고, 심지어 형벌을 즉각 집행할 수도 있어. 원래는 경범죄에 한해서만 소급되지만, 특별한 상황일 경우에는 중범죄를 다루는 것도 가능해.”


나도 모르게 입을 살짝 벌렸다.


“그럼, 지금 사안은 내가 다룰 수 없잖아. 살인은 중범죄지?”


“형이 그랬잖아. 흉악한 살인범이 영지 안에서 활개치고 다니면 안 된다고. 그 명분 하나면 지금 당장 재판을 열기에 충분해. 영지를 수호하기 위해서 사안이 급박한 지금 이 자리에는 영주님 대신 차기 영주님이 계시니까 말이지. 선조치 후보고 하면 돼. 영지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야.”


“아...”


“지금 당장 저 자에게 유죄를 선고해. 그러면 사형이 집행될 거야.”


“잠깐만. 증거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는데?!”


“아무것도 없어도 상관없어.”


“말도 안 돼... 만약 잘못 심판하면, 그 죄는 어떻게 감당하는 건데?”


“죄가 되질 않는데, 어째서 감당할 생각을 해? 형이 ‘유죄’라고 판결했잖아. 그럼 유죄인거야. 증거가 있든 없든 간에.”


무슨...!


조슈아의 차가운 목소리에 등골이 서늘했다.


“적어도 너는 그런 말 하면 안 돼.”


“왜?”


주인공이니까!


억울한 사람을 구해주는 영웅이 되어야 할 사람이잖아. 아무리 각성하기 전이라고 하지만, 주인공이 할 발상은 아닌 걸.


“내 동생은 진실을 추구했으면 좋겠어.”


네가 주인공이라서 그렇다는 명분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으니, 그렇게 둘러댔다.


“조슈아, 너는 정말 테오 님이 범인으로 보여? 저 사람의 눈을 봐봐. 확실해?”


“이방인을 높이지 마.”


“그럼 테오 씨.”


“그냥 이름만 부르지?”


“사람으로서 오늘 처음 만났으니까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하잖아.”


내 말에 조슈아가 입을 다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자세히 봐봐. 정말 저 사람이 범인이라고 생각해? 양심에 손을 얹고. 아니, 신에게 자세히 봤다고 맹세할 수 있을 정도로 저 사람을 아주 자세히 보란 말이야. 누군가가 앞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영원히 뺏을지 말지, 그 기로에 우리가 서 있다고.”


그러자 조슈아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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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원점? +1 24.05.27 7 1 13쪽
16 16화. 관문에 대해서 24.05.24 5 0 14쪽
15 15화. 그 사건? 24.05.23 6 0 13쪽
14 14화. 흉기 24.05.22 8 0 12쪽
13 13화. 조사 결과 24.05.21 8 0 13쪽
12 12화. 체포한 근거 24.05.20 5 0 12쪽
11 11화. 개정! 24.05.17 6 0 13쪽
10 10화. 의심과 단서 24.05.16 5 0 13쪽
9 9화. 조사 시작 24.05.15 8 0 12쪽
8 8화. 이방인의 정체 24.05.14 9 0 13쪽
» 7화. 진실을 밝혀봅시다. 24.05.13 11 0 13쪽
6 6화. 억울한 사람 24.05.10 8 0 14쪽
5 5화. 마중을 나가다 24.05.10 10 0 15쪽
4 4화. 소설 속 세상에 적응하기 24.05.09 12 0 13쪽
3 3화. 왜 그랬을까요? 24.05.09 11 0 11쪽
2 2화. 후회와 의문 24.05.08 14 0 12쪽
1 1화. 후회와 빙의 24.05.08 3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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