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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무새 님의 서재입니다.

왕의 어사로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추리

공모전참가작

상상무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1
최근연재일 :
2024.05.31 17:3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94
추천수 :
2
글자수 :
122,627

작성
24.05.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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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화. 체포한 근거

DUMMY

“큼...! 지금부터, 왕의 법률 아래, 영주님의 대리인으로서 저, 트로이안 폰 라인베르크의 이름으로 '테오‘ 씨의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민망함을 무릎 쓰고 말했지만, 여전히 천막 내부에는 정적이 흘렀다.


조슈아도, 테오도 아무런 반응을 않고 여전히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순박한 영지 민들이 어색한 상황에서 서로 눈치를 보다가 몇 명이 작게 박수를 쳤다.


안 쳐줘도 되는데...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박수에서 위로를 받았다. 솔직히 정적이 계속 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자 알 수 없는 민망함이 솟구쳐 올랐기 때문이다.


“자, 그럼. 검사 측 기소요지를 진술 하세요.”


“...”


“검사 측? 아, 아니지. 조슈아, 이번 사건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 해주겠어?”


“아, 아아... 알겠어.”


조슈아도 자신의 이름이 뒤늦게 불리자, 양피지를 들었다. 검사라고 해서 자기를 부르는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모양이었다.


“사건은 건원 5년 3월 15일에 발생했습니다. 관문 밖에서 영지민인 한스 이올트가 시신으로 발견됐죠. 현장에는 여행자인 테오가 있었으며, 저, 조슈아 폰 라인베르크가 테오를 현행범으로 판단하여 체포했습니다.”


“세상에, 한스 이올트가 피해자래.”


“맙소사 어쩌다 이방인에게... ...정말 안됐어.”


“그 녀석, 이제야 빛을 보나 했더니만... 쯧쯧...”


방청석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해자인 한스 이올트는 날카롭고 긴 무언가에 등을 찔렸고, 흉기가 가슴까지 관통하며 그 자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시다면 보고서 2장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나에게 하는 말이라서 바로 보고서 2장을 펼치고 빠르게 내용을 훑어서 요약했다.


[한스 이올트 (30세)]

-라인베르크 영지에서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편.

-열흘 전 개최된 눈 축제 때 독수리 얼음상을 조각하여 자신의 재능을 세간에 선보였음.

-원형의 길고 날카로운 무언가로 등과 가슴을 관통하는 상처를 입음. 방어 흔이 없는 것으로 보아 등 뒤에서 기습을 당한 것으로 보임. 아주 강한 힘으로 한 번 찔렸음.

-이마에 타박상 발견. 찔린 뒤에 앞으로 쓰러지면서 생긴 흔적으로 보임.

-사망 시각은 약 12시간 이내로 추정.

-독극물 반응 없음.

-손상된 신체 없음.

-입 안에 특별한 이상 반응 없음.

-위장 깨끗함.

-보유 질환 없음.

-혈액에는 따뜻한 봄의 축복이 담겨 있음.


뭔가 엄청 많네. 그런데 봄의 축복이 담겨 있다는 말은 대체 뭐지? 조슈아에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방청객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어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걸 영지민이 알고 있으려나? 성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트로이안이 자살기도를 했었고, 빙의한 내가 기억상실증을 빌미로 모든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다녔던 탓이다. 하지만 영지민들이 갑작스러운 사실을 재판소에서 알게 되면, 나도 예상하지 못하는 어떠한 소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일단 빠르게 눈으로 읽어 내린 뒤에 조슈아를 바라보았다. 눈빛으로 축복이 대체 뭐냐고 조슈아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봤지만, 녀석은 나를 도와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주인공이 '명탐정'처럼 관찰력이 뛰어나다고 했었는데... 아무리 각성하기 전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둔감할 수 있는 걸까? 기본적인 능력치가 있을 텐데...?


능력치 상승 폭이 너무 커서 '천재'라고 불렸던 걸까?


“검ㅅ... 조슈아는 테오 씨를 범인으로 판단하여 체포한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변호, 아니지. 피고인은 조슈아의 진술 중에서 의문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신문하셔도 됩니다. 피고인의 신문에는 항상 진솔하고 성실하게 대답해주세요. 아, 물론 피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원고의 질문에 성실하게 진실만을 대답해주세요. 고의로 거짓을 말할 시 위증죄가 추가됩니다. 개정된 왕의 법전에 의하면 법정에서 거짓을 증언했을 경우 벌금 100실버 혹은 태형 10대를 맞습니다.”


내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면 둘이 알아서 잘 하겠지? 눈치를 살피면서 두 사람의 입술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럼, 제가 여행자 테오를 범인으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 말해드리겠습니다.”


“그 전에, 요구사항이 있어. 재판장님.”


테오가 손을 들고 말했다.


“무엇인가요?”


“나한테는 보고서를 주지 않았잖아? 내가 가진 정보가 너무 없어서 변호를 하기가 불리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원고가 말을 할 때 조금 자세하게 말을 해줬으면 좋겠어. 원고가 나를 체포하기 이전에 원고가 무엇을 했는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 해달라고 해줘.”


“알겠습니다. 조슈아, 테오 씨를 체포하기 전에 뭘 했는지 아주 자세하게 설명 부탁할게.”


“귀가 중에 관문이 닫혀 있는 것을 봤습니다.”


“잠깐만. 어디에서 귀가 중이었는데?”


“거기부터 설명하라고?”


“그래. 처음부터 설명해줘.”


“후... 저는 원래 이맘때가 되면 겨울 스포츠를 즐기러 별장에 다녀옵니다. 실컷 놀고 집으로 귀가 하던 중이었는데 관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았죠. 이상하게 여기며 가까이 다가갔더니, 여행자인 테오가 닫혀 있는 관문 앞에서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가까이 다가-”


“잠깐만.”


테오가 손을 들자, 조슈아가 미간이 좁아졌다. 아무래도 자신의 말이 끊겨서 언짢은 모양새였다.


“또 뭐지?”


“겨울 스포츠라고 하면, 어떤 걸 말하나?”


“설산에서 스키를 타거나, 스케이트를 타.”


“별장에는 혼자 다녀오나? 하인이나 하녀 한 명 없이?”


“그래. 그보다, 이런 사적인 질문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재판장님이 제 질문에는 성심성의껏 대답해줄 것을 요청했을 텐데, 협조적으로 굴어. 안 그렇습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


“으음... 이 질문이 사건과 연관이 있습니까?”


“있을지도 모르지요. 저는 최대한 정보를 끌어내서 스스로의 억울함을 밝혀야 하니까요. 아주 사소한 정보 하나가 제 결백을 증명해줄지도 모릅니다. 양해 해주세요.”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조슈아, 협조해줘.”


내가 말을 계속 하라고 눈치를 주었더니, 녀석에 옅게 한숨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나 혼자 다녀온다.”


“어째서?”


“혼자가 편해.”


“스키와 스케이트는 어디서 타지?”


“스키는 별장이 있는 엘로나 영지의 작은 동산에서, 스케이트 역시 별장 근처에 있는 작은 호수에서 탄다.”


“엘로나 영지가 어디지?”


“여기서 꽤 멀리 떨어진 영지야. 거기에 라인베르크 가문의 별장이 있어.”


“그렇군. 별장에서 겨울 운동을 즐겨하는 공자님이었다? 그러면... 으음... 평소 쓰는 스케이트 장비는 어떤 종류가 있지?”


“날카로운 날이 달린 부츠.”


“그게 끝인가?”


“그래.”


“흐음... 부츠 끝으로 찍어버리면 관통상을 입힐 수 있나?”


“찌를 수 없어. 부츠 끝에는 날이 서 있지 않거든. 부츠로는 한스 이올트를 살해한 흔적과 같은 상처를 절대 만들 수 없어.”


“그럼... 스키 장비는 어떤 종류가 있지?”


“스키와 부츠. ...그리고 ‘스톡’이 있다.”


조슈아의 한 쪽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스톡?”


“그래. 가속도를 내거나 제동을 하거나, 장애물을 치우거나, 혹은 오르막을 오를 때 바닥을 찍는 용도로 쓰는 스키 스톡이 있지.”


“아아, ‘스키 폴’ 말하는 거구나?”


스키를 탈 때 양 손에 드는 막대 말이다. 나도 대한민국에서 살 때는 친구들과 종종 스키를 타러 가곤 했었는데... 갑자기 그리워지네.


“응. 스키 폴이라 부르는 지역도 있지만 여기서는 ‘스키 스톡’이라고 불러.”


“그렇군. 그건... 필시 손에 쥘 수 있도록 얇고 단단하게 생겼겠네?”


“당연하지. 꽝꽝 언 땅에서도 쓸 수 있어야 하니 끝이 뾰족해.”


“양손에 들고 쓰는 막대기라고 쉽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테오는 스키 폴을 본 적 없는 사람처럼 굴기에,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그랬더니, 그가 감사를 표했다.


“그렇다면, 네가 그 ‘스톡’이란 것으로 피해자를 죽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스키 장비를 가지고 왔지만 피해자를 살해한 뒤에 흉기를 숨겨둔 거야.”


“테오 씨,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


“아니, 나는 못하지! 현장에서 본 게 다고, 조금 더 본격적인 조사 결과는 나한테는 나에게 공유해주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병아리 네가 내 추리가 틀렸다는 걸 역으로 증명을 해 봐. 네가 증거는 더 많이 가지고 있잖아?”


“내 스키 장비는 엘로나 영지에 있는 별장에 두고 왔어. 지금 당장이라도 별장에 서신을 보내면 내 스키 장비가 온전히 별장에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정말 두고 왔나?”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는데.”


“재판장님, 지금 당장 별장에 편지를 보내서 사라진 장비가 있는지 조사해줘.”


“알겠습니다. 경비병! 엘로나 별장에 서신을 보내서 조슈아의 스키 폴, 그러니까 ‘스키 스톡’이 온전하게 다 있는지 확인하라고 전하세요.”


“알겠습니다. 말을 쉬지 않고 달리고 오라고 전하겠습니다. 5일 정도가 걸릴 겁니다.”


경비병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알려준 후 절도있는 동작으로 천막 밖으로 나갔다.


“이건 5일 뒤에 밝혀질 겁니다. 만약 테오 씨가 유죄를 선고 받게 되더라도 스키 스톡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집행을 미루겠다고 약조하겠습니다.”


내 말에 테오는 결국 의심의 눈길을 잠시 접어두었다.


“...알겠어. 그럼 다른 질문을 하지. 별장이 있다는 엘로나 영지는 내가 알기로 라인베르크에서 걸어서 약 10일 거리에 있는데, 라인베르크로 오려면 반드시 앨리 숲을 지나쳐야한다. 맞나?”


"지리를 잘 알고 계시는 군요."


"어? 아아~ 그야 나는 여행자니까. 하하! 어쨌든, 귀가하려면 반드시 앨리숲을 지나야 하는 거 맞지?"


테오가 털털한 웃음을 터트렸다.


앨리 숲이라고 하면, 관문을 나서서 몇 시간 정도 걸어가면 등장하는 숲이다. 앨리스가 태어났을 때 백작님이 조성한 숲이다.


“맞아. 그런데?”


“혹시... 걸어왔나?”


“걸어왔는데.”


“숲을 진입했을 때가 언제였지?”


“어제 밤이었다. 그래서 숲에서 노숙하고 오늘 낮에 영지에 도착했지.”


“으음... 그, 그렇군. 숲에서 뭐... 별 다른 점은 없었나?”


“...없었다.”


“그래...? 알겠어.”


“피고인. 이번에 앨리 숲에 관한 질문을 한 것도 의미가 있나요?”


“잠시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딱히 건진 건 없네.”


“알겠습니다. 조슈아, 진술을 계속해줘.”


“관문에 도착했을 때, 여행자는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손에 검을 들고 있었죠. 닫힌 관문 앞에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는 자가 있으니까 저는 조심스럽게 인기척을 죽이고 다가갔는데, 그의 옆에는 피해자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습니다. 제가 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자 피 냄새가 났었죠. 그 냄새 때문에 절로 그의 상의에 시선이 갔는데, 의미심장한 얼룩까지 묻어 있어서 더욱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방인이 나를 보자마자 크게 놀랐고, 갑자기 나에게 무기를 휘둘렀습니다. 그래서 수상한 사람이라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체포한 거죠.”


“잠깐! 너를 공격했다고?!”


작가의말

이번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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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원점? +1 24.05.27 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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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그 사건? 24.05.23 7 0 13쪽
14 14화. 흉기 24.05.22 8 0 12쪽
13 13화. 조사 결과 24.05.21 8 0 13쪽
» 12화. 체포한 근거 24.05.20 6 0 12쪽
11 11화. 개정! 24.05.17 6 0 13쪽
10 10화. 의심과 단서 24.05.16 5 0 13쪽
9 9화. 조사 시작 24.05.15 8 0 12쪽
8 8화. 이방인의 정체 24.05.14 9 0 13쪽
7 7화. 진실을 밝혀봅시다. 24.05.13 11 0 13쪽
6 6화. 억울한 사람 24.05.10 9 0 14쪽
5 5화. 마중을 나가다 24.05.10 10 0 15쪽
4 4화. 소설 속 세상에 적응하기 24.05.09 13 0 13쪽
3 3화. 왜 그랬을까요? 24.05.09 11 0 11쪽
2 2화. 후회와 의문 24.05.08 15 0 12쪽
1 1화. 후회와 빙의 24.05.08 3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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